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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1961 - Chapter 19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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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1화

“배고파... 너무 배고파...”박민호는 기운 없이 중얼거렸다.지금은 자존심이고 뭐고 따질 겨를이 없었다. 창피하더라도, 일단 배부터 채우는 게 급했다.그녀는 박민호의 몰골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옷차림은 남루했고, 얼굴은 창백했다. 하지만 그의 눈빛엔 간절함이 서려 있었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처럼 보이지 않았다.그녀는 잠시 고민하다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잠깐만 기다리세요. 뭐라도 사 올게요.”그렇게 말하곤, 그녀는 박민호의 손을 조심스레 떼어내고는 근처 편의점으로 달려갔다.편의점에 도착한 그녀는 찐빵이 할인 중인 걸 보고, 바로 네 개를 포장했다.잠시 후, 그녀는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찐빵 네 개를 들고 돌아왔다.그리고 박민호에게 내밀었다.눈앞에 하얗고 통통한 찐빵 네 개가 놓였지만, 박민호는 썩 내켜 하지 않는 표정이었다.그는 밀가루 음식, 특히 찐빵을 정말 싫어했다.“얼른 먹어요. 아까 배고프다면서요?”그녀는 찐빵을 박민호의 입 가까이 들이밀었다.하지만 박민호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여전히 찐빵은 내키지 않았다.“다른 거 없어요?”그는 힘없는 목소리로 물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여자아이의 표정이 싸늘하게 식었다.“그렇게 말하는 거 보니까 아직 별로 안 배고픈가 보네요? 내가 괜히 참견했네.”그녀는 찐빵을 다시 비닐봉지에 넣고는 돌아서려 했다.그러자 박민호가 급히 그녀의 바짓단을 붙잡았다.“먹을게요... 먹을게요...”그는 정말로 너무 배고팠다.그제야 그녀는 다시 찐빵을 꺼내 박민호의 입 가까이 가져다 댔다.박민호는 허겁지겁 찐빵을 입에 욱여넣었다. 거의 씹지도 않고 꿀꺽 삼켜버렸다.“천천히 먹어요, 목 막히면 어쩌려고 그래요.”그녀는 걱정스럽게 말했다.박민호는 지금껏 찐빵이 이렇게 맛있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예전에 먹던 고급 음식들보다도 훨씬 맛있었다.그는 연달아 두 개를 먹었고, 그녀는 물까지 건네주며 몇 모금 마시게 했다.곧이어 남은 두 개까지 전부 해치운 박민호는 조금은 기운이 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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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2화

박민호는 가까스로 자신을 도와주려는 사람을 만났는데, 이렇게 쉽게 놓아줄 수는 없었다.그는 비틀거리며 한 걸음 한 걸음 그녀를 따라갔다.박민호가 따라오는 걸 눈치채지 못했던 그녀는 자신이 사는 아파트 단지 아래에 도착하고 나서야 박민호를 발견했다.그녀가 고개를 돌려 깜짝 놀란 표정으로 물었다.“왜 따라왔어요?”박민호는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며 애원했다.“부탁이에요. 저 좀 재워주시면 안 될까요?”그녀는 손을 꽉 움켜쥐며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내가 분명히 안 된다고 말했잖아요.”그녀는 박민호의 하얗고 단정한 외모를 보고 잠시 동정심이 들었지만, 지금 보니 그저 뻔뻔한 불청객일 뿐이었다.그녀는 애초에 박민호를 불쌍하다고 생각하지 말 걸 그랬다고 후회하고 있었다.“당장 가세요. 그렇지 않으면 경찰 부를 거예요.”그 말에 박민호는 움찔하며 눈빛은 두려움으로 떨리고 있었다.“알겠어요... 알겠어요... 이제 갈게요. 제발, 경찰만은...”그는 힘없이 말하고는 등을 돌려 걸어가려 했다.하지만 그 순간, 갑자기 머리가 아찔하게 아프더니 눈앞이 새까매졌다.박민호는 그대로 앞으로 무너졌고, 머리를 바닥에 부딪히며 쓰러졌다.땅바닥에는 피가 순식간에 번져나갔다.그 모습을 본 그녀는 급히 달려가 박민호의 상태를 살폈다.“괜찮아요?”그녀는 서둘러 박민호의 상처를 확인하려 다가갔다.박민호는 장신이었고, 그녀는 꽤나 힘들게 그를 일으켰다.그녀는 처음엔 박민호를 병원에 데려가야겠다고 생각했다.하지만 곧 자신이 가진 돈이 거의 없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병원에 데려가면 아무래도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할 상황이 생길 게 뻔했다.하지만 그렇다고 이대로 그를 길에 내버려둘 수는 없었다.밤이 점점 추워지고 있었고, 지금 상태로는 분명 얼어 죽을 수도 있었다.그렇게 되면 경찰이 조사했을 때 그녀가 박민호를 방치해 죽게 했다고 할 수도 있었다. 그건 결국 간접적인 살인이나 다름없지 않았다.고민 끝에, 그녀는 박민호를 업고 집으로 향했다.다행히 어릴 때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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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3화

“이제 정신도 들었으니까, 그만 나가줘요.”그녀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말했다.박민호는 온몸이 쑤시고 아팠다. 솔직히 지금 나가고 싶지 않았다.밖에 나간다고 해도 어디로 가야 할지조차 막막했다. 결국 다시 길바닥을 전전할 게 뻔했다.그는 대답 대신 물었다.“이름이 뭐예요?”그녀는 잠시 망설이다가 대답했다.“최민아예요.”‘최민아...?’“전 박민호예요.”자신을 소개한 그는 이어서 말했다.“우리 집, 돈 없는 집 아니에요. 지금은 이런 꼴이지만… 다시 집에 돌아가기만 하면 꼭 보답할게요. 그러니까 잠깐만, 며칠 만이라도 여기서 지내게 해줘요.”밖으로 나가는 건 곧 죽으러 나가는 거나 마찬가지였다.자기를 찾는 사람들이 여전히 돌아다니고 있기에, 집으로도 못 돌아가는 상황이었다.“그래요? 그럼 얼른 돌아가세요. 전 보답 같은 거 필요 없어요.”정말 부유한 집 자식이라면 왜 이런 꼴로 떠돌겠는가? 최민아는 그가 허풍 떠는 것처럼 보였다. 박민호도 그녀가 자신을 믿지 않는다는 걸 느꼈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걸 증명할 방법이 없었다.“아직 몸 상태가 너무 안 좋아요. 여기서 며칠만 더 지내면 안 될까요?”이곳은 좁고 허름했지만, 길거리에서 노숙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았다.“안 돼요.”최민아는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주방으로 가서 면을 삶기 시작했다.“밥 먹고 나가요. 저도 알바 가야 하거든요.”오늘은 주말이었다.그녀는 부모님의 병원비를 벌기 위해 단 하루도 허투루 보낼 수 없었다.조금 뒤, 오전 10시부터는 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가 예정되어 있었다.곧 국수가 삶아졌고, 최민아는 냉장고를 열었다.그 안에는 달랑 달걀 하나만 남아 있었다.잠시 고민하던 그녀는 그 달걀을 꺼내 프라이팬에 부쳤고, 박민호의 국수 위에 올려주었다.그렇게 그릇을 건넸다.“먹어요.”박민호는 담백한 국수만 담긴 그릇을 바라보며 별로 입맛이 돌지 않았다.“이게 다예요?”“아니면 더 있는 줄 알았어요?”최민아는 철없는 말이나 한다는 듯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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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4화

최민아는 할 말을 잃었다.‘내가 도대체 어떤 희한한 사람을 구해 놓은 거지?’그녀는 면을 후루룩 넘기며 무심하게 대답했다.“우리 부모님 두 분 다 아프세요. 우리 집엔 나 혼자뿐이에요.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친척들은 벌써 오래전부터 우리 집은 피하고만 살아요.”부모님이 아프기 시작한 뒤로, 친척들은 하나같이 그녀 가족을 짐처럼 여기며 거리를 두었다.박민호는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 대략적인 사정을 짐작할 수 있었다.“그렇구나... 세상에 민아 씨처럼 안타까운 사람도 있었네요.”만약 예전 같았으면, 지갑에서 용돈 몇 장 툭 꺼내주기만 해도 그녀처럼 사정이 어려운 사람은 한동안은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었을 것이다.하지만 지금 그는 가진 것 하나 없이 맨몸으로 내던져졌고, 그 현실이 못내 불편했다.최민아는 그의 말에서 동정심이 느껴졌지만, 묘하게 기분이 상했다.그녀는 조용히 그릇을 내려놓고 낮게 말했다.“그러니까, 제발 이제 그만 나 좀 내버려둬요. 밥 다 먹었으면 나가요. 나 진짜 돈 없어요.”그러나 박민호는 전혀 물러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민아 씨, 나 진짜 거짓말 안 했어요. 내 누나랑만 연락되면 필요한 돈이 얼마든, 다 줄 수 있어요.”그 말에 최민아는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당신, 남자 맞아요? 뭐만 하면 누나, 친척 찾고... 진짜 너무 한심하지 않아요?”“한심?”박민호는 발끈하며 목소리를 높였다.“내가 왜 한심해요? 누나가 동생 도와주는 거, 당연한 거 아니에요?”“하... 진짜 듣다 못 하겠네. 뭐가 당연해요? 우린 각자 독립된 사람이에요. 누가 누구 도와주는 건 고마워할 일이지, 당연한 게 아니라고요. 알아들었어요?”.최민아는 참다못해 책상을 ‘탁’ 치며 분노를 터뜨렸다.그 소리에 박민호는 움찔하며 입을 다물었다.어릴 때부터 박민호는 줄곧 엄마 한수민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자라왔다.“넌 이 집안의 가장이야. 남자는 책임을 져야 해. 민정이는 널 위해 뭐든지 해줘야 하는 게 당연한 거야.”외할머니 역시 같은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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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5화

박민호와 약속을 마친 뒤, 최민아는 곧장 아르바이트하러 나갔다.“점심에 배고프면 면 삶아 먹어요. 어떻게 끓이는지는 알죠?”박민호는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면 삶기쯤이야, 당연히 자신이 있었다.최민아도 그건 별거 아니라고 생각해서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덧붙여 말했다.“오늘 밤엔 알바하면서 저녁은 제공될 거예요. 그거 조금 싸 올게요.”“좋아요.”박민호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게 최민아는 식사를 당부하고 나갈 생각이었다.하지만 이내 박민호의 옷차림이 눈에 들어왔다.“세탁기는 화장실에 있어요. 옷은 넣고 돌리면 되고요. 요즘 날씨면 탈수만 잘하면 금방 마를 거예요. 제가 돌아오기 전까지는 세탁 끝내고 갈아입고 있어요.”“알겠어요.”박민호는 최민아의 당부에 순순히 수긍했다.만약 지금 이 자리에 박민정이 있었다면, 박민호의 이런 변화를 보고 분명 깜짝 놀랐을 것이다.최민아는 집을 나섰고, 혹시라도 박민호가 나쁜 사람이면 어쩌나 싶어 열쇠는 맡기지 않았다.최민아가 나간 뒤, 박민호는 다시 침대에 누웠다.그는 몸이 너무 지쳐 있었고 온몸이 욱신거렸다.며칠 동안 빚쟁이들을 피해 도망다니며, 개만도 못한 생활을 했었다. 이제야 겨우 몸 누일 곳 하나 생기다니, 도무지 믿기지 않을 지경이었다.그리고 몸에 난 상처들은 다행히 생명에 지장은 없었고, 전부 피멍이나 긁힌 정도였지만 박민호는 돈이 없어서 아직도 치료하지 못하고 있었다.그는 이내 눈을 감고 잠이 들었다.하지만 점심 무렵, 허기 때문에 눈이 떠졌다. 아침에 먹은 면 한 그릇으론 이젠 턱없이 부족했다.그는 곧바로 베란다 쪽으로 갔다.냉장고에서 건면을 꺼내고는 인덕션 앞으로 다가갔다.하지만 그는 순간 멈칫하더니 인덕션 앞에 멍하니 서 있었다.“이건... 어떻게 켜는 거야?”그는 한참을 만지작거리다 겨우 전원을 켰다.“생각보다 간단하네.”그러고는 냄비를 올리고 찬물을 부은 뒤, 건면을 몇 줌 넣었다.“이 정도면 되려나...? 아니, 그냥 다 넣자.”그는 남은 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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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6화

최민아는 잠시 얼이 빠진 듯 박민호를 바라봤다. 외투도 걸치지 않은 채 벌벌 떨고 있는 모습이 믿기지 않았다.“왜 이러고 밖에 있었어요? 안 추웠어요?”박민호는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얼어붙은 고개를 천천히 들었다. 그의 표정엔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허탈함이 가득했다.그러면서도 원망 섞인 말투로 최민아에게 말했다.“하아... 누님, 드디어 오셨네요.”조금만 더 늦었으면 정말 얼어 죽을 뻔했다.최민아는 더 묻지도 않고 서둘러 문을 열었다.박민호는 그녀 뒤를 따라 빠르게 안으로 들어와 침대로 직행했다. 그러곤 이불을 꾹꾹 싸매고 연신 재채기를 해댔다.“문이 자동으로 닫힌다는 걸 왜 말 안 했어요? 그냥 좀 나갔다 오려 했는데 문이 닫혀서 못 들어왔잖아요.”“원래 그런 거 아니에요?”최민아는 의아해하며 말했다. “그걸 모르는 사람도 있어요?”박민호는 눈살을 찌푸렸다. “절대 그렇지 않아요.”최민아는 그가 이불 속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모습을 보고는 안쓰러워하며 가져온 음식을 꺼냈다.“배고프죠? 내가 이거 데워줄 테니까 좀만 기다려요.”박민호는 이미 배가 고파 속에서 꼬르륵 소리가 계속 나고 있었다. 밥을 먹을 수 있다는 말에 금방 표정이 밝아졌다.최민아는 남은 반찬을 들고 베란다로 나갔다. 하지만 인덕션에 냄비를 올리려다 냄비 안에 덩어리처럼 뭉친 면, 설거지 안 된 그릇들, 쓰레기통에 버려진 면까지 보고는 눈을 휘둥그레졌다.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그녀는 울컥하며 외쳤다.“박! 민! 호! 씨!”“왜요?”박민호는 순진한 얼굴로 의아해하며 되물었다.“당장 이리 와 봐요!”무슨 일인지도 모른 채 박민호는 이불을 끌어안고 침대에서 내려와 귀찮다는 듯 걸어왔다.“뭔데요?”“이거 다 민호 씨 한 짓이에요?”박민호는 숨기지도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근데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내가 끓인 면은 민아 씨가 끓인 거랑 너무 맛이 다르더라고요. 그래서 안 먹었어요.”“아니, 그걸 다 끓인 거예요? 이거 한 봉지가 아니라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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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7화

화장실 문을 잠글 수 있었지만, 최민아는 여전히 마음이 편치 않았다.집에 갑자기 남자가 생겼다는 사실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걱정하지 마요. 저는 민아 씨한테 관심 없으니까요.”박민호가 말했다.최민아와 지낸 지 오래되진 않았지만, 그는 이미 최민아가 호랑이처럼 사납다는 걸 알고 있었다.최민아는 전혀 다정하거나 상냥한 구석이 없었다. 박민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절대 아니었다.최민아는 그런 말을 듣고도 딱히 화를 내지 않았다.샤워를 마친 후,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어야 할 시간이었다. 하지만 이 집에는 침대가 하나뿐이었다.“어제는 어떻게 잤어요?”박민호가 물었다.“바닥에서요.”최민아가 대답했다.어젯밤, 최만아는 사실 혹시라도 박민호가 그대로 죽을까 봐 걱정되어 잠도 제대로 못 잔 채로 밤새 침대 옆에 앉아 지켜보고 있었다.“그건 좀 아닌 것 같은데요? 민아 씨한테 침대를 양보하게 하다뇨.”박민호는 이제서야 조금 미안해하는 기색을 보이며 말했다.“그럼 이번엔 민호 씨가 바닥에서 자요. 저는 침대에서 잘게요.”최민아는 박민호를 바라보며 말했다.박민호는 오히려 난감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저는 한 번도 바닥에서 자 본 적 없는데요.”“그럼 그냥 나가요.”“알겠어요. 그냥 잘게요. 바닥에서요.”최민아는 그가 직접 이불을 펴고 정리하라고 시켰다.박민호는 어색하고 서툴렀지만 그래도 하나하나 해냈다.생각해 보니 이런 걸 직접 해보는 건 처음이었다. 이불을 펴고, 설거지하고, 빨래하는 건커녕 물 한 잔 따라 마시는 일조차 자기가 해본 적이 없었으니까.그렇게 모든 정리를 끝내고, 둘은 피곤해서 눈이 감길 지경이었다.최민아는 금세 잠이 들었다.하지만 박민호는 낮에 잠을 너무 많이 잔 탓에 아직 말똥말똥했다.“민아 씨, 돈 있어요?”그가 갑자기 말을 걸었다.그 말에 최민아는 잠에서 깼다.“갑자기 그건 왜요?”“혹시 돈이 좀 있다면, 저한테 조금만 투자해 줄 수 있어요? 나중에 제가 돈 벌면 꼭 보답할게요.”박민호가 진지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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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8회

어느덧 이틀이 지나갔다.박민호의 몸도 어느 정도 회복되었고, 최민아는 그를 더 이상 챙겨주지 않았다.아침 7시, 그녀는 박민호를 깨웠다.“일어나요. 일자리 구하러 가야죠.”박민호는 이불 속에서 웅얼댔다.“아, 아직 안 급해요. 조금만 더 잘게요...”큰 성인 남자가 이불을 덮고 뒹구는 모습에, 최민아는 두말없이 몸을 숙여 이불을 확 잡아당겼다.박민호는 순식간에 차가운 공기가 피부로 와 닿자, 몸을 움츠리며 불만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왜 그래요, 진짜.”“안 일어나면 물 뿌릴 거예요.”최민아는 말한 대로 하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바로 욕실로 가서 물이 담긴 대야를 들고 돌아왔다.최민아가 정말로 물을 부을 기세로 서 있자, 박민호는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났다.“아, 알았어요! 일어났어요, 물 붓지 마요!”그제야 최민아는 물을 내려놓았다.“얼른 정리하고 나가서 일자리 구해요. 돈 벌어서 나한테 갚아야죠.”그 말을 끝으로, 그녀는 더 이상 그를 신경 쓰지 않고 자기 할 일을 하러 갔다.박민호도 사실 계속 여자한테 빌붙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자존심도 있었고, 뭔가 이뤄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알았어요. 깜짝 놀랄 만큼 성공할 테니까 기대해요.”박민호는 늘 자신감 하나는 넘쳤다.예전에 자신은 매니저까지 했던 사람인데, 일자리 하나쯤이야 쉽게 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하지만 막상 밖에 나가보니 현실은 달랐다.회사는커녕, 일반 가게조차 그를 받아주지 않았다.“아무것도 모르면서 우리 회사에 왜 왔어요?”“면접 신청서도 없이 뭘 보고 뽑아요?”“처음부터 매니저 하겠다고요? 차라리 사장 하시죠.”“저기요, 미친 사람은 사절이에요. 나가세요.”박민호는 하나둘씩 회사에서 쫓겨나며 이제야 깨달았다. 요즘은 알바 하나 구하려 해도 저녁에 이력서를 넣어야 한다는 사실을.그는 늘 사장 자리에 있었기에 이런 절차는 몰랐다.결국 박민호는 밤이 되자 최민아에게 휴대폰과 노트북을 빌려 이력서를 쓰기 시작했다.최민아가 박민호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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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69화

박민호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최민아는 그를 데리고 자신이 일하는 곳으로 향했다.도착한 순간, 박민호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황금빛으로 번쩍이는 고급 회원제 클럽.박민호는 눈썹을 찡그리며 입꼬리를 일그러뜨렸다.“여기서 일해요?”어쩐지 출퇴근 시간도 들쭉날쭉하더라니, 박민호는 어딘가 예상은 했다는 표정이었다.최민아는 그의 표정을 보고도 개의치 않으며 담담히 말했다.“네. 여기서 일해야 돈이 좀 모이니까요.”박민호는 눈살을 더 찌푸리며 말했다.“이렇게 사는 거... 너무 자기 자신을 함부로 대하는 거 아니에요?”박민호는 거리낌 없이 말하며 고개를 저었다.그도 예전에 이런 곳을 꽤 드나들었기에, 내부 사정은 잘 알고 있었다. 이 바닥에서 일하는 여자들이 어떤 취급을 받는지.최민아의 눈빛에 잠시 어두운 그림자가 스쳤다.“알아요. 저도 자존심 있고, 저 자신 소중하게 생각해요. 그래도... 돈이 필요하거든요.”그녀는 지금 자존심을 챙길 때가 아니었다. 안 그러면 부모님의 치료비를 댈 수가 없었으니. 돈이 없다면 그저 부모님이 죽기를 기다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그 말에 박민호는 문득 그녀의 부모님이 아프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그제야 미안함이 느껴졌다.“미안해요. 부모님 일... 까맣게 잊고 있었네요.”태어나 처음,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느낀 순간이었다.예전의 박민호라면 최민아와 같은 이런 현실을 겪는 사람과 마주칠 기회조차 없었을 것이었다. 그는 지금에서야 이렇게 힘들게 사는 사람도 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됐어요. 그만 가시죠.”최민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클럽 안으로 들어갔다.박민호는 그녀의 뒷모습을 보며 묘한 이질감을 느꼈다. 이런 곳에서 일하는 사람이라고 하기엔 최민아는 너무 조용하고 단정했다.잠시 후, 그녀는 박민호를 데리고 매니저에게 갔다.“매니저님, 제 친구인데요. 전에 잘생긴 남직원 구한다고 하셨죠? 제 친구 어때요?”그녀가 비켜서자, 매니저는 박민호를 훑어보았다.얼굴엔 약간의 멍 자국이 남아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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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70화

“진짜,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남았어요?”최민아가 한심하다는 듯 박민호를 보며 말했다.박민호는 아픈 데를 부여잡고 고통을 호소하다, 결국 못 참겠다는 듯 말했다.“휴대폰 좀 줘봐요. 누나한테 전화 좀 해야겠어요.”명색이 박씨 집안의 외아들인데, 이대로 계속 이런 꼴 당하고 있으면 진짜로 죽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최민아는 아무 말 없이 휴대폰을 건넸다.하지만 박민호가 누나 박민정의 번호를 기억했을 리가 없었다.생각나는 대로 몇 번을 걸어봤지만, 전혀 엉뚱한 사람들이 전화를 받았다.“누나한테 전화하겠다면서 번호도 몰라요?”최민아가 여전히 한심하다는 듯 물었다.박민호는 머리를 긁적였다.“요즘 누가 번호 외우고 다녀요...”그러다 뭔가 떠오른 듯 다시 말했다.“지엔 그룹에 전화하면 되겠네.”그는 웹사이트에서 지엔 그룹의 고객센터 번호를 찾아 전화를 걸었다.“안녕하세요, 지엔 그룹입니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상냥한 상담원의 목소리가 들렸다.박민호는 급하게 말했다.“저 박민정 씨 좀 바꿔주세요. 거기 대표요. 저 그 사람 동생이에요, 박민호. 꼭 통화 좀 하게 해주세요.”순간, 휴대폰 너머에는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그리고 작게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어떤 미친 사람이 대표님 동생이라네요? 전화 바꿔 달래요.”“무시해요. 저런 놈들은 원래 관심 끌려는 거니까. 끊어버려요.”“네.”그렇게 순식간에 전화는 뚝 끊겼다.박민호는 황당하기도 하고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박민정과 연락이 안 되니, 외할머니에게 전화할 수밖에 없었다.다행히 외할머니 번호는 기억하고 있었다.“할머니! 저예요, 민호요! 제발 도와주세요, 돈 좀 보내 주세요...”박민호는 다급하게 말했다.하지만 휴대폰 너머에서 들려온 목소리는 외할머니가 아니라 외삼촌이었다.“박민호! 이 망할 놈아! 빨리 내 돈 갚아! 안 갚으면 너 가만두지 않을 거야!”“그리고 그 노인네 집에서 쫓아냈으니까 더 이상 전화하지 마! 손자만 감싸고 나 몰라라 하는데, 나도 더는 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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