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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죽기 전엔 못 놔줘: Chapter 2001 - Chapter 2010

2010 Chapters

제2001화

한서진은 뿌듯한 얼굴로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그 옷이 나랑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아.”그러자 박민정이 덤덤한 얼굴로 답했다.“그러면 저는 다른 걸 골라볼게요.”그리고 옷을 다시 고르는 척하며 가게에서 가장 비싼 옷에 시선을 돌렸다.한서진은 전혀 눈치채지 못한 채 박민정의 뒤만 따라다니다가 박민정이 한 번 만졌던 옷들은 전부 점원더러 포장해 달라고 했다.매장 위치나 생소한 브랜드인 걸로 보아 너무 비싸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진서연은 두 사람이 이토록 소리 없이 치열하게 싸울 줄은 생각지 못했다.그러다가 일부러 화가 난 척, 한서진에게 물었다.“한서진 씨, 왜 우리 보스가 고른 옷들은 다 그쪽이 가로채 가는 거죠?”그러자 한서진이 코웃음을 치며 답했다.“뭔가 오해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우리 집에 옷이 얼마나 많은데, 제가 왜 민정이랑 이런 유치한 싸움이나 하겠어요? 그저 이 몇 벌이 저랑 잘 어울리겠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말을 마친 뒤 박민정을 보며 다시 물었다.“그렇지, 민정아?”박민정도 애써 괜찮은 척 연기했다.“마음에 들면 됐어요.”한서진은 그제야 방금 박민정이 눈길 한번 줬던 옷까지 전부 포장하라고 했다.박민정도 이쯤이면 충분한 것 같아 진서연에게 말했다.“됐다, 오늘에는 아무것도 안 살래. 그냥 밥 먹으러나 가자.”그러자 진서연이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네. 마침 저도 배고팠어요.”한서진은 두 사람이 막 가게를 나가려는 모습을 보더니 갑자기 감정이 상했는지 다급히 그들의 앞을 가로막으며 물었다.“민정아, 넌 애초에 살 생각이 없었던 거 아니야? 점원분이 이렇게 고생하는데 그냥 이대로 간다고?”그러나 박민정은 덤덤하게 답했다.“다음에 살게요.”한서진이 다시 입을 삐죽거리며 중얼거렸다.“지엔 그룹의 대표가 이리도 짠순이일 줄은 또 몰랐네.”말을 마친 뒤 지갑에서 카드를 꺼내 점원에게 넘겨줬다.“이 카드로 결제해 주세요.”“네.”점원이 그녀의 카드를 가지고 계산대로 갔다가 얼마 지나지 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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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2화

한서진은 그제야 박민정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다시 점원에게 물었다.“방금 뭐라고 부르셨죠?”점원도 이제 목표를 달성했기에 굳이 숨길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이분은 우리 백화점 박민정 대표님이십니다. 혹시 모르셨나요?”진서연은 순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겨우 참고 박민정에게 태연한 얼굴로 말했다.“보스, 오랜만에 백화점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와봤다가 이렇게 통이 큰 손님을 만나게 될 줄은 또 몰랐네요. 오늘 운이 좋았던 것 같습니다!”“그러게? 마침 한서진 씨 같은 큰손을 만나게 돼서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정말 감사합니다.”박민정은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점원에게 말했다.“책임지고 무조건 한서진 씨한테 매장 VIP 카드를 발급해 줘요. 오늘 처음 오셨는데도 이렇게 많이 샀으면 분명 다음번에 또 찾아주실 겁니다. 맞죠, 한서진 씨?”한서진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얼어붙은 채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백화점 전체가 박민정 소유인 줄도 모르고 그녀의 속임수에 당한 한서진은 두 주먹을 꼭 쥐고 한참 동안 고민 끝에 큰 소리로 말했다.“저 이 옷들을 그냥 환불할게요!” “죄송하지만 저희 가게 옷들은 품질 문제가 아닌 이상 반품 처리가 불가능합니다. 이 내용들은 방금 사인하실 때 계약서에도 적혀있었고요. ”점원은 당황하지 않고 차분하게 안내했다.그제야 아까 환불이 안 된다는 내용을 들었던 기억이 난 한서진은 쓰라린 가슴을 안고 박민정을 쏘아보았다.“박민정, 어디 두고 봐!”그러고는 씩씩거리며 가게 밖을 나갔다.오늘 기회를 봐서 제대로 박민정을 망신시켜주려 했는데 오히려 그녀의 꾀에 자신이 넘어갈 줄이야.한서진이 떠나가는 모습을 본 진서연은 그제야 마음껏 웃을 수 있었다.“보스는 정말 대단해요. 저는 아까 화가 나서 미치겠던데 보스는 이걸 역으로 이용하셨네요.”사실 박민정도 한서진이 이렇게 쉽게 넘어올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가자, 기분도 좋은데 오늘에는 내가 밥 살게.”“좋아요!”진서연이 활짝 웃으며 답했다....한편, 한서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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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3화

한서진은 방으로 돌아가 아버지한테 도움을 요청할 수밖에 없었다.그리고 오늘 일에 대해 솔직하게 말하자 그의 아버지 한세호도 역시나 불같은 화를 냈다.“10억? 고작 옷 몇 벌 사려고 그 돈을 냈다고? 너는 왜 이렇게 미련해?”“박민정, 그 고약한 계집애가 나를 계속 자극하더라고요. 아무리 그래도 제가 어렸을 때부터 그 애랑 달리 부족한 것 없이 자랐는데 가만히 있으면 안 되잖아요?”“네가 지금 박민정이랑 비교가 된다고 생각해? 그 애는 무려 지엔 그룹의 대표인데!”한세호가 수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소리 지르자 한서진은 그제야 사건의 심각성을 깨닫고는 기어들어 가는 소리로 물었다.“그러면 이제 어떡하죠? 아빠, 이 10억은 꼭 해결해 주셔야 해요. 아니면 남편이랑 시어머니가 저를 절대로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요.”“내가 그만한 돈이 어디 있어! 그리고 지금 내 처지가 어떤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너까지 힘들게 할래?”그리고 단번에 전화를 끊어버렸다.한서진도 처음 겪는 일이라 어쩔 수 없이 다시 엄마한테 전화했지만 역시나 그녀도 돈이 없다고 했다.순간 그녀는 자신이 얼마나 무능력한지를 제대로 느꼈고 생각 없이 한 자기 행동이 후회되었다.이때, 우현민이 문을 열고 들어오더니 그녀가 멀뚱하게 서 있는 모습을 보고 물었다.“어떻게 됐어? 장인어른 쪽에서 해결해 주신대?”그러자 한서진이 난감한 얼굴로 답했다.“현민 씨도 지금 우리 집 형편이 어떤지 잘 알잖아요. 그런데 저한테 줄 돈이 어디 있겠어요?”“그건 나도 모르겠고, 네 집에는 전부 딸밖에 없어서 많은 돈이 나갈 일도 없을 텐데. 데릴사위만 바라보느라 너는 이제 상관하지 않겠다는 건가?”우현민이 눈살을 찌푸리며 다시 말을 이었다.“그 10억을 다시 메꾸지 못하면 우리 집에서 당장 내쫓을 줄 알아.”저건 괜히 하는 말이 아니었다.“넌 내가 쉽게 돈 버는 줄 알지?”한서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남편의 꾸중을 그저 말없이 받아들여야 했다.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이런 굴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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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4화

순간 한서진은 오만하기 그지없었던 과거의 행동이 너무 후회스러웠다.그리고 다른 친척들에게도 여쭤봤지만 박민정의 연락처를 알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설마 내가 집까지 찾아가야 하는 건가?”한서진은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 않았지만 무려 10억 원이나 넘는 금액과 남편이나 시어머니의 닦달에 어쩔 수 없이 길을 나섰다.저녁쯤, 한서진은 차를 몰고 박민정의 별장에 도착했다.집안에 불들이 환하게 켜져 있었지만 박민정은 지금 집에 없다고 했다.“어디 갔어요?”한서진은 오전과는 다르게 한껏 상냥한 말투로 말했다.“저희 사모님은 지금 거의 매일 병원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계시는데, 혹시 모르셨나요?”경호원의 대답에 한서진이 되물었다.“아, 혹시 어느 병원인가요?”“당연히 진주에서 제일 큰 병원이죠.”그의 대답을 듣자마자 한서진은 빠르게 다시 차에 올라탔다.이 시각, 병원.정수미의 몸 상태는 나날이 악화했고 오늘 밤에는 갑자기 발작 현상이 있었다가 의사가 가까스로 그녀를 죽음의 문턱에서 구해냈다.박민정은 유남준에게 안겨 한껏 걱정스러운 얼굴로 아직 의식이 없는 정수미의 모습을 바라보았다.그러자 유남준이 다정하게 그녀를 위로해 줬다.“의사도 이제 고비를 넘겼다고 했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네.”박민정은 고개를 끄덕였으나 불안한 마음은 여전했다.아까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에 갑자기 이렇게 된 것이다.박민정은 이대로 정수미가 자기 곁을 떠날까 봐 너무 무서웠다.밖에는 언제부터인가 눈이 내리기 시작했고 복도에 있던 사람들도 저마다 눈이 온다고 좋아했다.정수미도 소란스러움에 눈을 힘겹게 뜨더니 갈라진 입 사이로 겨우 박민정을 불렀다.“민정아...”“엄마!”박민정은 재빨리 그녀에게 달려갔다.“괜찮아요? 어디 불편한 곳은 없어요?”그러자 정수미가 고개를 저었다.“난... 괜찮아. 괜히 너희들만 또 걱정 끼쳤네.”그 말에 박민정은 그녀를 꼭 안아줬다.“아무 일도 없어서 다행이에요.”정수미는 원래 품 안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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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5화

두 사람의 애틋한 모습에 한서진은 또다시 우현민이 떠올랐다.그들과 마찬가지고 한서진도 한때는 금실이 좋다고 소문났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 사이가 점점 소원해졌다.거기에 한씨 가문마저 일이 생기는 바람에 우현민은 더욱 냉담하게 그녀를 대했다.그러다가 문득 유남준과 같은 남자한테 시집갔더라면 지금처럼 살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이때, 박민정이 어느새 한서진 앞에 다가와 물었다.“한서진 씨, 여기는 또 무슨 일로 오셨을까요?”순간 주변에 있는 사람들 때문에 여기서 말하기 창피한 것 같아 재빨리 박민정에게 말했다.“민정아, 우리 나가서 말하자.”박민정은 그녀의 말대로 밖으로 나갔다.밖에는 여전히 흰 눈이 흩날리고 날씨도 쌀쌀했는데 한서진은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한참 동안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민정아, 네가 그 백화점 주인이라면서? 날 이번 한 번만 도와주면 안 될까?”“뭘 도와줘요?”박민정은 못 알아들은 척 되물었다.“오늘 백화점에서 샀던 그 옷들 말이야. 돌아가서 입어보니까 막상 나한테 어울리지 않더라고. 그래서 혹시 좀 환불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해서 말이야.”한서진은 용기를 내서 겨우 말을 끝까지 내뱉었다.그러자 박민정이 답했다.“그건 저도 어려운데요? 아시다시피 이 옷들은 시장에서 파는 옷들과 다르잖아요. 그래서 일단 판매가 되면 저희도 다시 회수하거나 환불 처리가 불가능해요. 그리고 주로 부잣집 사모님들이 사 가는데 누군가가 입었던 옷을 다시 입는 게 께름칙하다고 생각하지 않겠어요?”한서진은 분명 박민정이 자기 부탁을 들어줄 줄 알았지만 보기 좋게 거절당했다.슬슬 화가 치밀어 올랐으나 집에 있는 가족들이 생각나 다시 꾹 참고 말했다.“그런데 진짜 나랑 안 어울려서...”“진짜 어울리지 않는 건가요, 아니면 다른 원인이 있는 건가요? 아까 옷을 고를 때 분명 저한테 모든 옷들이 다 자기 옷인 것처럼 딱 맞는다고 하셨잖아요. 그런데 갑자기 어울리지 않는다고요?”박민정은 그녀를 빤히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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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6화

그런줄도 모르고 한서진은 집에 도착하자마자 두 사람에게 좋은 소식을 알렸고 그제야 우현민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답했다.“이제부터는 민정 씨랑 사이좋게 지내. 나중에 우리 집이나 네 집에 제일 도움 될 사람이니까.”한서진도 그의 말이 맞는 것 같았다.비록 질투 나는 건 맞지만 오히려 지금보다 더 풍요롭게 살 수 있도록 박민정을 이용해 먹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했다.“네, 알겠어요.”한서진은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워 박민정의 연락처를 추가했다.그리고 가족 그룹에도 다시 그녀를 추가했다.그룹에 추가할 때는 사실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 없었기에 한서진은 그녀를 추가한 뒤 일부러 그룹에 한마디를 남겼다.[제가 오늘에야 민정이 연락처를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도 한 가족인데 민정이만 없는 게 마음에 걸려서 다시 추가했습니다.]이 시각의 박민정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이미 잠에 들었다.그러자 채팅 그룹 안의 사람들은 저마다 가식적으로 그녀를 반기기 시작했다.[웰컴, 웰컴!][민정이가 드디어 돌아왔네.][아무리 그래도 민정이는 우리 한씨 가문의 사람이나 마찬가지야...]사람들은 한마디씩 올리며 저마다 박민정이 한씨 가문의 사람이라고 했다.역시나 안 본 사이에 사람들이 다 물질적으로 변한 것 같았다.게다가 삼촌네 집 두 딸마저 잇달아 그녀에게 말했다.[민정 언니, 너무 보고 싶어요. 카톡 추가했는데 한번 봐주세요.]그제야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박민정의 카톡을 개인적으로 추가하기 시작했다.일단 추가해 두고 나중에 무슨 일이 벌어지면 제일 먼저 박민정에게 부탁해 보려는 심산이다.이튿날 아침, 박민정이 깨나자마자 핸드폰을 확인해 보니 메시지가 99+로 가득 쌓여있었다.그리고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한 후에야 박민정은 한서진의 뻔뻔스러움에 다시 한번 놀라게 되었다.한씨 가문의 사람들도 어이없기는 마찬가지였다.이렇게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박민정은 여태껏 한수민 외에 다른 친척들과는 아무런 연락도 해본 적이 없었다.박민정이 연락하기 싫어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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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7화

그러나 박민정은 메시지를 보고도 답장하지 않았다.한편, 한서진은 박민정의 답장만 오매불망 기다리다가 아무 답장이 없자 점점 불안해지기 시작했다.“왜 아무 답장도 없지? 바쁜가?”그러나 저녁까지 기다려도 너무 조용해서 중간에 몇 개의 메시지를 더 보냈는데 십 분이 지나도, 한 시간이 흘러도 역시나 핸드폰은 감감무소식이었다.한서진은 조급한 마음에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었다.박민정은 핸드폰이 울리자마자 못 본 척하고는 진서연을 불렀다.“서연아, 그 브랜드 사장 불러와.”그러자 진서연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에게 되물었다.“보스, 설마 그 여자를 도와주려는 건 아니겠죠?”그러자 박민정이 싱긋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그건 아닌데 너무 티를 내면 안 될 것 같아서. 그리고 만약을 대비해 브랜드 사장님께 나랑 한서진 씨는 아무 사이도 아니니까 냉정하게 판단하라고 전해.”“알겠습니다.”진서연은 대답하자마자 사무실 밖으로 나갔다.그리고 한참 후에야 한서진에게 전화를 걸었다.통화음이 몇 번 걸리지도 않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한서진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민정아, 드디어 너랑 통화가 되었네.”“죄송해요. 오늘 너무 바빠서 이제야 메시지 확인했거든요.”“아니야, 괜찮아. 그런데 내가 부탁했던 일은 해결되었어?”한서진이 조심스럽게 묻자 박민정은 머뭇거리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브랜드 사장님께 말씀드렸더니 그쪽에서도 지금 환불해 드리면 다시는 판매하지 못하기에 손해가 너무 크다고 엄청 난감해하더라고요.”“뭐?”한서진은 심장이 바닥으로 내려앉는 것 같았다.박민정에게 부탁했으니 무조건 순조롭게 해결되리라 생각했는데...“민정아, 진짜로 안 되는 거야?”박민정은 느긋하게 창밖의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아예 안 되는 건 아니랬어요. 옷을 다시 가져오시면 사장님께서 한번 확인한 뒤에 부분 할인이 가능하다고 말씀하셨거든요.”“그래? 너무 다행이다. 지금 바로 가져갈게.”한서진은 고맙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전화를 끊자마자 옷을 가지고 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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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8화

“됐으니까 일단 먼저 옷부터 확인할게요.”안정혁은 말을 마친 뒤 다시 한서진을 째려보았다.“솔직히 저도 박 대표님 체면을 고려해서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거지, 아니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한서진은 오늘처럼 창피했던 적이 없는 것 같지만 그래도 고개를 끄덕여야 했다.“네, 알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릴게요.”그리고 쓸데없는 자존심을 부린 자기 행동이 너무 후회스러웠다.애초에 그냥 박민정이 이 옷들을 사게 내버려뒀으면 아무런 일도 없었을 텐데 말이다.안정혁은 한서진이 갖고 온 옷들을 하나씩 확인해 보다가 문득 그녀에게 물었다.“저희 가게 옷들은 전부 맞춤 제작이고 옷감의 품질 등은 모두 최상급입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이런 명품들은 보통 한 번만 착용할 수 있거든요.”안정혁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혹시 집에 가서 입어보셨을까요?”한서진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사실 집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입어보고 사진 찍어 SNS에 올리기까지 했기 때문이다.“그럴 리가요. 어차피 환불할 옷들을 왜 입어 보겠어요?”한서진의 뻔뻔한 거짓말에 안정혁은 순간 핸드폰을 꺼내 무언가를 열심히 찾다가 그녀에게 보여줬다.“이거 그쪽이 직접 올린 사진이 아닌가요? 다른 사람이 캡처해서 블로그에 올린 걸 제가 오늘 봤는데요?”순간 한서진은 온몸이 굳어버린 채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그러자 안정혁이 다시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었다.“원래 환불해 드리려고 했습니다. 박 대표님께서 직접 부탁도 하셨고, 저희로서는 대표님 체면도 고려해 줘야 하는 거잖아요. 그러나 우리 브랜드에서만 단독 판매하던 제품을 착용해 본 것도 모자라, 이렇게 인터넷에 공개하고 또 환불하겠다고 하시면 과연 사 가는 사람이 있을까요? 저희는 또 가게의 이미지를 고려해서 더 이상 판매하지 않을 텐데 그 손해는 어떻게 책임질 건가요?”말을 마친 뒤 안정혁은 옷을 다시 한서진에게 넘겼다.“죄송하지만 이것들은 환불해 드릴 수 없습니다.”한서진은 자랑하려고 인터넷에 올렸던 행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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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09화

역시나 한서진은 옷을 그대로 집에 가져갔다가 남편과 시어머니한테 된통 욕먹고 친정집으로 쫓겨났다.그러면서 시어머니는 독한 말도 서슴없이 내뱉었다.“당장 이 옷값을 물어내지 못하면 우리 집에 다시 올 필요도 없으니까 알아서 해!”그러나 한서진은 친정집에 가서도 아버지한테 꾸중을 들어야 했다.만약 집에 아들들이 있었다면 여기에 오기도 힘들었을 것이다.한서진이 간절하게 애원했다.“나도 많이 반성하고 있으니까 어디서 10억만 구해다 줄 수 없어요?”“10억이 어느 집 개 이름인 줄 알아? 그리고 돈 벌기가 어디 그리 쉬워? 네 고모가 아직 살아계셨으면 좀 수월할지 몰라도.”어머니인 강연자는 그제야 한수민이 그리워졌다.“민정이는 지금 우리 한씨 가문이 어떻게 되든 아무 관심이 없는 것 같아. 수민 씨가 살아있을 때가 좋았는데.”한수민이 박씨 가문으로 시집가서부터 한씨 집안도 점점 부유해졌는데 강연자는 그 시절이 너무 행복했었다.그러자 한서진이 입을 삐쭉거리며 답했다.“몇 년 동안 우리 집에서도 박씨 가문의 돈을 엄청 많이 썼는데 왜 지금은 고작 10억도 안 주려고 하는 거죠?”“그건 네 아버지가 너무 쓸모없고 돈을 관리할 줄 몰라서 그래. 그리고 네 할머니도 얼마 전에 우리를 속여서 그 돈을 전부 민호 그놈한테 전부 줘버렸잖아. 그런다고 민호가 그 돈을 유용하게 쓸 인간도 아닌데.”강연자는 박민호와 김말숙의 얘기가 나오자 화가 슬슬 올라왔다.이 시각, 김말숙은 여전히 호텔에 머물고 있었는데 이제 그만 자기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서 두 아들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누구도 그녀를 데려가려 하지 않았다.“불효막심한 것들, 만약 우리 딸이 아직 살아 있었으면 내가 이런 수모를 겪을 일도 없었을 텐데!”김말숙은 오늘따라 한수민이 더욱 그리워졌다.그러나 지금으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생각나지 않아 어쩔 수 없이 계속 지엔 그룹의 로비에 쭈그리고 앉아 박민정을 기다려야 했다.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많은 직원들이 오가며 그녀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진서연도 김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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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010화

“그래, 저 비서분의 말이 맞아. 그래서 내가 지금 너무 후회돼.”김말숙은 한껏 미안한 얼굴로 말했지만 박민정은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설마 사과 한마디로 지금 지엔 그룹의 손실을 무마하려는 건 아니시죠?”“손실? 무슨 손실?”그러자 진서연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저기요? 저번에 그쪽이 저희 대표님께 배은망덕한 손녀의 이미지를 뒤집어씌운 바람에 지엔 그룹의 주가가 거의 2조 가까이 날아갔는데, 이건 어떻게 배상할 건가요?”“2... 조?”김말숙은 순간 깜짝 놀라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그럴 리가?”“제 말이 믿기 힘들면 집에 가서 두 아드님한테 물어보세요. 그분들도 모르는 일이라고 하면 변호사한테 여쭤보시면 됩니다. 저희 대표님께서는 그쪽이 연세가 많은 걸 고려해서 법원에 고소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매일 우리 회사에 찾아오시면 또 저희를 모함하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지 않겠어요?”고소라는 두 글자에 김말숙의 얼굴이 순간 창백해졌다.“그럴 의도는 전혀 없었어. 난 그저 민정이 얼굴을 직접 보고 사과하고 싶었을 뿐이야.”김말숙의 모습을 본 진서연과 박민정은 서로 눈빛을 주고받은 뒤, 지금이 기회인 것 같아 빠르게 계약서 한 장을 그녀에게 내밀었다.“만약 김말숙 씨가 감옥에 가는 것도 싫고, 두 아들의 회사도 더 이상 아무 문제가 생기지 않기를 원한다면 여기에 사인하시면 되겠습니다.”그러자 김말숙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되물었다.“무슨 계약서인데요?”“이제 저희 대표님과 영원히 관계를 끊겠다는 계약서요. 한씨 가문과는 이제부터 아무 관계도 아니고 또한 앞으로 한씨 가문에서는 박씨 가문에 금전적인 요구를 절대로 하지 않겠다는 내용입니다.”“만약 이 계약을 어기게 되면 어마어마한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내용도 기재되어 있는데 한번 확인해 주세요.”이 계약서는 박민정이 직접 전문가에게 의뢰해서 작성한 내용들이다.이렇게 확실하게 해야 나중에 탈이 없을 것 같았다.한씨 가문의 사람들이 어떤지 박민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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