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유남준의 최종 선택은 욕실로 가서 찬물샤워를 하는 것이다.요즘 어떻게 된 일인지 모르겠지만 때로는 저도 모르게 박민정을 보호하려고 하는 것 같았다.“남준 씨.”갑자기 귓가에 박민정이 자신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다급히 샤워기를 끄자 그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빌어먹을, 이제 환청도 들려?”짜증이 난 유남준이 재빨리 샤워를 마치고 침대에 누웠다.요즘에는 머리도 더 이상 아프지 않았다. 하지만 서다희와 다른 사람들이 말해준 요 몇 년 동안의 기억은 대체 왜 아무리 노력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지 모르겠다.유남준은 잠이 오지 않아 핸드폰을 켜고 박민정에게 전화를 걸지 말지 망설였다.그런데 그때, 마침 전화 한 통이 걸려왔고 음성 알림을 들어보니 발신자는 박윤우였다.“아빠.”전화를 받자마자 흥분한 목소리로 그를 부르는 박윤우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응.”유남준은 이제 박윤우의 호칭에 완전히 익숙해져 있었다.“엄마도 빨리 와서 아빠한테 인사해.”박윤우가 박민정의 곁으로 가 그녀를 끌어당기며 말을 걸었다.결국, 박민정은 박윤우의 성화에 못 이겨 마지못해 헛기침을 두 번 하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남준 씨, 좋은 밤이에요.”유남준 씨?박윤우도 비로소 이 호칭이 어딘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챘다.“엄마, 우리 반 친구들 엄마는 다 남편을 여보라고 부르는데 엄마는 왜 아직도 아빠를 이름으로 불러? 엄마도 빨리 여보라고 해.”그것도 모자라 박윤우가 몇 마디 거들었다.“이름을 부르는 건 예의가 아니지. TV에서도 싸울 때만 상대방의 이름을 부른단 말이야.”박민정은 조금 어이가 없었다.대체 평소에 뭘 보고 다니기에 이런 걸 배운단 말인가.“윤우야, 나와 윤우 아빠는 이제 노부부니까...”박민정이 원래 하고 싶었던 말은 그녀와 유남준은 결혼한 지 이미 오래되었고 노부부는 남편에게 그렇게 오글거리는 호칭을 붙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었다.하지만 그녀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박윤우가 갑자기 말을 꺼냈다.“알았다.”“응?”“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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