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아는 봉현수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울먹이며 말했다.“저 그냥 예솔 씨랑 말 몇 마디 했을 뿐이에요. 임신에 대해 물어봤는데 자기 뱃속에 아기 있다고 날 밀어버려서... 그래서 계단에서 구르고 말았어요. 다리가 너무 아파요...”“현수 오빠, 저 다리도 다쳤고요, 얼굴도 예솔 씨가 때려서 이렇게 부었어요...”봉현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계단 끝에 서 있는 지예솔을 차갑게 바라볼 뿐이었다.지예솔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그래요, 내가 때렸고 내가 밀었어요. 경찰서에 신고하든지요.”그녀는 이미 임신한 지 다섯 달이 되어 배가 제법 불러 있었다. 계단 위에 외로이 서 있는 모습은 어쩐지 쓸쓸하고 가냘프기까지 했다.하지만 그녀의 등은 꼿꼿하게 펴져 있었고, 그 모습이 봉현수의 눈엔 차라리 꺾어버리고 싶을 만큼 완강하게 느껴졌다.그는 그녀가 두 번 다시 떠날 생각을 못 하도록 곧은 등을 꺾어버리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눈동자 속 어둠이 짙게 일렁였다. 막 계단에 올라서려던 찰나 주연아가 다시 울먹이며 말했다.“현수 오빠, 예솔 씨를 탓하지 마세요. 다 제 잘못이에요. 예솔 씨가 오빠를 정말 미워하고 봉씨 가문이 싫어서 애를 지우고 떠나고 싶다고 하는 걸 듣고는 예솔 씨를 말렸거든요. 근데 제가 말을 잘못했나 봐요. 그래서 예솔 씨가 화가 나서 절 때렸을 거예요”“정말 다 제 잘못이에요, 예솔 씨를 탓하지 말아요.”봉현수는 낯빛을 바꾸며 형형한 눈빛으로 지예솔을 바라봤다. “애를 지우려 했다고?”지예솔은 차가운 눈길로 주연아를 한번 쏘아보더니 봉현수를 향해 시선을 옮겼다.“현수 씨, 당신 이제 곧 약혼하잖아요. 그런데 내가 이 아이를 왜 지켜야 하죠? 태어나자마자 사생아로 낙인찍히게 하라고요?”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주연아를 향해 쏘아붙였다.“그리고 주연아 씨, 우리 그렇게 가까운 사이 아니잖아요? 그러니까 나보다 나이 많으면서도 가련한 척 굴지 말아요, 역겨우니까.”봉현수가 가장 싫어하는 건 그녀의 무심한 얼굴이었다. 마치 그가 무
Baca selengkapny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