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에 서 있던 안시현이 바로 친자확인서를 정연석 앞에 내놓으면서 말했다.“정 대표님, 똑똑히 보세요. 이건 저희 사모님과 작은 도련님의 친자확인서예요. 둘은 모자 관계가 성립되었고 절대 가짜일 수 없어요. 부탁이지만 더는 사모님을 찾아오는 일이 없도록 하셨으면 좋겠어요.”정연석은 떨리는 두 손으로 친자확인서를 받아 들고는 빠르게 맨 마지막 페이지로 넘겼다.마지막 줄에 있는 몇 자의 빨간 글씨가 눈에 들어오자 정연석은 갑자기 피를 토하며 말했다.“아니야, 난 절대 안 믿어.”이 순간 그는 봉현수한테 완전히 패배당했다.정연석은 천번 만번 여러 방면으로 생각했어도 봉현수가 이 정도로 미친 짓을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라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지예솔을 위해서라면 봉현수는 무슨 일이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고 설령 위험이 있는 일이라도 목숨을 바쳐서까지 해낼 수 있는 사람이었다.이제부터 지예솔이 가장 신경 쓰는 가족애는 지현우를 잃은 후 이 아이로 채워질 것이고 그녀의 미래는 자신과 무관할 것으로 생각되었다.그때 지예솔은 아기의 울음소리를 듣고 바로 일어서더니 비틀거리며 침실로 들어갔다.그녀가 아이를 안고 있을 때 봉현수도 두 모자를 꼭 껴안더니 정연석의 시선에서 멀어지며 호텔을 떠났다.봉현수는 지예솔을 데리고 예전에 학교 부근에 샀던 별장으로 들어갔다.그곳에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을 때의 추억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이 별장은 지금 보면 육아센터와 흡사했다.집사와 도우미가 모두 잘 안배되어 있었고 아기방도 크고 편안했으며 안방 옆에 배치되어 있었다.온 방 안에 놓여 있는 유아용품은 은은한 우유 향을 풍기며 지예솔의 공허했던 마음을 조금씩 채워주는 듯했다.비록 아이가 옆에 있지만 지예솔은 자주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며 넋을 잃곤 했다.다만 눈빛이 매우 부드러워졌고 아이가 칭얼대는 소리만 들으면 다시 정신을 차리고 아이를 돌보았다.지예솔은 정신적 치료에 적극 협조하여 음식도 조금씩 먹기 시작하더니 창백했던 얼굴에 혈색이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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