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밤 봉현수는 일부러 깨끗하게 샤워까지 하고 가장 마음에 드는 옷으로 갈아입더니 머리도 멋있게 정리한 후 아이가 잠든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럽게 지예솔의 방으로 들어갔다.지예솔은 차가운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했다.“여긴 왜 들어와요? 서로 방해하지 않는다고 하지 않았어요?”봉현수는 지예솔의 냉정한 표정을 보며 마음이 아팠고 문 앞에 서서 감히 들어가지도 못했다.그는 한참을 지나서야 낮은 소리로 말했다.“우리 오랫동안 같은 방에 못 있었잖아. 여보, 아이도 이젠 잠들었는데 내가 조금만 곁에 있어 줄게.”지예솔은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저 혼자라도 너무 좋으니까 그럴 필요까진 없어요. 그리고 저를 여보라 부르지 마세요. 혼인신고도 안 했는데 제가 왜 여보에요?”봉현수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며 말했다.“솔아, 우리 아이도 이젠 이렇게 컸는데 그렇게까진 말하지 말아줘.”지예솔은 냉정하게 웃으며 말했다.“이 아이가 어떻게 생긴 것인지 당신이 더 잘 알 거 아니에요. 당신 스스로 결정했고 저랑 상의도 하지 않았잖아요. 저의 의견을 한 번이라도 존중해 준 적이 있어요?”봉현수는 슬픔이 가득 찬 눈빛으로 그녀의 침대 옆으로 다가가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그땐 나도 어쩔 수 없었잖아. 만약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넌 분명히 정연석한테 갔을 거잖아. 다른 방법이 없었어. 그리고 아이도 너무 귀엽잖아, 안 가졌으면 어쩔 뻔했어.”아이 얘기가 나오자 지예솔의 눈빛은 조금 부드러워졌지만 봉현수한테만은 여전히 차가운 표정이었다.봉현수가 창가 쪽으로 다가가서 커튼을 열자 눈 오는 풍경이 한눈에 안겨 왔다.그는 밖의 익숙한 풍경을 보면서 예전에 두 사람이 서로 사랑할 때 눈이 오면 몰래 이곳에 와서 밤새 함께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그때 두 사람은 함께 마트에 가서 여러 가지 채소를 사 들고 와서는 샤부샤부도 해 먹곤 했었다.두 사람은 거실 창가 쪽에 앉아 오래도록 먹으며 먹다가 뽀뽀도 하고 하며 서로 애틋했고 다 먹고 난 뒤 지예솔은 봉현수의 품에 안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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