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 Chapter 1501 - Chapter 1510

All Chapters of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Chapter 1501 - Chapter 1510

1595 Chapters

제1501화

“도련님과 저, 그리고 형준 씨는 어릴 때부터 같이 본 사이이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도련님이 제일 잘 알겠죠.”송지원은 인상을 팍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이만 가보세요.”그러자 강연희는 아쉬운 얼굴로 마지못해 발걸음을 뗐다.강연희가 집을 나서자 임정아가 꾹 참고 있던 걸 터뜨리듯 말했다.“그렇게 아쉬워요? 차라리 직접 데려다주지 그랬어요? 내가 물가로 밀어 빠뜨린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요? 막 마음이 아파요?”송지원은 임정아가 찍은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표정을 굳혔다.최근 몇 해 동안 임정아는 송씨 가문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송지원조차 자주 들르지 못했다. 임정아의 성격상 가족들에게 예쁨을 받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줄은 미처 몰랐다.그리고 오늘 송지원은 자신이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맞닥뜨렸다.본인이 그나마 믿고 따랐던 집안 어른이 도우미를 시켜 임정아를 구타하려 했다.송창명이 말한 가문의 법도대로 엄벌을 내린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송지원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할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다시 누군가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었다. 비록 그 뒤로 할아버지는 물론, 부모님도 회사 일에 바빠 가문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말이다.그러니 이미 버려진 가문의 법도가 되살아나고 있는 걸 알지 못했다.송지원도 어렸을 적엔 가문의 법도에 따라 캄캄한 방에 갇혀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뭇매를 맞는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그 회초리가 얼마나 매섭던지 몇 번 휘두르기만 해도 살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다.연약한 임정아가 그 처벌을 받았다면... 그 생각만 해도 송지원은 화가 솟구쳤다.본인이 집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벌였으니 집을 비웠다면 정말 무슨 사달이 났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송지원이 고개를 번쩍 들어 임정아를 향해 물었다.“전에도 너한테 이렇게 한 적 있어?”임정아는 냉소를 터뜨렸다.“본인 가족이 어떤 사람
Read more

제1502화

송지원은 말문이 막혔고 크게 숨을 들이쉬며 분노를 삭였다.“연희 씨는 형네 기사 아저씨 딸이야. 그런데 어떻게 어렸을 때부터 같이 큰 사이겠어? 어릴 때도 난 집을 자주 비웠고 너와 결혼하고 난 뒤에나 종종 들린다는 걸 알잖아.”임정아는 여전히 차가운 미소를 짓고 있었다. 머릿속엔 며칠 전 강연희가 몰래 송지원을 뒤로 끌어안던 장면과 방금 송지원이 자신을 쳐다보던 차가운 시선만 맴돌았다.답이 없는 말다툼에 지친 임정아는 더 이상 말을 섞기도 싫어 몸을 돌려 위층으로 올라갔다.멀어져가는 임정아의 뒷모습이 평소보다도 말라 보이고 늘 밝던 모습과 딴판으로 느껴져 송지원은 마음이 아팠다. 그래서 바로 그 뒤를 따르려는데 집사가 찾아왔다.“도련님, 방금 어르신께서 사실을 전해 듣고 도련님을 모셔 오시라고 합니다.”송지원은 고개를 돌려 집사에게 물었다.“내가 집을 비운 몇 해 동안 집안 사람들이 늘 정아에게 이런 식으로 대했나요?”“가끔 트러블이 생기긴 했지만 오늘처럼 일이 크게 번진 건 처음입니다. 과거엔 정아 씨가 도련님과 어르신 입장을 고려해 늘 꾹 참고 지냈습니다.”송지원은 말없이 주먹을 꽉 쥐었다.“그래서 법도대로 처벌을 내린 적도 있단 말이네요?”집사는 잠시 멈칫하다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네. 한두 번 정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고작 반나절을 가뒀을 뿐 큰일은 생기지 않았습니다. 정아 씨가 어떤 분이신지 도련님도 잘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허튼소리 마세요!”송지원이 표정을 확 굳혔다.“정아가 어떤 사람인데요? 부모를 잃고 송씨 가문에서 지내며 그 성격 하나로 버틴 거지 않습니까? 정아가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진작 괴롭힘에 무너졌을 텐데 다시 정아를 모욕하는 말을 입에 올린다면 이 가문에서 쫓겨날 각오 하세요!”집사는 송씨 가문에서 벌써 40년 가까이 근무했는데 송지원이 이토록 크게 화를 내는 건 처음 목격해 깜짝 놀라버렸다.“네네. 다시 입에 올리지 않겠습니다.”“성격이 강한 편이긴 해도 내가 좋다는데, 누가 감히 정아의 성
Read more

제1503화

“내가 티 나게 정아를 챙겨줄 수는 없지 않으냐? 창명이도 내 아들이고 형준이를 잃었으니 내가 너무 억압할 수는 없어.”“이젠 나도 늙어서 쓸모가 없구나. 손자들의 다툼을 해결해 주지도 못하고 말이야.”“앞으로 무슨 일이 생긴다면 넌 반드시 네 아내 편을 들어줘야 해. 부모도 잃고 남은 가족들도 그리되어버렸으니 송씨 가문을 떠나면 정아가 정말 살아가기 힘들어질 거야.”할아버지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말을 이었다.“그해 정아의 아버지 사건이 꽤 떠들썩했잖아. 지금 그 우두머리가 키우던 녀석이 정아 가족을 찾아 모조리 죽여버리겠다고 날뛰고 있는 모양이야.”“나도 이런 일이 생길까 걱정되어 정아에게 새로운 신분을 찾아주고 몇 년 동안 꽁꽁 숨겨뒀는데 끝난 줄 알았는데 아직 끝이 아닌 모양이야.”“지원아, 정아의 부모님은 모두 정의롭게 희생되었으니 네가 두 분을 대신해 잘 지켜줘야 한단다. 이건 우리 가문과 나라가 정아에게 빚진 거란다.”“그래서 군대에서 더 승승장구할 수 있는 네가 정아를 위해 전역한다 했을 때 말리지 않았던 거야.”송지원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제가 잘 챙겨줄게요.”할아버지는 또 한숨을 푹 내쉬었다.“최근 몇 년 동안 네가 정아에게 거리를 두는 이유가 뭔지 나도 잘 알고 있어. 아들을 잃은 네 큰아버지가 슬픔에 눈멀어 정아의 신분을 유출할까 봐 그러는 거겠지. 그래서 그쪽으로 신경을 돌리는 바람에 정아와 아이를 가질 여유도 없는 것 아니겠느냐?”“하지만 시간이 꽤 지나기도 했고 인아 그 아이도 이제 꽤 컸으니 너희들도 서둘러 아이 생각을 하거라. 이러다가 네 자식을 보지도 못하고 눈을 감을까 걱정이구나.”“그런 말 마세요. 할아버지는 오래오래 건강하게 제 곁에 있을 거예요.”그때, 할아버지가 표정을 굳히더니 이렇게 말했다.“오늘 창명이한테 10% 지분밖에 넘겨주지 않았으니 속이 많이 상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한 건 사실 또 다른 이유가 있어.”“넌 이미 60% 지분이 있고 정아의 5% 지분까지 더하면 앞으로 후환은
Read more

제1504화

그 말에 할아버지는 서둘러 송지원을 내보냈다.“어서 가봐. 정아 그 아이, 보기엔 털털해도 속이 말이 아닐 거야. 아까 그 수모를 당했으니 네가 먼저 달래줘.”“제가 알아서 잘할 테니 할아버지는 걱정하지 마세요.”“참, 저녁 식사 때 했던 얘기 잊지 말 거라. 강후 그 녀석더러 가족들 데리고 수황도로 놀러오게 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게 좋아.”송지원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밖은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 송지원의 옷을 흠뻑 젖게 했다.집 근처에 오자 도우미가 송지원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달려오며 말했다.“도련님, 드디어 오셨네요. 정아 씨가 복통을 호소해서 의원님을 불러왔는데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계세요. 게다가 이 큰비를 뚫고 외출하겠다 하시는데 저희도 어쩔 방법이 없어요.”송지원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으니 이만 다른 일 보세요.”그리고 집사가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옷을 새로 갈아입은 뒤에 방으로 향했다.위층으로 올라가자 여러 도우미가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고 의사도 약상자를 든 채로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었다.송지원을 발견하고 의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도련님 오셨어요? 정아 씨는 아직도 진료받는 걸 참 싫어하시네요. 매번 저만 보면 쫓아내려 하세요.”송지원은 예의를 차려 말했다.“수고가 많으세요. 아마 오랜 시간 다이어트로 위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제가 먼저 들어가서 볼 게요.”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방 안으로 들어갔다.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임정아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는 것이었다.송지원을 발견한 임정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사람 시켜 문은 왜 막아요? 내가 범죄자예요? 인신 자유도 다 뺏겨버렸냐고요! 송씨 가문이 언제부터 사람을 가둬두는 곳이 됐죠?”송지원은 테이블 위로 둔 음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 모두 임정아가 좋아하던 음식으로 준비했는데 말이
Read more

제1505화

“이혼하기로 한 마당에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게 불만이면 나긋나긋한 강연희 찾아가요. 난 그렇게 가증스러운 연기 못하니까.”임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송지원을 힘껏 밀어냈다.“문밖에 도우미들 다 내보내요. 나갈 거니까 막지 말라고요.”송지원은 임정아의 손목을 잡아당겨 제 품에 안기게 했다.“여기가 네 집인데 어딜 가려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임정아는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었으나 190이 넘는 송지원의 품에 쏙 안겼다.너무 오랜만에 안긴 임정아는 송지원의 품이 너무 낯설었다.과거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안정해지는 것도 잠시, 임정아는 저도 모르게 송지원의 품을 더 갈구할 것 같아 기분이 비참해졌다. 그래서 격하게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렸다.“이거 놔요!”송지원은 여전히 임정아를 꼭 껴안고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 채로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아야, 그만 화내. 나 너무 속상하단 말이야.”“너도 알잖아. 나한텐 너밖에 없다는 걸.”임정아는 송지원의 진심이 느껴졌으나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실망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떠나고자 마음먹은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햇수로 벌써 7년, 임정아는 7년 동안 수없이 실망하고 다시 기대하며 곪아갔고 아주 가끔 찾아오는 애정에 점점 시들어갔다.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16살의 짝사랑과 18살의 풋사랑, 그렇게 결혼하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결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18살부터 21살까지 딱 3년 만에 행복은 끝나버렸다.그 3년 동안 송씨 가문에서 지내며 트러블도 가끔 있었지만 송지원과 할아버지 덕에 괴롭힘을 당해도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었고 부모를 잃은 슬픔도 한결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래서 하느님이 그동안의 고통을 알아 봐주고 상을 내려 준거라 착각했다.그러나 21살이던 그해,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모든 행운과 행복을 뺏겨버렸다.임정아는 자신을 의심하고 실망하던 송지원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화재는 임정아의 행복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Read more

제1506화

송지원이 거대한 몸집으로 자신을 짓누르자 임정아는 깜짝 놀라 밀어내기 급급했다.“싫어요! 나 아프다고요! 저리 가요!”송지원은 작게 숨을 헐떡였고, 변함없이 아름다운 임정아의 얼굴을 보며 낮은 소리로 말했다.“내 아내로서 응당 감당해야 할 일이야.”그리고 강압적으로 임정아의 입을 맞췄고 손은 서서히 임정아의 허리로 올라왔다.임정아는 지금 이 상황이 장난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늘 진중하던 송지원은 잠자리도 늘 임정아를 배려하며 가졌다. 그래서 오늘처럼 강하게 나오는 모습에 임정아는 더럭 겁이 났다.“싫어요! 이 손 놔요! 안 돼요!”임정아는 있는 힘껏 송지원을 밀어냈지만 체급 차이와 또 군인 출신이던 송지원을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서서히 치마 안으로 들어가려는 손길에 임정아는 몸을 버둥거리다가 탁자에 놓인 텀블러를 손에 잡았다.그리고 저도 모르게 그 텀블러를 힘껏 송지원의 머리를 향해 내리쳤다.안에 담긴 뜨거운 물이 송지원의 머리를 타고 목까지 흘러내렸고 이불까지 흠뻑 젖어버렸다.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두 사람 모두 깜짝 놀라버렸다.그러다가 바닥에 떨어진 텀블러가 둔탁한 소리를 내며 굴러가자 드디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임정아는 더 이상 고민할 시간도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정리하고 미친 듯이 안방 밖으로 달려 나갔다.송지원은 바닥에 떨어진 텀블러와 자신의 턱을 타고 흐르는 물방울을 보며 말없이 생각에 잠겼다.그전까지만 해도 임정아가 단순히 화풀이하는 거로 생각했지만 지금 보니 임정아는 진심인 모양이었다.함께 한 오랜 세월 동안 임정아가 처음으로 무언가를 들어 자신에게 휘둘렀다. 과거의 임정아는 송지원이 가벼운 감기에 걸려도 당황해서 어쩔 바를 몰랐는데 오늘엔 자신을 진심으로 내리치려 했다...송지원은 심장이 도려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정아가 정말 날 버리려나 봐.’임정아는 도망가는 내내 온몸이 덜덜 떨렸다.사실 임정아는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었다. 그저 송지원이 강행하다가 뱃속의 아이를 다치게 할까 봐 걱정되
Read more

제1507화

“걱정이 돼서 왔는데 내가 온 게 실수인가요?”임정아는 예천우와 말다툼할 여유가 없었고 덤덤하게 대답했다.“사람이 없는 곳에서 기다려. 진찰받는데 네가 따라가면 이상해져.”예천우는 어깨를 으쓱거리고 사람이 없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윤정희는 임정아를 부축해 산부인과로 향했다.의사는 태아는 아주 건강하고 복통은 단순한 위경련이었다고 말하자 윤정희는 깜짝 놀라 입을 다물지 못했다.“너, 너 임신했어?”임정아는 드디어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응. 이 아이 낳으려고.”윤정희는 잠시 뜸을 들이다가 말을 이었다.“그러면 너 일은...”“알아. 당분간 쉬어야겠지.”“지금 신인들이 치고 올라오는데 한동안 쉬다가 다시 돌아오면 지금 이 화제성 다시 없을지도 몰라. 비록 네 인기가 반쯤은 스캔들 덕이라 하지만 지금이 가장 화제성이 있는 거라는 걸 알지?”“1, 2년이 지나면...”윤정희는 뒷말을 잇지 않았지만 임정아는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임정아와 윤정희는 아주 오랫동안 같이 일했고 윤정희가 임정아를 키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러니 임정아가 휴식 기간을 갖는다는 건 윤정희의 수입이 크게 토막이 날 것이며 엔터에도 큰 골치가 생길 것이다.임정아는 배를 어루만지며 말했다.“그래도 이미 결정했어. 정희 언니, 몇 년 동안 나 너무 힘들었거든.”“나 가족도 없이 많이 외로워했던 걸 언니도 알잖아. 그런데 이 아이가 찾아와서 내 삶은 아직 의미가 있다는 걸 알게 됐어.”“비록 아이의 존재를 안 지 얼마 되지 않았고 남자아이인지 여자아이인지도 모르지만, 끈끈한 애정이 느껴져. 내 뱃속에서 조금씩 커가는 게 너무 생생해. 정희 언니, 난 이 아이가 필요해.”윤정희는 말없이 미소를 짓다가 임정아의 손을 잡았다.“그 기분 나도 알아. 과거에 나도 아이가 생겼지만 일 때문에 아이를 지웠지. 하느님이 그 벌로 다시 아이를 가지지 못하게 했지만 말이야. 그러니 네가 정말 그 결정을 한다면 난 널 응원할게.”임정아의 표정이 순식간에 밝아졌다.
Read more

제1508화

임정아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고민하다가 윤정희에게 말했다.“정희 언니, 임신 사실은 잠시 비밀로 해줘요. 아직 다른 사람에게 공개할 생각 없어요.”윤정희는 깜짝 놀라 물었다.“그래도 지원 씨가 아이 아빠인데 아예 아빠도 모르게 하려고?”임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고쳐 입으며 말했다.“정희 언니, 누가 물어보면 언니가 아파서 내가 같이 와줬다고 해요. 어차피 오늘 진료도 언니 이름으로 받은 거니까.”윤정희는 힘 빠진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진찰실을 나가 걸어가는데 송지원이 비에 홀딱 젖은 모습으로 멀지 않은 곳에 서 있었다. 송지원은 잔뜩 굳은 얼굴로 임정아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고 무표정으로 바라볼 때면 무언의 압박감이 느껴졌다.윤정희는 비록 나이는 좀 더 많았으나 저기압의 송지원에 저도 모르게 심장이 떨렸다.하지만 일하며 갈고 닦은 연기 실력으로 태연하게 대처했다.“지원 씨도 왔네요? 정아 데리러 온 거죠?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정아를 불러내 제 옆을 지키게 해서 죄송해요.”송지원은 윤정희 손에 들린 검진서를 힐끔 보며 말했다.“정희 씨가 검사받은 거예요? 이건 정희 씨 검진서고요?”윤정희는 검진서를 팔랑팔랑 흔들며 말했다.“네. 사실 저는 산부인과 검사를 받으러 왔고 정아는 복통으로 왔는데 우연히 마주친 거예요. 정아가 아프다는데 남편이 더 신경 써줬어야죠. 홀로 병원 오게 하면 어떡해요?”“요즘 무리하게 다이어트해서 장에 문제가 생겼다는데 전에 증상 발견 못 했어요?”송지원은 더 굳은 얼굴로 다가와 임정아의 창백한 얼굴을 쓰다듬었다.“또 장염인 거야?”임정아는 송지원의 손길을 피하려 고개를 반대편으로 돌렸다.“지원 씨와 상관없어요.”그리고 먼저 성큼성큼 밖으로 걸어갔다.송지원은 예천우를 발견하고 경계심 가득한 얼굴로 말했다.“저 사람은 왜 여기 있죠?”“저희 업무 때문인데 거기까진 묻지 마시죠?”윤정희의 대답에 송지원은 또 가치 돋친 시선으로 예천우를 바라보다가 임정아의 뒤를 따랐다.이번에도 송지원은
Read more

제1509화

송지원은 음식을 임정아 앞의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말했다.“막 만든 건데 먹기 좋게 식혀 왔어. 네 입맛대로 해봤는데 장에도 좋은 음식이라 먹기에 부담이 없을 거야.”임정아는 테이블 위를 힐끔 쳐다봤다. 확실히 본인 취향인 음식이고 언뜻 보아도 군침이 돌았다.그러나 송지원이 갑자기 선심을 쓴다는 생각에 임정아는 헛웃음을 나왔다.“굳이 나한테 잘 보이려고 애쓸 필요 없어요. 약속대로 할아버지가 돌아가시면 이혼할 거고 난 누구랑 다르게 약속한 대로 반드시 이행하는 사람이니까요.”가시 돋친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송지원이 모를 리가 없었다. 그래도 인내심을 가지고 임정아를 다독였다.“네가 아니면 내가 요리하는 일은 없을 거야. 일단 맛이라도 봐.”그러나 임정아는 강연희가 소셜 미디어에 올렸던 음식 사진을 기억하고 있었다. 반듯한 플레이팅이며 채소의 조합까지 송지원이 만든 것이 분명했다.예를 들면, 감자조림엔 꼭 꽈리고추를 넣고, 고추장찌개엔 청양고추랑 홍고추가 빠지지 않았다. 그리고 미역국에는 연근이나 율무도 함께 넣는 걸 좋아하고, 스테이크를 구울 땐 꼭 굵은 소금을 마지막에 톡톡 뿌렸다.송지원과 함께한 세월이 얼마인데 임정아가 그걸 기억하지 못할까? 그러니 강연희가 올린 사진 속 음식은 송지원이 만든 게 분명했다.하지만 임정아는 배가 살짝 고프기도 했고 뱃속의 아기가 아빠가 만든 음식을 한두 번 정도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다른 여자와 아이를 위해 음식도 만들어주는 남자인데 아내와 친자식이라고 먹지 못하는 법은 없지 않은가?그래서 임정아는 무표정으로 수저를 손에 들었다. 배가 많이 고팠던 탓인지 임정아는 조금 허겁지겁 죽을 비웠고 송지원은 다시 한 그릇을 더 내왔다.“천천히 먹어. 넉넉하게 했어.”임정아는 당연하다는 듯 새로 내온 음식까지 깨끗하게 비웠고 어느새 이마에 땀방울이 송송 맺혔다.이게 얼마 만에 느끼는 포만감인가? 맛있는 음식과 향기에 임정아는 괜스레 서러워져 눈물이 맺힐 것 같았다.그동안의 서러움과 실패한 결
Read more

제1510화

송지원은 임정아가 반쯤 남긴 음식으로 시선을 돌렸고 젓가락을 들어 맛을 보았다. 온도는 미지근했고 반찬은 조금 식은 것 같기도 했다.그런데 임정아는 대체 왜 울었던 걸까?뚝뚝 떨어지던 눈물과 빨개진 눈가만 떠올리면 송지원은 마음이 아팠다.답을 알 수가 없었던 송지원은 핸드폰을 꺼내 오래간만에 톡 방을 확인했다.자신의 고민을 털어놓으려 문자를 작성하는데 봉현수가 이미지를 보내왔다.초음파 사진이었다.[3개월이래. 내 딸이야.]한이준이 곧바로 답장했다.[말이 되는 소리를 해. 3개월에 성별을 어떻게 알아? 넌 딸 꿈도 꾸지 말고 아들이나 챙겨.]그러자 봉현수는 바로 발끈했다.[말조심해! 내가 딸이라면 딸인 거야!]그때, 유강후도 모습을 드러냈다.[이렇게 늦은 시간에 왜 소란이야? 아내랑 쉬는데 자꾸 귀찮게 할래?]평소에 자주 모습을 보이지 않던 한재민도 답장을 보내왔다.[축하해. 바라는 대로 됐네.][역시 재민이 형이야. 이준아, 네 형 반만 닮아봐.]그러자 한이준은 참지 못하고 또 한참 실랑이를 벌였다.송지원은 말없이 봉현수가 보내온 초음파 사진을 보다가 톡방을 나갔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가 메시지를 보내왔다.[왜 톡방을 나간 거야? 무슨 일 있어?][아무것도 아니야. 그냥 기분이 좀 별로라서.]송지원이 이런 말을 하는 건 처음이라 유강후는 한참 동안 고민하며 답장하지 못했다.[혹시 정아 씨랑 다퉜어?]송지원은 아주 짤막하게 답장했다.[그래.]이번엔 유강후의 답장이 아주 빨랐다.[유나가 그러는데 정아 씨 진작 너랑 헤어질 생각이었대. 네 형수 같은 사람 옆에 있으면 누가 안 미치고 살겠어? 넌 당해도 싸.]그 문자에 송지원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유강후가 또 문자를 보내왔다.[지금 네가 해야 하는 건 꾹 다물고 있던 입을 여는 거야. 부부 사이에 제일 금지되는 행동이 비밀을 만드는 거지. 그거 정서적 학대의 일종이라고. 넌 그런 실수 하지 마.][알겠어. 일찍 쉬어.]송지원은 유강후가
Read more
PREV
1
...
149150151152153
...
160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