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하기로 한 마당에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게 불만이면 나긋나긋한 강연희 찾아가요. 난 그렇게 가증스러운 연기 못하니까.”임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송지원을 힘껏 밀어냈다.“문밖에 도우미들 다 내보내요. 나갈 거니까 막지 말라고요.”송지원은 임정아의 손목을 잡아당겨 제 품에 안기게 했다.“여기가 네 집인데 어딜 가려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임정아는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었으나 190이 넘는 송지원의 품에 쏙 안겼다.너무 오랜만에 안긴 임정아는 송지원의 품이 너무 낯설었다.과거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안정해지는 것도 잠시, 임정아는 저도 모르게 송지원의 품을 더 갈구할 것 같아 기분이 비참해졌다. 그래서 격하게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렸다.“이거 놔요!”송지원은 여전히 임정아를 꼭 껴안고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 채로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아야, 그만 화내. 나 너무 속상하단 말이야.”“너도 알잖아. 나한텐 너밖에 없다는 걸.”임정아는 송지원의 진심이 느껴졌으나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실망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떠나고자 마음먹은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햇수로 벌써 7년, 임정아는 7년 동안 수없이 실망하고 다시 기대하며 곪아갔고 아주 가끔 찾아오는 애정에 점점 시들어갔다.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16살의 짝사랑과 18살의 풋사랑, 그렇게 결혼하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결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18살부터 21살까지 딱 3년 만에 행복은 끝나버렸다.그 3년 동안 송씨 가문에서 지내며 트러블도 가끔 있었지만 송지원과 할아버지 덕에 괴롭힘을 당해도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었고 부모를 잃은 슬픔도 한결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래서 하느님이 그동안의 고통을 알아 봐주고 상을 내려 준거라 착각했다.그러나 21살이던 그해,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모든 행운과 행복을 뺏겨버렸다.임정아는 자신을 의심하고 실망하던 송지원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화재는 임정아의 행복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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