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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04화

Author: 손이영
그 말에 할아버지는 서둘러 송지원을 내보냈다.

“어서 가봐. 정아 그 아이, 보기엔 털털해도 속이 말이 아닐 거야. 아까 그 수모를 당했으니 네가 먼저 달래줘.”

“제가 알아서 잘할 테니 할아버지는 걱정하지 마세요.”

“참, 저녁 식사 때 했던 얘기 잊지 말 거라. 강후 그 녀석더러 가족들 데리고 수황도로 놀러오게 해.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아이들이 북적거리는 게 좋아.”

송지원은 알겠다며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밖은 어느새 비가 추적추적 내리고 있었고 빗줄기가 점점 거세져 송지원의 옷을 흠뻑 젖게 했다.

집 근처에 오자 도우미가 송지원을 발견하고 허겁지겁 달려오며 말했다.

“도련님, 드디어 오셨네요. 정아 씨가 복통을 호소해서 의원님을 불러왔는데 방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막고 계세요. 게다가 이 큰비를 뚫고 외출하겠다 하시는데 저희도 어쩔 방법이 없어요.”

송지원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으니 이만 다른 일 보세요.”

그리고 집사가 건네준 수건으로 얼굴의 물기를 닦고 옷을 새로 갈아입은 뒤에 방으로 향했다.

위층으로 올라가자 여러 도우미가 문 앞을 서성이고 있었고 의사도 약상자를 든 채로 우두커니 기다리고 있었다.

송지원을 발견하고 의사는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도련님 오셨어요? 정아 씨는 아직도 진료받는 걸 참 싫어하시네요. 매번 저만 보면 쫓아내려 하세요.”

송지원은 예의를 차려 말했다.

“수고가 많으세요. 아마 오랜 시간 다이어트로 위가 안 좋은 것 같은데 제가 먼저 들어가서 볼 게요.”

그리고 바닥에 떨어진 베개를 주워 방 안으로 들어갔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건 임정아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침대 끝에 걸터앉아 있는 것이었다.

송지원을 발견한 임정아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사람 시켜 문은 왜 막아요? 내가 범죄자예요? 인신 자유도 다 뺏겨버렸냐고요! 송씨 가문이 언제부터 사람을 가둬두는 곳이 됐죠?”

송지원은 테이블 위로 둔 음식이 그대로 남아있는 걸 발견했다. 모두 임정아가 좋아하던 음식으로 준비했는데 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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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하기로 한 마당에 내가 무슨 말을 어떻게 하든 무슨 상관이에요? 그게 불만이면 나긋나긋한 강연희 찾아가요. 난 그렇게 가증스러운 연기 못하니까.”임정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송지원을 힘껏 밀어냈다.“문밖에 도우미들 다 내보내요. 나갈 거니까 막지 말라고요.”송지원은 임정아의 손목을 잡아당겨 제 품에 안기게 했다.“여기가 네 집인데 어딜 가려고. 이렇게 늦은 시간에.”임정아는 여자치고 키가 큰 편이었으나 190이 넘는 송지원의 품에 쏙 안겼다.너무 오랜만에 안긴 임정아는 송지원의 품이 너무 낯설었다.과거 기억이 떠올라 마음이 안정해지는 것도 잠시, 임정아는 저도 모르게 송지원의 품을 더 갈구할 것 같아 기분이 비참해졌다. 그래서 격하게 품에서 벗어나려 버둥거렸다.“이거 놔요!”송지원은 여전히 임정아를 꼭 껴안고 어깨에 머리를 파묻은 채로 낮은 소리로 말했다.“정아야, 그만 화내. 나 너무 속상하단 말이야.”“너도 알잖아. 나한텐 너밖에 없다는 걸.”임정아는 송지원의 진심이 느껴졌으나 너무 늦었다는 생각이 들었다.실망은 차곡차곡 쌓여갔고 떠나고자 마음먹은 것도 하루 이틀이 아니었다.햇수로 벌써 7년, 임정아는 7년 동안 수없이 실망하고 다시 기대하며 곪아갔고 아주 가끔 찾아오는 애정에 점점 시들어갔다.7년은 결코 짧은 시간이 아니었다.16살의 짝사랑과 18살의 풋사랑, 그렇게 결혼하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답니다는 결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18살부터 21살까지 딱 3년 만에 행복은 끝나버렸다.그 3년 동안 송씨 가문에서 지내며 트러블도 가끔 있었지만 송지원과 할아버지 덕에 괴롭힘을 당해도 씩씩하게 이겨낼 수 있었고 부모를 잃은 슬픔도 한결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래서 하느님이 그동안의 고통을 알아 봐주고 상을 내려 준거라 착각했다.그러나 21살이던 그해, 화재 사건이 발생하고 모든 행운과 행복을 뺏겨버렸다.임정아는 자신을 의심하고 실망하던 송지원의 표정을 잊을 수가 없었다.화재는 임정아의 행복을 앗아갔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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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련님과 저, 그리고 형준 씨는 어릴 때부터 같이 본 사이이니 제가 어떤 사람인지 도련님이 제일 잘 알겠죠.”송지원은 인상을 팍 찌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이 일은 제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이만 가보세요.”그러자 강연희는 아쉬운 얼굴로 마지못해 발걸음을 뗐다.강연희가 집을 나서자 임정아가 꾹 참고 있던 걸 터뜨리듯 말했다.“그렇게 아쉬워요? 차라리 직접 데려다주지 그랬어요? 내가 물가로 밀어 빠뜨린 게 사실이라면 어떻게 할 건데요? 막 마음이 아파요?”송지원은 임정아가 찍은 영상을 다시 확인하며 표정을 굳혔다.최근 몇 해 동안 임정아는 송씨 가문을 찾는 일이 거의 없었으며 송지원조차 자주 들르지 못했다. 임정아의 성격상 가족들에게 예쁨을 받지 못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가족들에게 따돌림을 당할 줄은 미처 몰랐다.그리고 오늘 송지원은 자신이 꿈속에서도 상상하지 못했던 일을 맞닥뜨렸다.본인이 그나마 믿고 따랐던 집안 어른이 도우미를 시켜 임정아를 구타하려 했다.송창명이 말한 가문의 법도대로 엄벌을 내린다는 게 무얼 의미하는지 송지원은 잘 알고 있었다.그러나 할아버지는 이미 오래전에 다시 누군가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명령을 내렸었다. 비록 그 뒤로 할아버지는 물론, 부모님도 회사 일에 바빠 가문에는 신경을 쓰지 못했지만 말이다.그러니 이미 버려진 가문의 법도가 되살아나고 있는 걸 알지 못했다.송지원도 어렸을 적엔 가문의 법도에 따라 캄캄한 방에 갇혀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뭇매를 맞는 처벌을 받은 적이 있었다.그 회초리가 얼마나 매섭던지 몇 번 휘두르기만 해도 살이 갈라지고 피가 흘렀다.연약한 임정아가 그 처벌을 받았다면... 그 생각만 해도 송지원은 화가 솟구쳤다.본인이 집 안에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벌였으니 집을 비웠다면 정말 무슨 사달이 났을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송지원이 고개를 번쩍 들어 임정아를 향해 물었다.“전에도 너한테 이렇게 한 적 있어?”임정아는 냉소를 터뜨렸다.“본인 가족이 어떤 사람

  • 도련님과의 위험한 사랑   제1500화

    경찰은 영상을 확인하고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고 송창명 부부를 향해 물었다.“마당으로 끌고 가 가문의 법도대로 엄벌을 준다는 건 무슨 의미죠? 가정 폭행도 엄연한 폭행이라는 걸 모르시나요?”주세옥은 화가 나 얼굴이 뻘겋게 물들었다.“저기, 이건 우리 집안 가정사이니 더 이상 개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경찰은 여전히 굳은 얼굴이었다.“폭행은 절대 용납할 수 없습니다.”그러자 주세옥도 목소리를 높였다.“말이 엄벌이지, 그저 몇 마디 다그치려고 했을 뿐이에요. 집안 어른이니 아랫사람을 교육하는 게 뭐가 틀린 일이죠?”송창명이 주세옥을 잡아끌었다.“그만해!”그러나 주세옥은 멈출 생각이 없었다.“아랫사람이 잘못해서 집안 어른이 훈육 좀 하는 게 불법인가요?”임정아는 또 훌쩍이기 시작했다.“형사님, 그런 게 아니에요. 만약 끌려갔으면 전 죽기 직전까지 폭행을 당했을 거예요. 보셨다시피 네다섯 명이 저를 포위했고 바로 주먹을 휘두르려 했어요. 이건 엄연한 고의 폭행이에요!”경찰은 송창명과 주세옥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두 사람, 저와 함께 서로 이동하시지요.”송창명은 다급하게 송지원을 향해 말했다.“지원아, 네가 말 좀 해보거라. 경찰국 국장한테 잘 좀 말해줘. 우리가 경찰서로 가면 송씨 가문 체면이 뭐가 되겠어?”경찰은 송지원을 알아봤고 한층 더 굳은 얼굴로 말했다.“법 앞에서는 모두가 공평합니다. 누구에게 연락해도 달라지는 건 없을 겁니다.”송지원이 무표정으로 말했다.“큰아버지, 이렇게 많은 사람 앞에서 지금 저한테 청탁하라고 지시한 건가요? 저를 해치려는 건지, 송씨 가문을 해치려고 하는 건지 이해가 되지 않네요.”그리고 경찰을 향해 말했다.“법대로, 절차대로 하세요.”경찰은 고개를 끄덕였다.“송창명 씨와 주세옥 씨, 두 분은 고의 폭행죄 수사를 받으러 경찰서로 가시지요.”주세옥은 목 언저리를 잡고 뒤로 쓰러지려 하자 송창명과 강연희가 서둘러 부축했다.주세옥이 혼절하자 송창명이 이렇게 말했다.“형사님, 제 아내가 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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