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데? 다 들어줄게.”유건은 단 하나가 아니라, 천 가지 만 가지라 해도 시연이 입을 열기만 하면 못 들어줄 게 없었다.“약속해 줘요...”시연은 목이 막힌 듯, 간신히 이어 말했다.“언젠가... 그날이 오면... 그때는 민트 향수... 바꿔 줄래요?”그날이란... 어떤 날일까?시연은 굳이 설명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은 그게 무슨 뜻인지 이미 알고 있었다.유건은 씁쓸하게 입꼬리를 올렸다.“그래... 약속할게. 정말, 그런 날이 온다면...”그러고는 억지로 장난스러운 빛을 띠며 물었다.“민트 향수가 그렇게 좋아? 혹시 다른 사람이 못 맡게 하고 싶은 거야?”“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목소리는 미세하게 떨렸고, 울음기가 묻어 있었다.유건은 그걸 듣고, 이를 악물며 감정을 억눌렀다.“유언처럼 말하지 마. 나 아직 멀쩡히 살아있거든? 어쩌면, 그런 날 안 올 수도 있어.”시연은 대꾸하지 않았다. 대신 유건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고는 살짝 비비듯 기대었다.그 순간, 유건의 피부에 미묘하게 젖은, 차갑고 짠 기운이 스쳤다.유건은 멈칫했다.‘우는 건가?’그렇다면, 그건 곧 시연도 그를 놓기 싫다는 뜻 아닐까?...이 여행지는 섬이 1,190개에 달했다. 그중 사람이 사는 섬은 약 200개, 관광 섬만 해도 100여 개가 넘는다.며칠 동안, 유건은 조이를 데리고 이곳저곳 섬을 돌아다니며 정신없이 즐겼다.첫 숙소였던 쿠라마티 섬을 시작으로, 라두마풀리, 하쿠라 마푸시, 풀문 아일랜드까지... 발길 닿는 곳마다 들렀다.매일 밤, 조이는 녹초가 되어 호텔로 돌아오자마자 쓰러지듯 잠들었고, 시연 역시 씻고 나면 그대로 침대에 몸을 던져 꼼짝도 하기 싫어했다.“많이 피곤해?”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처럼 보이는 건 유건뿐이었다.오랜 운동으로 단련된 그의 몸에 이 정도 일정은 전혀 무리가 아니었다.“피곤하죠.”시연은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수술실에 서 있는 것보다 더 힘든 것 같아요. 거긴 조용한데... 여긴 다리가 아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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