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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101 - Chapter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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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1화

‘조이’라는 이름이 들리는 순간, 유건은 말없이 굳어버렸다. 눈빛 깊은 곳에 금이 가듯 균열이 번졌다.그 반응을 놓치지 않은 기환이 서둘러 말을 이었다.“경미 이모님이 방금 전화하셨어요. 조이가 계속 울고 있다네요! 형님, 얼른 가보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조이는 형님 말씀 제일 잘 듣잖아요...”‘조이가 계속 울고 있다’, 그 말이 머릿속을 맴돌자, 유건의 시야가 아득하게 흔들렸다.“형님!”민환과 기환이 재빨리 달려들어 휘청이는 유건을 붙잡았다. 두 사람의 부축에 겨우 물가로 올라섰지만, 세 사람은 온몸이 젖은 상태였다.유건의 얼굴은 종잇장처럼 창백했고, 푸른 기운까지 스며 있었다.“형님.”기환이 뜨거운 물을 가져와 내밀었다.“몸부터 좀 녹이세요.”유건은 말없이 고개를 저었다. 그에겐 조이 곁으로 가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축축한 발자국을 길게 남기며 발걸음을 옮기던 유건은, 몇 걸음 가지 못해 갑작스러운 속 울렁임과 둔탁한 통증에 몸을 굽혔다. ‘젠장...’눈을 질끈 감은 채 배를 움켜쥐는 그 모습에 민환과 기환은 혼비백산했다.“형님!”“괜찮아.”숨을 고르며 손을 내저은 유건은 짧게 말을 이었다.“나는 조이한테 가야 해. 너희는 여기에 남아 있어.”“예, 형님.”“형님 걱정하지 마십시오.”그는 무거운 발걸음을 질질 끌며 서서히 멀어져 갔다.호텔로 돌아온 유건.“으아아아...!”문을 열자마자, 방 안 가득 조이의 울음소리가 쏟아져 나왔다.“울지 마, 아가야.”도경미가 품에 안고 달래고 있었지만, 좀처럼 그치질 않았다. 평소라면 경미의 품을 좋아하던 조이였는데, 이번엔 통하지 않았다.아이들은 어리다고 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게 아니다.엄마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걸 조이는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울지 않을 수가 없었다.조이의 흐느낌에 도경미도 눈시울이 붉어졌다. ‘지 선생님 같은 좋은 분이... 불쌍한 아기...’고개를 들던 경미의 시선이 유건과 마주쳤다.“대표님.”“하...”“아빠!”조이는 눈물 그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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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2화

하지만, 유건이 조이를 침대에 눕히자마자 손을 떼기도 전에 조이가 입술을 잔뜩 오므리더니 곧 울음을 터뜨리려 했다.“으... 으응...”“아빠 여기 있어.”유건은 황급히 다시 아이를 안아 올렸다. 조이는 눈도 뜨지 않은 상태였지만, 곧 울음을 그쳤다.‘이럴 수가.’도경미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다가, 어쩔 수 없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조이는 극도로 불안정한 상태였다. 아빠 냄새가 곁에 있어야만 겨우 진정되는 듯했다.유건은 도경미에게 손짓했다.“이모님, 먼저 좀 쉬세요.”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유건이 아직 한 끼도 못 먹은 건,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니었다. 게다가 조이를 떼어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 유건은 식사조차 할 틈이 없었다.“제가 간단히 샌드위치 두 개 만들어 드릴게요. 대표님, 그거라도 드셔야죠.”솔직히, 지금 유건의 얼굴은 너무 창백했다. 이대로는 버티기 힘들어 보였다.“그래요.”유건은 짧게 대답했다.“고마워요.”도경미는 서둘러 부엌으로 향했고, 곧 접시를 들고 돌아왔다. 샌드위치 두 개와 따뜻한 우유 한 잔.“대표님, 조금이라도 드세요.”그 말을 남기고 도경미는 조용히 자리를 비켰다.유건은 한 손으로 조이를 안은 채, 다른 한 손으로 샌드위치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물었다.그러나 맛은 느껴지지 않았다. 씹는 내내, 입안 가득 퍼지는 건 메마른 공허함뿐이었다.‘먹는 것도 의미가 없구나... 지금은 그저 버티기 위한 것일 뿐.’그에게는 아직 해야 할 일이 많았다.조이를 지켜야 하고, 시연을 찾아야 했다.방 불을 끄고, 유건은 조이를 안은 채 옷도 갈아입지 않고 그대로 침대에 몸을 눕혔다.언뜻 보기엔 따스한 장면처럼 보였지만, 유건의 가슴속 깊은 곳에서는 싸늘한 허무함이 밀려올 뿐이었다.눈을 감자마자, 폭발하는 요트의 참혹한 장면이 눈앞에 선명히 떠올랐다.‘내가 무슨 죄를 지은 걸까...’어린 시절, 그는 두 눈으로 어머니가 투신하는 모습을 지켜봤다.그리고 이제는 사랑하는 여인의 비극까지 또다시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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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3화

똑똑-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민환의 목소리였다.“형님.”‘민환과 기환이 돌아온 걸까?’‘혹시 시연 소식이 있는 건가?’유건은 조이를 조심스레 내려놓았다. 다행히도, 아이는 깊이 잠들어 울지도 않고 뒤척이지도 않았다.문을 열자, 문 앞에 서 있는 민환의 표정이 보였다. 무겁고 침통한 얼굴. 차마 입을 떼지 못하고 있었다.말을 꺼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결과는 이미 그의 표정에 다 드러나 있었다.“형님...”민환은 이렇게까지 가슴이 죄이며 입술이 무거웠던 적이 없었다.“그게... 경찰분들이 오셨습니다. 이곳 경찰청장께서 형님을 뵙고 싶다고 하십니다.”이런 큰 사고가 났으니, 당연히 경찰 측에서도 유가족에게 설명해야 했다.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굳은 얼굴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고 대표님.”현지 경찰청장이 직접 나와 있었다. 그는 예의를 다해 손을 내밀었다.유건이 그의 손을 잡자, 청장은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사모님 일에 대해 깊이 애도와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자신들의 관할 구역에서 이런 끔찍한 연쇄 요트 폭발 사건이 벌어져 여행을 온 가족이 참변을 당했다. 경찰의 책임이 전혀 없다고 할 수 없었다.하지만, 이미 일은 벌어졌다.사고 직후부터 경찰은 수색과 구조를 이어가고 있었고, 지금도 교대로 현장을 살피고 있었다.그러나 여전히, 시연의 흔적은 없었다.경찰청장의 사과는 아무것도 바꿀 수 없었지만, 최소한 해야 하는 절차였다.짧은 인사 후, 유건은 손을 거두며 물었다.“실례가 안 된다면 하나만 묻겠습니다. 어제 사고 난 요트에서, 모든 사람이 인양되었습니까? 생사와 관계없이...”연쇄 폭발이었으니, 피해자가 없을 리 없었다.“아직입니다.”경찰청장은 고개를 저었다. 그는 유가족으로서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사모님 외에도 한 부부가 여전히 실종 상태입니다.”물론, 생존 가능성은 극히 낮았다.“휴...”경찰청장의 얼굴에도 안타까움이 서려 있었다. 그는 굳이 말하지 않았지만, 그 부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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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4화

민환의 어깨가 순간 굳었다.“예, 형님.”그는 기환과 눈빛을 주고받더니, 두 사람은 나란히 문밖으로 나갔다.복도에 나오자마자, 그제야 크게 숨을 내쉴 수 있었다.“형님 저러시는 거, 정말 걱정된다.” 민환이 낮게 말했다.“어쩌겠어. 이건... 누가 겪어도 버티기 힘든 일이지.” 기환이 씁쓸히 답했다.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보다 동시에 긴 한숨을 내쉬었다....다시 방으로 돌아왔을 때, 조이는 이미 깨어 있었다.유건은 막 아이에게 간단히 먹을 걸 챙겨주고, 애니메이션을 함께 보기 시작했다.조이는 유건 품에 꼭 안겨 있었다. 작은 얼굴은 더없이 얌전했고, 유건과 간간이 대화를 나누며 화면을 바라보는 모습은 평온해 보였다.“형님... 괜찮으십니까?” 민환이 조심스레 물었다.유건은 겉으로 보기엔 지나치게 조용하고 담담했다.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평온’은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었다.기환이 낮게 중얼거렸다.“내가 보기엔, 형님은 지금 억지로 버티는 거야. 계속 스스로 최면을 거는 거지... 형수님은 무사하다고.”그 말이 끝나자, 민환과 기환의 가슴은 동시에 무겁게 내려앉았다.‘만약 형수님의 비보가 확실해진다면... 형님은 과연 버틸 수 있을까?’두 사람은 차라리 일에 몰두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곁에 서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저렸다.“아빠.”한참을 애니메이션에 시선을 두던 조이가 고개를 들었다.“왜, 아가?”“엄마는 언제 와요?”유건은 아이의 머리칼에 입을 맞추며 속삭였다.“아빠도 조이처럼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근데 엄마는... 잠깐 우리랑 길이 엇갈린 것뿐이야. 조금만 기다리면 돼.”“엄마 너무 느려요.”“그건 아빠 잘못이지.”유건은 딸을 꼭 끌어안았다.“아빠가 엄마 손을 꼭 잡아주지 못했어. 그래도 엄마는 조이 생각하면서 곧 우리를 찾을 거야.”“네!”아이의 눈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반짝였다.“조이는 아빠랑 같이 엄마 기다릴래요.”“그래...”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창밖을 바라보았다. 시선은 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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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5화

유건의 심장은 쿵쿵 요동쳤다. 관자놀이까지 세차게 뛰는 게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곧 무슨 일이 터질 것만 같은 불길한 예감이 가슴을 짓눌렀다.조이가 혹여 울지 않게 하려고, 그는 자기 외투를 아이 품에 감싸주고는 조용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거실에는 민환과 기환이 깨어 있었다. 유건의 상태가 워낙 위중하다 보니, 둘은 눈을 붙이지 않고 대기 중이었다. 그가 나오자마자 두 사람은 동시에 고개를 들었다.“형님, 용병 쪽은 이미 움직이고 있습니다.” 민환이 낮게 보고했다.“그래.”유건은 짧게 대답하며 소파에 앉았다. 두 손을 단단히 맞잡은 채, 눈살을 좁히고 한참을 말없이 있었다.기환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형님, 이대로는 안 됩니다. 좀 쉬셔야죠.”시연을 걱정하는 건 당연했다.그러나 지금처럼 버티기만 하다간, 몸이 먼저 무너질 게 뻔했다.며칠 사이에 눈에 띄게 수척해진 얼굴. 두 뺨은 파여 들어가고, 눈빛마저 퀭했다.“잠이 오질 않아.”유건은 민환과 기환을 바라봤다. 하지만 무슨 말을 더 해야 할지 몰랐다.“나는... 지금 기다리는 중이야.”“무엇을 말입니까?”민환과 기환이 동시에 물었다.유건의 얇은 입술이 아주 천천히 열렸다. 그리고 단 두 글자만 흘러나왔다.“시연.”민환과 기환은 동시에 굳었다.무슨 의미인지, 단번에 이해할 수는 없었다....시연은 자신이 눈이 멀어버린 줄 알았다.3년 전, 조이를 낳을 때 짧게 시력을 잃었던 순간이 있었는데, 지금의 새까만 어둠이 그때와 너무도 닮아 있었다.요트가 폭발하던 순간, 눈앞이 아찔하게 꺼지며 의식을 잃었다. 그리고 다시 눈을 떴을 때, 세상은 그저 까만 공허뿐이었다.‘여긴... 어디지?’시연은 숨을 고르며 주변을 느꼈다.공기 속에는 바다 비린내와 함께, 풀과 이끼 같은 초록 내음이 섞여 있었다.등 뒤로 닿는 감촉은 축축하고 물컹거렸다. 흙바닥 같았다.“계세요? 여기 누구 없어요?”그녀는 힘겹게 목소리를 내봤다.그러나 돌아온 건 대답이 아닌, 메아리뿐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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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6화

시연은 조용히 몸을 웅크린 채, 더는 헛된 몸부림을 하지 않았다.그 순간, 어둠 속 어딘가에서 아주 희미한 불빛이 깜빡였다.‘뭐지?’깜짝 놀라 눈을 크게 떴다. ‘빛이라니?’그렇다면 그녀는 눈이 먼 게 아니었다. 단지 이곳이 너무 어두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던 것뿐이었다.‘그럼, 이 빛은 어디서 나온 거지?’주머니 쪽에서 희미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핸드폰!’순간, 시연의 심장이 미친 듯이 요동쳤다.‘납치한 자들이 핸드폰을 가져가지 않았다고?’‘아니면, 일부러 남겨둔 건가?’이유가 무엇이든, 지금 이 순간 그것은 시연에게 주어진 단 하나의 희망이었다.묶인 손을 힘겹게 비틀며 조금씩 움직였다. 시연은 땀이 흐르고 숨이 거칠어졌지만, 결국 주머니 속에서 핸드폰을 꺼내는 데 성공했다.화면을 켜자...“신호가 없어.”그녀는 예상했지만,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깊은 산 속 동굴, 애초에 전파가 닿을 리 없었다.하지만 핸드폰 불빛 덕분에 시연은 주변을 어렴풋이 확인할 수 있었다.거친 돌벽, 물기 어린 흙바닥. 인위적인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설마... 무인도?’이곳에 등록된 섬만 해도 1,190여 개. 하지만 실제로 개발된 섬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대부분은 사람의 발길조차 닿지 않는 황량한 무인도.‘날 여기 버린 거야? 그냥 죽으라는 거네.’시연의 손발은 묶여 있고, 물도, 음식도 없었다. 게다가 핸드폰은 신호가 잡히지 않았다.이건 직접 목숨을 끊는 것보다 훨씬 더 잔혹한 방식이었다.시연을 절망 속에서 천천히 말려 죽게 하려는 짓.‘이게 무슨 고통이야...’“고유건...”눈가가 순식간에 뜨겁게 젖어 들었다.시연은 믿고 싶었다. 유건이 자신을 찾아낼 거라고.하지만, 정말로... 이곳까지 올 수 있을까?설령 올 수 있다고 해도, 그때까지 자신이 버틸 수 있을까?그 순간, 시연은 마치 죽음의 발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는 듯한 환청을 들었다.“아니야... 아니야, 절대 이대로 끝낼 수 없어.”시연은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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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7화

“여보세요?”유건은 귀를 바짝 붙였지만, 목소리는 끊어졌다 이어졌다 했다.“시연, 뭐라고 했어? 조이?”순간, 그는 아내가 조이를 걱정하는 줄만 알았다.“걱정하지 마. 조이는 아주 잘 있어. 신호가 안 좋아도... 절대 끊지 마. 내가 금방...”끝내 말을 다 하지도 못한 채, 핸드폰 속 잡음마저 사라졌다.그리고 정적.“시연?”‘안 돼!’급히 화면을 확인한 순간, 유건의 얼굴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통화가 끊긴 것이다.그는 주저할 틈조차 없었다. 바로 재발신을 눌렀다.하지만... 연결되지 않았다.한 번, 두 번, 열 번...돌아오는 건 같은 안내음뿐이었다.[고객님의 전화기가 꺼져 있거나, 통화가 불가능한 지역에 있습니다.]유건의 턱이 덜컥 굳어졌다. 거친 숨이 새어 나오더니, 이내 저주처럼 터졌다.“젠장!”핸드폰을 움켜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금방이라도 기기를 두 동강 낼 기세였다.유건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민환과 기환을 향한 시선은 날카롭게 번뜩였다.“시연은 살아 있어. 분명히, 멀쩡히 살아 있다고!”더 이상 설명이 필요하지 않았다.민환과 기환 역시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형님, 혹시 무슨 단서라도 들으셨습니까?”사실 사건 직후, 두 사람도 시연에게 수없이 전화를 걸어봤다.그러나 단 한 번도 연결된 적이 없었다.그런데 이렇게 오랜 시간이 지난 후 시연이 먼저 전화를 걸어오다니...민환과 기환은 서로를 바라봤다.유건이 새벽에 벌떡 일어나 ‘시연을 기다리겠다’고 했을 때, 둘은 반신반의했었다.하지만 결국, 정말로 전화가 왔다.이게... 사랑하는 사람 사이의 교감이라는 건가?“아니.”유건은 고개를 저었다. 표정은 잿빛으로 굳어 있었다.“신호가 너무 나빠서, 제대로 들리지 않았어. 그저... 조이란 이름만 또렷하게 들렸을 뿐이야.”‘조이? 역시 아이를 걱정한 거겠지.’“형님.” 민환이 곧장 힘주어 말했다.“형수님이 직접 연락하셨다는 건, 아직 안전하다는 증거입니다. 지금은 신호가 끊겼지만 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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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8화

[회장님!]“고 대표님의 마음은 충분히 압니다.”레오의 목소리는 다급했다.“제가 모른 척하겠다는 게 아닙니다. 시연이 어디 있는지 반드시 알아내 보겠습니다. 그러니까 그전까지만이라도... 제발, 시연을 포기하지 말아 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숨을 고르듯 잠시 말을 멈춘 뒤, 그는 낮게 덧붙였다.“그리고... 고 대표님께 감사드립니다.”그 말을 끝으로, 통화는 끊겼다.유건은 핸드폰을 쥔 채 관자놀이를 짓누르며 고개를 숙였다.‘무슨 뜻이지? 부탁? 감사?’허탈한 웃음이 입술 끝에 새어 나왔다.‘그딴 건 필요 없어.’‘시연은 내 사람이야. 내 여자야.’‘레오 따위한테 부탁받을 이유도, 감사받을 이유도 없어.’하지만 뇌리 깊숙한 곳을 스치는 의문.‘설마... 시연과 레오 사이에... 정말 무언가가 있었던 건가?’유건은 이를 악물며 눈을 감았다. 그것이 진실이든 아니든, 이미 지난 일.그건 자신이 시연을 놓아버렸던 3년 동안의 일이었다.원망할 수 있다면, 그건 오직 자신뿐이었다.“시연... 제발 버텨. 내가 반드시 널 찾아낼 테니까.”...전화를 끊은 레오는 곧장 다른 번호를 눌렀다.신호음이 두어 차례 울리자 곧 상대가 받았다.[어머, 웬일이야? 나한테 전화를 다 하고.]“예희주.”레오의 이마에 깊은 주름이 파였다. 더는 여유로운 말장난할 기분이 아니었다.“시연 건... 당신 짓이지? 시연을 어디로 데려간 거야?”[시연?]예희주의 입가에 비웃음이 걸렸다.[참 다정하게도 부르네.]“쓸데없는 말 하지 마!”레오가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내가 묻는 건 단 하나야. 시연을 어디로 보냈어!”[무슨 소리야? 난 모르겠는데.]“모르겠다?”레오의 입가에도 싸늘한 웃음이 스쳤다.“당신 말고 누가 있어? 그렇게 잔인한 수를 쓰고, 또 그렇게 해낼 수 있는 사람이.”[맞아!]예희주는 대뜸 시인하며 비열하게 웃었다.[그래, 내 짓이다. 왜? 난 지시연을 반드시 죽일 거야! 그 여자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어? 좋지. 이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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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09화

레오는 머릿속을 수없이 굴렸다.설령 지금 당장 출발한다 해도, 목적지에 도착하기까지 최소 10시간.그동안 예희주가 약속을 지킨다는 보장도 없었다.그리고, 설령 그녀가 지킨다 해도 시연이 과연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최선의 상황이라 쳐. 시연이 살아있다 치자. 그다음은?’예희주는 지금까지도 수많은 일을 터뜨려 왔다.한 번 레오를 옥죄었으면, 또다시 두 번, 세 번 같은 일을 벌일 게 뻔했다.예희주에게는 선이 없었다.시연의 생사는 예희주에게 아무 의미가 없었다.‘이번엔 시연이지만 다음은?’‘시연이 아니라면... 우주? 아니면 케빈까지?’레오는 이를 악물었다.‘안 돼. 더는 이 여자가 멋대로 휘두르도록 둘 수 없어.’루시의 체면을 생각해 그동안은 선을 지키려 했다.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도 책임을 회피한다면, 본인을 탓하게 될 터였다. ...두 시간이 흐른 뒤, 예희주의 전화가 다시 걸려 왔다.받자마자 쏟아진 건 날 선 고함이었다.[레오! 날 끝까지 죽이려 드는 거냐? 세상에 당신 같은 독한 인간이 어디 있어? 사람도 아니야!]“흥.”레오는 비죽 웃었다.“내가 그쪽을 몰아붙인다고? 그게 진심이야, 아니면 뻔뻔함의 극치야?”시연의 목숨을 가지고 장난할 때, 예의주는 단 한 번도 본인이 잔혹하단 생각은 하지 않은 걸까? [당신...!]“됐어.”레오는 단칼에 끊었다.“쓸데없는 말로 시간 끌지 마. 지금 걱정할 건, 너희 집안이 눈앞의 위기를 어떻게 버틸지 그거 하나야.”[레오!]예희주의 분노가 수화기 너머에서 터져 나왔다.[미친 거 아냐? 우리 집안을 무너뜨려서 당신한테 뭐가 남는다고? 잊지 마, 거기엔 당신 몫도 있어!]“그래.”레오는 담담히 대꾸했다.“난 그 몫을 버릴 수 있어. 문제는 당신이 자기 몫을 버릴 수 있느냐는 거지. 더 정확히 말하면, 너희 집안이 당신의 ‘희생’을 받아줄 수 있을까?”잠시 정적.예희주는 말을 잇지 못했다. 대답은 굳이 듣지 않아도 뻔했다.이번 기 싸움에서 우위에 선 건 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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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10화

“조이한테 말해요. 아빠가 엄마 데리러 간다고요.”“네, 대표님.”유건은 짧게 말을 남기고, 기환이 가져온 옷을 받아 입었다. 그가 직접 나선 이유는 단순히 가만히 있지 못해서가 아니었다. ‘사람이 한 명 더 있으면, 희망도 한 줄기 더 생기는 법이지.’‘혹시 그 희망이 내 몫일 수도 있잖아.’“가자.”출발을 준비하려던 순간, 유건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보자, 숫자 배열만으로도 누구의 전화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레오였다.‘소식이 온 건가?’“여보세요.”[고 대표님.]쓸데없는 인사 따위 없이, 레오의 목소리는 곧장 본론으로 파고들었다.[지금 사진 한 장 보냈습니다. 확인해 보시죠.]“알았습니다.”통화를 이어가며 사진을 열어본 유건의 눈에, 넓게 표시된 지도 한 장이 들어왔다.그리고 싸늘한 비웃음이 입술을 스쳤다.“이게 결과라고요? 이 범위가 얼마나 넓은지 알기나 하세요?”[죄송합니다.]레오의 한숨이 깊게 흘러나왔다.[그쪽에 그냥... 버리듯이 던져진 거라, 더 좁혀낼 수가 없습니다.]“뭐라고요?”유건의 눈빛이 번뜩이며 치밀어 올랐다.“버리듯이?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레오는 말이 없었다.유건의 분노가 폭발했다.“개X끼... 시연이는 사람이에요! 사람을 화물 취급하듯 던졌다고요?!”레오는 여전히 대답은 없었다.그 역시 처음 그 얘기를 들었을 때, 똑같이 분노했고, 믿기 어려웠다. ‘던졌다’는 표현만으로도, 이미 시연의 상태가 어떤지 상상하기조차 두려웠다.결국 그가 내뱉은 건 짧은 한마디뿐이었다.[고 대표님... 부탁드립니다. 시연을... 꼭 찾아주세요.]유건은 더는 대꾸조차 하지 않고 전화를 끊었다.앞으로 두 걸음 내디딘 그는 불현듯 돌아서더니 방으로 들어갔다.기환이 어리둥절한 눈길로 쫓아봤다.‘형님, 갑자기 왜...?’잠시 후, 유건이 다시 나왔을 때 손에는 작은 천 가방이 들려 있었다.안에 든 건 알록달록한 사탕들이었다.그는 그것을 조용히 주머니 속에 밀어 넣었다.“가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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