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조이는 곧장 떠올렸다. 엄마 앞에서는 ‘아빠’라 부르면 안 된다는 걸.“아저씨가 내 손 잡고, 하나하나 가르쳐 줬어요!”“그래? 그럼 아저씨한테 고맙다는 말 했어?”“했어요! 아저씨 너무 좋아요!”순간, 시연의 마음은 복잡해졌다.여기서 지낸 시간은 짧았지만, 눈이 멀지 않은 이상 보였다.유건이 조이를 얼마나 아끼는지, 얼마나 진심을 다하는지...‘어떤 사람은, 타고나길 책임질 줄 아는 사람이지.’‘고유건은... ‘아빠’라는 자리가 잘 어울리는 사람이야.’그때, 마수경이 다가와 물었다.“대표님, 지 선생님, 저녁 준비됐는데 드시겠어요?”“네.”“밥 먹어요!”조이는 공책을 내려놓고 벌떡 일어나 유건에게 달려갔다.“아저씨, 손 씻으러 같이 가요!”아저씨가 상처 때문에 안아줄 수 없다는 걸 아는 조이는, 얌전히 손만 꼭 잡고 끌었다.“가요.”나란히 걸어가는 두 사람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연의 가슴엔 근심이 더 짙게 내려앉았다.‘언젠가 헤어지게 되면... 조이가 울겠지?’ ‘울 거라는 건 분명한데... 내가 과연 달래줄 수 있을까?’...며칠 후, 시연은 지동성이 남겨둔 지씨 저택을 찾았다.집을 물려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다. 다른 두 채는 이미 세를 놓았고, 오래된 저택만 남겨 두었다. 지씨 저택은 얼마 전에 보수까지 마쳐 두었으니, 들어가 사는 데 큰 불편은 없었다.강수희가 그렇게까지 분명히 말했으니, 시연도 준비해야 했다.하지만 은범이 깨어난다 해도, 바로 은범의 집으로 들어갈 수는 없었다.‘조이랑 나는... 당분간 여기에서 지내는 게 맞아.’집 구조나 살림에는 문제 될 게 없었지만, 한 가지 준비해야 할 게 있었다.조이의 방.그동안 이 집에 살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기에, 어린이 방은 마련해 두지 않았다.다행히 그건 꽤 간단했다. 가구만 들이면 됐으니까.시연은 SKY 전원주택단지 집에서 조이가 쓰던 침대를 떠올렸다.‘그 침대랑 똑같은 걸 주문해야겠어.’집안을 둘러보고 나니 시간이 꽤 늦어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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