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건의 눈빛이 번뜩였다. 차라리 이 짐승보다 못한 아버지를 당장이라도 내쫓고 싶었다.‘형부랑 바람난 처제가 불쌍하다고? 그 말이 지금 이 사람의 입에서 나온다고?’분노가 치밀어오르는 순간, 고상훈이 손짓으로 손자를 제지했다.유건은 이를 악물고, 겨우 한 발 뒤로 물러났다.“하아...”고상훈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약하다, 그건 좋은 거다. 약한 사람은 오래 살더라. 명진이는 너무 강했어. 그래서 일찍 갔지.”분명한 비아냥이었다.그 말에 고장민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아버지, 저는... 저도 그땐 몰랐습니다.”누가 알았겠는가?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울던 심화연은 아직도 잘만 살고, 강인했던 심명진은 세상을 떠날 거라는 걸.후회라 해도 이제는 너무 늦었다.어머니의 이름이 나오자, 유건은 몸을 돌려버렸다.단 한 번이라도 더 고장민을 마주한다면,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었다.고상훈은 그런 손자를 가리키며 고장민을 바라봤다.“유건이 엄마는 내가 직접 선택한 며느리였어. 그런데 결국, 나는 그 며느리를 두 번이나 죽게 했어. 네가 처음으로 명진이를 배신했을 때, 그때 그냥 명진이를 놔줬어야 하는 건데...”그리고 눈빛엔 진심 어린 후회가 담겨 있었다.“유건이는 내가 직접 키운 아이야. 내 인생에서 그 누구보다도 소중한 아이다.”그리고 곧바로 차갑게 시선을 옮겼다.“넌, 한 줌의 가치도 없지만 말이다.”“아버지...?”“그래, 넌 분명 내 아들이 맞다. 하지만 그뿐이다.”고상훈은 고개를 저으며, 목소리를 낮췄다.“넌 이미 인간이기를 포기했어. 내가 명진을 지켜내지 못했으니, 적어도 유건만은 네 손에 더럽혀지게 두지 않을 거다.”“아버지!”고장민은 절망에 가까운 목소리로 부르짖었다.“그만 가라.”고상훈은 더는 들으려 하지 않았다. 목소리는 단호했고, 태도는 흔들림이 없었다.“다시는 오지 마라. 우리 집안의 모든 재산은 유건의 것이다. 너와 네 가족은 단 한 푼도... 아니 이름이 불리는 것조차 바라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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