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 Chapter 1121 - Chapter 1130

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121 - Chapter 1130

1175 Chapters

제1121화

“됐어.”새침한 유건은 달래줘야 한다.시연은 고분고분 두 손으로 유건의 얼굴을 감싸고, 남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응...”한 번 시작된 입맞춤은 쉽게 끝날 수 없었다.떨어질 때쯤, 시연의 볼은 홍조로 물들었고, 숨은 거칠어졌다.반대로 아직 독이 다 풀리지 않은 유건은 환하게 웃었고, 멀쩡해 보였다.시연이 코끝을 찡긋하자, 유건은 태연하게 말했다.“나 폐활량 크거든. 이 정도 독소, 날 못 쓰러뜨려.”“그래요, 당신이 제일 대단해요.”시연은 곁눈질하며 받아치고, 유건의 상처 난 다리를 살폈다.“아까 아프다고 했잖아요. 얼마나 아파요? 통증 말고 다른 느낌은 없어요?”시연의 손길에 유건은 잠시 집중했다가, 고개를 저었다.“지금은 별로 아픈 것도 없고... 눌러도 크게 감각이 없어. 평소랑은 좀 다르네. 마치 장화 벗지 않고 만지는 느낌?”“응음.”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시간이 조금 지나서 그래요. 물린 쪽 다리의 근육 신경이 심하게 마비됐거든요. 회복하려면 시간이 필요해요.”그녀는 유건의 손을 꼭 잡았다.“그래도 걱정하지 마요. 다 회복될 거예요. 절대 절뚝거리진 않아요.”“알았어.”유건은 웃으며 대답했지만, 시선은 온통 시연에게 고정돼 있었다.“난 안 무서워. 절뚝거리게 돼도 받아들일 거야.”그는 낮게, 거의 혼잣말처럼 속삭였다.“다리 하나 주고 널 되찾을 수 있다면... 난 이득이지. 대박 이득이야. 응...”시의 손이 그의 말을 막았다.“이보세요, 무슨 말을 그렇게 불길하게 해요? 절뚝거리다니! 내가 뭐라 그랬어요? 절대 그런 일 없다고 했잖아요.”시연은 매서운 눈빛으로 유건을 노려보았다.“안 돼요! 싫어요! 난 절뚝거리는 사람 안 좋아해요!”“알았어, 알았어. 절대 안 절뚝거려.”유건은 황급히 그녀를 달래며, 그녀의 목덜미를 감싸 안은 채 이마를 맞댔다.“그럼... 어떤 내가 좋아? 응?”“히히.”시연은 부끄러움이 섞인 웃음을 터뜨리며 그의 품에 기대 속삭였다.“나는... 긴 다리,
Read more

제1122화

그때, 시연은 유건이 그 말을 들었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지금 반응을 보니... 못 들은 게 맞나?’“아니에요, 아무것도.”시연은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조이가 오면, 그때 다시 말해도 늦지 않겠지.’‘자기가 바로 조이의 아빠라면... 분명 좋아하겠지. 조이를 그렇게 아끼는데...’‘조이도... 제일 좋아하는 아저씨가 ‘아빠’니까, 받아들이는 건 어렵지 않을 거야.’시연이 자리에서 일어났다.“화장실 좀 다녀올게요.”“응.”유건은 아쉬운 듯 시연의 손을 놓으며 말했다.“여보, 금방 와야 해.”마침 그 순간, 민환이 들어섰다.그러고는 말 대신 머릿속을 메우는 긴 침묵만을 맞이했다. ‘형님, 이건 좀 아니지 않나?’‘화장실 가는 것도 못 놔줘?’‘지금 형님 몸만 괜찮았다면, 분명 형수님 따라서 화장실까지 같이 가셨을 거야.’‘에휴, 형님은 전생에 개띠였음이 틀림없네...’“형님.”“응.”유건은 시선을 거두었지만, 입가의 웃음은 채 사라지지 않았다.“무슨 일이야?”“어르신이 여기 일을 다 아셨어요. 형님한테 빨리 들어오라고 하십니다.”유건의 미간이 순간 좁아졌다.“할아버지가 벌써 아셨다고?”“네. 집사님 계신데 어떻게 숨겨지겠습니까?”“그렇지.”유건은 고개를 끄덕였다.“알았어. 준비하지 뭐.”굳이 고상훈이 재촉하지 않아도, 오래 머물 생각은 없었다.첫째, 지금 이 몸 상태로는 한동안 제대로 걷기도 힘들 테니 시연 모녀와 같이 돌아다니는 건 무리였다.둘째, 이번 사건이 CA국 해성파까지 얽혀 있다는 게 문제였다.해성파는 시연을 노리고 연쇄 폭발까지 꾸밀 정도였다.이곳은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혹시라도 또 다른 계략이 있을지 누가 알겠는가?‘안전이 우선이다. 최대한 빨리 시연을 데리고 나가는 게 맞아.’“그럼 제가 준비하겠습니다.”“그래.”...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나오려던 순간, 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에 반짝이는 이름... ‘강수희 사모님’이었다.그 순간, 시연의 심장이 쿵 내
Read more

제1123화

[그래.]강수희가 웃으며 말했다.[우리끼리 괜히 서로 칭찬하는 건 그만하자. 결국은 마음이 같잖아. 은범이가 잘 되길 바라는 거, 그거 하나뿐이지?]“네, 맞아요.”[근데 말이다.]강수희가 조심스레 물었다.[언제 은범이 보러 올 거야? 지금은 아직 말을 못 하지만... 눈빛은 내가 알아. 계속 널 찾고 있어.][물론, 내가 은범이한테 말하긴 했지, 넌 잘 지내고 있다고. 하지만 결국은 본인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 안심하지 않겠니?]“네...”[그럼 언제 올 거야?]“저...”시연의 목소리가 망설임으로 갈라졌다.“지금은 G시에 있지 않아요.”[G시에 없다고?]강수희는 놀랐다.집안일에만 신경 쓰던 그녀는 바깥세상 돌아가는 일에는 전혀 무심했다.뉴스를 들었어도 시연과 연결 지어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출장 갔어?]“네...”시연은 애써 대충 얼버무렸다. 출장이라고 해두는 게 나았다.[아이고.]강수희는 못내 아쉬워하며 혀를 찼다.[어쩐지. 하필 이럴 때 출장이라니, 운도 참 나쁘지.]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이내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그래도 급할 건 없어. 일도 중요하고, 너흰 아직 젊잖니. 조금 늦는 게 뭐 어때서 그래? 마음 편히 일 보렴. 내가 은범이한테 잘 얘기해 둘게. 네가 곧 온다고 말하면 되지?] “네...”시연은 대답했지만, 목구멍에 가시가 걸린 것처럼 침도 삼켜지지 않았다. 전화를 끊는 순간, 시연은 눈을 질끈 감았다.은범이... 드디어 깨어났다.세상에서 가장 기다리던 소식, 지난 3년간 매일 같이 빌어왔던 기적이었다.하지만 동시에, 시연의 마음은 무거운 수렁 속으로 빠져들었다.한쪽에는, 자신 때문에 3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이제 막 눈을 뜬 은범.다른 한쪽에는, 불과 얼마 전 저승의 문턱을 넘나든 유건.‘어떻게 해야 하지?’화장실 문 너머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조이가 와 있었다.“아빠!”“쉬...”유건은 도경미 품에 안겨 있던 조이를 받아 들어 침대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Read more

제1124화

“엄마!”조이가 다급하게 외쳤다.“엄마, 왜 대답 안 해요? 맞죠? 조이 이제 아빠 생기는 거죠? 맞죠?”시연은 입술을 달싹이며 조이를 바라보다가, 곧 유건 쪽으로 시선을 옮겼다. 심장이 뚝뚝 가라앉는 듯 무거웠다.한참을 망설이다가, 시연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응... 맞아.”“와아!”확답을 들은 조이는 두 팔을 휘저으며 엄마의 품에서 벌떡 빠져나와 유건 쪽으로 달려갔다.“아저씨! 진짜래요! 조이 너무 좋아요!”“아저씨도 너무 좋아.”유건은 조이를 꼭 끌어안았다. 얼굴 가득 번지는 환희는 조이 못지않았다.시연은 그 행복한 부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차마 더는 눈을 맞추지 못한 채 고개를 돌렸다.‘나는 정말, 형편없는 인간이구나.’그때, 병실 문이 열리며 기환이 음식을 들고 들어왔다.“형님, 형수님, 식사 좀 하시죠.”유건의 다리가 불편한 걸 알기에, 기환은 사람들을 시켜 식탁을 침대 앞으로 옮기게 했다.유건은 조이를 품에 안고 침대에 앉아 있었고, 시연은 맞은편 의자에 앉아 음식을 들었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기환이 덧붙였다.“형님, 드시고 좀 쉬시죠. 항로는 이미 신청했습니다. 6시간 후에 출발할 수 있습니다.”“그래.”유건이 짧게 답했다.시연은 멍하니 있다가, 기환이 나가고 난 뒤에야 조심스레 물었다.“이제... 가는 거예요?”“응.”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여기는 안전하지 않아. 하루라도 빨리 돌아가는 게 좋아.”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뭔가 알아낸 게 있어요?”일이 터진 뒤 지금까지, 시연은 모든 진상을 알지 못했다.하지만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누군가 자신을 노리고 있다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정확히는 아직 몰라.”유건은 고개를 저으며 솔직하게 털어놨다.“이번에 움직인 건 해성파야.”시연이 알아듣기 어렵겠다 싶어, 그는 곧바로 덧붙였다.“CA국에 있는 해성파.”비록 자세히 알지 못해도, 시연은 그 이름에서 묘하게 위협적인 냄새가 풍긴다는 걸 직감했다.하지만 여
Read more

제1125화

“흠...”유건은 비웃음을 흘렸다. 그런 이유라면 정말 터무니없는 일이었다. 애초에 이유조차 없는데, 시연이 괜히 이런 고생을 당하다니.“일단 이런 얘기는 그만하고, 밥부터 먹자.”유건은 시연의 손을 잡으며 달랬다.그는 시연의 손이 차갑다는 걸 깨달았다.“왜 그래?”유건은 순간 멍하니 바라보다가, 곧 떠올렸다.‘겁이 난 거구나.’이런 일을 겪으면 누구라도 두려울 수밖에.유건은 부드럽게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미 레오랑 연락했어. 일이 레오랑 얽혀 있는 이상, 그 사람도 아는만큼 정리할 거야. G시에만 돌아가면 안전해.”실제로 G시보단 국외가 치안 허점이 많아 해성파가 그 틈을 노릴 수 있었다.“난 괜찮아요.”시연은 억지로 입꼬리를 올리며 말했다.“걱정하지 마요.”그러나 유건은 눈치채지 못했다.시연이 두려워하는 건 해성파가 아니라는 걸.“그럼, 얼른 먹자.”유건은 국을 퍼주려 손을 뻗었다.그런데, 막 국자를 들자 팔이 덜컥 떨리며 국자가 냄비 속으로 떨어졌다. 뜨거운 국물이 튀었다.“쓰읍!”“왜요?!”깜짝 놀란 시연이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유건의 팔을 붙잡았다.“괜찮아요? 데인 데 없어요?”“괜찮아...”유건은 찡그린 채 고개를 저었다. 그러나 떨리는 팔을 내려다보며 중얼거렸다.“이게 뭐지...?”시연은 입술을 꼭 깨물었다가 조심스레 말했다.“독사한테 물린 독이 체내에 오래 남아서 그래요. 혈관이 마비돼서 생긴 증상이죠.”심장이 멎었던 것도 전기 충격으로 겨우 살린 거였으니, 당연히 후유증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다리와 마찬가지로 시간이 필요했다.“아하.”유건은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고,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이며 오히려 웃었다.“그럼 네가 허약한 나를 잘 보살펴야겠다?” “쳇.”시연은 피식 웃었지만, 그 웃음 속엔 어쩔 수 없는 씁쓸함이 배어 있었다.“알았어요.”...6시간 후.유건 일행은 귀국 준비를 했다.병원을 나와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유건은 여전히 수액을 맞고 있었기에 비행기에
Read more

제1126화

“자, 이제 자요.”시연이 고개를 들어 유건을 바라봤다.“푹 자야 빨리 나아요.”“응.”유건은 한쪽 팔로 시연을 끌어안으며 일부러 장난스럽게 물었다.“근데... 내가 자는 사이에 몰래 도망가는 건 아니지?”“네?”시연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어딜 도망가요? 여긴 비행기예요. 난 당신처럼 낙하산 타고 뛰어내리는 사람 아니거든요.”“그럼 다행이고.”유건은 시연의 짧은 머리칼을 손가락으로 헝클며 미소를 지었다.“바보 같아서 더 좋아.”“내가 바보라고요?”시연은 그의 가슴팍을 콕콕 찔렀다.“나 박사예요, 박사!”“알지.”유건은 웃음을 터뜨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공부는 일등이지. 근데 다른 건 좀...”“뭐요?”시연은 볼을 부풀리며 매섭게 노려봤다.“좀 멋져.”유건은 금세 말을 바꾸더니 시연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그 순간, 유건의 목소리에는 믿기지 않는 듯한 떨림이 섞여 있었다.“아직도 실감이 안 나. 내가 눈을 뜨면, 네가 곁에 있는 게... 꿈은 아니지?”그 말에 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유건의 눈을 가렸다.“한숨 자고 일어나 봐요. 그럼 알 수 있잖아요.”“응...”유건은 고개를 돌려 시연의 뺨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그럼, 한번 믿어볼게.”눈을 감으면서도 그는 시연의 손을 꼭 쥐고 있었다.“곁에 있어. 떠나지 말고.”시연의 속눈썹이 살짝 떨렸다.“알았어요.”그 순간, 시연은 대답했다.하지만 앞으로는?시연은 손바닥을 들어 유건의 뺨에 조심스레 붙였다. 막 면도를 끝낸 얼굴엔 까슬까슬한 수염 자국이 남아 있어 그녀의 손바닥을 거칠게 스쳤다.‘고유건...’시연은 속으로 유건의 이름을 되뇌자, 눈가가 천천히 젖어 들었다....G시로 돌아오자, 두 갈래로 나뉘었다.도경미는 조이를 데리고 집으로 돌아가고, 시연은 유건을 병원으로 데려갔다. 유건은 아직 상태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아서 병원에서 이틀 정도 더 관찰이 필요했다.가는 길, 유건이 눈을 떴다.시연이 여전히
Read more

제1127화

은범은 다가온 사람을 확인하자, 조금 전까지 평온하던 눈동자에 순식간에 파문이 일었다. 입을 열어 말하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은범아.”시연이 몇 걸음 다가가 침대 곁에 섰다.은범은 손을 들어 올리려 애썼지만, 여전히 움직일 수 없었다. 잔뜩 찌푸린 눈썹에서 은범의 답답함이 읽혔다.‘네 마음은 다 알아, 은범아.’시연은 은범의 손을 살짝 잡은 채 바라봤고, 점점 목이 메었다.“오랫동안 잤으니까, 급하게 생각하지 마... 천천히 하면 돼.”3년 동안 깊은 잠에 빠져 있다가 이제 막 깨어난 은범. 지금 은범은 막 태어난 아기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언어 능력과 행동 능력 모두 처음부터 다시 배워야 하는 상황.원래는 훌륭한 청년이었는데, 시연 때문에 이런 고통을 겪었다.시연은 마음속 죄책감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었다.“괜찮아질 거야. 다 괜찮아질 거야.”시연은 창백한 얼굴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은범은 시연을 똑바로 바라봤지만,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여전히 손을 들어 올리려 힘쓰고 있었다.“무슨 일이야?”시연은 은범의 의도를 짐작하고 손을 잡아 도와주었다.“뭘 하고 싶은 거야?”은범은 한 치도 눈을 떼지 않고 시연을 바라보며, 천천히 손끝을 뻗었다.그 순간, 시연은 깨달았다. ‘은범이는 나를 만지고 싶은 거구나.’“그렇구나.”시연은 은범의 손을 잡고 자기 얼굴 쪽으로 가져갔다. 은범의 손끝이 시연의 눈썹과 눈가에 닿았다.피부가 맞닿는 현실감에 은범은 순식간에 눈을 감았다.“은범아?”시연이 잠시 멈칫했지만, 눈앞의 장면을 똑똑히 보았다. 눈가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은범은 확인하고 있었다. 시연이 진짜로, 안전하게 곁에 있다는 사실을.시연의 심장은 단번에 쥐어짜이는 듯했다.은범은 시연 때문에 소중한 3년이라는 시간을 잃었다.하지만 깨어난 후에도 단 한 점의 원망도 느끼지 않았다. 오히려 은범이 가장 걱정하는 건 시연의 안전이었다.시연은 목이 메어 괴로웠지만, 애써 참으며 말했다.“난 괜
Read more

제1128화

강수희의 말을 듣고, 시연은 마음속으로 살짝 안도했다.‘휴... 다행이야.’“휴...”강수희가 한숨을 쉬며 시연의 손을 잡고 톡톡 두드렸다.“내가 너무 은범만 생각했네. 미안하다.”“사모님, 죄송해요.”“아니야, 사과할 사람은 나야.”강수희는 이내 이해심 있는 얼굴로 웃었다.“앞으로는 너희 세 명이 진짜 한 가족이야. 처음부터 조이에게 은범을 맡기려 하면 안 돼. 천천히, 순서대로, 조이가 은범을 받아들이도록 하는 게 맞아.”강수희는 어머니의 마음을 담아 미소 지으며 덧붙였다.“나도 엄마니까 알아, 아이는 부모에게 생명과 같으니까.”시연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입가만 살짝 올리며 고개를 끄덕였다.“네.”“그럼, 언제 이사 갈 거야?”강수희는 곧바로 화제를 바꿨다.“들어가야 할 집 청소는 다 했니? 몇 년 동안 사람이 살지 않았잖아. 고칠 필요는 없니? 은범 아버지께 말씀드려서...”“괜찮아요.”시연이 급히 말렸다.“이미 청소는 다 끝났어요. 며칠 후면 이사할 거예요.”“그래?”강수희가 만족스레 웃었다.“좋아, 그럼 됐네. 뭐든 필요하면 바로 말해. 이제 우린 진짜 가족이잖아.”“네, 알겠습니다.”...은범의 집을 나서자, 시연의 시야가 갑자기 캄캄해졌다.시연은 급히 목을 숙이며 머리를 감싸 안았고, 길거리에서 그대로 쓰러지는 것을 겨우 막았다. 그럼에도 몇몇 착한 행인이 다가와 물었다.“괜찮으세요?”“도와드릴까요?”“괜찮아요, 감사합니다.”시연은 손을 흔들어 정중히 거절했다.하지만 시연의 문제는, 아무도 해결해 줄 수 없었다.‘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시연은 마음속으로 절망했다.‘지금, 어떤 얼굴로 고유건을 마주해야 할까...’...시연은 강울대병원에 돌아오자마자, 입구에서 기환에게 막혔다.“형수님, 어디 다녀오셨어요? 한마디만 해주시지, 왜 말씀도 없이...”“그게...”시연은 입술을 깨물며 말했다.“사무실 좀 다녀왔어요. 멀리 안 갔어요.”“아, 그래요.”기환이 안도하며
Read more

제1129화

유건은 병원에서 이틀을 보냈다.회복 속도는 생각보다 빨랐다. 왼쪽 다리만 약간 저릿했을 뿐, 그 외에는 불편함이 없었고, 정신도 매우 좋았다.이틀 동안, 시연은 매일 오후 잠시 자리를 비웠다.유건은 처음에는 시연이 조이를 보러 간 줄 알았고, 별다른 질문은 하지 않았다.하지만 한 번, 두 번은 숨길 수 있어도, 세 번째는 숨길 수 없었다.“형님.”시연이 또 나간 틈을 타 민환이 들어왔다. 표정이 영 시원치 않고 머뭇거리는 눈치였다.“왜 그래?”유건이 민환을 힐끗 쳐다보며 말했다.“할 말 있으면 바로 해.”“그... 그게요...”민환은 침을 삼키며 쉽게 말을 꺼내지 못했다.“형님, 형수님이 어디 가셨는지... 물어보지 않으시게요?”“응?”이 말엔 뼈가 있었다.유건은 잠시 생각한 뒤 말했다.“기환은 뭐라고 하던가?”시연을 따라다닌 건 기환이었으니, 시연이 어디 간 건지는 기환이 가장 잘 알았다.“하...”민환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미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유건의 회복에 영향을 줄까 봐 말하지 못했었다. 민환과 기환, 지한은 상의를 한 끝에야 유건에게 알려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하지만 민환은 여전히 머뭇거렸다.“형님... 그... 노은범 사장님이...”유건의 심장이 순간 얼어붙었다.‘왜 갑자기 노은범을 얘기하는 거지?’“노은범이 어떻게 된 거야?”“그... 그 노 사장님이요...”민환은 용기가 필요했다.“설마...”민환이 말을 꺼내기도 전에, 표정만으로도 유건은 직감했다. 눈을 가늘게 뜨며 불안한 예감을 느꼈다.“노은범... 깨어난 거야?”민환은 잠시 멈칫했고, 얼굴이 굳었다. 느리게 고개를 끄덕이고, 시선을 떨어뜨렸다. 감히 유건을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형님이 겨우 형수님과 잘 지내고 있는데, 또 이런 일이 벌어졌다.“흠.”유건이 낮게 웃었다. 그러고는 거의 속삭이듯 말했다. “좋아, 드디어 깨어났구나. 좋아, 정말 좋아.”그러나 유건은 무심코 두 손을 꽉 쥐었다. 손끝이 은근히 아렸다
Read more

제1130화

“그냥... 보고 싶었어.”유건이 시연의 손을 잡고, 자기 가슴 위로 올렸다.“그래서... 불편했던 거야.”시연은 반신반의하며 유건의 얼굴을 살폈다.“진짜예요?”“진짜야.”“당신...”시연은 웃음과 짜증이 섞인 표정으로 말했다.“이게 장난칠 일이에요? 사랑 고백할 거면, 좀 다른 방식으로 해주면 안 돼요? 깜짝 놀랐잖아요!”“미안, 내 잘못이야.”유건은 시연의 손을 잡고 입술에 가져갔다.“근데 이렇게 걱정해 주고, 긴장해 주고... 나한테 신경 써주는 거... 정말 고마워. 날 소중하게 생각하는 거지?”시연은 입을 벌렸다.“네.”불만스러운 듯 볼을 부풀리며, 시연은 유건의 턱을 살짝 쓰다듬었다.“당신, 진짜 애예요? 이렇게 막 장난치면 안 돼요. 앞으로 절대 놀라게 하지 마요. 알겠어요?”“응, 알았어.”“나 지금 일어나야 해요.”시연은 지금 유건 품에 누워 있었고, 유건은 침대에 누워 있어, 사실상 시연이 유건 위에 올라가 있는 행색이었다.‘이러면 이 사람의 가슴을 눌러버리겠지...’ 시연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잠깐만.”유건은 시연을 안은 채 손을 놓지 않았다.“조금만 더 안고 있을래. 널 안는 게, 어떤 약보다 효과 좋아.”“고 대표님...”시연은 입가를 살짝 올리며, 손가락으로 유건의 얇은 입술을 터치했다.“입에 꿀이라도 발랐어요?”“지시연 씨.”유건은 대답 대신 느닷없이 말했다.“사랑해.”순간, 시연은 멈칫했고, 얼굴의 미소마저 굳어졌다.“당신은?”유건은 한순간도 눈을 떼지 않고 시연을 바라보며 말했다.“말해봐, 너는?”시연은 마음이 쓰라렸고, 심장은 저렸다. 거의 마비될 지경이었다.하지만 유건은 기대 가득한 눈빛을 보낼 뿐이었다. “고유건 씨.”시연은 유건의 이름을 속삭였다.“나도 사랑해요.”그 순간, 유건의 표정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눈 속에 따뜻한 기운이 넘쳤다.“진짜야? 거짓말 아니지?”“아니에요...”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얼굴을 유건 품에 파묻었다.사실, 시연은 항상
Read more
PREV
1
...
111112113114115
...
118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