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와 감사의 대상이 된 유건은, 그날 밤 서재에 머물렀다.오랫동안 끊었던 담배와 술을 꺼냈다.그는 방법이 없었다.시연과 조이가 떠나는 모습을 태연한 척 바라볼 수는 있었지만, 혼자가 되고 나면 자신을 속일 수가 없었다.시연과 조이의 부재는 유건의 마음에 커다란 구멍을 냈다. 아프고, 허전했다.그는 조금이라도 버티기 위해, 니코틴과 알코올의 마취가 필요했다.‘조금이라도, 잠시라도...’마수경은 유건이 걱정되어 몰래 2층으로 올라갔다.서재 문틈 사이로 본 안은 연기로 자욱했고, 빈 술병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들어가서 말리고 싶었지만, 소용없다는 걸 알았다.“하...”문밖에서 마수경은 무력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냥... 대표님도 풀 데가 필요하겠지.”유건만이 아니었다. 가사도우미인 RMSU조차도, 시연과 조이의 갑작스러운 부재를 선뜻 받아들이기 힘들었다....마수경은 밤새 편히 눈을 붙이지 못했다.이른 새벽, 다시 서재로 올라가 보았다.하지만 문을 열자, 그곳엔 더 이상 유건의 모습이 없었다.“대표님? 켁켁...”숨을 들이마신 순간, 자욱한 담배 연기에 기침이 터져 나왔다. 급히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서재에도 없었다. 안방으로 가 보았지만, 거기에도 없었다.‘이 새벽에, 벌써 나가신 거야?’유건은 정말로 집을 나섰다.밤새 한숨도 자지 못하고, 머리가 터질 듯이 복잡해진 끝에, 새벽녘 지씨 저택 앞으로 향했다.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아직 해가 뜨기 전, 동이 트기 전이었다.유건은 차 안에 앉아 지씨 집 대문을 뚫어져라 바라보다가, 하늘이 조금씩 밝아오는 것을 지켜보았다. 그리고 해가 떠올랐다.주말이었다. 조이는 어린이집에 가지 않는 날.아침 8시쯤, 문이 열리고 누군가 나왔다. 시연이었다.유건은 손에 쥔 담배를 비벼 끄고, 차 문을 열고 내렸다.그리고 시연과 정면으로 마주쳤다.시연은 눈을 크게 뜨고 유건을 바라봤다.‘이 사람이... 왜 여기에?’유건은 눈썹을 비스듬히 올리며 물었다.“어디 가? 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