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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161 - Chapter 1170

1175 Chapters

제1161화

사진 속 조이는 포동포동했다. 은범이 상상하던 모습과는 전혀 달랐고, 그 때문에 첫눈에 마음이 끌렸다. 저절로 웃음이 흘러나왔다.“예쁘지?”강수희가 자랑스럽게 말했다.“시연이는 자기 살은 안 찌워도 아이 키우는 건 잘하더라니까. 조이 좀 봐라, 먹는 거 하나도 안 남기고 쏙쏙 다 먹잖아.”은범은 대답하지 않고 그저 시연만 바라보았다.시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조이, 보고 싶어?”은범은 고개를 끄덕였다가 곧바로 다시 저었다.시연이 이해 못 할까 두려워, 은범은 세차게 고개를 저었다.“무슨 뜻이야?”강수희가 고개를 갸웃했다.“조이를 보고 싶지 않다는 거야?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할 텐데.”그 말에 시연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사모님, 은범이가 말하려는 건 아마... 지금 본인 모습이 조이를 놀라게 할까 봐 걱정된다는 거예요.”시연에게 은범은 전혀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아직 어린 조이에게는, 은범의 모습이 이해할 수 없는 공포로 다가올지도 몰랐다.‘아이가 너무 어리잖아.’‘조이의 두려움은 본능에서 오는 거지, 옳고 그름이랑은 상관없어.’한 번 생긴 두려움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시연은 조이를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고, 은범에게도 괜한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았다.“지금은... 조이를 데려오지 않는 게 좋겠어요.”“그래, 알았다.”강수희는 이내 수긍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역시 네가 생각이 깊구나. 그럼 좀 더 기다리자. 서두를 건 없으니까.”...집으로 돌아오니, 현관 앞에 낯선 차가 서 있었다.‘손님이 온 건가? 누구지?’시연이 다가가자, 차 문이 열리고 한 남자가 내렸다.레오였다.그는 잔잔한 미소를 지으며 시연을 불렀다.“시연아.”시연은 눈살을 찌푸렸다. 레오가 이곳을 알고 있었다니.오늘날까지도 시연은 레오가 자신에게 그렇게 잘해 주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제 와서 그 이유가 중요한 건 아니었다.시연은 두 발짝 앞으로 나섰다. 표정은 담담했다.“무슨 일이시죠?”“시연, 나...”시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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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2화

해야 할 말은 다 끝났다.시연은 몸을 돌려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시연!”레오가 다급히 그녀의 팔을 붙잡았다.시연은 눈살을 찌푸리며 의아한 시선을 보냈다.“아직 할 말이 남으셨나요?”“나...”레오는 말을 잇지 못했다. 얼굴엔 고통이 가득 묻어났다.“미안하다. 내가... 내가 널 망쳐 놨다.”‘허...’시연은 차가운 웃음을 지으며 대꾸했다.“인정하시는 거군요?”레오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침묵은 곧 대답이었다.“너무 터무니없잖아요!”시연의 눈에 핏발이 섰다.“당신이 내 삶에 끼어든 탓에... 제 아버지가 이유도 모른 채 죽었어요!”지금도 떠오른다.지동성이 끝내 그녀를 밀쳐내며, 피투성이가 된 채 눈앞에서 쓰러지던 그 순간을.‘그 장면만 생각하면... 숨이 막혀 버려.’그렇다. 그래서 레오가 그토록 많은 도움을 주었던 거다. 죄책감 때문이었다.“미안하다, 시연아.”레오는 몇 번이나 말을 바꾸려 했지만, 끝내 입 밖으로 나온 건 그 말뿐이었다.“필요 없어요.”시연은 깊게 숨을 들이켜며 눈가의 뜨거운 기운을 억눌렀다.차갑게 레오를 바라봤다.“아버지는 이미 돌아가셨어요. 아무리 깊은 사과도... 아무 의미 없다는 걸 모르시나요?”하지 말아야 할 말이라는 걸 알면서도, 시연은 결국 입술을 깨물고 내뱉었다.“레오 선생님, 당신... 그 불륜녀를 정말 사랑하나요?”“뭐라고?”레오의 눈이 커졌다. 그 뜻밖의 질문에 크게 흔들렸다.하지만 시연은 대답 따윈 원하지 않았다.‘내 불행의 시작은... 레오와 그 불륜녀 때문이야.’‘사랑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도 없었겠지.’“정말 한심한 일이네요...”시연은 씁쓸히 내뱉었다.“세상 모든 불륜과 불법적인 관계는 끝내 좋은 결말을 맞이하지 못하거든요.”그건 분명한 저주이자 조롱이었다.말을 마친 시연은 몸을 돌려, 단호하게 대문을 열고 안으로 사라졌다.“시연!”레오의 목소리가 울렸지만, 시연은 끝내 뒤돌아보지 않았다.“다시는 오지 마세요! 전화도 받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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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3화

“당신...”시연은 유건의 시선에 조금은 불편해졌다.“재진 받으러 온 거예요?”‘다리도 이제 거의 다 나은 것 같은데...’하지만 유건은 대답하지 않았다. 마치 못 들은 사람처럼 미간을 좁히더니, 턱을 살짝 들어 올렸다.“어젯밤, 못 잤지?”‘간호사와 나눈 대화를 들은 건가?’시연은 부정하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왜 못 잤어?”유건이 집요하게 물었다.시연은 잠시 얼떨떨하다가, 더듬거리며 대답했다.“그냥... 꿈을 계속 꿨어요. 자는 것 같으면서도, 제대로 못 자는 것처럼.”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 무의식중에 새어 나오는 애교 같은 어투였다.그건 오래 함께할 때만 자연스레 생기는 습관 같은 것이었다.“요즘 계속 그래?”“아니요, 최근 이틀 정도만요.”유건은 아무 말 없이 잠시 침묵하다가 담담히 말했다.“가봐. 일해야지.”“아... 네.”시연은 고개를 숙인 채 유건 옆을 스쳐 지나갔다. 스치는 순간, 은은한 민트 향 코롱 냄새가 코끝을 스쳤다.‘아직 안 갈아입었구나.’진료실에 들어온 시연은 자리에 앉아 컴퓨터를 켰다.그런데, 따뜻한 우유를 가져다주겠다던 간호사는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무슨 일에 걸린 걸까?잠시 기다린 끝에 진료 시작 직전에서야 간호사가 허겁지겁 들어왔다. 손에는 우유 잔이 들려 있었다.“지 선생님, 죄송해요. 늦었어요!”“뭐가 죄송하다는 거예요?”시연은 웃으며 말했다.“저를 도와주는 건데, 제가 고맙죠.”“여기요.”간호사는 웃으며 잔을 건네더니 장난스럽게 눈을 찡긋했다.“원래는 금방 올 수 있었는데, 어떤 분이 ‘보통 우유는 못 드신다’고 해서요!”“네?”시연은 잠깐 멍해졌다.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아이고.”간호사가 짓궂게 웃었다.“모르는 척은... 그게 누군지 다 아시면서...”굳이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시연과 유건의 관계는 병원은 물론 G시에까지 이미 알려진 사실이었다.질투도, 부러움도 섞여서.“그분이 굳이 달려가서 사 온 거래요. 지 선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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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4화

시연은 멍하니 유건을 바라보았다.‘이 사람이... 여기 온 거야? 언제부터? 왜 온 거지?’“왔어? 왜 이렇게 늦었어.”유건은 시연 앞에 서서 그녀의 지친 얼굴을 보자, 눈빛에 화가 치밀어 올랐다.“음...”시연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렸다.“일이 좀 많았어요.”“일이 많았다고?”유건의 입꼬리가 비틀렸다.“병원에서 바로 온 거야?”시연이 대답하기도 전에, 유건이 날카롭게 목소리를 높였다.“날 똑바로 봐. 거짓말하지 마.”시연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들어 유건의 눈을 마주쳤다.“나...”그러나 입 안에서 맴도는 거짓말은 도무지 나오지 않았다.“말 못 하겠어?”유건은 냉소적으로 웃었다.“그럼 내가 대신 말하지. 노은범 집에서 돌아온 거지?”시연은 입술을 꾹 다물고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참 기가 막혀!”유건의 분노가 폭발했다.“노은범 집이 그렇게 가난해졌어? 간병인 하나 못 쓰나?”“그게 아니에요...”“그게 아니라면 뭐야?”유건은 한 치의 변명도 허락하지 않았다. 표정은 잔뜩 굳어져 있었다.“넌 의사야. 하루 종일 진료만으로도 이미 지쳐 있잖아. 거기에다 조이까지 돌봐야 하고.”도경미가 집안일을 도와준다 해도, 아이에게 어머니는 대체 불가능한 존재였다.“그런데도 노은범이 밤마다 와서 보살펴 달래?”“나...”“말하지 마!”유건은 더 이상 참지 못한 듯 시연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억눌러도 억눌러지지 않는 분노가 손끝까지 전해졌다.“노은범 부모라는 사람들이 대체 뭔데?”그는 누구보다 시연을 아끼고, 그녀가 조금이라도 고생하는 걸 차마 두고 보지 못했다. 그런데 노은범 집에서는 시연을 당연한 듯 부려 먹는다니!“넌 정말 눈치가 없어? 강수희 여사가 널 진심으로 좋아한다고 생각해? 전부 아들 때문이잖아!”“노은범이 필요하니까, 그래서 널 받아들인 거라고. 진심이 아니니까, 네가 밤마다 고생하는 걸 봐도... 마음 아파하지 않는 거야.”“유건 씨.”시연도 모르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어쩌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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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5화

분명, 시연은 흔들렸다.누군가 자신을 위해 모든 걸 내려놓으려 한다는 것... 더구나 그 사람이,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나는... 왜 이 순간 설레는 거지? 이 마음이 너무 부끄럽다.’“아니... 아니에요.”시연은 고개를 저으며 힘겹게 입을 열었다.“은범에게 책임이 있는 건 인정해요. 하지만... 그건 책임만은 아니에요.”“그만!”유건은 더 듣고 싶지 않았다.그는 시연의 어깨를 움켜쥐고 억지로 돌려세웠다. 강하게 마주 보는 시선 속에서 분노와 절망이 뒤엉켰다.“그럼 난? 나한테는 책임 없어? 나한테는 빚지지 않았어?”“유건 씨...”시연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무도 알지 못했다. 지금 그녀가 얼마나 마음속으로 갈등하며, 이 유혹을 뿌리치기 위해 큰 힘을 짜내고 있는지.“내가 잘못했어요.”결국 또 같은 대답.시연은 이렇게까지 지쳐 있으면서도 끝내 고개를 돌려주지 않았다.“하... 하하.”유건은 헛웃음을 터뜨리며 스스로를 비웃었다.“정말... 혼자만 착각하고, 혼자만 난리 친 거였네.”시연은 놀란 듯 유건을 바라보다가, 차마 말을 잇지 못했다.“잘 생각해.”유건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것은 시연에게 던지는 말이자, 동시에 스스로를 다잡는 경고였다.“오늘 내가 돌아가면... 다시는 네 일에 관여하지 않을 거야. 앞으로 우연히 마주쳐도, 그냥 고개만 끄덕이는 남이 될 거라고.”이별한 연인이 친구로 남는다는 건, 유건에게 불가능한 일이었다.‘내가 언젠가... 시연을 마음에서 도려낼 수 있을까? 그런 날이 오긴 할까?’“네. 생각 정리했어요.”시연의 목소리는 갈라져 있었다. 목구멍은 날이 선 톱니가 스치는 듯 아팠다.1초, 2초.유건은 잠잠히 그녀를 응시하다가, 이내 몸을 돌렸다.그는 단호하게 차 문을 열고 올라탔다. 엔진 소리가 울리고, 차는 곧장 어둠 속으로 사라졌다.단 한마디의 군말도 없이.“유건 씨!”시연은 본능적으로 불러 세우려 했다. 그러나 발은 납덩이처럼 무거웠고, 한발자국도 뗄 수 없었다.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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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6화

“정말요?”시연은 놀라 눈을 크게 뜨더니, 이준을 노골적으로 훑어보았다.“근데 전혀 그렇게 안 보이는데요. 아현이가 성숙해 보이는 게 아니라... 선배가 너무 젊어 보여요.”남자는 원래 노화에서 여자보다 유리했다.게다가 이준은 워낙 자기 관리가 철저한 편이었다. 식습관과 생활 리듬을 지키고, 아무리 바빠도 운동을 거르지 않는 사람이었다.“아부는 그만.”이준이 웃으며, 손에 들고 있던 카드를 내밀었다.“이거, 아현이가 너한테 꼭 전해 달라고 했어.”“저한테요? 뭐죠?”시연은 호기심 가득한 눈빛으로 받아 들고 열어 보았다.이준이 옆에서 설명을 덧붙였다.“아현이가 이번 주에 스무 살 되거든. 집에서 생일 파티를 열 건데, 꼭 언니를 초대하라고 당부하더라.”“그래요?”시연은 눈썹을 살짝 올렸다.“이거 영광인데요? 저도 나름 아이들한테 인기가 있나 보네요.”이준은 피식 웃었다.“넌 나랑 동년배지만, 사실 아현이랑 나이 차이도 몇 살 안 나잖아. 그런데도 ‘아이’라고 부르는 게 웃기지 않냐? 내 눈엔 너희 둘 다 그냥 애들이야.”“에?”시연이 초대장을 확인하다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장소가... ‘은수’?”은수... 한동안 잊고 있던 이름이었다.‘예전에... 유건이 한강우한테서 ‘은수’ 그 부지를 따냈을 때, 나도 한몫했었지.’그곳은 시연이 알기로 모두 고급 시설이 모여 있는 곳이었다.생일 파티를 한다고 쉽게 빌릴 수 있는 자리가 아니었다.이준은 그녀의 눈빛을 읽고 미리 말을 덧붙였다.“아현이 성이 ‘최’잖아. G시 최씨 가문의 딸이야. ‘은수’ 그곳에서 파티 여는 거, 당연한 거지.”G시의 최씨 가문.도시 상류층 사회에서 빼놓을 수 없는 집안이었다.‘아현이가... 그런 집안 딸이었다니.’시연은 새삼 놀랐다.아현은 어디까지나 이준을 따라다니는 귀여운 동생쯤으로만 보였으니까.늘 그림자처럼 달라붙어 있는 모습은... 마치 주인 없는 강아지 같았다.“그러니 꼭 와야 해.”이준은 더 말하지 않고, 두어 번 당부만 남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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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7화

주말.시연은 조이를 잘 챙겨 두고 외출 준비를 했다.“엄마.”조이는 아쉬운 얼굴로 엄마를 붙잡았다.“오늘 언제 와요? 오늘은 조이랑 같이 자기로 한 날이잖아요.”어릴 때부터 시연은 조이가 혼자 잘 수 있도록 습관을 들여왔다.하지만 아이는 여전히 엄마 품을 찾았다. 그래서 시연은 늘 주말엔 함께 자 주겠다고 약속하곤 했다.“엄마 잊지 않았어.”시연은 마음이 짠해 딸아이 머리칼을 쓰다듬었다.“엄마 다녀오면 바로 옆에 있을 거야. 조이가 눈 뜨면 엄마가 꼭 곁에 있을 거야.”“정말요?”“그럼.”안심한 조이는 얌전히 엄마를 현관까지 배웅했다.“엄마, 기다릴 거예요.”“그래, 알았어.”문을 닫자, 시연의 가슴은 알 수 없는 시림으로 저렸다.‘조이가 요즘 더 나한테 의지하는 게 느껴져...’‘아저씨가 없으니까 이제 엄마밖에 없는 거겠지.’예전처럼 조이가 아저씨를 찾으며 떼쓰진 않았다. 어린 나이지만, 아이 나름대로 어렴풋이 느낀 것이다. 엄마가 그 사람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아직 이렇게 어린데... 이런 눈치까지 봐야 한다니... 시연은 조이가 너무 안쓰러웠다. ...시연은 차를 몰고 은수에 도착했다. 초대장을 내밀자 안내 직원이 곧장 그녀를 홀 안으로 인도했다.벌써 많은 사람이 모여 있었고, 화려한 분위기로 북적였다.시연은 난감해졌다. 아는 사람이라고는 이준과 아현뿐인데, 두 사람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디 가서 뭘 하고 있어야 하지...?’“시연 언니!”익숙한 목소리가 등을 쳤다.돌아보니, 공주 드레스를 입은 아현이 환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있었다.아현은 치맛자락을 살짝 들어 올린 채 종종걸음으로 달려와 시연의 손을 꼭 잡았다.“언니, 진짜 왔네요? 사실 언니 안 올까 봐 걱정했어요.”“왜 안 와?”시연은 핸드백에서 정성스레 포장한 상자를 꺼냈다.“생일 축하해.”“고마워요.”아현은 선물을 받아 들며 코끝을 씰룩였다.“말했어야 했는데... 비싼 건 준비 안 해도 됐어요.”“안 비싸.”시연은 장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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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8화

사실, 서른을 갓 넘긴 남자가 여자와 가까이 지내는 건 이상할 게 없었다.‘정상적인 남자라면... 그게 오히려 자연스러운 거잖아.’아무도 본 적 없다고 해서 없는 건 아닐 터였다.시연이 애매하게 대답하자, 아현은 금세 안달 난 얼굴이 되었다.“언니! 언니가 좀 더 꼼꼼히 지켜봐야 해요! 변이준이 원래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거든요. 있어도 티 절대 안 내요!”“그건...”시연은 난처하게 웃으며 조심스레 말했다.“그래도 그건 선배의 사생활이잖아. 내가 일부러 관찰하는 건... 좀 그렇지 않아?”‘난 기자도 아니고, 더군다나 선배가 연예인인 것도 아닌데.’“언니!”아현은 금방이라도 울 듯, 맑은 눈망울을 껌뻑이며 시연을 바라봤다.“제 행복을 위해서예요. 언니가 꼭 도와줘야 해요!”시연은 크게 눈을 떴다.“네... 네 행복?”그제야, 시연은 자신이 짐작한 게 맞다는 걸 확신했다.“너, 선배를...”“맞아요!”아현은 숨기지도 않았다. 오히려 당당했다.“전 변이준을 좋아해요! 언니 왜 그렇게 놀라요? 제가 변이준이랑 어울리지 않나요?”“아, 아니!”시연은 급히 손사래를 쳤다.“정말 그런 뜻 아니야!”하지만 그녀의 머릿속에는, 이준이 말했던 나이 차가 번뜩 떠올랐다.무려 열한 살.‘물론, 진짜 사랑이라면 나이쯤은 문제가 안 될 수도 있어.’‘그래도... 세대 차이, 가치관 차이는 분명히 있겠지.’“흥.”아현은 삐친 듯 코웃음을 쳤다.“고작 열한 살 차이잖아요. 그게 뭐 대수예요? 제가 나이 많은 거 신경 안 쓰겠다는데, 변이준이 왜 신경 써야 하죠?”시연은 그제야 알았다.아현의 마음은 뜨겁지만, 어쩐지 일방적인 짝사랑처럼 느껴졌다.“내 생각엔...”시연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선배가 널 싫어하는 건 아닐 거야.”“변이준, 감히 딴마음 먹기만 해봐!”아현은 고개를 번쩍 들며 당당하게 말했다.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했다.“그렇다 해도... 선배는 아현이보다 나이가 많잖아. 아무래도 더 신중할 수밖에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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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9화

“언니, 여기 잠깐만 앉아 있어요. 손님들 좀 챙기고 올게요.”“응.”오늘은 아현의 생일 파티였다. 당연히 시연만 챙길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조금 있다가 케이크 자를 땐 꼭 같이 해줘야 해요.”아현은 장난스럽게 윙크하고는 환하게 웃으며 자리를 떠났다.“알았어.”시연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주위를 둘러보던 시연은, 조금 전 아현이 털어놓은 비밀이 머릿속에 맴돌아 여전히 복잡했다.‘이준 선배...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무심코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며 그의 모습을 찾았지만, 쉽게 보이지 않았다.그러다, 입구 쪽에서 익숙한 두 사람이 눈에 들어왔다.유건과 도리슬이었다.유건이 앞서 걸었고, 리슬은 뒤따르고 있었다.리슬은 뭔가를 계속 이야기하는 듯했지만, 유건의 얼굴은 무표정했다. 오히려 짙은 짜증이 깔려 있었다.‘역시... 고유건... 이런 데선 감정을 숨기지도 않네.’“아, 정말...”결국 리슬이 참다못해 목소리를 높였다.“내 말 듣고 있어요? 그런데, 오늘 혼자 온 거예요? 시연 씨는요?”순간, 유건의 발걸음이 멈췄다. 이미 인내심이 바닥난 듯했다.“내 뒤에 붙어다니지 마. 그리고 내 일을 보고할 필요는 없는 것 같은데?”“아...”리슬은 입술을 내밀며 작게 중얼거렸다.“성격이 왜 이래요... 시연 씨한테도 이래요?”곧 스스로 답을 내렸다.‘아니겠지. 시연 씨는 그런 사람 아니니까. 오히려 자기주장이 강한 사람인데...’아마 남자는 진짜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다르게 대하는 걸지도 몰랐다.잠깐 사이, 유건은 벌써 리슬을 따돌리며 홀을 벗어나 있었다.“흥.”리슬은 치맛자락을 들어 올리며 혼잣말했다.“무시하기는... 내가 붙잡고 싶어서 붙잡는 것도 아닌데...”그러고는 시선을 옮기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어?”리슬의 눈이 시연에게 닿았다.“시연 씨!”리슬은 발끝을 들어 손을 흔들며 반가운 듯 인사했다.시연은 도망칠 틈도 없이 시선을 마주쳤다.“안녕하세요.”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답할 수밖에 없었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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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0화

“아니에요!”시연은 더는 감출 수 없어, 다급히 터져 나왔다.“우리... 헤어졌어요.”“헤어졌어도...”리슬은 자동으로 받아치다, 문득 멈췄다. 굳은 듯 시연을 바라보며 더듬거렸다.“시연 씨... 지금 뭐라고 했어요? 헤... 헤어졌다고요?”“네.”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헤어졌어요.”리슬은 천천히 자리에 주저앉았다. 충격과 혼란이 얼굴에 동시에 스쳤다.“제가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이 나라 말이 좀 서툴러서 그런데, 제가 잘못 이해한 거 아니죠? 헤어졌다는 게... 무슨 뜻이에요?”사실은 입 밖에 꺼내기조차 힘든 말이었지만, 리슬의 어리둥절한 표정에 시연은 순간 피식 웃음이 났다.“아마 리슬 씨가 이해한 게 맞을 거예요. 헤어졌다는 건... 다시는 함께하지 않는다는 뜻이에요.”리슬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다물지 못했다.“말도 안 돼요...”분명 농담일 거라 생각했다.“장난치지 마요!”“장난 아니에요.”시연은 웃음기 없는 얼굴로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이런 걸 어떻게 장난으로 해요?”“이, 이게...”너무 충격적이라, 리슬의 말을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시연은 조용히 일어나며 말했다.“리슬 씨는 앉아 있어요. 제 선배가 오셔서 제가 인사드려야 할 것 같아요.”“네...”리슬은 멍한 얼굴로 고개만 끄덕였다. 그녀에게 이 소식은 마치 쓰나미처럼 몰아친 충격이었다.‘말도 안 돼... 두 사람이 진짜 헤어졌다고?’리슬은 믿을 수 없었다. 유건은 그렇게 쉽게 헤어질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으니까.그런데...‘잠깐만... 두 사람이 끝났다는 건, 지금 고유건... 싱글이라는 거네?’그제야 가슴이 두근거렸다.리슬의 볼은 어느새 달아올라 붉게 물들어 있었다....케이크 커팅이 시작됐다.시연은 아현에게 손을 이끌려 단상 앞으로 섰다. 변이준 옆에는 아현의 아버지 최효강이 서 있었다.“아현아.”최효강이 딸에게 당부했다.“첫 조각은 이준 삼촌께 드려야지. 삼촌, 그동안 고생 많으셨잖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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