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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1151 - Chapter 11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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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1화

“사탕이요.”조이는 곧장 알아보았다.“그래, 맞아.”강수희가 뚜껑을 돌려 열었다.“곰돌이 사탕이야.”그녀는 조이의 작은 손을 살며시 잡으며 물었다.“우리 아기 손, 깨끗해?”“네, 깨끗해요.”조이는 눈을 반짝이며 사탕 통만 바라봤다.강수희는 아이의 손을 꼼꼼히 살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깨끗하네.”그제야 젤리를 몇 알 손바닥에 올려주었다.“먹어 봐.”조이는 서둘러 하나를 집어 입에 넣었다.강수희가 웃으며 물었다.“맛있어? 마음에 들어?”“네.”조이는 커다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전보다 표정이 한결 나아진 듯했다.시연은 속으로 안도하며 조용히 숨을 내쉬었다.‘그래... 조이가 괜찮으면 됐어.’‘강수희 사모님이 조이한테 잘해 주는 건 은범 때문에겠지만... 그래도 다행이지.’...지씨 저택에 자리 잡은 뒤, 시연의 연차도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매일 바쁘게 지내는 게 오히려 마음을 헛갈리게 두지 않는 방법이었다.하지만 밤만 되면, 잠이 쉽게 오지 않았다.하루, 이틀... 시간이 지날수록 불면은 심해졌다.결국, 시연은 서랍 깊숙이 넣어 두었던 약병을 꺼냈다.알약을 반으로 쪼개어 삼켰다.약을 먹으면 겨우 잠들 수 있었다.‘이 증상... 언제쯤 괜찮아질까?’‘혹시, 평생 약에 기대야 하는 건 아닐까...’그러나 지금은 그럴 여유조차 없었다....그날, 야간 근무를 마친 뒤 시연은 늘 그렇듯 은범의 집으로 향했다.강수희가 준 차는 주로 조이를 데려다줄 때만 썼다.시간이 안 맞을 땐 도경미가 대신했기에, 그녀가 운전하는 날이 시연보다 많을 정도였다. 그날도 차를 두고, 시연은 걸어서 정류장으로 향했다.그때, 검은색 벤틀리 한 대가 조용히 그녀 옆에 멈췄다.굳이 경적을 울리지 않아도, 시연은 그 차가 누구 것인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차창이 내려가자, 유건의 얼굴이 드러났다.“타.”잠시 머뭇거렸지만, 시연은 끝내 거절하지 못했다.문을 열고 조용히 올라탔다.유건은 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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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2화

“도착했어.”유건은 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내 다리가 불편하기도 하고... 아니, 설령 괜찮다고 해도 네겐 필요 없겠지. 네가 직접 내려.”“고마워요. 그럼 갈게요.”시연은 고개를 숙이고 차 문을 열어 내렸다.멀어져 가는 여자의 뒷모습을, 유건은 창문을 내리지도 않은 채 오래도록 바라봤다.“대표님?”잠시 후, 시연의 모습이 완전히 사라지자 운전기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출발할까요?”“가자.”유건은 시선을 거둬들였다.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걸었다.[형님.]짧은 호흡 뒤,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사람을 붙여. 시연이 매일 뭘 하는지, 어디를 가는지, 누구를 만나는지... 전부 알고 싶어.”[네, 형님.]...저녁.진아가 지씨 저택을 찾았다.집 안을 둘러보던 진아는 감탄하며 말했다.“여기, 참 괜찮다. 오랜만이라 그런가, 새삼스럽네.”두 사람은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였고, 진아 역시 이 집에 와 본 적이 있었다.하지만 새 주인이 들어선 뒤로는 발걸음이 뜸해졌고, 기억은 점점 희미해졌다.“당연하지.”시연은 커피를 내려 잔을 내밀었다.“이 집, 원래 엄마가 고른 거야. 인테리어도 엄마가 직접 정했고. 우리 엄마 안목, 괜찮지?”진아는 커피를 받아 한 모금 마셨다.“향 좋다.”시연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이 시간에 커피 마셔도, 잠 잘 와?”“나?”진아가 웃음을 터뜨렸다.“난 차라리 밤새 못 자게 만드는 커피가 있으면 좋겠는데.”‘부럽다... 불면이 없다니.’시연은 눈길을 떨구며 속으로 중얼거렸다.진아는 곧장 그녀의 뜻을 읽고, 손을 꼭 잡아 주었다.“아직 약 먹고 있지?”“응...”“에휴...”진아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그 약, 오래 먹는 건 좋은 방법 아니야.”정신과 약물은 장기간 복용할수록 부작용을 피하기 어려웠다.“시연아.”진아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조이는 자고 있고, 지금은 나밖에 없잖아. 참지 말고 말해. 힘들지? 그 사람, 그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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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3화

너무 시끄러워서, 그것도 목소리가 지나치게 커서, 진아는 결국 핸드폰을 귀에서 멀찍이 떼어냈다.그러자 대답이 없다고 생각한 지하는 더 화가 치밀어 올랐다.[임진아? 지금 듣고는 있는 거야? 왜 대답이 없어? 진아 씨!]‘끝도 없네, 진짜...’진아는 눈을 굴리고 싶은 충동을 꾹 참고, 다시 핸드폰을 귀에 가져갔다.“목소리 좀 낮춰 줄래요? 고막 터지겠어요. 밤중에 이러면 민폐라고요.”지하가 말하길, 자기를 못 찾았다 했으니 지금쯤 아마 진아 아파트 근처일 터였다.서민 아파트, 다닥다닥 붙어 사는 집들. 이 정도면 민원 들어올 만했다.[알았어.]지하는 잠시 숨을 고르고는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럼 우리 차분하게 얘기하자.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진아는 코웃음을 쳤다.“부 대표님, 당신이 저한테 어떤 사람인지 알아요? 누가 누구를 데리러 와요?” [진아 씨...]“됐어요.”금방 또 성질을 낼 것 같아, 진아는 더 이상 놀리지 않았다.“지금 시연이 집이에요. 오늘은 여기서 잘 거예요.”[시연 씨 집?]“네.”[아... 그래.]지하는 그제야 안도한 듯했다. 하지만 끝내 묻고 말았다.[나 속이는 건 아니지?]진아의 눈썹이 곤두섰다.“믿기 싫으면 말아요. 그리고, 우리 사이가 뭐길래 이래요? 내가 당신을 속인다고 한들, 뭐가 문제예요?” 그녀는 더 이상 대꾸할 마음이 없어 전화를 뚝 끊어버렸다.핸드폰을 내려놓으려는 순간, 화면이 다시 켜졌다.문자가 도착했다. 지하였다.[내가 잘못했어. 믿을게.][진아 씨가 친구랑 시간을 잘 보내는 게 먼저지.][나는 기다릴 수 있어. 기다리고 있을게. 잘 자.]진아의 입술이 저절로 올라갔다.‘마음이 안 움직였다면, 거짓말이지...’그녀는 성빈을 혼자서 십 년이 넘게 좋아해 왔다.그 시간 동안, 진아를 좋아해 다가온 이들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하지만 마음 둘 곳이 정해져 있는 사람을 오래 붙잡아 둘 수는 없는 법이었다.몇 번 부딪히다 결국은 다 포기했다.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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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4화

더 물을 것도 없었다.채숙희의 몸은 원래부터 약했고, 지난 2년 동안 임씨 집안은 내내 풍파가 잦았다. 겨우 조금 안정을 찾나 했는데, 또 이런 일이 터졌다.태권이 동생의 손등을 토닥이며 말했다.“지금 심폐소생 들어갔어. 괜찮을 거야.”“보호자분, 나오세요. 병력 좀 확인해야 합니다!”“네!”가족 중에 의사인 진아가 제일 잘 알고 있었다.“임 선생님, 환자가 어머니시죠?”응급실 의사가 눈에 익은 얼굴을 확인하고 말했다.“네.”“그럼 다행이네요. 임 선생님이 직접 작성해 주세요.”“알겠습니다.”...응급처치는 분초가 길게 늘어진 듯했다.체감상 하루가 흘러간 끝에, 의사가 처치실에서 나왔다.마스크를 벗으며 진아를 보았다.“상황이 썩 좋지는 않습니다. 지금은 고비를 넘겼지만, 24시간 이내에 반드시 수술받아야 합니다.”‘그럼 당연히 바로 수술 준비를 해야지.’진아가 눈빛으로 재촉하듯 바라보았다.그러자 의사가 난감한 듯 말을 이었다.“임 선생님도 아시겠지만, 이 수술은 국내에서 양석현 교수님만이 유일합니다.”석현의 제자라 불리는 변이준, 지시연이 아무리 뛰어나도 아직은 실전에서 버거운 수준이었다. ‘둘 다 아직 너무 젊어. 이론으론 훌륭해도... 실전은 다르지.’문제는 양석현이 지금 G시에 없다는 것이었다.시연을 통해 진아도 잘 알고 있었다. 이틀 전, 석현은 해외로 나갔다. 국제 포럼에 참석 중이었다.그래서 며칠 동안 큰 수술은 전부 이준과 시연이 대신 맡고 있었다.“어쩌죠?”의사는 한숨을 내쉬었다.“결국 변이준 선생님을 모시는 게 가장 현실적일 겁니다.”진아는 대답을 못 했다.이준을 못 믿어서가 아니었다.단지, 객관적인 사실은 이 수술은 양석현만이 할 수 있다는 것.어떻게 어머니의 생명을, 다른 이에게 맡길 수 있단 말인가?의사가 다시 말했다.“물론, 변 선생님도 워낙 바쁘시긴 한데... 임 선생님하고 지 선생님은 가까운 사이잖아요. 지 선생님이 부탁하면, 변 선생님은 마다하지는 않을 겁니다.”그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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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5화

[울지 마.]“흐...흑...”하지만 진아는 멈출 수가 없었다. 아버지와 오빠 앞에서는 겨우 참고 버텼지만, 지금은 도저히 안 됐다.[그만 울라고 했잖아!]지하가 갑자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계속 울면... 나 진짜 안 도와줄 거야.]진아는 목이 턱 막혔다.‘진짜 화난 건가? 아니면 일부러?’[그래. 진아 씨, 내 말을 잘 들어.]곧 지하의 목소리가 낮아지고, 부드럽게 가라앉았다.[아무것도 하지 마. 그냥 거기 있어. 내가 바로 갈게.]뚝-통화가 끊겼다.진아는 핸드폰을 내려다보며 머리가 지끈거렸다.‘아무것도 하지 말라고? 엄마가 수술 기다리고 있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어?’임병지와 태권이 곧장 물었다.“진아, 어떻게 됐어? 시연이랑 연락했니? 뭐래?”“아직...”진아는 고개를 저었다.“조금만 더 기다려 보자.”“뭘 기다려?”태권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양 교수님 안 계시잖아. 변이준 선생님밖에 답 없어.”“아니야. 일단은... 기다려.”진아는 구체적으로 말하지 못했다.“진아...”“됐어!”임병지가 아들의 어깨를 잡아 눌렀다.“진아 말 들어. 네 동생은 의사야. 우리보다 훨씬 잘 알지.”“하...”태권은 답답해하며 고개를 저었지만 더는 말하지 않았다.집안 분위기를 억지로 눌러놓았지만, 정작 진아는 가만있을 수 없었다.응급실 밖으로 나온 그녀는 두 손을 꽉 쥔 채 좁은 복도를 분주히 오갔다.‘언제 온다는 거야. 제발...’...전화를 끊은 지하는 곧장 재명을 불렀다.“지금 M국에 있는 개인 전용기 알아봐. 바로 뜰 수 있는 걸로.”뜻밖의 지시에 재명이 잠시 멍해졌다.“누가 M국에 계십니까?”“응.”지하는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어서 덧붙였다.“그리고 강울대병원 병원장에게 연락 넣어. 양석현 교수님, 지금 하던 일 다 내려놓고 당장 G시로 돌아오시라고.”“알겠습니다.”재명이 물러나려 하자 지하가 다시 불렀다.“아니다. 병원장한테는 내가 직접 연락할게. 넌 전용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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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6화

“음...”진아의 가슴이 순간적으로 뜨겁게 차올랐다.억눌러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끝내 버티지 못했다. 눈물이 터져 나왔다.“흑...흑...”“어?”지하가 눈이 동그래졌다.“왜 또 울어?”허둥지둥 눈물을 닦아주며 중얼거렸다.“내가 이러는 건 다 진아 씨를 안심시키려고 그런 건데... 울지 말라고 한 건데...”하지만 진아의 울음은 멈출 기미가 없었다. 지하는 속수무책으로 고개를 저었다.“아이구, 우리 공주님. 그래, 울고 싶으면 울어.”지하는 조심스레 진아를 끌어안았다.“많이 놀랐지? 괜찮아, 이제 무서울 거 없어.”아이 달래듯 낮게 속삭였다.진아는 결국 얼굴을 그의 품에 파묻었다. 두 뺨이 지하의 가슴팍에 닿는 순간, 지하의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이렇게 가까이?’이건 두 사람이 아는 사이가 된 이후,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예전의 강압적인 입맞춤조차 지금의 순간만큼 뜨겁지는 않았다.지하는 천천히 입꼬리를 올렸다.‘조금만 더... 아니, 오래오래 이렇게 있었으면.’온종일 팽팽하게 버텨온 긴장이 조금은 풀렸다.다행히도 지하가 챙겨준 덕분에, 진아 가족은 굶주린 채 기다리지 않아도 됐다.채숙희는 현재 관찰실에 있었다. 간호사가 수술 전 필요한 모든 준비를 마치고, 전담으로 곁을 지키고 있었다.밤 7시를 넘어섰을 무렵, 지하의 핸드폰이 울렸다. 정빈이었다.[야, 지금 시간이 몇 시야? 안 올 거야? 유건이는 실연했다고 너만 찾는다?]“내 사정 좀 전해 줘. 지금은 여길 못 비워.”지하가 전용기를 수소문한 일은 이미 소문이 퍼져 있었다. 모를 리 없었다.정빈이 헛웃음을 터뜨렸다.[임진아 때문이지? 친구로서 하는 말인데, 너무 올인하지 마라. 괜히 유건 꼴 나면 곤란하지 않냐.]“걱정하지 마. 그럴 일 없어. 대신 유건 잘 달래줘.”지하는 전화를 짧게 끊고 다시 진아에게 돌아왔다.그녀 곁에 앉으며 부드럽게 말했다.“눈 좀 붙여. 조금이라도 쉬어야 해, 알았지?”진아는 고개를 저으며 눈망울을 크게 떴다.“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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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7화

“걱정하지 마세요.”태권이 임병지의 팔을 꼭 붙잡았다.“진아도 이제 다 큰 성인이에요. 자기 생각이 분명한 애니까... 아버지, 우리가 괜히 끼어드는 건 옳지 않아요.”‘진아가 원하지 않다면 애초에 부 대표님을 방에 들이지도 않았겠지.’태권은 속으로 그렇게 단정했다....방 안.진아는 부은 눈으로 침대에 누운 채, 방 한구석에 서 있는 지하를 바라봤다.“지하 씨도... 여기 있는 거예요?”조심스레 묻는 목소리에, 지하는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응, 그래.”그러고는 일부러 장난기 섞인 눈빛으로 그녀를 향해 미소 지었다.“내가 여기 있는 거... 허락해 줄 거야?”진아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방금까지 지하가 보여준 진심과 노력을 생각하면, 차마 내쫓을 수는 없었다.‘지금 상황에 날 억지로 곤란하게 만들 사람은 아니야.’“뭐가 안 된다는 건데요? 지하 씨가 이런 때에... 저한테 무슨 짓을 하진 않겠죠.”지하는 낮게 웃음을 흘렸다.“후후... 역시 똑똑하네.”사실이었다. 진아 어머니가 중환자실에 있는 이 시각, 아무리 그녀를 원해도 지하는 그런 짐승 같은 짓을 할 수 없었다.게다가 지하가 원하는 건, 이런 장소와 이런 분위기가 아니었다.“뭐라도 좀 시켜 먹을래?”지하가 제안했다.진아는 입맛이 없었지만, 곁에서 계속 자리를 지켜준 그가 배가 고프지 않을까 싶어 고개를 끄덕였다.“네. 그리고...”“알아.”지하는 진아의 말을 끊으며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아버님이랑 임 대표님 몫까지 같이 챙기게 할 거야.”“고마워요.”진아가 낮게 대답했다.곧 배달된 음식은 진아에게 그저 종이 씹는 맛 같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조금은 먹었다. 지하는 억지로 권하지 않고 묵묵히 곁에 앉아 있었다.“자, 이제 자.”지하가 부드럽게 말을 건넸다.“그럼... 지하 씨는요?”이 방에는 침대가 하나뿐이었다.“난 소파에서 잠깐 눈만 붙이면 돼.”지하는 벌떡 일어나 소파로 가 앉았다. 고개를 기대며, 침대 위의 진아를 똑바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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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8화

“그럼... 알겠다.”임병지는 지하를 향해 몇 번이나 말을 꺼내려다 결국 삼켰다.지하가 먼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아버님,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진아 씨를 집까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그래, 부탁하네.”아내가 수술을 잘 끝낸 이상, 이제 남은 걱정은 딸이었다. 임병지는 마지막까지 신신당부하는 눈빛을 보냈다.아버지와 오빠를 떠나보낸 뒤, 진아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지하의 차를 타고 몇 분도 안 돼 도착했지만, 지하는 끝까지 함께 올라왔다.현관문을 열고 들어서다, 진아가 문득 발걸음을 멈추고 지하를 돌아봤다.“들어와서 잠깐 앉을래요?”지하의 눈빛이 즉각 환해졌다.“정말... 괜찮아?”“네.”진아가 옅게 미소 지었다.“들어와요.”...공간은 크지 않았지만, 정갈하고 아늑했다.지하는 한 바퀴 둘러보곤, 예전 진아의 낡은 원룸을 떠올렸다.“예전 집보단 조금 낫네.”진아는 물을 따라 건네며 웃었다.“이런 평범한 오피스텔이 부 대표님 눈에 들 리가 없죠.” “아니.”잔을 받으며 고개를 저은 지하가 곧장 시선을 고정했다.“난 괜찮다고 봐. 여긴... 진아 씨가 있으니까.”그의 눈빛엔 진심이 어려 있었다.진아는 잠시 굳어 서다가, 억지로 농담을 던졌다.“지하 씨, 말 참 잘하네요. 여자들한테 이런 말 자주 해요?”‘이런 남자라면, 분명 여자들한테 인기도 많을 거야...’성빈, 유건. 이름만 들어도 수많은 소문이 떠올랐다.진아는 이미 남자 문제로 크게 다친 적이 있었다. 그래서 재벌 2세들과는 더 엮이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이 남자는 왜 이렇게 놓아주질 않는 걸까?지하는 대답 대신 질문으로 받아쳤다.“내 지난 얘기를 왜 그렇게 궁금해해? 임진아 씨, 지금 혹시 질투하는 거야?”진아의 눈동자가 순간 흔들렸다.진아는 순간 멍해졌다가, 고개를 저었다.“그 정도는 아니에요.”물컵을 꼭 안은 채 두 모금 마신 뒤, 지하를 똑바로 바라보며 차분히 말했다.“지하 씨, 고마워요.”“응?”지하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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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59화

“진짜로 하는 말이야?”지하의 목소리가 떨렸다.진아는 고개를 들어 올려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 눈빛은 맑고 단단했다.“네, 진짜예요.”“후회 안 해?”지하의 눈동자 속에서 불꽃이 일렁였다.“네, 안 해요...”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의 선택은 순간적인 감정이 아니라, 자기 마음이 내린 결정이었다. 미래에 어떤 결과가 오든, 후회하지 않으리라.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자기 마음에 솔직하고 싶었다.“좋아.”지하가 허리를 숙여 두 손으로 진아의 얼굴을 감싸 쥐었다.눈빛이 타올랐다.“그럼 묻겠습니다, 임진아 씨. 지금... 키스해도 될까요?”진아의 두 손이 긴장감으로 움켜쥐어졌다.“네, 해도 돼... 으음...”말이 끝나기도 전에, 지하가 그녀의 입술을 덮쳤다.순간, 진아의 얼굴이 활활 달아올랐다. 손바닥에는 땀이 배어 나왔다.호흡이 점점 가빠지자, 지하는 곧바로 눈치를 채고, 그녀를 놓아주었다.“하아...”진아가 허겁지겁 숨을 몰아쉬었다.지하가 피식 웃음을 흘렸다.“설마... 숨 쉬는 방법도 몰라?”“뭐라고요?”진아는 어리둥절했다. ‘숨을 쉬는 방법이라니, 그게 무슨 뜻이야?’지하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녀를 지켜봤다.‘설마... 진짜 키스 경험이 없는 건가?’말도 안 되는 일 같았다. 하지만 조금 전 진아의 반응은 너무나 서툴렀다.‘그렇다면, 진성빈과의 오랜 관계는...?’지하는 스스로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상관없어. 과거가 어떻든 중요하지 않아.’진아의 미래는 이제 새롭게 시작될 것이고, 자신과 함께 이어질 것이다.지하는 다시 두 손으로 진아의 얼굴을 감쌌다.“진아 씨.”낮고 진중한 목소리.“숨 쉬어. 괜찮아.”그리고 천천히 다시 입술을 맞췄다.“자기야, 이번엔 숨 쉬어.”“그래, 입술 조금만 열어봐...”“...”오늘은 수술이 일찍 끝나서, 시연은 은범의 집에 들렀다.“왔니?”반갑게 맞이하는 강수희는, 손에 칼을 든 채 과일을 썰고 있었다. “과일 조금 썰어놨으니까 이따 안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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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60화

은범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게 맞아.”시연이 웃으며 말했다.“느낌이 있다는 게 좋아. 운동 안 하던 사람이 갑자기 달리기 시작하면 처음엔 근육이 뻐근하잖아. 조금씩 하면 금방 괜찮아져.”시연은 몸을 일으켜 손을 내밀었다.“내 손 잡고, 힘껏 해봐. 내가 아플 거라고 걱정하지 말고.”은범은 그녀가 일부러 장난스럽게 말하는 걸 알아차렸다.지금의 자신이 아무리 힘을 준다 한들, 시연을 아프게 만들 수는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은범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시연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손에 힘을 실었다.“좋아, 아주 좋아...”시연이 계속해서 다정하게 격려했다.그때, 강수희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아들의 모습에 눈가가 저절로 젖어 들었다.아들이 깨어난 뒤, 이런 재활 훈련은 매일 곁에서 함께했지만, 아들이 웃는 얼굴을 보여주는 건 오직 시연이 있을 때뿐이었다.‘역시... 의사 말이 맞았어. 좋은 감정이야말로 회복의 가장 큰 힘이야.’“시연.”강수희가 다가와 과일을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이거 좀 먹어.”“감사합니다.”시연이 시선을 옮기자, 과일 접시 옆에 과일을 갈아 만든 과일퓌레가 담긴 작은 그릇이 놓여 있었다.은범은 아직 씹고 삼키는 게 서툴러서, 혹시라도 목에 걸릴까 봐 따로 준비한 것이었다.강수희가 그릇을 들고 아들에게 다가갔다.“은범아, 과일 먹자.”하지만 은범은 미동도 하지 않고, 오히려 찌푸린 얼굴로 시연만을 바라봤다.말하지 않아도 무슨 뜻인지 뻔히 알 수 있었다.강수희가 웃으며 혀를 찼다.“얘 좀 봐라. 시연이만 찾으면 어쩌니? 시연도 자기 거 먹어야지.”“괜찮아요.”시연이 서둘러 나섰다.“제가 먹여주면 되죠. 저야 급한 거 없으니까요.”“에휴...”강수희가 못 말리겠다는 듯 고개를 저었지만, 시연은 이미 그릇을 받아 들고 있었다.숟가락으로 반 숟갈 떠서 은범의 입 앞에 내밀며 부드럽게 말했다.“자, 아... 입 벌려.”은범은 순순히 입을 열었다.시연이 숟가락을 은범의 입에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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