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더는 못 하겠어요... 은범이가 깨어났어요. 은범인 나 때문에 이렇게 된 거잖아요. 내가 어떻게 모른 척해요?”“그럼 난?”유건은 미칠 듯한 심정이었다.“노은범은 네가 필요하고, 나는 필요 없다는 거야? 그 인간은 3년 누워 있었으니까 되고, 내가 겨우 3일 누운 건 안 돼?”“아니에요. 그런 게 아니에요...”“뭐가 아닌데?”유건은 머리도, 가슴도 다 쪼개질 듯 아팠다.“우리 분명히 다시 잘하기로 했잖아. 잘 지내고 있었잖아. 그런데, 고작 며칠 됐다고, 날 버리겠다고? 지시연... 넌 사기꾼이야!”순간, 유건은 시연을 놓아버리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왼쪽 다리가 아직 회복되지 않아, 몸이 휘청이며 거의 쓰러질 뻔했다.“유건 씨!”시연은 다급히 손을 뻗었다.“필요 없어!”하지만 유건은 그녀의 손길마저 뿌리쳤다.간신히 몸을 가다듬은 그는 눈을 반쯤 내려, 시연을 곁눈질했다.“평생 날 책임질 수 없으면... 애초에 건드리지 마. 희망 따윈 주지 마.”그 말을 끝으로, 유건은 몸을 돌려 방을 나갔다.“유건 씨...”시연은 본능적으로 손을 뻗었지만, 허공만 움켜쥔 채 멈췄다.지팡이를 짚은 유건은 서둘러 방을 빠져나갔다.쿵!문이 세게 닫히는 소리에, 시연의 어깨가 움찔거렸다.순간, 온몸에서 힘이 빠져나가듯 허물어져 바닥에 주저앉았다.“유건 씨... 흐읍...”시연은 팔꿈치에 얼굴을 묻고, 낮고 억눌린 울음을 터뜨렸다.소리 내어 울지도 못하면서, 심장은 옥죄듯 조여들고, 폐마저 쥐어짜여 숨조차 가빠졌다.‘이게... 진짜의 생이별이구나.’그래서 사람들은 ‘생이별’과 ‘사별’을 나란히 두고 말하는 걸까?시연은 ‘떠난다’는 것이 괴롭고, 미안할 거라는 건 예상했다. 하지만 현실이 되어 닥치자, 말로 형언할 수 없는, 살을 베어내는 듯한 고통을 처음 느꼈다.‘아픈 건 고유건만이 아니었어. 나도... 똑같이 아프구나.’3년 전, 그녀가 분노에 휩싸여 떠나던 때의 아픔과는 달랐다.지금은 서로 사랑하면서도 안을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