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가 진아를 안아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 차에 태웠다. 그는 몸을 숙여 직접 진아에게 안전벨트까지 채워줬다. 바로 떠나지는 않고, 흘러내린 잔머리를 넘겨주며 진아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지하의 목소리가 낮고도 부드럽게 흘러나왔다.“오늘 밤, 장인어른 장모님 댁엔 안 가도 되지?”‘장인어른, 장모님? 뭐야, 갑자기 왜 거기로 가?’진아는 웃으며 지하를 톡 하고 쳤다.“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쳇...”지하는 짐짓 심술 난 표정을 지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아까 분명히 청혼 받아줬잖아. 응? 여보?”“응...”진아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집엔 안 간다고... 그럼 어디로?”“내 집으로. 아니, 우리 집.”그 말을 뱉는 지하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어쩐지 긴장되잖아...’진아는 목을 꿀꺽 넘겼다.“뭐 하려는 건데?”그건 곧 승낙이었다.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지하는 G시에 집 여러 채를 갖고 있지만, 향한 곳은 평소 그가 머무는 마크힐스였다.미혼이라 종종 부씨 가문의 본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탓에, 마크힐스는 사람이 드나드는 빈도수가 적었다. 덕분에 늘 깨끗했고, 마치 모델하우스 같았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분명히 누군가 손을 댄 듯, 집 안이 미리 꾸며져 있었다.문을 열자마자 시야 가득 꽃.복도 위에도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다.보통은 장미 999송이로 청혼한다지만, 이곳은 아예 한 집 가득 장미였다. 새빨갛게 번져 시선을 뒤덮을 만큼.진아가 거실로 한 발 들어서자, 꽃바다 한가운데에 선 듯했다.“마음에 들어?”지하가 뒤에서 진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응... 좋아.”진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심코 물었다.“근데... 이거, 도대체 얼마야?”“뭐라고?”지하가 피식 웃었다.“지금 그걸 물을 때야? 임 박사님, 낭만이란 게 정말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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