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1191 - Bab 1200

1672 Bab

제1191화

지하가 진아를 안아 레스토랑 밖으로 나와 차에 태웠다. 그는 몸을 숙여 직접 진아에게 안전벨트까지 채워줬다. 바로 떠나지는 않고, 흘러내린 잔머리를 넘겨주며 진아의 얼굴을 가만히 어루만졌다.지하의 목소리가 낮고도 부드럽게 흘러나왔다.“오늘 밤, 장인어른 장모님 댁엔 안 가도 되지?”‘장인어른, 장모님? 뭐야, 갑자기 왜 거기로 가?’진아는 웃으며 지하를 톡 하고 쳤다.“이상한 소리 좀 하지 마.”“쳇...”지하는 짐짓 심술 난 표정을 지으며 기회를 놓치지 않고 진아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아까 분명히 청혼 받아줬잖아. 응? 여보?”“응...”진아는 손가락을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집엔 안 간다고... 그럼 어디로?”“내 집으로. 아니, 우리 집.”그 말을 뱉는 지하의 눈빛은 빛나고 있었다.‘어쩐지 긴장되잖아...’진아는 목을 꿀꺽 넘겼다.“뭐 하려는 건데?”그건 곧 승낙이었다.아직 망설임이 남아 있을지도 모르지만, 지하는 신경 쓰지 않았다. 조수석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돌아가 시동을 걸었다.지하는 G시에 집 여러 채를 갖고 있지만, 향한 곳은 평소 그가 머무는 마크힐스였다.미혼이라 종종 부씨 가문의 본가에서 지내는 시간이 많았던 탓에, 마크힐스는 사람이 드나드는 빈도수가 적었다. 덕분에 늘 깨끗했고, 마치 모델하우스 같았다.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분명히 누군가 손을 댄 듯, 집 안이 미리 꾸며져 있었다.문을 열자마자 시야 가득 꽃.복도 위에도 꽃잎이 흩뿌려져 있었다.보통은 장미 999송이로 청혼한다지만, 이곳은 아예 한 집 가득 장미였다. 새빨갛게 번져 시선을 뒤덮을 만큼.진아가 거실로 한 발 들어서자, 꽃바다 한가운데에 선 듯했다.“마음에 들어?”지하가 뒤에서 진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응... 좋아.”진아는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심코 물었다.“근데... 이거, 도대체 얼마야?”“뭐라고?”지하가 피식 웃었다.“지금 그걸 물을 때야? 임 박사님, 낭만이란 게 정말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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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2화

“가자.”지하가 허리를 숙여 진아를 안아 들었다.욕실에는 이미 따뜻한 물이 받아져 있었다.진아는 지하의 목을 끌어안고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잠깐... 같이 씻는 거야?”“응?”지하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왜? 나 이제 명분 있는 사람이잖아.”‘허... 참나... 부 대표님, 진짜... 너무 대담해.’전선은 길게 이어졌고, 다행히 시간도 충분했다.하지만 지하의 예상과 달리, 진아는 너무 서툴렀다.지하는 온몸에 땀을 흘렸고, 진아는 금세 눈가가 붉어져 울먹이며 지하를 바라봤다.“부지하... 좀 살살해 줘... 흑...”‘이럴 땐 내가 어쩌라고...’지하는 어쩔 수 없이 속으로 한숨을 삼켰다.진아가 안쓰럽고, 자신도 안쓰러웠다.그래서 지하는 자꾸만 입술을 맞추며 달래 주었다.“자기야... 내 말을 들어. 울지 마. 이제 안 울 거지?”그 순간, 마치 번데기가 나비로 날아오르듯, 두 사람은 불꽃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피어났다....아침. 지하가 먼저 눈을 떴다.품에 안긴 여자는 평온하게 잠들어 있었다. 하지만, 눈꺼풀에 남은 부기는 어젯밤 진아가 얼마나 울었는지 그대로 말해주고 있었다.어젯밤은 진아의 생일이었다.그리고 진아는 지하에게 엄청난 선물을 안겨주었다.지하는 진아의 과거 따위에 연연하지 않았다. 하지만, 설마 진아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처음’일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기분이 안 좋다? 말도 안 돼.’지하의 가슴 한편이 벅차올랐다.진아의 인생에서 첫 남자는 자신이었다.그 사실만으로도, 진아는 온전히 지하의 것이었다....진아가 눈을 떴을 때, 온몸이 쑤시듯 아팠다.방 안에는 자신뿐이었고, 지하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벌써 일어난 건가?’시계를 확인하니 생각보다 늦은 시간.진아는 팔을 짚으며 천천히 몸을 일으켜 욕실로 들어갔다. 씻고 단정히 옷을 갖춰 입은 뒤, 아래층으로 내려왔다.목이 심하게 말라 있었다.진아는 곧장 주방으로 가서 물을 따라 마셨다.“설아...?”갑자기 낯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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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3화

“야!”강석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터뜨렸다.평범한 인사로 악수 한 번 하려던 건데, 그게 어째서 ‘손버릇’이 되는 건지.다시 진아를 힐끗 바라보니, 눈치가 보였다.‘아... 결국 지하가 성공했구나.’그럴 만도 했다. 겨우 얻은 사람이니, 놓치지 않으려 저렇게 꽁꽁 싸매두는 것도 이해할 만했다. 혹시라도 다른 남자에게 빼앗길까 싶으니까.친구로서 강석은 충분히 납득이 갔다.강석은 두 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알았어, 내 잘못. 괜히 그랬다.”오늘 그가 여기에 온 목적은 싸우자는 게 아니었다.지하는 진아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위에 올라가 있어. 나 강석이랑 얘기 좀 하고 금방 올라갈게.”“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이고, 발걸음을 옮겨 2층으로 향했다.그러다 계단 모퉁이에 다다랐을 때, 강석의 목소리가 또렷하게 들려왔다.“됐어! 내가 뭐, 네 여자 뺏어가겠어? 내가 그런 놈으로 보여? 게다가... 너, 왜 그렇게 자신이 없어? 여자를 단 한 번이라도 너한테 미치게 할 자신이 없어?”“닥쳐!”지하는 위쪽을 흘끗 올려다보며 낮게 윽박질렀다.“지금 나 죽이려고 작정했냐?”“어이쿠...”강석은 목을 움츠리며 입을 다물었다.“근데, 위로 올라갔다며? 못 들었을 텐데, 뭘 그리 예민하게 굴어?”지하는 더 이상 대꾸하지 않았다. 소파에 앉아, 본래의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다.그러나, 지하가 두려워하던 일이 그대로 벌어졌다.진아는 전부 듣고 말았다.진아의 이마가 좁게 찌푸려졌다. 마음속에 의문과 불안이 뒤섞였다.‘유강석 대표님이 한 말, 무슨 뜻이지?’‘부지하가... 전에 누군가한테 버림받은 적이 있다는 건가?’‘아니면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걸까?’안방으로 돌아온 진아는 잠시 기다렸다.곧 지하가 올라왔다.진아는 소파에 엎드려 핸드폰으로 게임을 하고 있었다.지하는 몸을 숙여 진아를 안았다.“심심했어?”남자의 손이 슬쩍 내려와 진아의 배를 쓰다듬었다.“배고프지? 아침 다 준비해 놨어. 내가 안아줄게, 내려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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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4화

아침 식사 후, 지하는 진아를 강울대까지 데려다주었다.약국 앞을 지나던 중, 그는 갑자기 차를 세우더니 내렸다.“어디 가?”“금방 올게.”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는 작은 상자를 들고 돌아왔다. 그러고는 그것을 진아 손에 쥐여주며, 헛기침했다.“콜록... 약사님이 효과 좋다고 하더라. 꼭 바르래.”“뭐야?”진아가 고개를 숙여 보자, 얼굴이 금세 붉어졌다.지하 역시 어색한 듯 눈길을 피했다.“미안해. 어제... 내가 상처 낸 것 같아서.”“응.”진아는 얼굴을 붉히며 웃음을 흘렸다.‘약까지 사다 주다니... 생각보다 세심하네.’...어젯밤엔 시연을 만나지 못했기에, 오늘 저녁은 시연 집으로 향했다.도경미는 조이를 돌보느라 바빴고, 시연은 저녁을 따로 준비하지 않고 간단히 배달 음식을 시켜 두었다.밤이 깊어, 진아는 그대로 시연 집에 머물렀다.“무슨 생각해? 마음에 걱정 있어 보여.”단둘이 있을 때, 시연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진아는 놀란 듯 눈을 크게 떴다.“티 나?”“남들은 모를 수도.”시연은 솔직하게 말했다.“하지만 난 보여. 부 대표 얘기만 나오면, 네 표정이 망설이는 것 같거든. 무슨 일이야?”“그 사람...”진아는 한숨을 내쉬었다.“나한테 프러포즈했어. 우리... 결혼하기로 했어.”시연은 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환하게 웃었다.“정말? 와, 대박! 잘됐네!”진아는 그러나 미묘하게 찌푸린 얼굴이었다.“부지하가 며칠 안에 해외 출장을 가야 해서... 돌아오면 우리 집부터 먼저 찾아뵙기로 했어.”“그게 맞지.”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사실, 진아네 집안은 지하네 집안에 비하면 확실히 격차가 있었다. 그런데도 딸을 시집보내는 입장에서, ‘고개 숙인다’는 표현은 어울리지 않았다. 오히려 주변에서는 부러워할 이야기였다.게다가 진아네 집안도 절대 하찮지 않았다. 지하네 집안이 손을 잡아 끌어주면, 단번에 상류층 반열에 오를 수 있었다.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진아는 그리 들뜨는 기색이 없었다.시연은 조심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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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5화

시연보다도, 진아는 그 여자와 한 번 더 마주친 적이 있었다.언제, 어디서였는지는 이미 희미했지만, 한 장면만은 또렷했다.그날 지하는 여자친구의 짐을 가득 들어주고 있었다. 무거워 보이는 가방을 대신 들어주며 다정하게 챙기는 모습은, 분명 사랑스럽고 따뜻했다.“진아야.”진아의 안색이 점점 창백해지자, 시연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손끝마저 차갑게 식어 있었다.“진아? 왜 그래?”정신을 차린 진아가 억지로 입꼬리를 올렸다.“괜찮아.”스스로 말에 힘을 실어 보려 억지웃음을 지어 보았지만, 그 웃음은 울음보다도 더 서글펐다.굳이 말하지 않아도, 시연은 진아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괜히 깊이 생각하지 마.”시연은 조심스레 위로했다. 동시에 그건 진심이기도 했다.“우리가 지금 말하는 건 전부 추측일 뿐이야. 부 대표가 예전에 여자친구가 있었는지, 그 여자랑 무슨 사이였는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잖아.”“그리고 네가 그 여자랑 닮았다고 해서 꼭 무슨 의미가 있는 것도 아니야. 제발 괜히 겁먹지 마.”“정말 그럴까?”진아의 목소리는 여전히 무거웠다.“그럼.”시연은 단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세상에 똑같은 사람은 없어. 그리고 부 대표가 너를 이렇게 오랫동안 잊지 못한 건, 단순히 얼굴이 닮아서가 아니라고 생각해.”‘단순히 닮아서가 아니라고?’진아의 입술이 가볍게 떨렸다.“네 말대로라면... 결국, 부지하가 처음 나한테 다가온 건 내 외모 때문이었다는 거잖아.”그 말에 시연은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열 수 없었고, 반박할 말이 없었다.“차라리... 부 대표 돌아오면 직접 물어봐. 확실하게.”시연이 조심스럽게 권했다.“남녀 사이에서 중요한 건 솔직함이야. 서로를 의심하기 시작하면 오래 못 가. 진짜 뭔가 있다면, 아직 결혼 전이니까 늦지 않았어.”“응.”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반드시 물어볼 거야. 확실하게.’...고상훈의 치료가 시작되었다.치료 후 나타나는 부작용은 숨길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게다가 고상훈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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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6화

유건은 평소와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깔끔하던 사람은 온데간데없고, 흐트러진 머리칼에 구겨진 양복, 깎지 않은 수염까지. 어디서 보아도 지쳐 무너진 사람 같았다.‘무슨 일이야?’이곳이 병원인 이상, 시연이 떠올릴 수 있는 건 고상훈의 일이었다.그렇게 시연이 바라보는 사이, 유건은 차에 올라탔다. 마음속으로는 걱정이 쌓여갔다.‘운전 조심해... 제발...’차가 지하 주차장을 빠져나간 뒤에야 시연은 발걸음을 옮겨 본인의 과로 향했다.점심 무렵, 시연은 틈을 내어 VIP 병동으로 올라갔다. 고상훈의 상태를 확인하고서야 모든 상황을 알게 되었다.‘암 전이...’그 사실이 유건에게 어떤 의미일지, 시연은 짐작할 수 있었다.유건이 얼마나 할아버지를 아끼고 의지해 왔는지, 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으니까.당초 유건과 시연이 엮이게 된 것도, 모두 고상훈 때문이었다.할아버지를 위해서라면 유건은 자기 행복, 결혼조차 뒤로 미루었던 사람이었다.그런데... 끝내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고 말다니.‘할아버지가 안 계시면... 유건 씨는 어떻게 될까...?’“에휴...”옆에 있던 당직 의사가 한숨을 내쉬었다.“고 대표님, 어젯밤 내내 옆에 붙어 계셨습니다. 새벽이 돼서야 겨우 나가시더라고요.”“간병인을 못 구해서 그런 게 아닙니다. 그저 마음이 놓이지 않으셨던 거죠.”시연은 아침에 보았던 유건의 초췌한 모습이 이제야 이해되었다.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저렇게 지내려는 걸까?유건도 결국은 사람이었다. 버티다 무너지는 건 시간문제일지도 몰랐다.시연은 조심스레 물었다.“제가... 뵙고 가도 될까요?”“그럼요.”의사가 고개를 끄덕였다.“밤새 못 주무셨으니, 지금은 푹 주무실 겁니다. 필요하면 불러주세요.”“네, 감사합니다.”시연은 인사를 하고 병실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조용한 병실 안, 침대 위에 고상훈이 누워 있었다.그 모습을 보는 순간, 시연의 눈가가 벌겋게 달아올랐다.‘못 뵌 지 얼마 만이라고... 이렇게 늙으셨어?’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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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7화

“어리석은 아이야.”고상훈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그만 자책해라. 사람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니. 원치 않아도 받아들여야 할 일들이 있는 법이다.”시연은 부끄러움에 입술만 달싹일 뿐, 끝내 말을 잇지 못했다.“이제 울지 마라.”고상훈은 화제를 돌리듯 물었다.“우리 조이 공주님은? 왜 안 데려왔어, 나 좀 보여주지.”시연은 눈가를 훔치며 대답했다.“급하게 오느라... 챙기지 못했어요. 다음에는 꼭 데려올게요.”“그래, 약속한 거다.”고상훈은 만족스러운 듯 고개를 끄덕였다.“유건이한테... 평생 조이 하나만 있을지도 몰라.”그는 힘겹게 손을 뻗어, 시연의 손을 꼭 잡았다.“시연아, 고생 많을 거다. 조이를 잘 키워다오. 고씨 집안은... 이제 조이 하나뿐이다.”시연의 코끝이 시큰해졌다. 다시금 눈물이 터져 나왔다.‘아니에요... 유건 씨는 앞으로도 분명 다른 아이를 가질 수 있어요.’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목구멍 끝에서 막혀 나오지 않았다. 시연은 고개만 끄덕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 걱정하지 마세요.”“그래, 그래.”고상훈은 옅게 웃으며 말했다.“딸은 아버지를 닮는다더니, 조이는 어릴 적 유건이랑 똑 닮았더구나. 앞으로도 아버지처럼 든든하게 자랄 게다.”그러다 시선을 시연에게 돌리며 덧붙였다.“물론 너를 닮아도 좋지. 다만... 조이가 의사는 못 되겠구나.”유언처럼 들리는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시연의 가슴에 비수처럼 꽂혔다.시연이 이토록 아픈데, 유건은 또 얼마나 더 아플까?“할아버지.”시연은 눈물을 간신히 삼켰다.“저... 이제 가볼게요. 다음엔 조이 데리고 올게요.”“그래.”“할아버지...”시연은 한 걸음 물러서며 조심스레 부탁했다.“유건 씨한테는... 제가 왔단 말, 하지 말아 주세요.”“왜?”고상훈은 잠시 놀란 듯하다가, 금세 쓴웃음을 지었다.“유건이 혹시 또 오해하고 널 붙잡을까 봐서?”“아니요.”시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으며 눈가가 벌게졌다.“그냥... 더는 유건 씨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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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8화

“하하... 그래, 증조할아버지가 꼭 착하게 말 잘 들을게.”조이는 오래 머물지 않았다. 밤이면 치료가 이어질 테고, 괜히 아이가 힘든 모습을 볼까 걱정되어서였다.유건은 조이를 안아 차에 태웠다.“아빠.”조이는 좀처럼 떨어지려 하지 않으며 유건의 목을 꼭 끌어안았다.“다음에 또 올게요. 아빠, 조이 잊으면 안 돼요. 꼭 생각해야 해요.”“어떻게 잊겠어?”유건은 피식 웃었다.“아빠는 절대 우리 딸을 잊지 않아.”“네!”조이는 그 말에 금세 얼굴이 환해졌다.“아빠, 안녕!”“우리 딸, 안녕.”병실로 돌아오자 고상훈은 이미 치료를 시작하고 있었다. 힘든 시간이 다시 찾아온 것이다.유건은 침대 곁에 앉았다. 고상훈이 손자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유건아, 할아버지 말 좀 들어라. 날 매일 지키고 있을 필요는 없다.”“할아버지...”유건은 미간을 좁히며 고개를 저었다. 쉽게 수긍할 수 없는 말이었다.고상훈과 유건에겐 서로밖에 없었다. 유건이 이런 때에 곁을 지키지 않으면, 뭘 어찌할 수 있겠는가?“네 마음은 다 안다.”고상훈이 손을 내저었다.“하지만 나도 생각해 줘야지. 네가 그렇게 지쳐 있는 걸 보는데, 내가 편하겠니? 걱정하지 마라. 너를 두고 지금 눈감진 않을 거다.”‘지금이라니...’말은 하지 않았지만, 그 의미를 둘 다 알고 있었다.고장민 일가가 아직 물러나지 않았다. 승하를 족보에 올리려는 속내는 분명했고, 뜻대로 되지 않자 무슨 수를 쓸지 알 수 없는 상황이었다.평범한 집이라면 그저 호적에 이름을 올리는 일일 뿐이겠지만, 고씨 가문에게는 얽힌 것이 너무 많았다.집안 망신 같은 건 오히려 사소한 문제에 불과했다.“유건아.”고상훈의 목소리가 다시 낮게 울렸다.“이럴 때 네가 무너지면 안 된다.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어야 그들을 상대할 수 있다. 알겠지?”잠시 침묵하던 유건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 할아버지.”“그래야지.”고상훈의 얼굴에도 겨우 안도감이 스쳤다.“간병인을 구해라. 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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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99화

“뭐야, 정말.”진아는 어이없다는 듯 웃다가도, 오가는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 쓰였다. 괜히 주목받는 게 싫어 결국 작게 말했다.“보고 싶었어.”“정말?”지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그녀를 바라봤다.“대충 넘기려는 말 아니지?”“진짜라니까.”진아는 다급하게 말했다.“여기 사람들 많잖아. 이런 말은... 집에 가서 하자.”‘집이라니...’지하는 그 단어가 마음에 쏙 들었다. 결국 만족한 듯 그녀를 더 꼭 안아주며 말했다.“좋아, 집에서 하자.”그들이 향한 곳은 마크힐스였다.도착하자마자 지하는 짐을 내려놓고, 캐리어를 열더니 작은 쇼핑백을 꺼내 진아에게 건넸다.“이따가 이거 갈아입어.”“이게 뭐야?”“입어 보면 알 거야.”지하는 진아의 볼을 손가락으로 꾹 눌러주며 장난스럽게 말했다.“사이즈 딱 맞을 거야. 난 씻고 올게.”그는 곧장 욕실로 들어갔다.진아는 쇼핑백을 열어보았다. 안에는 드레스 한 벌이 들어 있었다.‘이걸 왜 입으라는 거지? 오늘 저녁에 무슨 자리가 있나?’진아는 욕실 문 앞으로 다가가 물었다.“오늘 저녁에 어디 가야 해?”“응, 친구 생일이야.”“아...”진아는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다만 마음속에 꼭 물어야 할 게 있었는데, 도대체 언제 꺼내야 할지 망설여졌다.얼마 지나지 않아 지하가 욕실에서 나왔다. 옷을 갈아입고 거울 앞에서 매무새를 다듬는 모습이었다.진아는 그를 바라보다 잠시 멍하니 서 있었다.“어때? 잘 어울려?”지하가 뒤돌아 그녀에게 물었다.“응.”진아는 정신을 가다듬고 미소 지으며 답했다.“잘 어울려.”“너무 성의 없는 거 아니야?”“아니야.”진아는 진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진짜 솔직한 말이야.”“알아.”지하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다가와 그녀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여 입술을 맞췄다.“며칠 못 봤잖아. 먼저 이렇게 해야지.”시간만 충분했다면, 그는 분명 더 욕심을 냈을 것이다.키스는 지하가 먼저 끝냈다. 하지만 짧은 순간에도 지하의 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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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00화

강석은 갑자기 표정을 굳히더니, 짧게 한마디만 남겼다.“네 일은 네가 알아서 해.”그리고 정빈을 데리고 자리를 떠났다.진아는 어렴풋이 이상한 기운을 감지하고, 옆에 선 지하의 팔을 붙잡았다.“왜 그래? 유 대표님이 무슨 말씀하신 거야? 얼굴이 안 좋아 보여서.”“아니야.”지하는 곧바로 표정을 바꾸며 말했다.“강석은 원래 쓸데없는 말이 많아. 신경 쓰지 마. 배고프지? 뭐라도 먹자. 조금 앉았다가 바로 가자.”“응, 배고파.”진아는 고개를 끄덕였다. 퇴근하자마자 공항으로 달려온 터라 아직 한 끼도 먹지 못한 상태였다.“잠깐만. 내가 음식 좀 가져올게.”“응.”지하가 멀어져 가는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진아는 가방을 챙겨 화장실로 향했다.나와서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있을 때였다.“어, 설아?”갑자기 어깨 위로 가볍게 툭 치는 손길이 느껴졌다.진아는 순간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왜 그렇게 노려봐? 빨리 가자...”여자의 말은 중간에 끊겼다. 무언가 이상함을 감지한 듯, 한참 동안 진아의 얼굴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말을 멈춘 것이었다.“어머, 미안해요. 우리 친구랑 너무 닮아서요!”그 말에 진아는 미간을 좁혔다.‘며칠 새 두 번째야... 도대체...’“진짜예요!”여자는 급히 덧붙였다.“처음엔 저도 착각했어요. 특히 취향까지 비슷한 게, 드레스가 똑같거든요.”“괜찮아요.”진아는 애써 미소를 지었다.여자는 아예 진아와 함께 걸어 나가며 재잘거렸다.“제가 친구 보여드릴게요. 정말 닮았어요.”홀에 들어서자, 여자가 사방을 두리번거리더니 손가락으로 어느 쪽을 가리켰다.“저기요!”진아는 무심코 시선을 따라갔다.그리고... 드디어 보게 되었다.자신과 너무나도 닮은...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이 똑 닮아 있는 듯한 여자.그 여자는 진아와 똑같은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샴페인 잔을 들고 싱긋 웃으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고 있었고, 그 여자의 맞은편에는... 지하가 서 있었다.“봐요, 정말 똑같죠?”여자는 웃으며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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