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1211 - Bab 1220

1672 Bab

제1211화

지하는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자기야, 내가 말했잖아. 화나면 나한테 풀라고...”“당신한테 풀라고?”진아는 차갑게 웃었다.“그래, 내가 나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곧 당신을 괴롭히는 거지. 내가 이렇게 스스로 망가지는 거, 보는 당신은 괴롭지 않아? 못 견디겠지?”“알고 있었어?”지하는 놀란 듯,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난 네가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았는데. 내가 아픈 거 못 견디는 거 알면서, 그래도 나랑 헤어지겠다고?”“흥, 당신이 아픈 게 정말 나 때문일까?”진아의 시선은 점점 얼음처럼 차가워졌다.“부지하, 당신은 비겁해. 당신이 누구를 진짜 마음에 두고 있는지조차 인정 못 하잖아. 그런 가짜 사랑, 나 같은 대역 앞에선 아무 의미도 없어!”지하의 얼굴은 서서히 굳어졌다. 다가오는 폭풍을 예고하는 듯한 고요였다.진아는 이불을 젖히고, 팔을 짚으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뭐 하는 거야?”지하는 즉시 긴장했다.“나갈 거야. 여기서 나갈 거라고.”진아는 이미 몸을 세운 상태였다.“누워!”지하는 곧장 그녀의 어깨를 눌러 다시 침대에 붙였다.그의 표정은 철저히 굳어져 있었다.“진짜 목숨 버리고 싶어? 지금 상태로는 병실 문도 못 나가고 바로 쓰러질 거야!”“그건 내 일이야!”진아는 고개를 세게 들며 맞섰다.“쓰러지면 어때? 차라리 죽는 게 나아! 그래야 더는 그 여자의 대역으로 살지 않을 테니까!” “임진아!”지하는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부여잡았다.“날 미워하는 건 상관없어. 하지만 부모님 생각은 해야지! 죽으면 끝이라고? 그럼 부모님은 어떻게 하라고!”그 말에 진아는 눈을 크게 뜨고 멈춰 섰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서서히 기세가 꺾였다. 결국 힘이 빠진 듯 지하의 품에 기댔다.‘그래, 아직 부모님이 계시잖아... 날 아껴주시는 아빠, 엄마... 태권 오빠도 있고.’‘늘 사랑받고 자란 내가... 그래서일까...’‘신이 가족의 사랑을 이미 충분히 줬으니, 연애에선 인색할 수밖에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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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2화

시연의 얼굴이 단단히 굳어졌다. 결국 욕설이 터져 나왔다.“개자식!”세상에서 가장 비열한 남자는, 누군가를 대체품으로 여기는 자였다.‘진짜 사랑은 좇을 용기도 없으면서, 애꿎은 여자를 붙잡아 옭아매다니.’‘뭐가 잘났다고? 결국 진짜 사랑 앞에서도, 대역 앞에서도 똑같이 비겁할 뿐이야.’“그럼 넌 어떻게 할 생각이야?”“어떻게 하긴.”진아는 입꼬리를 비틀어 올리며 냉소했다.“헤어지는 건 당연하지.”“부 대표가 동의 안 한다고 했잖아?”“오늘 안 한다고, 내일도 안 한다고, 그게 영원히 안 한다는 뜻은 아니잖아.”진아의 눈빛이 차갑게 빛났다.“난 사람이야, 애완동물이 아니라고. 지금은 못 움직이지만, 내가 움직일 수 있게 되면 여기서 얌전히 잡혀 있을 것 같아?”말이 끝나자마자, 진아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났다.시연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배고프잖아? 내가 안 왔으면, 진짜 아무것도 안 먹을 생각이었어?”“안 먹어!”진아는 입을 삐죽 내밀었다.“누가 개가 던져주는 밥을 먹어?”“푸핫...”시연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터뜨리며, 진아의 붕대 감긴 머리를 다정히 쓰다듬었다.“알았어. 그럼 내가 직접 먹여줄게. 난 예쁜 지 선생이니까.”다행히 진아는 정신이 또렷했다. 욕할 힘이 있다는 건, 아직 회복할 여지가 있다는 뜻이었다.‘그렇지. 그냥 쓰레기 남자 하나 만난 거지, 세상이 무너진 건 아니야.’시연은 진아에게 물을 한 모금 먹이고, 미음도 조금 떠먹여 보았다. 다행히 토하지는 않았다.“괜찮아 보이는데? 너 스스로는 어때?”“괜찮아.”진아는 고개를 저었다.“외상이 있는 거라, 시간이 좀 걸릴 뿐이야.”그렇다고 당장 퇴원할 수 있는 상태는 아니었다. 혼자 생활하기에도 불편함이 따랐다.“그럼, 당분간 우리 집에서 지내는 게 어때?”시연이 제안했다.지씨 저택은 방이 넓어 방 하나 정리하면 금세 머물 수 있었다. 게다가 낮에는 도경미가 조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돌아오면, 진아를 도와줄 수도 있었다. 그 대가로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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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3화

진아는 또다시 지하의 뻔뻔한 독선에 놀라 눈을 크게 떴다.“부지하, 당신 너무하는 거 아냐? 남녀 사이엔 서로의 뜻이 맞아야 하는 거야. 최소한의 존중조차 안 해줄 거야?”억지로 강요하면서도 사랑이라 부를 수 있을까?“존중?”지하의 눈빛에 잠깐 어둠이 스쳤다.“내가 얼마나 존중했는데? 3년을 기다렸어. 네가 고개 끄덕이고 나랑 함께하겠다고 말해줄 그 순간까지. 그동안 내가 억지로 한 적 있어?”그 말에 진아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흥.”지하는 짧게 웃었지만, 그 웃음엔 싸늘한 기운이 섞여 있었다.“지금 우리가 같이 있는 건 네 뜻을 존중했기 때문이야. 그런데 헤어지는 건 혼자 결정하겠다고? 그게 나에 대한 존중이야?” 진아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떻게 반박해야 할지 몰랐다.“부 대표님.”이번엔 시연이 끼어들었다.“그 말은 진아한테 불공평해요. 부 대표님 눈에 비친 진아는, 애초에 진아 자체가 아니었잖아요...”“시연 씨.”지하가 고개를 돌려 그녀를 날카롭게 바라봤다. 목소리는 억눌러 담은 듯 낮았지만, 기세는 매서웠다.“난 지금 시연 씨를 진아 절친으로 보기 때문에 예의를 지키는 거예요. 그렇다고 해서 우리 일에 끼어들 권리가 있는 건 아니라고요. 그리고 시연 씨에겐 그럴 힘도 없어요.” 그는 잠시 말을 멈추더니, 의미심장하게 웃었다.“아니면 유건이를 끌어들일 생각이라도 해요? 유건이라면 몰라도... 하지만 확실해요?”지하의 미소가 더 차갑게 굳었다.“유건이가 시연 씨 때문에 어떤 모습이 됐는지, 시연 씨 자신이 가장 잘 알 텐데. 정말 또 유건이한테 짐 지우고 싶어요?”‘안 돼... 그럴 순 없어...’시연은 숨이 막힌 듯 입술만 달싹였을 뿐, 반박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지하는 더 이상 그녀를 신경 쓰지 않고, 침대 곁으로 와서 몸을 굽혔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진아의 머리칼을 쓸어내렸다.“진아야, 얌전히 굴어. 괜히 또 밥 안 먹는다고 버티면, 난 언제든 시연 씨를 다시 부를 수 있어. 시연 씨는 이미 힘든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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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4화

지하는 진아를 안방으로 데려가 소파에 살짝 내려놓았다.“가구는 당장 바꾸긴 어렵고, 침구부터 바꿔 보자. 색 있는 건 없는데, 순백색은 있어. 하얀색으로 바꿔 줄까? 아니면 바로 새로 사 오게 할까?”부지하라는 남자, 참 지치지도 않는다.‘저 끈기는 왜 꼭 나한테 쓰는 걸까?’‘아니지... 결국 나를 위한 게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거겠지.’진아 눈앞에 설아의 얼굴이 스쳤다.“아무렇게나 해.”허무한 미소가 입가에 걸렸다.‘내가 대체 뭐 하고 있는 거지.’‘이미 대체품이라는 걸 뻔히 알면서도, 이렇게까지 확인해야 하는 건가?’“좋아.”지하는 그런 진아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물었다.“내가 직접 갈아줄까? 아니면 순자 이모님께 부탁할까?”혹시라도 진아가 마음에 안 든다고 할까 싶어, 꼼꼼히 묻는 눈빛이었다.“당신이 해.”진아는 소파에 기대앉아, 쿠션을 끌어안았다.“순자 이모님은 식사 준비해야 하잖아. 이 정도는 못 해?”“못 할 게 어디 있어.”지하는 미소 지으며 곧장 일어섰다.“그럼 잠깐만 기다려.”그는 옷방으로 들어가 새하얀 침구 세트를 꺼내왔다. 회색빛 시트를 걷어내고, 차분한 손길로 하나하나 교체해 나갔다. 능숙한 동작이었다.‘분명, 예전에도 이렇게 해 줬겠지.’‘오설아 곁에서, 똑같이... 오설아가 더는 받아 주지 않으니, 이제는 나로 채우려고?’진아의 가슴에 씁쓸한 기운이 맴돌았다.‘부지하가 안쓰러운 건 맞아.’‘그런데... 그 안쓰러움에 내가 왜 끌려 들어가야 하지?’“다 됐다.”지하는 손뼉을 털며 다가와, 진아를 안아 옮기려 몸을 숙였다.“부지하.”진아는 그의 가슴을 두 손으로 막았다.“솔직히 말할게. 안방이 싫은 것도, 침대가 싫은 것도 아니야. 나는... 너랑 같이 자는 게 싫어.”지하의 동작이 순간 굳었다. 이내 그녀 옆에 앉아, 낮게 물었다.“내가 무슨 짓이라도 할까 봐 겁나?”그는 진아의 손을 잡아 가볍게 감싸며, 입꼬리를 비틀었다.“걱정하지 마. 그렇게 짐승은 아니니까.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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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5화

진아는 급히 지하의 손목을 붙잡았다. 눈빛은 당황스러우면서도 어딘가 불안했다.“지금 뭐 하는 거야?”“왜?”지하는 태연했다.“가사도우미를 둔 건 널 돌보라고 둔 거잖아. 네가 원하지 않으면 그만두게 하면 돼.”마치 별일 아니라는 듯 가볍게 흘려 내뱉는 말투였다.“순자 이모님이 마음에 안 든다면 더 좋은 사람으로 다시 구하면 돼.”“안 돼!”진아는 지하의 무심한 태도에 오히려 오싹해졌다.‘우리 문제를 왜 아무 잘못 없는 가사도우미한테 풀어?’‘이 남자, 정말 무서워.’‘분명 다 알고 있으면서, 이렇게 간단히 내 약점을 쥐어흔드네.’진아는 끝내 버티지 못했다.“먹을게. 먹으면 되잖아.”“이제야 입맛이 돌아?”지하는 여전히 차분했다. 목소리도 미묘하게 부드러웠다.“그럼 순자 이모님 음식 맛 좀 봐. 네 입에 맞을 거야.”“응.”결국 숟가락을 든 진아 앞에 놓인 건, 담백하면서도 정갈한 음식들이었다. 자극적이지 않은데도 향과 색이 식욕을 자극했고, 양도 꼭 맞았다.진아는 더는 맞서지 않았다. 한 숟갈, 두 숟갈... 어느새 제법 많이 먹었다.“그만.”지하는 그녀가 수저를 드는 걸 막았다.“확실히 손맛은 좋네. 하지만 네가 많이 먹으면 안 돼.”퇴원할 때 의사가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다.“욕심내지 마. 순자 이모님이 앞으로 매일 해 줄 거야. 언제든 먹을 수 있어.”진아는 마지못해 수저를 내려놓고 냅킨으로 입술을 닦았다.과잉된 친절이 오히려 거슬려, 역으로 반발심이 올라왔다.진아는 지하를 바라보다가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당신이 오설아랑 안 된 건... 오설아가 당신한테 질려서 그런 거 아니야?”“뭐라고?”예상치 못한 질문에 지하는 순간적으로 멈칫했다.“후.”진아는 짧게 웃음을 흘렸다.“부 대표님, 배려심은 좋은데, 뭐든 다 묻고 뭐든 다 간섭하면 여자도 질려. 알아?”“너도 지금 질린 거야?”지하는 이마를 찌푸렸다.“아니, 나 말하는 거 아냐.”진아는 어깨를 으쓱였다.“난 어차피 대체품이잖아. 그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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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6화

집 안은 사계절 내내 일정한 온도를 유지하는 시스템 덕에 쾌적했다.하지만 지하와 진아가 목덜미를 맞대고 누워 있으니, 오히려 더 뜨겁게 느껴졌다.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진아.”지하는 낮게 그녀의 이름을 불렀다. 마치 그녀가 잠든 건지 아닌지 확인하려는 듯.진아는 대답하지 않았다.‘뭐 하려고...’“자기야...”이번엔 더 부드럽게, 애틋하게 불렀다. 그리고 곧 뜨거운 입맞춤이 그녀의 목덜미에 닿았다.진아의 눈이 번쩍 뜨였다.입술은 점점 더 깊숙이, 더 집요하게 내려왔다.진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분노를 터뜨렸다.“잠 안 자?”남자는 멈추지 않았다.“뽀뽀, 뽀뽀해 줘. 그래야 잠이 오지.”“그렇게 하면 더 잠 못 잘걸?”진아는 냉소를 지으며 의미심장하게 말했다.“그래.”지하는 힘없이 멈췄다. 볼을 그녀의 목에 묻으며 중얼거렸다.“자기야, 빨리 회복해.”잠시 후, 말을 고쳐잡았다.“아냐, 서두르지 마. 난 괜찮아. 우린 평생이 함께할 거니까. 네 몸부터 제대로 나아야 해.”“응...”진아는 눈을 감으며 힘겹게 말했다.“그러니까 풀어줘. 제대로 자게.”“이대로 자. 부부는 이렇게 꼭 껴안고 자는 거야.”“우린 부부 아니야.”“곧 될 거야.”지하는 그녀의 야윈 허리를 더 세게 끌어안으며 속삭였다.“네가 아직 다 회복되지 않았으니까 네 집엔 못 가. 대신 결혼식 팀부터 확정하자?”“뭐라고?”진아는 눈이 커졌다. 부지하가 벌써 그 단계까지 생각하고 있었다니.‘미쳤어? 지금 이 상황에서 결혼?’‘세상 사람들 앞에서 내가 얼마나 우스운 꼴이 될 줄 모르나?’“아, 맞다.”지하는 또 무언가 떠오른 듯 혼잣말을 이어갔다.“우리 집에도 가야지. 우리 집은 식구가 많아. 네가 괜찮아지면 천천히... 걱정은 하지 마. 형한테는 벌써 얘기해 놨어. 형이 널 꼭 보고 싶대.”‘그만! 제발 그만!’진아는 고개를 홱 돌려 그의 입을 손으로 막았다.“입 좀 다물어, 제발! 짜증 나 죽겠어!”지하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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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7화

“응?”잠시 다른 생각에 빠져 있던 유건은 이내 평소의 차분하고 신사적인 표정을 되찾았다.“가자.”“아, 네.”리슬은 대답하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조금 전 그 표정... 처음 본 건데.’‘따뜻한 무언가를 떠올린 듯, 온몸이 빛을 두른 사람 같았어.’‘대체 무슨 기억을 떠올린 거지? 아니면... 누구를?’마침 가게 안은 한산했다.유건과 리슬이 들어서자, 줄을 서 있는 시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갓 구워지는 에그타르트를 기다리는 중이었다.시연의 뒷모습을 보는 순간, 유건의 눈빛은 한층 깊어졌다. 끈적하게 달라붙듯, 시연의 실루엣에 고정됐다.“시연!”리슬이 반갑게 어깨를 두드렸다.“리슬 씨...”시연이 돌아서며 미소 지었다가, 리슬 뒤에 서 있는 남자를 보고 눈이 커졌다.“유건 씨.”“응.”유건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시연이 굳이 ‘고 대표님’이라 부르지 않았으니까.“어?”리슬이 금세 토라진 표정을 지었다.“왜 자꾸 리슬 씨래요. 내가 이름 부르잖아요. 공평하게, 나를 이름으로 불러줘요.”시연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리슬.”“그래야지!”리슬은 만족스럽다는 듯 웃으며 말했다.“우리 에그타르트 사러 왔어. 시연은?”‘우리라니...’시연은 순간 가슴이 철렁했지만, 미소를 유지한 채 안쪽을 가리켰다.“나도. 근데 아직 굽고 있어서 좀 기다려야 해.”“그렇구나. 뭐, 갓 구운 게 제일 맛있지.”리슬은 태평하게 대꾸했다.두 여자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유건은 옆에 조용히 서 있었다. 입을 뗄 기회조차 없었다.잠시 기다리자, 매장 직원이 갓 구워낸 에그타르트를 내왔다. 제일 먼저 시연 쪽에 담아주었다.“주문하신 거 나왔습니다.”“감사합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유건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시연.”갑작스러운 부름에 시연은 놀란 눈길을 돌렸다. ‘무슨 일이지?’하지만 정작 유건 자신도 멍해졌다. 왜 불렀는지, 무슨 말을 하려 했는지 자신도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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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8화

시연은 얼굴을 찡그리며 손을 내저었다. 괜찮다고는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뜨거워서 고통스러웠다.그 모습을 맞은편에서 지켜보던 유건은 두 손으로 탁자를 짚고, 당장이라도 일어나려는 기세였다.이를 눈치챈 리슬이 낮게 불렀다.“유건 씨?”순간 정신이 번쩍 든 유건은 고개를 떨구었다. 지금의 그는 시연을 걱정할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유건과 리슬이 먼저 자리를 떴다.시연은 진아와 함께 조금 더 앉아 있다가, 지하가 데리러 오기를 기다렸다.지하는 약속된 시간보다 오 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들어서자마자 연신 사과부터 했다.“미안해, 오는 길이 좀 막혔어.”“응.”진아는 입꼬리를 올려 비꼬듯 말했다.“그래, 그것도 내 잘못이네.”“그게 아니야.”지하는 잠시 멈칫하다가 피식 웃었다.“내 잘못이지. 미리 예상하고 일찍 출발했어야 했는데.”그러면서 시연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우리 진아, 귀엽지 않아요?”시연은 당황해 눈만 크게 떴다. ‘이런 걸 왜 나에게 물어보는 건데?’“인제 그만 화 풀어.”지하는 손을 들어 진아의 앞머리를 살짝 넘기고, 시연이 지켜보는 앞에서도 아랑곳없이 진아의 입가에 입을 맞췄다.“부지하!”진아는 눈을 부릅뜨며, 당장이라도 뺨을 올려붙이고 싶었다.‘이 사람... 이제 완전히 본색을 드러내는구나.’‘내가 알던, 날 처음 쫓아다니던 그 부지하가 아니야.’“하하.”지하는 그녀의 분노 따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오히려 가볍게 웃으며, 진아를 안아 들고 시연 쪽을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고생 많았어요. 고마워요.”“별말씀을요.”시연은 어색하게 웃으며, 지하가 진아를 안은 채로 걸음을 옮기는 뒷모습을 지켜봤다.출입구에 이르자, 지하가 품 안의 여자를 내려다보며 부드럽게 속삭였다.“내 두 손은 지금 네가 차지하고 있으니까, 문 좀 열어 줄래?”진아는 분이 안 풀린 얼굴로 성급히 문을 밀쳤다. 지하는 그 모습마저 사랑스럽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그녀를 안은 채 밖으로 나섰다.시연은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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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19화

유건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그는 급히 시연을 놓아주었다.두 사람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지만, 다행히도 어둠이 그것을 가려주고 있었다.“꼴좋다.”유건이 낮게 욕처럼 내뱉었지만, 목소리에는 나무람보다 걱정과 애틋함이 가득 담겨 있었다.“오후에 데였으면서, 지금까지 참고 있다가 약 사러 나온 거야?”이 늦은 시간에 시연이 나선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도 뻔했다.그만큼 화상을 심하게 입은 것이다.시연의 눈가가 촉촉하게 젖었다. 억울함이 묻어난다.“계속 바빠서... 생각이 안 났어요.”“어디 보자.”시연의 젖은 눈망울을 보자, 유건은 더 이상 화를 낼 수 없었다.그는 시연의 턱을 살며시 잡았다.“입 벌려.”“네...”시연은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아... 입 벌리라고 한 게 이래서였구나.’그가 오후에 다친 걸 유건은 이미 눈치챘던 거다. 게다가 지금까지 마음에 두고 있었다는 얘기다.유건은 핸드폰 불빛을 켜고 시연의 입안을 비춰보았다. 이윽고 손가락 끝을 조심스레 밀어 넣었다.“여기야?”“으...”말은 못 했지만, 시연의 표정이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유건은 손을 빼고, 주머니에서 작은 약병을 꺼냈다. 포장을 뜯으며 말했다.“좀 쓸 거야. 참고 있어.”“뭔데요?”시연은 고개를 움찔했다. 사실 그는 약 맛을 제일 무서워했다.“스프레이.”그러자 시연은 꾹 입을 다물었다.“입 벌려.”유건의 목소리가 단호했다.“안 벌리면, 내가 대신... 키스한다?”시연은 깜짝 놀라, 오히려 더 세게 입술을 꼭 다물었다.“하하.”유건이 웃음을 터뜨렸다. 장난스럽게 말했다.“그럼, 네가 그렇게까지 내 키스를 원한다는 거네?”‘절대 아니거든!’시연은 재빨리 입을 벌렸다.“아...” 그리고 고개까지 내밀었다.유건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정말 속이기 쉽네.’그는 웃음을 참으며 스프레이를 들고 시연의 입 안에 서너 번 뿌렸다.“아...”곧바로 시연은 얼굴을 찌푸리며 끙끙댔다.“뱉지 마.”유건은 그녀가 뭘 하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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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220화

유건은 시연을 마주 본 채, 천천히 한 발 한 발 뒤로 물러섰다.시연이 그 자리에 서서 움직이지 않자, 그는 손을 들어 가볍게 흔들었다.“들어가. 너무 늦었어.”“네...”시연은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그렇게 시연은 등을 돌려 집 안으로 발을 옮겼다.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유건의 눈빛은 서서히 빛을 잃어갔다.마지막으로 시연의 모습이 시야에서 사라지는 순간, 남자의 얼굴에서 모든 표정이 가볍게 지워졌다.시연 역시 등을 돌린 채 끝내 뒤돌아보지 못했다.그저 곧장 앞으로만 걸어 들어가, 철문을 닫았다.찰칵-철문이 닫히는 순간, 시연은 더는 버티지 못하고 그 자리에 주저앉았다. 문손잡이를 붙잡은 손은 멈추지 않고 떨렸고, 다른 손으론 유건이 건네준 약을 꼭 쥐었다.그날 밤, 시연은 또다시 악몽에 시달리다 비명을 지르며 눈을 떴다.욕실로 달려가 토하느라 기진맥진해진 몸을 겨우 부축하며 거울을 붙잡았다.‘이건 병이야. 마음의 병.’매번 유건을 보고 난 후, 시연은 어김없이 이렇게 무너졌다.아프게, 힘들게.그리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이 병은 절대 낫지 않아.’고유건 같은 사람을, 그녀는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테니까.그리고 이런 사랑도, 그녀에게 다시는 오지 않을 테니까....유건은 예상치 못한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누구지?”발신자 표시 제한 번호로 걸려 온 전화라, 처음엔 상대가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나다.]낯선 남자의 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유건은 곧장 전화를 끊으려 했다.[끊지 마.]상대는 그의 반응을 예상했다는 듯 급히 말을 이었다.[지금 GP그룹 주차장에 있어. 직접 만나서 얘기하지. 그래야 확실해질 테니까.]‘GP그룹 본사 주차장이라니. 그곳까지 숨어 들어왔다고?’유건의 눈빛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역시... 보통 집요한 놈이 아니군.’대답이 없자, 남자는 다시 입을 열었다.[설마, 겁난 건 아니겠지?]“하.”유건은 코웃음을 흘렸다.“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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