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가 살아가는 의미가 그런 데 있는 건 아니었다.유건은 조이의 머리칼을 가볍게 헝클어뜨리며 말했다.“우리 집 공주는 그런 거 몰라도 돼. 엄마랑 조이는 아빠 손바닥 위의 보물이니까, 그냥 예쁘게, 소중하게 지내기만 하면 돼.”말끝에, 조이를 향한 시선이 한없이 부드러워졌다.“조이야, 꼭 기억해. 나중에 절대 네 손길이 필요한 남자 고르면 안 된다. 그런 건 남자가 아니고, 그냥 폐물이야.”조이는 그 의미를 알 리 없었다.다만 까르르 웃으며 아빠를 바라보더니,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네! 나도 엄마처럼, 아빠 같은 사람 만날래요!”그 말에 두 어른의 시선이 스치듯 마주쳤다가, 곧 서둘러 비껴갔다.‘우린 이미 끝났는데...’조이는 아직, 끝났다는 게 무슨 뜻인지 모르는 나이였다.“자.”유건은 조이를 가리켰다.“시연아, 조이 데리고 나가. 여긴 위험해.”칼이며 불이며 어수선한 주방이었다. 혹여라도 아이가 다치면 안 될 일이었다.“네.”시연은 조이를 안고 거실로 나갔다.리모컨을 들어 아이가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을 틀어주고, 물 한 컵을 따라 건넸다.“조이야, 혼자 볼 수 있지? 엄마는 잠깐 가서...”말을 멈춘 시연은, 조이의 기대 어린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아빠 도와주고 올게. 아빠 혼자 하면 시간이 오래 걸려. 그래야 우리가 빨리 저녁 먹을 수 있어.”“네, 좋아요!”조이는 물컵을 꼭 끌어안고 고개를 끄덕였다.“엄마랑 아빠, 사이좋게 지내야 해요.”“응...”시연은 순간 가슴이 저릿해졌다. 조용히 숨을 고르고, 주방으로 발걸음을 옮겼다.“왜 왔어?”유건이 놀란 듯 물었다.“도와주려고요.”“뭐? 네가 할 줄 아는 게 뭐가 있다고.”“흥...”시연은 삐친 듯 입술을 내밀었다.“요리야 몰라도, 씻고 치우는 건 할 줄 알거든요?”“그래?”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장난스럽게 물었다.“그렇게 잘나셨어?”“당연하죠.”시연은 피식 웃으며 턱을 살짝 들었다.“이 집 냄비랑 접시랑 그릇들, 다 수술 기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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