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말 하려는 건데?”유건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고승하, 이런 식의 뜬구름 잡는 말 하려고 여기까지 온 거야?’목소리에는 이미 짜증이 묻어 있었다.하지만 승하는 대꾸하지 않고, 대신 입가에 잔잔한 웃음을 걸었다.“민환이랑 기환도 오랜만이잖아. 우리 자리 옮겨서, 얘기 좀 하지?”그 말이 끝나자마자,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차갑고 무표정한 눈빛으로 손을 살짝 들자...쾅!문이 열리며 거친 숨을 내쉬는 건장한 사내들이 선실 안으로 들이닥쳤다.그들은 아무 말 없이 시연과 유건, 그리고 민환을 향해 다가왔다.“유건 씨!”시연이 비명을 내지르며 잡혀 끌려갔다. 손이 거칠게 붙잡히고, 팔이 뒤로 꺾였다.“고승하!”유건이 으르렁거리듯 외쳤다.“뭐 하는 짓이야? 시연이를 놔줘!”“그렇게 흥분할 거 없어.”승하가 느긋하게 웃으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이 여자한텐 손끝 하나 안 댈 거야.”그러고는 비꼬듯 눈썹을 올렸다.“근데 말이지... 이 여자가 네 ‘심장’이지? 이 여자를 데려가야 네가 내 말을 듣겠지, 안 그래?”그 말과 함께 승하의 손이 천천히 시연의 턱으로 향했다.차가운 손끝이 피부에 닿는 순간, 시연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거렸다.‘뱀이 혀로 핥은 기분이야...’승하의 눈빛이 스르르 가늘어졌다.“레오의 딸이라며?”시연의 눈이 커졌다.‘어떻게 그걸...?’“겁먹을 것 없어.”승하가 부드럽게 웃었지만, 그 미소는 따뜻함과는 거리가 멀었다.오히려 섬뜩할 만큼 서늘했다.“레오의 딸이라... 그렇다면 나한테 좋은 기회 아닐까? 그 집안이랑 엮이면, 세상이 더 재미있어지겠지.”마치 날씨 이야기라도 하듯, 가볍고 담담한 말투였다.“고승하!”유건의 폭발음 같은 목소리가 터졌다.그는 이미 두 명에게 팔을 붙잡혀 있었지만, 그 순간 온몸의 상처가 터질 듯한 고통을 억누르고, 힘으로 그들을 밀쳐냈다.“유건 씨!”시연이 외쳤다.유건은 단숨에 시연 앞으로 달려들어, 그녀를 자신의 품 안으로 감쌌다.“건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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