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요.” 시연은 조금 가까이 다가서며 중얼거렸지만, 이는 진심을 담은 한마디였다.말로 다 못 담는 감정이, 그 짧은 말에 담겨 있었다. ‘나 같은 사람이 과학수사팀에 의뢰할 수 있다니, 생각조차 안 해봤어.’ 아니, 설령 생각한다고 해도 그건 시간과 자원이 엄청나게 드는 일이었다. 반년, 일 년, 어쩌면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렇게 진실이 밝혀진다 한들, 잃어버린 시간과 기회, 명예는 절대 돌아오지 않을 터였다.그런 일을 유건은 단 며칠 만에 해냈다. ‘이 사람에겐 내가 넘을 수 없는 벽이 있어. 난 그걸 자꾸만 느끼게 된다고.’ 자신도 모르게, 시연은 고개를 들어 유건을 바라봤다. 크게 차이 나는 키 때문에, 시연은 고개를 젖혀야 했다. 그리고 그 눈동자엔 무의식적으로 존경과 의지의 감정이 어렸다. 그건 시연조차 알아차릴 수 없는 것이었다.하지만 유건은 단박에 느꼈다. 그래서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시연 쪽으로 몸을 숙였다. 조금 더 가까이. “혹시 지금... 나 좀 멋있다고 생각한 거야?” 시연은 멍해졌다. ‘뭐지, 지금 질문... 나만 이상하게 들리는 거야?’ 게다가 너무 가까웠다. 유건의 숨결이 얼굴에 닿았고, 그 온기에 시연의 뺨이 살짝 달아올랐다. ‘뜨거워...’ 시연은 고개를 옆으로 살짝 돌리며, 눈을 내리깔았다. “네...” 진심을 담아, 아주 조심스럽게. 그 순간, 유건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 ‘얘 지금... 얼굴이 붉어졌나?’ “시연아!” 갑자기 흐느끼는 목소리가 회의실 쪽에서 터졌다. 눈가가 시뻘게진 은주가 울면서 두 사람 쪽으로 뛰어왔다. 유건은 망설임도 없이 시연의 손을 붙잡아, 자신의 뒤로 살짝 감췄다. 거의 반사적으로. 보호 본능 그 자체였다. “경고하는데, 내 아내한테 가까이 오지 마.” 은주는 멈칫했고, 눈물 젖은 얼굴로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봤다. “저... 뭐 하려고 했던 거 아니에요. 그
Read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