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마스크에 장갑까지 단단히 착용한 채, 응급실 입구로 빠르게 걸어 나왔다. “어떤 상황이에요?” “소한테 받혔어요! 가슴 쪽을요!” “복부 쪽이잖아요.” 시연은 빠르게 환자의 상태를 스캔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 “안으로 들여보내세요. 모니터 잡고, 간호사도 불러야 합니다. 아, 정맥 확보가 우선이고, 제모 준비랑 수술실에 보고도 해야 해요.” “채혈은 제가 할 테니까 수술실 세팅도 해주세요. 결과 나오는 대로, 혈액은행에 전달해서 수혈 준비할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만삭에 가까운 배를 안고 있음에도, 시연의 동작은 전혀 느려지지 않았다. 예전처럼, 아니 그보다 더 단단해 보였다.‘시연이는...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도 충분히 잘하고 있네.’ 유건이 병원에 도착했을 때, 그가 본 건 단 한 장면뿐이었다. 응급실 자동문이 ‘슥’ 닫히며, 시연의 뒷모습이 그 안으로 사라지는 장면. 참 절묘한 순간이었다. 그리고 참... 어색한 순간이기도 했다.유건은 아무 말 없이 로비 벤치에 앉았다. 등받이에 몸을 기댄 채, 가만히 문만 바라보며 기다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문이 열렸다. 시연이 진료차트를 손에 쥔 채, 빠르게 걸어 나왔다. “보호자는 어디 계세요?” “제가 보호자입니다!” “이쪽으로 오세요. 간단히 설명해 드릴 거고, 동의서 작성도 하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시연은 보호자를 이끌고 다시 사라졌다. 사무실 쪽 문이 ‘딸깍’ 닫히고, 그 자리에 남은 건 유건의 어정쩡한 시선뿐. ‘뭐 하는 거지, 나...’ 어느새 유건의 눈빛이 흔들리고 있었다. 몸과 마음이 동시에 차가워지기 시작했다. ‘시연이를 보러 오다니...’ ‘만나면... 대체 뭐라고 할 생각이었지?’ 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그날 있었던 일... 시연이 억울했을 가능성이 컸다. ‘기회를 안 준 것도 아니었잖아. 그날, 병원에서...’‘난 시연이한테... 내 나름의 여지를 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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