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731 - Chapter 740

740 Chapters

제731화

시연은 유건에게 완전히 말려버렸다.“뭐가 그렇게 급해요?”“급하지.”유건은 입을 떼지 않으며 말했다.“하루 종일 생각했어.”‘진짜... 이 사람은 도대체 왜 이러냐.’시연은 웃음이 나면서도 황당했다.“당신 예전 여자 친구들은, 어떻게 당신을 감당했을까요?”유건과 함께하는 시간이 쌓이면서, 시연은 조금씩 알아갔다.‘이 남자, 정말로 스킨십을 좋아하는 타입이야.’지금은 시연이 몸 상태 때문에 조심해야 하지만, 뽀뽀든 포옹이든 뭐든, 유건은 늘 뜨겁고 적극적이었다.시연은 그냥 툭 던진 말이었다. 투덜대듯 내뱉은 건데, 말이 입 밖에 나오는 순간 깨달았다.‘예전 여자 친구? 장소미잖아.’갑자기 웃음기가 싹 사라졌다.유건의 다정함조차 어딘가 불편하게 느껴졌다.“왜 그래?”유건은 금방 눈치챘다.그리고 시연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도 알아차렸다.그는 조심스레 시연을 끌어안으며 속삭였다.“쓸데없는 생각은 그만 해, 응?”유건은 남자로서 말하기 민망했지만, 장소미와는... 단 한 번일 뿐이었다. ‘단 한 번이든, 여러 번이든... 어차피 그런 일이 있었던 건 사실이잖아.’유건은 그저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했다.“과거 얘긴 하지 말자. 앞으로는 너 하나야.”‘내가 좀... 유난이었나?’시연은 스스로를 다잡았다.‘이미 알고 있던 일인데, 뭘 이렇게까지 신경 쓰는 거야? 어차피 바꿀 수도 없잖아.’“네.”시연은 고개를 끄덕였고, 경직되었던 몸에 힘을 조금 풀었다. 그 순간, 유건이 다시 입을 맞췄다.시연이 남자를 밀며 말했다.“당신은 진짜 끝이 없네요?”“이건 시작도 아니야.”유건의 눈빛이 묘하게 빛났다.“지금은 네가 임신 중이라 참는 거야... 우리 딸이 태어나면, 그땐 진짜 제대로 보여줄게. 네 남자가 어떤 사람인지.”“으응...”“이제 나도 뽀뽀 받을 차례야. 얼른 해줘.”“...”유건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시연을 안고 있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말했다.“참, 임진아네 대출 문제는 해결됐어.”시연은 고개를 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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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2화

생각해 보니, 유건은 문득 의문이 들었다.‘혹시 시연이가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는 건 아닐까?’유건은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나 외동아들이긴 해도, 우리 집은 남아선호사상 같은 거 없어. 딸이어도 가업을 물려받고, 집안의 대를 잇는 거 아무 문제 없어.”“네?”시연의 눈빛이 흔들렸다.‘이 사람... 방금 뭐라고 한 거지?’‘유건 씨는 아이의 친아버지가 본인이라는 걸 몰라.’ 그런데도... 유건은 벌써 아이에게 가업을 물려줄 생각까지 하고 있었다.순간, 진아가 했던 말이 시연의 귓가에 다시 맴돌았다.유건은 아이가 누구의 아이든 개의치 않는 사람이라고 했다.진아의 말대로라면, 그런 일은 사랑이 아니고서는 설명되지 않았다. 시연은 그 말을 떠올리자, 가슴 한켠이 서서히 저렸다.“유건 씨...”유건의 이름을 조용히 부르던 시연은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다. ‘지금이야. 지금 말해야 해.’“우리, 우리 아이는...”“응? 아이가 왜?”“그게, 아이는...”두 사람의 눈빛이 맞닿는 순간, 한 줄기의 진실이 이제 막 입 밖으로 나올 참이었다. “비켜! 다들 비키라니까! 내가 왜 못 들어가!”익숙한, 날 선 여자의 목소리가 병동 안으로 울려 퍼졌다.‘장미리?’‘안 돼!!’시연과 유건이 동시에 눈을 마주쳤고, 유건은 반사적으로 시연을 끌어안은 채 걸음을 재촉했다.“비키라니까!”두 사람이 병실에 도착했을 땐 이미 장미리가 간호사를 밀쳐내고 병실로 들이닥친 상황이었다.“지동성, 당시이 뭐라고 이따위로 죽은 척을 해? 죽은 척하면 내 눈에 안 띌 줄 알았어?” 지동성은 장미리를 본 순간, 얼굴빛이 확 변했다.이내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소리쳤다. “나가! 당장 꺼져!”“내가? 내가 왜 나가야 하는데?”장미리는 이미 이성을 놓은 듯했다. 얼마 전 유산한 탓인지, 얼굴은 창백하고, 눈빛은 광기 어린 분노로 번들거렸다.“지동성, 당신이 나랑 이혼을 하겠다고? 한 푼도 안 주고? 어림없어!”“흥.”지동성은 냉소를 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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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3화

“소... 소미야...”딸의 시선을 마주한 순간, 장미리는 순간적으로 눈을 피했다.‘이럴 수가... 진짜였어?’소미의 머릿속이 하얘졌다. 소미는 믿고 싶지 않았지만, 장미리의 표정이 이미 모든 걸 말해주고 있었다. 그 충격은 너무도 컸다.소미는 갑자기 휠체어에서 일어났다.“엄마, 엄마...!”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장미리를 가리킨 채, 소미의 눈이 시연을 향했다.‘지시연은... 날 얼마나 비웃고 있을까? 얼마나 통쾌하겠어.’소미가 그토록 믿었던 ‘마음을 다해 서로 사랑하는 부모’란 말이, 이 순간 완전히 허상으로 무너졌다.“하... 하하하...”분노와 절망이 한꺼번에 덮쳐오자, 소미는 눈앞이 어지럽고, 숨이 막힐 듯 아찔해졌다. 순간, 그녀는 그대로 힘을 잃고 바닥으로 쓰러졌다.“소미야!”“소미 씨!”유건은 시연을 뒤로한 채 뛰어가 소미를 안아 들었다.“선생님! 선생님 좀 불러주세요!”유건은 소미를 안고 병실을 빠져나갔고, 그 순간까지도 시연을 한 번도 돌아보지 않았다.시연은 병실 한가운데, 홀로 서 있었다. 잠시 멍하니 있다가, 아주 작게 웃었다.‘결국, 이렇게 되는 거구나.’병실은 아수라장이었다.지동성은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결국 의식불명 상태로 중환자실에 이송됐다.병원 측에서 내민 모든 동의서에는 시연이 보호자 자격으로 서명했다.‘이번엔, 진짜 못 일어나는 걸까?’‘지금 이 상황이... 아버지의 말대로, 그 ‘업보’라는 거겠지.’시연의 어머니를 배신했던 지동성, 그 대가를 이제야 치르는 건지도 모를 일이었다.시연이 모든 일을 처리할 때까지도, 유건은 돌아오지 않았다. ‘기다릴 필요 없겠지.’유건이 지금 돌아오지 않는 건, 소미 옆에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시연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소미는 다행히 금방 깨어났지만, 상태는 좋지 않았다.그녀는 하염없이 천장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왜... 왜 하필... 나...”유건은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다.소미의 어머니는 바람, 유산...아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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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4화

“일 있으면 가. 상대방 기다리게 하지 말고.”은범은 찻잔을 들어 조용히 한 모금 마셨다.한약 냄새가 은은하게 퍼졌다.이건 시연이 도전만에게 부탁해서 지어준 약차였다.수면제 부작용이 심해서 대체할 것이 필요했는데, 그 효과는 나쁘지 않았다. 이 차를 마신 날은, 은범도 서너 시간 정도는 잤다.“난 애도 아니고, 누가 옆에 붙어 있어야 할 만큼 나약하지도 않아.” 하지만 은범은 알고 있었다.시연이 나가도... 다시 돌아온다는 걸.‘기다릴 수 있다는 건, 아직 희망이란 게 있다는 뜻이니까.’시연은 고개를 돌려 은범을 바라봤다.“나... 급한 게 아니라, 시간이 너무 빨리 흘러갈까 봐 무서워서 이러는 거라면... 믿을 수 있겠어?” 은범은 뜻밖이라는 듯 눈을 깜빡였다.“무슨 말이야?”시연은 고개를 살짝 저었다.“나도 잘 모르겠어. 내가 뭘 원하는지도, 뭘 하고 싶은지도.”‘마음이... 갈피를 못 잡겠어.’시연의 말은 모호했지만, 은범은 감으로 알 수 있었다.‘역시... 고유건 때문이겠지.’“혹시, 두 사람 싸웠어? 나 때문이야?”“무슨 소리야?”시연은 웃었다.“우린 싸운 적 없어. 오늘 점심엔 같이 밥도 먹기로 했는걸.”시연은 대문 앞에 세워진 차를 턱으로 가리켰다.“날 데리러 왔어. 회사에 같이 가기로 했거든.”‘좋은 상황인데... 왜 저런 표정이지?’은범은 순간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예전에도 시연과 유건 사이에 다툼은 있었지만, 그때는 적어도 지금 같은 표정은 짓지 않았다.그 순간, 퍼즐처럼 감정이 이어졌다.은범의 가슴이 조여오듯 아파져 왔다.천천히, 어렵게 말을 꺼냈다.“시연아, 너... 고 대표를 사랑하는구나.”추측한 말이지만, 그 어조는 이미 결론을 내린 듯했다.시연은 멍한 눈으로 은범을 바라봤다.‘사랑... 내가 고유건을 사랑한다고?’그 물음에 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은범은 그녀의 눈을 보며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그래, 넌 고 대표를 사랑하게 된 거야.”그건 사랑을 받아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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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5화

유건은 순간 굳어졌다.‘휴게실... 발코니?’‘시연이가 말하는 게... 발코니에 놓여있던 그 나비난일까?’ “여보.”유건은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한 채, 시연의 손을 급히 붙잡았다.“그게 마음에 안 든다면, 지금 당장 치울게...”“치운다고요?”드디어 시연이 고개를 들었다. 입꼬리에 떠오른 건, 웃음이 아닌 조롱이었다.“치워서 뭐 하게요? 병원에 갖다주려고요? 장소미한테? 본가에 뒀던 그 화분들처럼?”상처는, 말을 안 꺼낸다고 없던 게 되는 게 아니었다.덮어뒀다고 지워지는 게 아니라, 그저 어디에 묻혀 있다가... 결국, 밟으면 터지게 되는 것이었다.지금의 시연이 바로 그런 마음이었다.“여보...”유건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는 않았다.“왜 그렇게 긴장해요?”시연은 도리어 담담하게 웃었다.“난 그냥 사실을 말했을 뿐인데요?”그리고 잠시 후, 시연의 말투가 바뀌었다.“혹시... 치워야 하는 게, 화분이 아니라 ‘나’라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여보!”유건의 목소리에 단번에 날이 섰다.“그딴소리는 하지 마! 어젯밤 일 때문에 이러는 거라면... 너도 봤잖아. 그 상황에서 장소미가 기댈 곳은 나밖에 없었다고.” “맞아요. 알아요.”“알면 그런 말 하지 마.”유건은 찡그린 이마를 펴지 못한 채, 억지로 목소리를 낮춰 달래듯 말했다.“내가 너 없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그렇게 생각해?”시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숟가락을 들어 조용히 밥을 떠먹었다.그러나 곧,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그래도, 오늘 밤은... 내 집에서 자고 싶어요.”유건은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어쩔 수 없어. 지금은 억지로 붙잡는 것도 의미 없겠지.’“그래, 밥 다 먹으면 데려다줄게.”...다음 날은 주말이었고, 유건이 오랜만에 맞이한 휴일이었다.시연과 유건은 알람 없이 늦잠을 자고, 느긋하게 아침을 먹은 뒤 함께 외출했다.오늘은 시연이 출산할 병실을 미리 둘러보는 날이었다.유건은 미리 예약해 둔 V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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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6화

시연은 단호했다. 그 어떤 말로도 그녀의 의지를 꺾을 수는 없었다.“나 안 데려갈 거면... 당신도 가지 마요.”‘이기적인 말인 거 알아. 하지만... 나도, 무섭고 싫어.’유건은 난감하다는 듯 이를 악물었다.“좋아, 하지만 약속해. 차에서 절대 내리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너랑 아기는 다치면 안 돼.”“네, 약속할게요.”유건과 시연은 차에 올라탄 후, 소미가 보낸 주소로 향했다.도착한 곳은 근교의 폐건물, 건축이 중단된 채 오래도록 방치된 건물이었다.차가 건물 앞에 다다랐을 때, 먼저 도착한 소미가 차에서 내려 이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오늘 소미는 휠체어를 타지 않았다.사실 소미의 다리 멀쩡했고, 치료도 다른 방향으로 전환된 상태였다.그리고 화상 부위도 많이 호전되었다.차가 멈추자, 유건은 몸을 숙여 시연을 안아 올렸다.“여기서 기다려. 설대강은 돈만 원해. 금방 끝내고 내려올게.”“네.”“그래.”유건은 시연의 손을 조심히 놓고, 차에서 내렸다.“유건 씨!”소미가 바로 뛰어왔는데, 유건의 뒤쪽을 힐끔 보고는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시연이도 같이 왔네요?”“응.”유건은 감출 생각도 없었다.“분만실 둘러보다가 같이 왔어.” 그 이상은 굳이 말하지 않았다.“몇 층이야?”“7층이요.”유건은 고개를 돌려 뒤쪽을 확인했다.주지한, 정민환, GP그룹의 보안팀까지 모두 준비 완료.유건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자.”일행은 건물 안으로 조심히 들어갔다.7층에 도착하기도 전, 위층에서 고성이 들려왔다.“설대강! 이 개XX야! 내가 너 먹여 살리고 입혀 줬더니, 날 이렇게 버려?! 나 이제 막 유산했어! 네 애였잖아! 날 죽일 셈이야?!”“지랄 떨지 마.”설대강의 목소리는 차가웠다.“애 얘긴 꺼내지도 마. 그 애X끼 네가 없앤 거잖아.”‘진짜 자기가 뭐라도 되는 줄 아는 놈이야.’“우리 집은 몇 대를 잇는 동안 남자애 하나만 낳던 집안이야. 그런데 너는, 몰래 딸을 낳아 기른 걸로도 모자라, 임신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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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7화

“안 돼.”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괜찮아요.”그런데, 소미는 오히려 고개를 끄덕였다.“소미 씨?”유건은 눈썹을 찌푸리며 고개를 저었다.“너무 위험해. 설대강이 무슨 짓을 할지 몰라.”“그럼 어떡해요?”소미는 차분한 목소리로 반문했다.“당신도 그랬잖아요. 설대강은 그냥 돈이 필요할 뿐이라고.”“하지만...”“‘하지만’이라는 건 없어요.”소미의 눈빛은 단단히 굳어 있었고, 눈가엔 희미한 눈물이 맺혀 있었다.“유건 씨, 저 사람 손에 우리 엄마가 있어요. 날 낳아주고, 키워준 엄마예요. 위험해도... 내가 나서야 해요.”‘그래, 자식이라면... 결국 그럴 수밖에 없겠지.’유건은 더 이상 반박하지 못했고, 지한에게서 가방을 건네받아 소미에게 넘겼다.“너무 가까이 가진 마. 뭔가 이상하다 싶으면 바로 뒤로 물러나.”“네.”소미는 살짝 웃었다.유건이 이렇게까지 걱정해 주는 게, 무서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따뜻했다.가방을 받아 들자, 유건이 다시 물었다.“무겁지 않아? 괜찮아?”소미의 왼쪽 팔은 얼마 전까지 심하게 다쳤던 쪽이었다.“괜찮아요.”소미는 오른손으로 가방을 들며 말했다.“이쪽은 멀쩡하니까.”“그래, 조심해서 다녀와.”유건은 조용히 그녀의 손을 놓았다.소미가 가방을 들고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갔다.‘제발... 무사히 돌아와.’소미는 조심스럽게, 느린 걸음으로 다가갔다. 너무 가까워지지 않으려 애쓰면서, 철제 난간에 묶여 있는 엄마를 한 번 바라보았다.“돈, 여기 있어.”“열어봐! 확인 좀 하자.”설대강의 눈빛엔 노골적인 탐욕이 번뜩였다.“좋아.”소미는 몸을 낮춰, 조심히 가방을 열었다. 안에는 오래된 현금 뭉치들이 가득 들어 있었다.“이 정도면 됐지? 일일이 다 세어봐야겠어?”“아니, 됐어!”설대강은 기쁨을 억누르지 못했다.“닫아! 얼른 닫아!”소미는 지시에 따라 가방을 덮었다.“이리 와. 가까이 와서 줘.”소미는 얼굴을 찡그리며 조금씩 다가갔다.“소미야...”설대강은 그녀의 얼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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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설대강은 소미의 말에 얼굴이 일그러졌다.“눈이 멀었냐고? 웃기지 마! 넌 내 핏줄이야! 오늘 이 자리에서, 반드시 날 인정하게 할 거야!”소미는 갑자기 감정이 폭발하듯 움직였고, 바닥에 놓은 가방을 낚아채듯 안아 들며 외쳤다. “헛된 꿈 꾸지 마! 이 돈, 절대 안 줘! 단 한 푼도!”“뭐라고?!”설대강은 놀라며 달려들었다.“이건 내 거야! 당장 놔! 그 돈 내놔!!”“싫어! 절대 안 줘!!”“놓으라고 했지!!”몸싸움이 벌어지려는 그 순간, 유건의 손이 번뜩 들렸다.그는 단숨에 앞으로 치고 나갔다.“소미 씨!!”“꺄악!”“아악...!”비명이 교차한 순간, 소미의 몸이 중심을 잃고 난간 바깥으로 밀려 나갔다. ‘안 돼!’유건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한 채, 몸을 던졌다.그는 한 손으로 소미의 손목을 낚아챘고, 다른 손으로 간신히 난간을 붙잡았다.“크윽...!”지한과 민환이 바로 뒤따라와 유건의 팔을 잡아챘다.“형님!!”“힘내세요, 형님! 절대 놓지 마세요!”...건물 아래, 시연은 거의 눈도 깜빡이지 않고 위층을 올려다보고 있었다.‘왜 이렇게... 불안하지.’그 순간, 그녀의 시선이 멈췄다.‘저건... 뭐지?’불현듯 시연의 눈에 들어온 건, 건물 외벽에 위태롭게 매달린 두 사람.‘저건... 고유건? 그리고... 장소미?’시연은 순간 굳어버렸다.곧장 차 문을 열고 내리자, 의심은 확신이 되었다. 매달려 있는 건 유건과 소미였다.바로 이 건물, 7층에서 말이다.이 높이에서 떨어지면... 죽을 수도 있었다.아니, 살아남더라도... 그건... 살아 있는 게 아닐 수도 있었다.시연의 가슴이 조여왔다.걱정인지, 분노인지...‘내가 왜 이렇게 숨이 막히는 거야?’시연은 기환을 향해 단호하게 말했다.“기환 씨, 우리가 올라가야 해요.”“형수님, 안 됩니다! 형님이 절대 올라오지 말라고... 너무 위험해요.”“위험...?”시연은 헛웃음을 내뱉었다.“지금 진짜 위험한 사람이 누군지 몰라서 그래요? 그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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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9화

“유건 씨!!”소미는 간신히 난간을 넘으며 온몸이 풀린 듯 유건의 품에 안겼다.극도의 공포가 풀린 그 순간, 여자는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아... 나 진짜 죽는 줄 알았어요!”“이제 괜찮아. 괜찮아졌어.”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소미를 달랬다.“이렇게 살아 있잖아...”그 순간, 유건의 얼굴이 살짝 찌푸려지면서 작은 신음이 흘러나왔다.“유건 씨?”이상함을 느낀 그녀는 남자를 바라보며 손을 뻗었다.그리고, 손끝이 유건의 팔에 닿자 유건의 고통스러운 신음이 터졌다.“악...”“팔... 팔이요?”소미는 숨을 삼켰다.“설마... 다친 거예요?”유건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빠진 것 같아. 아마... 탈골.”소미의 눈가가 다시 붉어졌다.그녀는 눈물을 참지 못하고 유건을 꼭 껴안았다.“미안해요... 유건 씨... 정말 미안해요...”“괜찮아. 그냥 어깨가 좀 빠진 거야.”유건은 진심으로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하지만 소미는 흐느낌을 멈추지 못했다.“흑... 흑...”유건은 자신을 안고 있는 소미를 어찌해야 할지 몰라 잠시 머뭇거리다, 고개를 들었다.그리고 그 시선 너머로 보인 사람은 시연이었다.바로 위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시연이 아무 말 없이, 천천히 돌아섰다.‘아니야, 이건...’유건은 소미를 떼어내려 했지만, 오른팔은 이미 탈골된 상태였다.그가 왼팔을 뻗으려는 순간, 시연은 아무 표정 없이 조용히... 등을 돌리고 사라졌다.“여보!”유건은 애타게 불렀지만, 시연은 멈추지 않았다.그때, 유건의 품에 안겨 있던 소미의 몸이 축 늘어졌다.“소미 씨?”유건이 고개를 숙이자, 정신을 잃은 소미의 모습이 보였다. ...한편, 시연은 말없이 건물 아래로 내려왔다.기환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한 채, 뒤를 따랐다.차에 도착하자, 시연은 차 문을 열고 조용히 올라탔다.“집으로 가요.”“네?”기환은 순간 멍해졌다.“형수님, 지금... 병원에 가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내 집으로 가자고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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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0화

시연은 그제야 유건의 얼굴을 찬찬히 들여다보더니, 웃음을 터뜨렸다.“깁스했네요? 어휴, 그래도 얼굴이 받쳐주니까... 깁스해도 잘생긴 건 여전하네요?”시연의 웃음은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하지만 유건의 눈엔 ‘아무렇지 않은 척’으로 보일 뿐이었다. ‘진심이야? 아니면 그냥... 다 잊은 척 연기하는 거야?’유건은 뭔가 억울하고 허탈한 마음에 물었다.“얼마나 아픈지는 안 물어봐?”“아... 맞네요.”시연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많이 아파요?”조심스럽게 유건의 팔을 들여다보며, 손끝으로 깁스 테두리를 살짝 짚었다.“다행이네요. 수술 안 하고도 맞춰져서... 만약 절개해서 고정했으면, 나중에 비 올 때마다 욱신거렸을 텐데...”그 말은 분명, 마음을 다해 걱정하고 있는 듯했다. 손길도, 시선도... 전부 진심이었다.하지만 그럼에도 유건의 가슴은 자꾸만 허전했다.‘왜 이리 공허하지... 왜 자꾸... 불안하지.’“여보, 정말 화 안 났어? 나한테... 실망한 거 아니야?”시연은 대답 대신, 혼잣말처럼 입을 열었다.“기억났어요... 당신, 예전에도 장소미 때문에 다친 적 있었잖아요?” “여보...”유건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시연은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다음번엔... 다른 데를 다치도록 해요. 맨날 그 팔만 다치면 나중에 못 쓰게 될지도 모르니까요.”그러고는 손바닥을 털며, 자리에서 일어났다.“피곤해요. 조금 누워야겠어요.”“여보!”유건은 급하게 손을 뻗었지만, 시연은 그 손을 피했다.“날 왜 잡아요?”말투는 여전히 나른했지만, 그 움직임은 너무나 정확했다.머뭇거림 없이, 단호하게.그 순간, 유건은 다시 긴장하기 시작했다.‘화 안 났다고? 거짓말이잖아.’“날 안아주지도 않으려고? 여보, 아까는... 진짜 위험했어. 내가 한 일은, 그저 사람을...”“알아요. 나도 알아요.”시연은 차분히 끊어 말했다.“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이었어도, 그렇게까지 목숨 걸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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