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711 - Chapter 720

724 Chapters

제711화

시연은 깊이 생각할 틈도 없이, 문밖에서 들려오는 인기척에 고개를 들었다.‘우리 남편인가?’함께 살기로 결정한 날, 시연은 망설임 없이 집 비밀번호를 유건에게 알려줬다.그녀가 문을 열고 나가 보니, 역시 유건이었다.그는 손에 아침을 든 채 식탁 쪽으로 걸어오더니, 아무 말 없이 두 팔을 벌려 시연을 안았다.그러고는 시연의 얼굴을 감싸 쥐고, 고개를 숙여 그대로 입을 맞췄다.시연은 방금 막 세수와 양치를 끝낸 참이었고, 입 안엔 아직도 상쾌한 가글 향이 은근히 남아 있었다.“읏...”시연은 깜짝 놀라 유건을 밀어냈다.“나 아직 양치도 안 했는데...”“괜찮아.”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거칠었다.“양치 안 해도 달콤해... 어젯밤에 네 옆에서 못 자서 미칠 뻔했어.”그는 곧 덧붙였다.“어제 너무 늦게 들어와서, 깨울까 봐 그냥 따로 잤어.”시연의 안전은 유건에게 언제나 최우선이었다.전에 시연의 침대를 바꿀 때, 유건은 방에 바로 CCTV를 설치해 두었다. 핸드폰으로 언제든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그리하여 시연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유건은 곧장 달려왔다.아침을 먹으며 시연은 계속 유건을 힐끗힐끗 쳐다봤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그녀의 입술을 맴돌다 말곤 했다. 유건은 그 낌새를 놓치지 않았다. 어제 시연이 전화를 걸어왔을 때 했던 말을 떠올리며 물었다.“어제 나한테 할 얘기 있다고 했지? 무슨 일인데?”“그게 말이죠...”시연은 젓가락을 살짝 깨물고는 숨을 깊게 들이켰다.“어제, 은범이 보러 갔었어요.”그날 있었던 일을 시연은 조심스럽게 털어놨다. 괜히 유건의 기분이 상할까 봐 최대한 간략하게, 자신의 감정은 쏙 빼놓고 이야기했다.예상대로, 유건의 표정은 점점 어두워졌다.“우리 여보 말은...”시연은 조심스레 유건의 눈치를 보며 말을 이었다.“시간 괜찮을 때, 가끔 은범이를 보러 오면 좋겠다고 했어요... 은범이 상태가, 진짜 많이 안 좋아요.” 말이 끝나자, 둘 사이엔 묘한 침묵이 흘렀다.잠시 후, 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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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2화

“누나, 매형은 안 와?”우주는 초조한 듯 시연을 올려다보며, 자꾸만 시계를 흘끔거렸다.이 소년은... 기대하고 있었다.“걱정하지 마, 누나가 지금 바로 전화해 볼게.”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신호음이 몇 번 울린 후, 통화가 연결됐다.[여보.]“지금 어디예요?”시연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우리 이제 공항 가려고요. 우주가 아까부터 매형은 언제 오냐고 묻잖아요.”‘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유건은 관자놀이를 문지르며 시계를 흘끗 봤다.[미안해.]조심스레 말문을 연 유건은 덧붙였다.[여기서 조금 더 있어야 할 것 같아. 너희 먼저 공항에 가면, 바로 따라갈게. 괜찮지?]그 말에 시연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지금 병원이에요?”찰나의 침묵이 흐르고, 유건은 낮은 목소리로 솔직히 말했다.[응.]사실 유건은 일정 다 맞추고 별산장으로 바로 가려고 했다.하지만 가는 길에 병원에서 급한 전화가 왔고, 상황이 상황인지라 어쩔 수 없이 다시 병원으로 향했던 것이다.“당신...”[유건 씨? 유건 씨 어디 있어요! 제발... 아아악...]갑작스럽게 들려온 건 장소미의 날카로운 울음소리였다.‘장소미?’시연은 그 소리에 온몸이 긴장되며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고 대표님!]이번엔 간호사의 목소리였다.[알았어요, 지금 갈게요!]유건이 대답하는 소리 너머로, 어지러운 현장의 분위기가 그대로 전해졌다.유건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여보...]그 초조하고 미안한 숨결이 전화 너머로 그대로 느껴졌다.시연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일단 가봐요.”‘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이 정말 공항까지 올 수 있을까?’[최대한 빨리 갈게!]“그래요... 알았어요.”전화를 끊고 나니, 시연의 마음은 더 복잡해졌다.그리고 돌아서니, 우주가 여전히 누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소년의 맑은 눈동자 안에, 염려가 살짝 비쳐 있었다.“누나... 매형 안 오는 거야?”“아니야.”시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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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3화

“진짜예요?”[진짜.]유건은 단호하게 말했다.[거의 다 왔어. 무조건 도착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그래요, 그럼 조심해서 와요.”전화를 끊고, 시연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다행이다... 올 수 있다고 하니까.’그 모습을 지켜보던 진아가 시연을 슬쩍 찔렀다.“어머, 고 대표가 이제 네 감정 기복의 바로미터가 된 거야? 조금 전까지 찡그리고 있던 얼굴이 싹 펴졌는데, 오신대?” “응, 지금 오고 있대. 거의 다 왔대.”“휴... 진짜 다행이다. 안 왔으면 우리 우주, 마음 놓고 못 갔을걸.”...한편, 공항으로 향하던 차 안.유건은 전화를 끊자마자, 운전석 쪽으로 고개를 돌려 단호하게 말했다.“더 밟아주세요. 최대한 빨리.”“예, 고 대표님.”하지만, 인생은 늘 변수투성이.갑작스러운 급정거와 함께 차가 크게 흔들렸다.유건의 몸이 앞으로 쏠리며 안전벨트에 세게 눌렸다.“무슨 일입니까?”유건은 얼굴을 찌푸리며 낮은 목소리로 물었다.“죄, 죄송합니다! 앞에... 앞에 사고가 났어요!”운전기사는 식은땀을 흘리며 허둥댔다.앞을 보니, 정말로 대형 트럭이 시내버스를 들이받아 도로 한복판을 막고 있었다.버스 안에는 승객도 많았고, 사고 현장은 경찰이 와서 통제 중이었다.‘하필 지금...’유건은 이를 악물었다.“이거... 얼마나 걸릴 것 같아요?”“그게... 지금 상황으로 봐선 금방은 힘들 것 같습니다.”‘망할 타이밍 같으니라고! 왜 하필 지금 이런 일이...’유건은 분노 섞인 한숨을 내쉬더니,쾅!팔을 들어 차량 천장을 힘껏 쳤다.‘오늘 진짜 뭐가 이렇게 꼬여... 이런 식으로 우주를 보내면, 시연이보다 내가 미쳐버릴 거야.’ 시계를 본 유건은, 더는 앉아 있을 수 없었다.지금 있는 곳은 강을 건너는 다리 한복판, 도로 정체에 차량 호출도 불가능한 상황.이내 뭔가 결심한 유건은 문 손잡이를 잡았다. “여기 계세요. 난 먼저 갈게요.”“대표님, 여기서요?”“차선 옆에 차 세우고 대기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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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4화

“누나.”우주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키를 낮춰 시연을 껴안았다.이미 누나보다 한참은 큰 키, 넓어진 어깨.“우주 꼭 열심히 할게.”“응...”시연은 목이 메어 제대로 말을 잇지 못했다.‘그래, 누나는 믿어. 기다릴게...’더는 붙잡을 수 없었다.정민환과 최예민이 우주의 짐을 챙기며, 보안검색대로 향했다.마지막 순간, 우주가 뒤를 돌아 시연을 바라봤다.그 눈동자엔 설렘과 아쉬움이 함께 담겨 있었다.“우주야!”시연은 까치발을 들어 손을 흔들었다.“잘 다녀와! 조심히 가!”우주는 해맑게 웃으며 손을 흔들고,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그 뒷모습은 점점 작아졌고, 끝내 사라졌다.시연은 그 자리에 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그리고 결국, 진아의 품에 고개를 묻고는 울음을 터뜨렸다.그동안 누구보다도 가까이서 함께한, 14년을 함께 살아낸 동생이었다.‘이제 우리 우주를... 정말 보내는구나...’진아는 시연을 꼭 안고 가만히 등을 두드렸다.지금은 아무 말도 위로가 되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그때, 시연의 핸드폰이 울렸다.화면을 보니, 우주였다.메시지를 열자, 우주가 비행기 좌석에 앉아 찍은 셀카가 있었다.해맑게 웃으며 브이 자를 그린 사진.“푸흣...”시연은 눈물 섞인 웃음을 터뜨렸다.‘이 녀석... 진짜 못 말려.’진아가 시연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걱정하지 마. 우주, 분명 잘 지낼 거야.”성빈과 진아가 시연을 데리고 공항을 나섰다.그리고 바로 그때, 유건이 숨이 턱까지 차오른 채, 공항 안으로 달려 들어왔다.남자의 땀이 비 오듯 흐르고, 셔츠는 축축하게 젖어 있었다.그리고 미친 듯이 VIP 출입구를 향해 달려갔다.팔목의 시계를 본 순간, 유건의 얼굴이 창백해졌다.‘망했다... 놓쳤어.’그 순간, 출구에서 시연이 나왔다.“여보!”유건은 잠시 그 자리에 멈췄다가, 곧장 시연에게 달려갔다. 늘 단정하고 여유 있는 유건의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지금은 완전히 숨이 찬, 땀투성이의 남자였다.그는 거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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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시연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손 좀 놔요.”하지만 유건은 쉽게 놓지 않았다.“여보, 화내도 돼. 때려도, 욕해도 돼. 근데, 그렇게 말도 안 하고 꽁해 있지 마. 네 마음 다치잖아, 알지?”그 목소리는 한없이 낮고, 진심이 묻어 있었지만, 시연은 여전히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손 놔요. 좀 피곤해요. 누워서 쉬고 싶어요. 당신과 말하기도 싫어요.”“내가 안아줄게.”유건은 조심스럽게 팔을 뻗어, 시연을 번쩍 안아 들었다.그러고는 조용히 안방으로 향해 침대에 그녀를 눕힌 후, 나가지는 않았다. 여전히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바라보고만 있었다.“나가줘요.”시연은 천천히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곁에 있을게.”“필요 없어요.”시연은 고개를 저었다.“당신이 옆에 있으면... 오히려 잠이 안 와요.”‘같은 침대에서 몇 번이고 잤던 사이인데, 내가 곁에 있는 게 불편하다고?’유건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다.‘지금은 나랑 말 섞는 것도 싫은 거구나.’“여보...”그때, 마침 현관 벨이 울렸다.왕성애가 유건과 시연이 돌아온 걸 보고, 저녁을 가져다준 것이었다.유건은 시연을 잠시 바라보다가, 손을 놓고 자리에서 일어났다.“내가 나가 볼게.”그는 식사를 받아 들고 곧장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그사이 시연은 몸을 돌려, 왼쪽으로 누운 채 조용히 눈을 감고 있었다.마치... 이미 잠든 사람처럼.유건은 침대 옆에 다시 앉아, 시연의 얼굴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여보.”목소리는 낮고 부드러웠다.“조금이라도 먹고 자. 금방 다시 자면 되잖아.”시연은 대답이 없었다.“여보?”계속 부르자, 결국 시연이 인상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입맛 없어요. 그냥 당신 혼자 먹어요. 난 잘래요.”그녀는 다시 눈을 감았다.“안 돼.” ‘안 먹겠다는 건... 여전히 화가 안 풀렸단 뜻이겠지.’유건은 조용히 그녀를 달래듯 말했다.“빈속으로 자는 거, 건강에 안 좋아. 조금이라도 먹자, 응?”그러더니 이불을 살짝 들고, 시연을 안아 일으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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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6화

시연은 본능적으로 두 팔을 들어 유건을 끌어안으며 눈을 감았다.‘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어...’방 안은 고요했다.두 사람의 심장 소리와 고른 숨소리... 그리고... 서로의 온기를 자극하는 미묘한 소리만 가득했다.입술이 떨어진 순간에도, 두 사람의 마음은 더 깊이 붙어 있는 듯했다.서로 마주 앉아 있는 두 개의 의자가 괜스레 멀게만 느껴졌다.마치... 은하수 건너편처럼.유건은 다시 시연을 안아 자기 무릎 위에 앉히고는, 국그릇을 들었다.시연은 밥그릇을 가리키며 말했다.“국에 말아줘요.”“응?”유건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웃었다.“아까는 먹기 싫다더니?”시연은 살짝 고개를 돌리며 중얼거렸다.“우니까 배가 좀 고파졌어요.”“그래, 알겠어.”유건은 익숙한 손길로 국에 밥을 말아 한 숟갈 떠 건넸다.그리고 조용히 말을 이었다.“아기 낳고 몸 좀 회복되면 CA국에 가자. 우주 보러.”“여보, 우주가 그리울 때면 언제든 갈 수 있게 다 준비해 둘게. 최 선생님한테도 말해뒀어, 매일 영상통화 하게 해달라고. 보고 싶어 하는 건 괜찮은데, 너무 마음 쓰진 마. 네가 힘들어지니까.” “네, 알겠어요.”시연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여보 착하지.”유건은 시연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웃었다.식사가 끝난 후, 유건은 시연의 몸을 조심스럽게 안아 욕실로 데려갔고, 따뜻한 물에 발을 담그게 했다.족욕을 마친 그는 시연의 약을 챙겨주기도 했다. 그 후, 둘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유건은 평소에 전혀 보지 않던 드라마와 예능을 틀어 놓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에게 기댄 채 잠들었다. 며칠 후, 유건은 다시 강울대병원에 갔다.이번엔 시연도 함께였지만, 굳이 병실엔 들어가지 않았다.그녀는 그냥 유건과 같이 있고 싶어서 따라갔을 뿐이니까.시연은 병실 문 앞에 서서 안을 들여다봤다.장소미는 유건에게 울며 매달리고, 유건은 그런 그녀를 다정하게 달래고 있었다.그 모습을 본 시연은 입꼬리를 살짝 일그러뜨렸다.‘하... 나 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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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7화

한때, 은범이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언젠가 다시 시연을 마주하기 위해.이곳으로 돌아오면, 시연과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시연과의 끝나지 않은 이야기, 끊어진 인연을 다시 잇고 싶었다.그래서 은범은 견딜 수 있었고, 그렇게 애쓸 수 있었다. 그동안 매일매일... 그는 언젠가 시연과 더 나은 미래를 함께하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런데 지금... 은범에게는 그 미래가 사라져 버렸다.이제 그는 모른다. 앞으로 왜 살아야 하는지... 그리고 살아 있음보다 더 슬픈 건, 마음이 먼저 죽어버리는 것.심장이 더는 아무것도 느끼지 못할 때, 사람은 사실상 끝인 거다.시연은 그 눈빛 속에 깃든 무너진 감정을 읽은 순간, 입을 틀어막았다. ‘은범이가... 나를 아직도... 이렇게까지, 나를...’시연은 겨우 눈물을 삼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은범아... 일단 푹 쉬어. 나... 또 올게.”“또...?”은범은 놀란 듯 눈을 깜빡였다.‘또 온다고...? 시연이가... 날 다시 찾아온다고?’“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약 잘 먹고, 밥도 꼭 챙겨 먹어야 해. 알았지?”잠시 멍한 표정을 짓던 은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응, 알겠어. 그럴게.”“그래야지.”병실을 나와 복도를 걷던 시연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손으로 벽을 짚었다.그러고는 억눌린 울음을 쏟아냈다.“은범아... 은범아...”‘어쩌다 이렇게까지 됐어...’‘너무 늦은 거면 어쩌지...’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한 시연을, 누군가 급히 붙잡았다.“형수님!”정기환이었다.시연의 눈물범벅인 얼굴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형님이 그러셨어요. 너무 흥분하시면 안 된다고요...”“알았어요.”시연은 잠시 숨을 고르고, 눈물을 닦았다.그리고 고개를 들고 물었다.“유건 씨는요?”“아직... 화상 외과에 계세요.”기환은 조심스레 대답했다.시연은 거의 들리지 않을 정도로 낮게, 냉소했다.“그럼, 가봐야겠네요.”“같이 갈까요?”기환은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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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8화

“여보!”유건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시연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날카롭게 소리쳤다.“당신은... 신경 쓰지 마요!”그 한마디에, 유건은 그대로 멈춰 섰다.분명히 그 목소리는 지금까지 들었던 시연의 목소리가 아니었다. “흐윽... 지시연, 대체 뭐 하려는 거야?”시연은 꽉 움켜쥔 소미의 손목을 놓지 않은 채, 세면대 위를 쓱 훑어보았다.그러다 눈에 띈 날카로운 눈썹 칼 하나.그것을 집어 들고, 천천히 웃었다.“아까 말했잖아. 널 ‘도와’ 주러 왔다고.”시연의 말투는 냉정했고, 한 글자 한 글자, 칼날처럼 쏘아붙였다.그녀는 소미의 손목을 들어 올려 눈썹 칼의 날을 정확히 동맥 위에 갖다 댔다.“아주 금방이야. 난 이런 거 ‘전문’이야. 한 번에 끝내 줄게. 안 아프게. 깨끗하게.”그 미소는 웃음이 아니었다.그 웃음은... 칼날 같았다.시연의 손끝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아아악!! 안 돼! 하지 마! 제발... 놔줘!!”소미는 공포에 질려 울부짖었다. 온몸이 떨렸고, 눈동자는 핏기 없이 흔들렸다.“왜 발버둥 쳐? 죽고 싶다며? 흉터 때문에 못 살겠다며? 내가 도와주겠다는데, 고마워해야지. 안 그래?”“아니야... 아니라고... 나, 죽고 싶지 않아... 제발...”‘그래, 이게 네 본심이지.’시연의 눈가에 싸늘한 조소가 맺혔다.그 순간, 시연의 손목이 확 잡히며 움직임이 멈췄다.“으악!”유건이었다.그는 정확히 시연의 손목 위 세 치 아래를 꽉 잡고 있었다.“여보!!”유건은 즉시 다른 손으로 칼을 빼앗으며 외쳤다.“이러면 안 돼! 진짜 큰일 날 뻔했어!”소미는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 울면서 몸을 떨었다.“유건 씨... 시연이 미쳤어요... 정말 미쳤어요...”유건은 난생처음 보는 시연의 얼굴을 마주 보며 단단히 찌푸린 눈썹으로 물었다.“왜 그래? 대체 왜 이래?”“왜냐고요...?”시연은 눈엔 피가 맺힌 듯 붉은 기운이 돌았다.그녀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소미를 가리키며 말했다. “저 여자가 죽어야 하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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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9화

유건은 가늘게 눈을 좁히며 시연을 바라봤다.‘만약, 우리도 언젠가 헤어지게 된다면...’‘시연은 나를 위해, 우리 사이를 갈라놓은 사람과 죽을 각오로 싸워줄까?’그런 물음이 머릿속을 스쳤지만, 곧 유건은 그 생각을 지워버렸다.‘말도 안 돼. 그런 상상조차 너무 불길하고 무서워.’‘우린... 절대 헤어지지 않아. 절대로.’그는 조용히 시연 곁으로 다가가 시연 옆자리에 앉았다.아무 말 없이 앉았지만, 오히려 먼저 입을 연 건 시연이었다.고개를 돌려 유건을 바라보며, 잔잔한 눈빛에 얕은 미소를 머금은 채 물었다.“아까... 나 막은 거, 왜 그랬어요?”유건은 예상 못 한 질문에 잠시 눈을 깜빡였다.‘왜냐고? 그야...’“답하기 어려워요?”유건은 말없이 입을 다물었고, 시연은 살짝 웃으며 말했다.“그럼 힌트를 줄게요. 당신, 장소미가 죽는 게 더 무서웠어요? 아니면... 내가 살인범 되는 게 더 무서웠어요?”“여보...!”유건은 당황해 그녀를 불렀지만, 시연의 눈빛엔 흔들림이 없었다.“대답해 봐요.”유건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조심스럽게 그녀의 어깨를 감싸 안으며 말했다.“장소미가 잘못한 것 맞지만, 죽어야 할 짓을 한 건 아니야. 그리고 너는... 그런 일로 살인자가 되어서는 안 돼.” “하...”시연은 낮게 웃었고, 눈가엔 이내 붉은 기운이 돌았다.“역시 고 대표님이네요. 말은 많은데, 정작 대답은 안 하니까요.” “여보...”유건은 머쓱하게 웃었다. “이건 뭐를 더 무서워하느냐의 문제가 아니야. 너무 깊이 생각하지 마, 응?” “내가 너무 깊이 생각하는 거예요?”시연은 시선을 돌려, 천장을 바라봤다.‘언제부턴가, 나 혼자만 생각이 많아진 기분이야.’그녀는 조용히 긴 한숨을 내쉬었다.“그래요. 내가 예민한 거죠.”유건은 그런 시연을 가만히 안아주며, 달래듯 말했다.“괜한 생각 말고... 지금 내 마음은 너한테 있어. 그거면 된 거잖아.”그 말에, 시연은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가끔은 정말 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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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0화

유건은 말없이 돌아서서 차에 올랐다.그 무거운 뒷모습을 바라보며, 시연은 피식 웃었다.‘삐졌네.’‘뻔히 보이는데도... 말은 안 하네.’‘왜일까? 혹시... 질투? 의심? 불안?’‘설마, 내가 은범이를 보러 간다고 해서... 바람날까 봐 걱정하는 거야?’‘그런 감정, 나만 느끼는 줄 알았는데...’‘이제 좀 알겠지? 내가 매일매일 느끼는 그 찝찝한 감정...’그날 밤, 아주 늦은 시각.유건은 겨우 하루 일정을 마치고 시연의 집으로 향했다.하지만 이번엔 옆방으로 가지 않았다.‘오늘은... 혼자 자기 싫어.’혹시나 시연을 깨울까 조심스럽게 방문을 열고, 소리 내지 않으려 살금살금 침대에 누웠지만, 시연은 금방 눈치를 챘다.“왜 왔어요?”“보고 싶어서.”유건은 자연스럽게 시연을 끌어안았다.“우리 여보 없으면 잠이 안 와.”그리고 여자의 머리칼을 쓰다듬으며 속삭였다.“이제 괜찮아. 자자.”시연은 피곤했는지, 더는 묻지 않았다.유건은 그녀의 향기를 맡으며 겨우 숨을 고를 수 있었다.‘인제야... 하루가 끝났네.’다음 날 아침.일상은 늘 그렇듯 반복되었다.조용히 식사하던 중, 시연이 갑자기 입을 열었다.“오늘, 나 병원에 좀 다녀올게요.”유건의 손이 멈췄다.‘어디 병원? 누구를 보러?’‘물론...노은범이겠지. 장소미일 리는 없잖아.’“응.”유건은 침을 삼켰다.대답은 했지만, 마음은 정반대였다.‘가지 마... 아니, 가지 않아 줬으면 좋겠어.’...출근 전, 시연은 현관 앞까지 유건을 배웅했다.“조심히 가요.”“여보.”유건은 시연의 이름을 부르며, 묘한 감정이 담긴 눈빛으로 시선을 떨구었다.그러고는 고개를 숙여, 여자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가볍게 시작된 키스는 점점 깊어지고, 마치 뭔가를 새기듯 집요해졌다.입술이 떨어졌을 땐, 시연의 입술이 붉게 부풀어 있었다.“아침부터 무슨 약이라도 먹었어요?”놀란 시연은 남자를 노려보며 말했다.“질투약.”유건은 숨김도 없이 웃으며 말했다.그리고 시연의 입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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