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눈을 떴을 때, 은범의 시선이 시연에게 고정됐다.시연이 아직 그 자리에 있었다.‘꿈이 아니었어?’시연은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왜 그렇게 빤히 봐? 싫어?”“아, 아냐... 그런 거 아니야.”은범은 당황한 듯 고개를 급히 저었다.“쳇.”시연은 코웃음을 쳤다.“너, 아무리 아픈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볼 땐 이제 멀쩡해. 나도 지금 배가 이만한데, 얼른 움직여.” “아, 어...”은범은 이제야 정신이 든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꽃병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얼마 지나지 않아, 은범이 돌아왔다.그리고 물을 가득 채운 꽃병을 시연에게 내밀었다.“시연아, 여기.”“고마워.”그런데도 은범은 멍한 표정을 풀지 못했다.시연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내가 와서 신기해? 분명히 말했잖아, 다시 온다고.”“응...”은범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가슴 한쪽이 조금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이상하다... 왜 이렇게 심장이 반응하지...’무뎌졌던 감각이, 서서히 되살아나는 것 같았다....면회를 마친 시연은 돌아갈 준비를 했다.그리고 차를 기다리는 동안, 우연히 다시 장미리를 보게 됐다.장미리는 다른 쪽 출입문에서 급히 나오는 중이었고, 표정은 잔뜩 구겨져 있었다.멀지 않은 곳에, 전에 두 번 본 적 있는 중년 남자가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그 남자는 장미리를 보자마자 그녀의 어깨를 끌어안았다.한쪽은 화가 났고, 다른 한쪽은 달래는 중이었다.무슨 말을 했는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는 성공한 듯 보였다.장미리는 처음보다는 덜 화난 얼굴로 남자의 가슴을 툭 치고, 고개를 끄덕였다.‘장 여사... 또 저 남자랑?’시연은 눈이 커졌다.‘또 마주쳤네...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이 정도면 눈 감아주는 것도 피곤하다.’솔직히, 이런 장면은 보기만 해도 눈에 병이 날 것 같았다.시연은 고개를 돌렸다.하지만 하필이면, 그 순간 장미리가 이쪽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시연이 고개를 돌리는 바로 그 찰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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