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741 - Chapter 750

772 Chapters

제741화

유건이 몸을 기울여 시연을 끌어안았다.“널 버린 거 아니야. 제발 나한테 그런 죄 좀 씌우지 마.”시연은 눈을 감았다가 천천히 떴다.“내가 얼마나 당신을 이해하려 했는지, 당신이 알기나 해요? 장소미... 나 그 여자 진짜 싫어해요. 근데 그래도, 당신이 돌봐야겠다니까 그냥 참았어요.”“근데 당신은... 뛰어내리려던 그 순간, 날 버린 거예요. 심지어 우리 아이까지도요.” 시연이 손을 들어 유건의 가슴을 밀어냈고, 거리를 두며 말했다.“나도 당신 마음을 다 봤는데, 당신은 왜 아직도 모르는 거예요?” “아니야, 나 그런 마음 없었어!”유건이 시연의 손을 꽉 잡아 자기 가슴에 가져다 댔다.“여기, 여긴 너로 가득 차 있어. 너랑 우리 아기...”‘이제 와서 이러는 게 무슨 소용이야.’시연이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이 말을 아침에 했으면... 나, 믿었을지도...”“근데 지금은... 미안하지만, 나 자신을 속일 순 없어요.”그리고 손에 힘을 주어 유건을 소파에 밀쳤다.유건은 팔에 깁스하고 있어 불편한 모습이었다.그 틈을 타 시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으로 향했다.하지만 막 누운 참에 따라 들어온 유건이 시연의 옆에 누웠고, 평소처럼 그녀를 끌어안았다. 그 순간, 유건의 다친 팔이 눌리자, 얼굴이 찌푸려지며 신음이 새어 나왔다.시연은 뒤돌아보지 않고 말했다.“아프죠? 그럼 나한테서 좀 떨어져요.”유건은 한 번 더 안아보려 애썼지만, 도저히 자세가 안 나왔다. 결국 포기하고 옆으로 누웠다.“그냥 여기 있을게. 너 혼자 두기 싫어.”시연은 아주 작게 웃었다.‘혼자 자는 것도 못 할 만큼 내가 약해 보이나?’“유건 씨, 난 당신이 없어도 잘 자요. 걱정하지 마세요.”“아니... 넌 내가 필요해. 지금 이 순간에도.”유건의 목소리는 낮고, 쉰 듯 가라앉아 있었다.‘이 사람, 이제 와서 날 놓치기 싫은 거야.’ ‘그래, 이 타이밍에 나간다면 그건 진짜 끝이었을 테니까.’...다음 날 아침.식탁 위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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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2화

한참을 망설이다가, 시연이 유건을 가만히 안았다.‘그래도... 난 아직 이 사람을 놓을 수 없어.’결국, 시연은 유건을 쉽게 보내지 못했다....며칠 후, 지동성이 의식을 되찾았고, 중환자실은 문 너머 면회를 허락했다.병원 측은 시연에게 연락했다.이제 지동성의 유일한 직계 가족은 시연뿐이기 때문이었다.병원에 도착했을 때, 장미리도 있었다.하지만 장미리는 병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은 것이 아니었다.그냥, 또 한바탕 소란을 피우기 위해 온 것이었다.“왜! 왜 내가 면회 못 해요?!”중환자실 앞에서 장미리가 고함을 질렀다.“보여줄 용기도 없다? 당신들 병원 사람 맞아?! 사람 죽이려고 작정했어?!”“여사님, 더 이상 소란 피우시면 보안팀 부를 겁니다.”“불러! 불러보라 해! 내가 무서워할 줄 알아?!”“...”그 순간, 장미리의 시선이 복도를 따라 걸어오는 시연에게 꽂혔다.장미리의 얼굴이 순간 일그러졌다. 며칠째 잠도 제대로 못 잔 듯, 눈엔 핏발이 서 있었고, 얼굴은 새하얬다. 그리고 어딘가 섬뜩해 보였다.시연은 장미리를 쳐다보지도 않고, 곧장 병실 안으로 향했다.“웃기지 마!”잠잠할 리 없던 장미리가 바로 시연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네가 이긴 줄 알아? 네 그 잘난 엄마? 그 X이 뭐 얼마나 대단한 인간이라고! 너희 아버지 나이 먹더니 다 잊은 모양인데, 내가 제대로 알려줘야겠어!”‘뭐라는 거야.’시연이 걸음을 멈추고 고개를 돌렸다.“무슨 말이 하고 싶으세요?”장미리가 코웃음을 쳤다.“하하, 너 그동안 그렇게 살아오면서도 이상하단 생각을 한 번도 안 한 거야?” “왜 너희 아버지가 너한텐 늘 무심했는지, 내가 널 괴롭힐 때도 왜 입 한번 뻥긋 안 했는지 말이야.”시연은 속으로 문득 멈칫했다.‘맞아... 나도 항상 그게 이상했어.’‘왜 나만 항상 투명 인간처럼 취급했는지...’“그건 말이야...”장미리가 눈을 부릅떴다.“네가 네 엄마랑 딴 놈이 놀아나다 생긴, X 같은 사생아라서 그래!” 시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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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3화

지하가 먼저 다가와 인사했다.“시연 씨, 진아 씨, 식사하러 오셨어요?”“네.”시연은 밝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하지만 진아는 고개를 살짝 돌리고 지하를 보지 않았다.“저는 친구들이랑 약속 있어서요.”지하는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오늘 와규랑 연어가 괜찮더라고요. 이번 식사는 제 카드로 해요. 저는 먼저 일어날게요.”지하가 유건의 절친이라는 걸 아는 시연은 굳이 사양하지 않았다.“그럼 잘 먹을게요. 감사합니다.”“별말씀을요.”지하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자리를 떠났다.“쳇.”진아가 입을 삐죽이며 말했다.“여자 친구랑 왔다고 하면 되지, 뭘 ‘친구들이랑’ 이래?”시연은 슬쩍 고개를 들어 지하 일행 쪽을 바라봤다.그중에, 확실히 여자 한 명이 있었다.시연은 그 여자를 보다가 다시 진아를 바라봤다.‘응? 잠깐만.’어딘가 이상한 기시감이 스쳤다.“어?!”시연이 혼잣말처럼 소리를 냈다.“왜 그래?”진아가 고개를 돌리며 묻자, 시연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너, 저 여자... 누구 닮았다고 생각 안 해?”“그렇지! 나도 그 생각했어! 처음 봤을 때부터 계속 어디서 본 듯했거든. 근데 또 딱히 연예인 같진 않고...”“바보야.”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며 진아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멀리서 찾지 말고 거울부터 봐봐. 닮은 사람, 바로 너잖아.”“헉...?”진아는 눈을 깜빡이며 당황스럽다는 듯 시연을 바라봤다.“나랑... 닮았다고?”‘설마... 진짜?’시연이 말 안 했으면 몰랐을 텐데, 듣고 나니 더더욱 닮아 보였다.시연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쟤가 너보다 얼굴이 좀 더 갸름하긴 한데, 네가 베이비페이스만 아니라고 생각하면, 진짜 쌍둥이라는 소리까지 나올 듯?” 진아는 멍하게 있다가 결국 입을 다물지 못했다.‘아니, 진짜... 그 정도야?’진아는 충격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설마... 부지하가 날 그렇게 귀찮게 굴었던 이유가... 그 여자 친구랑 내가 닮아서?’갑자기 소름이 끼쳤다.‘대체 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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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4화

“산부인과요... 네, 감사합니다.”지동성은 천천히 병실로 돌아왔다.하지만 가슴속 불안감은 더더욱 커졌다.‘안 되겠다.’그는 도저히 기다릴 수가 없었고, 당장 시연을 찾아가야 했다.왜냐하면 이제 더는 숨길 것도, 지킬 것도 없었으니까.소미는 자기 딸이 아니었다. 그렇다면 굳이 소미를 감쌀 이유도 없었다.지동성은 결심했다.지금까지 소미가 저지른 일들을... 모두, 시연에게 말할 것이다.간호사들이 말릴 걸 알기에, 지동성은 조용히 병실 문을 닫고 환자복 위에 겉옷을 걸쳤다.그러고는 몰래 복도를 빠져나갔다. 그리고 병원 앞에서 택시를 잡아탔다.행선지는... 시연이 있는 산부인과.‘시연아... 아빠가 간다. 조금만 기다려.’산부인과.시연은 진료를 마치고 진료실에서 나왔다.핸드폰 전원을 켜자, 부재중 전화가 쏟아졌다.병원 쪽 번호도 있었고, 지동성의 이름도 몇 번 떠 있었다.‘무슨 일이지? 아버지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건가?’시연은 바로 병원으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 저 지시연입니다.”[지 선생님!]전화기 너머, 수간호사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지 선생님, 혹시 아버님 못 보셨어요? 아까 회진 도는데 병실에 안 계시더라고요. 아까 아버님이 선생님 계신 곳을 묻긴 하셨는데... 아마 선생님을 찾아가신 것 같아요.]“네?”당황한 시연은 말이 나오지 않았다. ‘지금... 병원을 빠져나온 것 같다고?’“알겠습니다, 제가 연락해 볼게요.”[죄송해요, 지 선생님...]전화를 끊자마자, 시연은 곧장 지동성에게 전화를 걸었다.한 통,두 통.계속 통화 중.세 번째에서야 연결됐다.“여보세요? 어디 계세요?”[시연아!]지동성은 다소 흥분한 목소리였다.[아빠 산부인과에 도착했어. 너 지금 몇 층이야? 바로 올라갈게...]“진짜 왜 이러세요?”시연은 숨을 고르며, 안에서 끓어오르는 화를 눌렀다.‘이렇게 말 안 듣는 환자들은 딱 질색이야. 입원 중인데 무단 외출이라니...!’ “허락도 없이 병실을 옮긴 것도 모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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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5화

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길게 늘어졌다.시연의 머리 위, 병원 건물 외벽에 매달린 간판 하나가 덜컥덜컥,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시연아!!”지동성의 다급한 외침이 퍼졌다.그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시연을 강하게 밀쳐냈다.그리고 동시에 뒤편에서 물을 들고 돌아오던 진아에게 외쳤다.“시연이 잡아! 얼른!! 으아아!!!”쾅!!!귀를 찢는 듯한 폭음이 터졌다.병원 입구 전체가 땅이 꺼질 듯 흔들렸고, 공기 중엔 순식간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거대한 간판이, 지동성의 등으로 그대로 떨어진 것이었다.그 순간, 지동성은 두 눈을 멍하니 뜬 채, 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시연은 충격에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급하게 달려온 진아는 손에 쥐고 있던 생수를 손에서 놓고, 시연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시연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하지만 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숨조차 쉴 수 없었다.왜냐하면 지동성의 이마에... 붉은 피 한 줄기가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꺄악!!”진아 역시 그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떨어진 간판은 지동성의 등을 강타했다.물론 지동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피하려 했지만, 간판은 그의 후두부, 등, 허리까지 무자비하게 스치고 말았다. 뒤에서 보았을 때, 지동성의 셔츠는 너덜너덜 찢겨 있었고, 살점이 벗겨진 등에서 흘러내린 피는 온몸을 붉게 물들인 상태였다. “아...!!!”다리에 힘이 풀린 시연은 비틀거리며 지동성에게 달려가, 지동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지동성의 몸이 툭, 그대로 시연 쪽으로 쓰러졌다.하지만 시연의 힘으론 그 무게를 도저히 받아낼 수 없었다.시연의 입술이 떨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은 금세 벌게졌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눈물로 가득해졌다.‘이게... 무슨 일이야...’‘왜... 왜 아버지가...!’진아가 다시 달려와 시연을 붙잡았다.“시연아! 정신 차려! 조심해!!”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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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6화

“고 대표님.”진아가 조심스레 다가왔다. 양손엔 물이 담긴 세숫대야를 들고 있었다.그녀는 시연을 가리키며 말했다.“고 대표님, 시연이 손... 좀 씻겨줘요.”“네.”유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천천히 시연의 손을 잡았다.하지만 곧 표정이 굳었다.‘피가... 이게 다...’시연의 두 손은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유건은 깊게 숨을 들이쉬고, 진아가 받쳐 든 물에 시연의 손을 담갔다.그는 조심스럽게 문질러 피를 씻어내고, 부드러운 수건으로 시연의 손을 감싸며 닦아냈다.그러다 시연의 눈물 한 방울이 유건의 손등 위로 떨어졌다.유건은 움찔하며 고개를 들었다.“여보...?”시연도 유건을 바라보고 있었다. 여자의 붉게 충혈된 눈동자.그 안에는 이해할 수 없는 복잡한 감정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왜... 날 구하러 왔을까요...? 딸로 생각한 적도 없는 사람이...”시연의 눈물이 연달아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한 번도 날 아껴준 적 없는데... 왜... 왜 목숨을 걸어야 했던 걸까요...”“아버지는 나한테 아무것도 해준 적이 없는데, 왜... 마지막에 이런 선택을 했을까요...”유건은 시연의 손을 두 손으로 감쌌다.“아마... 지 사장도, 전혀 사랑하지 않았던 건 아닐 거야.”“정말... 그랬을까요?”시연은 확신할 수 없었지만, 그 말에 마음 한구석이 무너지는 듯했다. ‘믿고 싶지 않은데... 이게 사실이라면...’‘왜 지금이야... 너무 늦었잖아...’시연의 눈물이 더 흐르기 시작했다.그 순간, 문이 벌컥 열리며 장소미가 달려들듯 들어왔다.“지시연!!”불붙은 눈빛, 날 선 말투로 시연을 정면으로 마주했다.“이게 대체 무슨 일이야?! 아빠가 왜 너를 찾아갔고, 왜 이런 일이 생긴 거냐고!!”시연은 잠시 숨을 고르고, 조용히 고개를 저었다.“나도... 몰라.”“모른다고?”소미는 코웃음을 쳤다.“네가 불러낸 거잖아? 중환자실에서 막 나온 환자가 제정신으로 병원을 나올 리가 없잖아!”“정말 몰라.”시연은 짧게 답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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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7화

밤.아무도 집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병실 앞을 지키고 있었다.‘이렇게 멍하니 기다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유건은 지친 얼굴로 조용히 사람을 시켜 식사를 챙기게 했다.“여보, 뭐라도 좀 먹자.”시연은 유건을 한 번 바라보곤 고개를 끄덕였다.“조금 있다가...”그녀는 조심스럽게 진아의 팔을 짚고 일어섰다.“진아야, 나랑 화장실 좀 다녀올래?”“응, 같이 가자.”진아가 시연을 부축하며 복도 끝 화장실로 향했다.두 사람이 돌아왔을 때, 유건은 한쪽에서 소미를 달래고 있었다.“뭐라도 좀 먹자.”“입맛이 없어요...”소미는 눈이 퉁퉁 부은 채, 고개를 저었다.“그래도 먹어야지.”유건은 말없이 샌드위치 하나를 꺼내 손에 쥐여주며 말했다.“상처가 빨리 아물려면 영양도 필요해. 네가 쓰러지면... 아버지가 깨어난다고 해도 마음 놓을 수 없잖아.”유건은 부드럽게 포장을 벗겨 소미 앞에 내밀었다.“자.”소미는 울음을 삼키며 샌드위치를 받아 들었는데, 깊게 숨을 들이쉬고 말했다.“정말 한 입도 안 넘어가요...”“그럼 조금만 먹어.”유건은 계속 설득하려고 했다.그 광경을... 시연은 냉담한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었다.‘참, 챙길 사람은 잘도 챙기네...’시연은 진아에게 몸을 맡긴 채 무심히 벤치로 걸어가 앉았다.유건은 시연이 돌아온 걸 보고 얼른 일어나려 했지만, 시연이 먼저 입을 열었다.“진아야.”그리고 손가락으로 음식 포장 쪽을 가리키며 말했다.“저기 뭐 있어? 밥 좀 먹고 싶어.”진아는 포장을 하나하나 살폈다.“명란 주먹밥 있어.”“그거 줘.”진아가 포장을 뜯어 조심스레 시연의 손에 건넸다.시연은 별말 없이 받아서 들고, 입을 크게 벌려 한입에 베어 물었다. 심지어 너무 급했는지 목까지 메었다.“마실 거!”진아는 황급히 국을 따르더니 종이컵에 담아 시연 입가에 가져갔다.“천천히, 뜨거우니까 조심해.”“응...”시연은 짧게 대답하고, 국을 한 모금 마셨다.그 모든 모습을, 유건은 옆에서 그저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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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8화

유건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조심스레 코트를 펴서 소미의 어깨 위에 덮어주었다.“고마워요.”소미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천만에.”유건은 담담히 대답했다.밤은 점점 깊어지고, 기온도 마음도 점점 더 서늘해졌다.시간은 무심하게 흘러가고 있었다.그때, 반쯤 졸고 있던 시연이 갑자기 눈을 번쩍 뜨며 상체를 일으켰다.“왜 그래?”진아가 놀라며 부축했다.시연은 뭔가에 이끌리듯 집중하듯 바라봤다.중환자실의 문.‘왜 이리 심장이 불안하지...’‘뭔가... 이상해...’쾅-다음 순간, 중환자실의 문이 열렸다.한 간호사가 급히 나와 주위를 둘러보며 외쳤다.“여기, 지시연 씨 계세요?”“네! 저예요!”시연은 반사적으로 일어서며 소리쳤다.그와 동시에 어깨에 덮여 있던 외투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얼른 따라오세요!”간호사는 급한 표정으로 말했다.“환자분 상태가 급격히 나빠졌어요! 계속 ‘시연’을 찾고 계세요. 지금 들어가셔야... 마지막이 될 수도 있어요!”시연의 심장이 한순간에 조여들었다.‘안 돼... 이런 식으로... 마지막이라니...’시연은 힘껏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네! 갈게요!”간호사의 뒤를 따라 정신없이 안으로 향하던 그때, 소미가 간호사의 팔을 붙잡았다.“잠깐만요!!”“저는요? 저도 환자의 딸이에요! 왜 저한텐 말 안 해요?!”간호사는 짜증 섞인 눈으로 소미를 쏘아보며 말했다.“지금 환자분이 찾는 건 ‘시연’ 씨예요. 혹시 본인 이름이 시연이에요?”소미는 말문이 막혔고, 간호사는 그 팔을 뿌리치고 시연을 데리고 안으로 들어갔다.중환자실 안.산소마스크를 쓴 지동성의 머리는 붕대로 단단히 감겨 있었으며, 온몸엔 수많은 튜브와 장비들이 꽂혀 있었다.딱 한 번 마주한 그 모습에 시연의 눈물이 뚝, 하고 떨어졌다.‘어떻게... 어떻게 이렇게 되어버린 거야...’그녀는 빠르게 침대 곁으로 다가갔다.그 순간, 지동성의 손이 매우 느리고 미약하게... 하지만 확실히 올라왔다.시연은 입을 떼려다 망설였고,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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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49화

시연은 눈을 뜨고 있었다.지동성의 뜨겁고 끈적한 피가 얼굴 위를 타고 흘렀다.그 피는 시연의 눈물과 섞여, 분간할 수 없게 흘러내렸다.그리고 지동성의 무거운 몸이 힘없이 시연의 어깨 위로 쓰러졌다.“아니야... 아니야...”시연은 입술을 떨며,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그럴 리 없어...”삐-의료 장치의 알람음이 병실 가득 날카롭게 울렸다.의사인 시연은 굳이 화면을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그 소리는... 그 선 하나, 평평하게 일직선이 된 화면은...심장이 멈췄다는 신호였다.“아...!!!”숨이 가빠진 시연은 입을 벌렸다.“아...빠...”‘아빠.’그 단어를...아주 오래도록 입 밖에 꺼내지 않았던 말.낯설다. 너무 낯설어서...시연의 목이 굳어 말을 뱉는 것도 힘들었다.“아빠...!”마침내, 시연은 떨리는 목소리로 그 단어를 온전히 불러냈다.두 팔을 뻗어 지동성을 힘껏 끌어안으며 울먹였다.“아빠... 제발...”하지만, 시연은 알고 있었다.그 목소리는 더 이상 지동성에게 닿지 않는다는 걸.“아빠! 아... 아...”의료진들이 안으로 들이닥쳤다.모니터를 확인하고, 심폐소생술은 하지 않았다.이미 돌아올 수 없는 시간이었다.간호사는 조심히 시연의 어깨를 짚으며 말했다.“이미... 떠나셨어요. 마음 추스르세요...”시연은 눈을 감았다. 하지만 더는 눈물도 나오지 않았다.이번엔... 진짜 기적은 없었다.지동성은 결국 그 마지막 24시간을 넘기지 못하고 떠났다....병실 문이 다시 열리자, 간호사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가족분들... 들어오셔도 됩니다.”“아빠!!!”가장 먼저 뛰어든 건 소미였다.문이 열리자마자 시연을 거칠게 밀치고, 지동성의 침대로 달려갔다.“아빠! 아빠!! 제발... 아아아아...”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시연은 움직이지 못한 채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유건과 진아가 한걸음 늦게 도착했고, 각자 시연의 양옆에서 그녀를 부축했다.하지만, 두 사람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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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50화

시연은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그저 조용히, 지동성의 턱에 면도크림을 바르고 천천히 면도기를 움직였다.면도날이 지나가는 자리에 눈물이 뚝, 뚝 떨어졌다.“우주는 아직... 수염도 안 자랐는데... 아빠는 벌써 가버렸네요.”“화해도 못 했는데... 우주는 아직도 몰라요. 자기가 간을 준 사람이... 자기 진짜 아빠라는 걸...”시연은 스스로가 착한 건지, 바보 같은 건지 알 수 없다고 생각했다.‘내가 무슨 성녀야? 아닌데도... 그냥... 어쩔 수 없었어.’‘아빠가 날 낳았고, 내 몸에 절반은 아빠의 피가 흐르고 있어...’‘그리고... 아빠는 날 살리려고 자기 목숨을 걸었어...’‘그 사실 하나로도... 그동안 받았던 차가움, 외면, 상처...’‘다 아무것도 아니게 되어버렸어.’“다 됐습니다.”시연은 면도기를 내려놓고, 손에 로션을 덜어 손바닥에 비비고는 지동성의 얼굴에 조심히 발라주었다.그다음은 옷을 갈아입히는 일이었다.단추를 하나하나 채우며, 마음속의 이별도 천천히 마주하고 있었다.그 시각, 유건이 다시 병원으로 돌아왔다.복도 쪽으로 나오던 시연은 진아에게 팔을 맡기고 있었고, 옆에는 지한이 조용히 함께하고 있었다.붉게 부은 시연의 눈을 본 유건은 한걸음에 다가와 그녀를 안았다.“잠깐 들어가서 쉬자. 잠이라도 좀 자야지.”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지만 거절도 하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괜찮다’는 뜻이었다.문턱을 넘다, 시연의 발끝이 살짝 휘청였다.“여보!”유건은 깜짝 놀라 재빨리 시연을 안아 들어 올렸다.“너무 무리했어...”시연은 인상을 살짝 찌푸렸지만, 유건의 몸을 벗어나려 하진 않았다.‘힘들다... 그냥... 잠깐만 이대로 있어도 될까...’...집에 도착한 유건은 시연을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히고, 이불을 덮어주었다.“푹 자.”시연은 눈을 감은 채, 말없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그리고 금세 숨결이 고르게 변했다.유건은 침대 옆에 앉아 그녀를 한참 바라보다가, 자리에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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