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느리게 흐르기 시작했다.모든 것이 슬로모션처럼 길게 늘어졌다.시연의 머리 위, 병원 건물 외벽에 매달린 간판 하나가 덜컥덜컥,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시연아!!”지동성의 다급한 외침이 퍼졌다.그는 망설임 없이 달려들어, 시연을 강하게 밀쳐냈다.그리고 동시에 뒤편에서 물을 들고 돌아오던 진아에게 외쳤다.“시연이 잡아! 얼른!! 으아아!!!”쾅!!!귀를 찢는 듯한 폭음이 터졌다.병원 입구 전체가 땅이 꺼질 듯 흔들렸고, 공기 중엔 순식간에 먼지가 자욱하게 피어올랐다. 거대한 간판이, 지동성의 등으로 그대로 떨어진 것이었다.그 순간, 지동성은 두 눈을 멍하니 뜬 채, 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시연은 충격에 휘청이며 뒷걸음질 쳤다.급하게 달려온 진아는 손에 쥐고 있던 생수를 손에서 놓고, 시연을 가까스로 부여잡았다. “시연아! 괜찮아? 어디 다친 데 없어?”하지만 시연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말이 목구멍까지 차올랐지만, 숨조차 쉴 수 없었다.왜냐하면 지동성의 이마에... 붉은 피 한 줄기가 흐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꺄악!!”진아 역시 그 장면을 보고 비명을 질렀다.떨어진 간판은 지동성의 등을 강타했다.물론 지동성은 마지막 순간까지 몸을 피하려 했지만, 간판은 그의 후두부, 등, 허리까지 무자비하게 스치고 말았다. 뒤에서 보았을 때, 지동성의 셔츠는 너덜너덜 찢겨 있었고, 살점이 벗겨진 등에서 흘러내린 피는 온몸을 붉게 물들인 상태였다. “아...!!!”다리에 힘이 풀린 시연은 비틀거리며 지동성에게 달려가, 지동성 앞에 무릎을 꿇었다. 그 순간, 지동성의 몸이 툭, 그대로 시연 쪽으로 쓰러졌다.하지만 시연의 힘으론 그 무게를 도저히 받아낼 수 없었다.시연의 입술이 떨려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저 눈은 금세 벌게졌고,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눈물로 가득해졌다.‘이게... 무슨 일이야...’‘왜... 왜 아버지가...!’진아가 다시 달려와 시연을 붙잡았다.“시연아! 정신 차려! 조심해!!”그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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