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지며 미간이 살짝 찌푸려졌다.“불편하니까, 손 좀 놔주시죠.”‘이대로라면 그냥 넘어가긴 글렀어.’시연은 허리에 차고 있던 무전기를 살짝 만지작거렸다.매니저에게 연락해서 도움을 청하려던 순간, 손이 멈칫했다.‘지금 매니저님을 부르면 상황은 정리되겠지.’‘하지만... 오늘처럼 갑작스러운 부탁을 받은 입장에서 문제까지 만들면...’‘앞으로 내가 부탁할 일도 많을 텐데... 괜히 눈 밖에 나는 건 아닐까?’‘잘못하면 오늘부로 잘릴 수도 있어.’바로 그때 들려온 한 사람의 목소리.“잠깐.”낮고 단단한 목소리가 공간을 뚫고 들려왔다.시연은 깜짝 놀라 고개를 들었다.유건이었다.유건 역시 시연을 보고 있었고, 그들의 시선이 한순간 정확히 마주쳤다.하지만, 유건의 눈빛엔 어떠한 감정도 담겨 있지 않았다.‘나를 보고 있는 건 맞는데, 마치 그냥 사물 하나를 보는 것 같은... 차갑고, 무표정한 눈.’유건이 입을 열자, 주변 사람들의 분위기가 단번에 얼어붙었다.남자는 시연을 잠시 더 바라보다가, 고개를 돌려 은희를 봤다.“닮았나?”“하, 하하...”누구도 유건의 속내를 알 수 없었기에, 다들 눈치만 보고 있었다.유건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아니, 하나도 안 닮았어. 눈도, 코도, 입도... 어디 하나 닮은 데가 없어.”“그, 그렇죠. 안 닮았죠.”“그럼요. 어딜 봐서...”시연을 붙잡고 있던 남자는 당황한 듯 침을 꿀꺽 삼켰다.‘안 닮았다고?... 분명 닮았다고 생각했는데...’유건은 마치 무언가를 기억해 낸 듯, 턱을 살짝 치켜들었다.“근데 너, 이 여자보고 은희 씨랑 닮았다고 해놓고, 손까지 잡고 있었지?”“예?”남자는 화들짝 놀라며 손을 허둥지둥 놓았다.“아, 아니에요! 그런 뜻은 절대 아니었어요! 제가 어떻게 감히... 그런 게 아니라 그냥...”“그래?”유건은 콧소리로 짧게 웃었지만, 그 웃음이 더 무서웠다.‘그 말을 믿으라는 거야, 말라는 거야?’하지만 확실한 것이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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