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821 - Bab 830

836 Bab

제821화

시연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뭐지, 이 기분.’유건의 이마엔 핏대가 불쑥 올라와 있었다.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했다.계단 아래로, 도리슬이 내려오고 있었다.그 자체로는 별일 아닐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여자의 ‘차림새’였다.막 샤워를 마친 듯, 머리카락은 축축이 젖어 있었고, 몸에는 헐렁한 남자 티셔츠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딱 봐도 유건의 티셔츠.리슬은 작은 체구였기에 그 옷은 허벅지 위까지만 겨우 내려왔고, 길고 하얀 다리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리슬은 능청스럽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그러고는 시연을 훑어보더니 말했다.“유건 씨, 이분 친구예요?”심지어 눈웃음까지 짓는 리슬.“아, 아까 위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나더라니, 이분이었군요?”유건의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리슬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도리슬이에요.”“아... 안녕하세요.”시연은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리슬과 악수했다.“지시연입니다.”리슬은 시연을 고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헐, 시연 씨, 진짜 예쁘시다! 나보다 훨씬 예쁜 거 같은데요? 그렇죠, 유건씨?”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유건을 바라보며 새침하게 물었다.“시연 씨랑 나, 누가 더 예뻐요?”“도리슬 씨.”유건은 그제야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벌떡 일어나 리슬의 손목을 거칠게 잡고는 말했다.“입 닥치라고.”유건은 시연을 한 번 바라봤지만, 지금은 시연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그저 리슬을 거침없이 끌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그 과정에서 위장 쪽을 본능적으로 문질렀다.“아야!”리슬은 유건에게 이끌리며 짜증을 냈다.“살살 좀 해요, 아프잖아요!”“누가 허락했다고 내 옷을 입은 거야?”“아니, 어제 내가 입은 옷은 유건 씨가 더럽혀놨잖아요! 입을 게 이거밖에 없었다고요!”‘하,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듣는 사람 오해하게 생겼잖아.’“닥치라고 했지.”둘은 이내 2층으로 사라졌고, 시연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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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2화

“무슨 일 있어?”시연은 조이를 품에 안고 있었고, 조이는 젖병을 꼭 쥔 채 열심히 빨아먹는 중이었다.“하...”진아는 깊게 한숨을 내쉬며 숟가락을 내려놓았다.식욕도 별로 없는 듯, 턱을 손에 괴고는 툴툴댔다.“또 우리 엄마지, 누구겠어?”시연은 바로 눈치를 챘다.“이모가 또 소개팅 하래?”“응!!”진아는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얼굴을 찌푸렸다.“하나 끝나면 하나 또 있어. 진짜 미쳐버리겠어. 자꾸 나이 많다고, 이제 더 늦으면 힘들다고...”“근데 내가 그렇게 나이가 많나?”‘당연히 아니지.’사실, 진아는 시연보다 한 살 어렸다.‘요즘 같은 시대엔 여자도 커리어 쌓아야 하는데, 무슨 조혼주의야 진짜...’시연은 웃음을 참으며 말했다.“이모가 왜 그렇게 조급하실까?”“그러게 말이야.”진아는 입을 삐죽였다.“맨날 나한테 대학 때 연애 안 한 걸로 뭐라고 하고, 소개팅 강요하고...”“연애가 무슨 마트에서 장 보는 것도 아니고, 사람 고르는 게 그렇게 쉬운 줄 알아?”하지만 시연은 진아가 이렇게 날카롭게 반응하는 이유를 알고 있었다.‘그 마음 안에 이미 누군가가 있어서 그래.’조이가 젖병을 다 비우자, 시연은 조이를 어깨에 올려 등을 토닥이며 트림을 시켰다.“진아야.”시연은 조용히 물었다.“지금도... 성빈이한테 마음 있는 거야?”“...”진아는 그 순간 멍해졌다.입술을 달싹이긴 했지만 아무 말도 못 했다.‘대답 못 하는 거 보니... 그렇구나.’시연은 조이를 품에서 내려놓고, 작은 새우만두를 조심스레 잘라 딸에게 조금씩 먹이기 시작했다.그러면서도 조용히 말을 이었다.“그럼, 성빈이한테... 솔직하게 말해볼 생각은 없어?”“...”진아는 또 한 번 멍해졌고, 이번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안 돼...”“왜 안 되는지는 나도 알아.”시연은 부드럽게 웃었다.이런 대화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예전에도 시연은 한두 번 조언한 적 있었지만, 진아는 늘 한발 물러섰다.‘근데... 이렇게 몇 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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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3화

생각보다 일이 순조로웠다.저녁 8시가 다 되어갈 무렵, 매니저가 시연을 찾아와 작은 쪽지를 건네며 말했다.“8번 방 손님이 널 지명했어.”그러고는 입꼬리를 씩 올리며 의미심장하게 덧붙였다.“그 사람이야.”시연은 말 안 해도 누군지 바로 알았다.그래서 쪽지를 조용히 받아서 들며 고개를 끄덕였다.“시연아.”매니저는 뭔가 걱정된 듯 시연을 힐끗 보더니 당부했다.“그 사람이 사람을 지명한 건 이번이 처음이래. 괜히 마음에 두고 부른 거 아니면 다행인데... 혹시 모르니까 조심해.”“네, 걱정하지 마세요.”시연은 얕게 웃으며 말했다.‘마음에 둔 거라니... 그런 건 아니고, 침이 효과 있었던 거겠지.’시연은 준비된 트롤리를 밀고 8번 방으로 들어섰다.오대민은 시연을 보자 환하게 웃었다.“있었네? 오늘 안 나오는 줄 알고 걱정했어.”시연은 인사를 하며 말했다.“절 찾으러 오신 거였어요? 다음부터는 오시기 전에 안내데스크에 먼저 문의하시면 돼요.”“혹시 요일 정해놓고 오시는 거면, 제가 근무를 그 시간으로 맞춰볼게요.”“그거 좋네.”오대민은 유쾌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난 웬만하면 매주 수요일쯤 와.”‘그건 이미 알고 있었어요.’시연은 속으로 웃으며 말했다.“네, 기억해 둘게요. 일단 편하게 누워주세요.”“그래.”오대민은 침대에 누워 눈을 감았다.“침, 진짜 대단하던데? 그날 밤, 간만에 제대로 잤어. 3시간 푹 잤는데, 무엇보다 머리가 안 아팠어. 아파도 오래가진 않더라고.”“그건 좋은 반응이에요.”시연은 부드럽게 말했다.“침 치료에 민감하게 반응하시는 거예요. 이제 막 시작하신 건데도 그 정도라면, 횟수가 좀 쌓이면 분명히 더 좋아지실 거예요.”“난 그쪽을 믿어.”오대민은 진심 어린 미소로 말했다.그 순간, 시연이 살짝 장난스럽게 웃으며 낮게 말했다.“움직이시면 안 돼요. 그렇게 하면, 제가 경혈 잘못 찌를 수도 있어요.”“아, 응... 미안.”오대민은 몸을 반듯하게 고정하고는 숨도 조심스럽게 내쉬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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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4화

시연을 본 유건은 마치 모르는 사람이라도 되는 듯, 시선 한 번 주지 않고 묵묵히 서 있었다.냉랭하고 단정한 자세.‘역시... 나랑은 끝까지 거리 두겠다는 거네.’지한은 애써 분위기를 누그러뜨리려는 듯 어색하게 웃으며 인사했다.“형수님.”“지한 씨.”시연은 조용히 답했다.‘하... 아직도 ‘형수님’이라니.’그때, 유건이 불쾌한 듯 작게 혀를 차더니, 갑자기 손을 들어 배를 눌렀다.시연의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었다.‘며칠 전, 유건 씨 집에서도 이랬지.’유건의 표정은 이미 한계에 다다른 듯했다.고개를 살짝 떨구며, 엘리베이터 문을 향해 손을 뻗었다.“형님, 어디 안 좋아요?”지한이 다급히 물었고, 시연이 곧장 말을 이었다.“토할 것 같아 보여요.”그러고는 즉시 다음 층 버튼을 눌렀다.“내리는 게 좋겠어요. 지한 씨, 화장실로 데려가세요.”문이 열리자마자, 유건은 말도 없이 달려 나갔다.지한과 시연은 눈을 마주치고는 곧장 그 뒤를 따랐다.예상대로, 유건은 화장실로 들어가 거칠게 토하기 시작했다.지한은 따라 들어가 유건 등을 받쳐주었고, 잠시 후 유건이 힘겹게 걸어 나왔다.얼굴은 하얗게 질려 있었고, 조명 아래에 선 남자의 모습은 말 그대로 ‘병색’이 완연했다.‘설마 유건 씨가... 이렇게까지 될 줄이야.’‘예전 같았으면 상상도 못 할 일인데.’시연은 자연스럽게 이마를 찌푸렸다.‘이 상태로 한 번만 더 토하면, 위는 더 상할 텐데.’“이제 토하시면 안 돼요.”시연은 유건의 팔을 가볍게 붙잡았다.“지금 더 토하시면, 위 점막이 심하게 자극될 수 있어요.”“하지만...”지한은 당황한 얼굴로 말했다.‘아니, 유건 형님이 토하려는데 내가 그 입을 막을 수도 없고...’“일단, 어디 앉을 데부터 찾죠.”“네.”지한은 유건을 부축해 복도에 있는 소파 쪽으로 데려갔다.유건을 조심히 앉힌 시연은 가방을 열어 안을 뒤졌다.“그게 뭐예요?”지한이 물었다.“침구 키트요.”시연은 간결하게 대답하며 작은 알코올 솜 통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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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5화

시연은 조용히 앞으로 나서서 유건의 손에서 셔츠를 받아서 들었다.그러고는 왼팔부터 조심스레 끼워 넣고, 어깨에 걸친 뒤 말했다.“오른팔도 천천히요.”시연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남자와 여자는 체구부터 다르니까. 무리하게 움직이면 더 아플 텐데...’유건은 말없이 팔을 내밀었고, 시연은 신중하게 소매에 그 팔을 밀어 넣었다.“됐어요.”단추은... 묻지 않아도 됐다.유건은 앉은 채 미동도 없이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았으니 말이다.‘할 생각도 없구나.’시연은 입술을 다물고 가볍게 허리를 숙여 위에서부터 단추를 채우기 시작했다.“윗단추 두 개는 풀어둘게요. 그 정도면 괜찮죠?”“응...”유건은 콧소리만 짧게 냈다.시연은 묵묵히 마지막 단추까지 채운 후 고개를 들었다.그러고는 남자의 단단한 눈동자를 마주하고 말았다. 잠시 머뭇거리던 시연은 차분히 입을 열었다.“고 대표님, 제가 대표님 위장 다 나을 때까지 정성껏 치료해 드릴게요.”“대신, 대표님은 출입국관리소에 제출할 ‘우리가 실제로 혼인 생활을 했다는 내용의 자필 진술서’를 작성해 주실 수 있을까요?”말을 마친 시연은 불안과 기대가 엇갈린 눈빛으로 유건을 바라봤다.‘지금이 타이밍이야. 이 사람은 그냥 도와주진 않아. 내가 줄 수 있는 건, 결국 내 의료 기술뿐이니까...’유건은 그 말을 듣고 살짝 눈썹을 치켜올렸다.‘이 여자가, 이걸 조건처럼 거는 거야?’“뭐야, 고작 침 두 대 놔줬다고, 내가 감사 인사라도 할 줄 알았어?”유건은 코웃음을 쳤고, 심지어 피식 웃기까지 했다.“지 선생, 혹시 전생에 침 마스터였나? 이 정도면 한 방에 천만 원쯤 되는가 봐?”“그건 아니고요...”시연은 당황한 듯 고개를 저으며 입술을 깨물었다.“그런 의미가 아니라... 그냥, 대표님이 도와주신다면, 저도 그만큼 보답하고 싶다는 거예요.”‘솔직히 오늘 이 두 번 침으로 끝낼 생각은 아니었어. 길게 보고 꾸준히 할 각오였는데... 이 사람, 웃는 게 더 무서워.’“고 대표님.”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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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6화

“아, 아니에요.”시연은 정신을 차리고 급히 고개를 저었다.“할게요. 물론이죠.”유건이 마음을 바꿀까 봐, 시연은 꽤 불안해 보였다.유건은 그런 시연의 반응이 꽤 만족스러운 듯,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기분이 좋아지니 속도 덜 쓰린 것 같았다.“좋아, 그럼 지금 공식적으로 통보할게. 넌 채용됐어.”“아...”시연은 입을 벌렸다가 멍하니 말했다. “네.”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유건의 차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운전기사는 앞좌석, 시연은 유건 옆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지한은 함께 타지 않았다.유건이 굳이 데려다주겠다고 했다.시연은 한 번 사양했지만, 결국 못 이기고 타게 됐다. ‘하... 어색해...’시연은 괜히 헛기침을 한 번 하자, 유건이 옆으로 고개를 돌려 시연을 봤다.“몸 안 좋아?”“아뇨, 그냥 목이 조금 건조해서요.”시연은 황급히 고개를 저으며 대충 둘러댔다.“응.”유건은 고개를 끄덕이고, 발밑에 있는 차량용 미니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냈다. 뚜껑을 돌려 열고는 시연에게 건네려던 찰나, 문득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참, 시연이는 찬 거 못 마셨지.’3년 전, 조이를 낳을 때 대출혈로 몸이 크게 상해서, 의사가 몸 상태를 회복하려면 찬 거를 피하라고 했었다. 유건은 들고 있던 물병을 다시 자기 쪽으로 돌렸고, 고개를 젖혀 한 모금 마셨다.시연은 그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뭐야, 나 주려던 거 아니었어?’ ‘아... 내가 또 혼자 착각했네.’하지만, 시연도 유건에게 한마디는 해야 했다.“고 대표님, 위 안 좋으시잖아요. 찬물은 좀 자제하시는 게...”“...”유건은 잠시 멈췄다.이 말, 3년 전에도 시연이 했었다.그땐 시연이 곁에서 지켜보며 일부러 미지근한 물만 마시게 했었는데, 시연이 유건을 감시한 날은 오래 가지 못했다. 결국, 도중에 유건을 버렸으니까.‘젠장...’손끝이 저릿하고 어금니가 꽉 물렸다.유건은 웃으며 물병 뚜껑을 닫았다.“알겠어요, 지 선생님. 앞으로는 꼭 지시에 따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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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7화

병원 절차에 익숙한 시연은 검진 항목을 빠르게 정리하고, 바로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대표님, 어느 날 시간 괜찮으세요? 날짜만 확정하면 돼서요.”유건은 손에 든 태블릿을 넘기며 일정표를 훑어봤다.[네가 정해. 내가 시간 맞출게.]“그럼 이번 주 금요일 오전, 괜찮으세요? 주말엔 병원에서 몇 가지 검사가 안 된대요.”[그래.]전화를 끊은 유건은 태블릿을 두드려 금요일 오전 일정을 삭제하고, 주지한에게 전달했다.지한은 사정을 듣고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형수님 돌아오셔서 진짜 다행이다.’‘이제 대표님도 누군가 좀 잡아줄 사람이 생겼네.’한편, 시연도 빠르게 병원 예약을 마쳤다. 그리고 다시 유건에게 전화를 걸었다.“고 대표님, 그날 병원엔 혼자 오시는 건가요? 아니면, 제가 데리러 갈까요?”그 말에 유건은 한참을 말이 없다가, 느긋하게 대답했다.[네가 의사잖아. 네가 알아서 해.]‘...’‘이 사람, 지금 나한테 힌트 주는 건가? 말로 못 하나?’‘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돌려 말하게 된 거야...’예전보다 훨씬 더 묘하고 복잡해진 유건의 반응에, 시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그럼... 폐 끼치지 않는다면, 제가 모시러 갈게요.”사실 시연은 가고 싶지 않았다.이전에 SKY 전원주택단지에서 도리슬과 유건의 관계를 본 게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혹시 이번에도 또 마주치면...’‘도리슬이면 차라리 낫겠지만, 만약 또 다른 여자라면... 진짜 최악인데.’[그래.]의외로, 유건은 순순히 허락했다.“그날은 금식 검사가 있어서요. 제가 좀 일찍 도착할 것 같아요. 대표님도 조금만 일찍 일어나주실 수 있죠?”시연은 돌려 말하고 있었다.‘혹시 집에 여자가 있으면...’‘나랑 마주치지 않게 해달라는 뜻인데, 눈치는 챘겠지?’[응, 알았어.]통화가 끝나고, 시연은 잠시 핸드폰을 바라봤다.‘알아들었을까? 아니면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렸을까?’금요일.시연은 새벽같이 눈을 떴다.SKY전원주택단지에서 강울대병원까지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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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8화

“검사받는 김에, 그냥 전부 다 받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서요.”시연이 말했다.개인 주치의로서 전반적인 건강 체크는 당연한 일이었다.애초에 위만 보겠다고 계약한 것도 아니었으니까.“응.”유건은 예약 표는 보지도 않고 물었다.“돈 꽤 들었지?”‘어...’시연은 잠시 멈칫했다.“많이 든 건 아니에요.”예약비는 일단 시연이 먼저 결제한 상태였다.유건에게 청구할 생각도 없었다.애초에 이건 둘 사이의 ‘거래’였다.시연이 유건의 주치의를 맡고, 유건은 시연의 법적 증인이 되어주는 조건.그런데 유건은 주머니에서 카드를 꺼내 내밀었다.“자, 받아.”“아뇨, 괜찮아요.”시연은 황급히 손사래를 쳤다.“우리, 그때 그렇게 정리했잖아요.”“받으라고.”유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난 여자가 돈 쓰게 하는 건 딱 질색이야.”‘아, 또 시작이다.’“네...”시연은 마지못해 손을 뻗었지만, 카드 면을 보고 다시 멈칫했다.“고 대표님... 혹시 다른 카드는 없으세요?”유건이 내민 카드는 바로 그 ‘가족카드’였다.몇 년 전, 두 사람이 부부였을 때 유건이 시연에게 줬던 바로 그 카드.‘지금은 부부도 아닌데, 이건 좀...’“가족카드는 제가 갖고 있긴 좀...”“하.”유건은 숨을 내쉬며 귀찮다는 듯 말했다.“카드면 다 똑같은 카드지. 가족카드는 카드 아니야? 못 써?”유건이 점점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자, 시연은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다.‘어차피 난 함부로 쓰지도 않을 거고.’‘그냥 받자.’ 병원에 도착한 뒤, 유건은 먼저 채혈과 공복 검사부터 진행했다.조영제를 마시는 검사도 있어서, 시연은 함께 대기석으로 유건을 안내했다.“고 대표님, 여기 잠깐 앉아계세요.”유건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자리에 앉았다.곧이어 시연이 자리를 비우자, 눈을 감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고 대표님?”누군가 다가와 조심스럽게 남자의 이름을 불렀고, 유건은 눈을 떴다. 주하은이었다.오늘 외래 근무 중이던 하은은 멀리서 유건의 실루엣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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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29화

갑작스러운 질문에 시연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뭐야, 이렇게 대놓고 묻는다고?’하지만 곧 시연은 미소를 지었다.그리고 되물었다.“왜 그런 질문을 해? 너야말로... 고 대표 좋아하니?”주하은이 먼저 선을 넘은 이상, 시연도 만만하게 나갈 생각은 없었다.하은은 눈썹을 살짝 찌푸리며 표정이 굳어졌다.“돌려 말하지 말고, 속 시원하게 대답하면 안 돼? 좋으면 ‘좋다’ 두 글자고, 아니면 ‘아니다’ 세 글자잖아?”‘벌써 표정 상한 거야? 감정관리가 이 정도로 안 돼서야...’시연은 어이가 없다는 듯 가볍게 웃었다.그 웃음이 더 자극된 건지, 하은의 표정이 더 굳었다.“웃어? 지금 나 비웃는 거야?”“응.”시연은 더 이상 피하지 않고, 웃음을 거둔 채 담담하게 말했다.“솔직히 말해 봐, 네가 나한테 그렇게 당당하게 따져 묻는 근거가 뭐야? 설령 네가 물었다고 해도, 내가 꼭 대답해야 하는 이유는 없잖아? 그리고...”“왜 너만 물으려고 해? 나도 물을 수 있지! 네가 고 대표 아내라도 돼?” ‘하, 역시 이런 식이구나.’시연은 여전히 침착했다.말로 싸우면 지지 않는 스타일은 여전했다.“!”하은은 말문이 막혀 한 박자 늦게 숨을 들이켰다.가슴 한가운데가 꽉 막힌 느낌이었다.하지만 시연이 여기까지 나온 이상, 하은도 더는 숨기지 않았다.“그래... 나 고 대표 좋아해.”“응, 알고 있어.”시연은 놀라지도 않았다.“3년 전에도 그랬잖아. 그때부터 넌 고유건을 좋아했어.”“...”하은의 얼굴이 굳었고,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맞아. 나 그때부터 좋아했어. 그땐 두 사람이 부부였고, 난 그냥 혼자 좋아했던 거야. 그 이상은 바란 적도 없고...”하은의 눈빛이 점점 더 또렷해졌다.“하지만 지금은... 두 사람, 이혼했잖아. 그런 상황에서 내가 고 대표를 좋아하고, 뭔가 기대하는 게... 잘못이야?”드디어, 하은의 속마음이 전부 드러났다.화가 난 것일까, 아니면 속상한 것일까?그 눈빛은 복잡하게 시연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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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0화

“커...”“안 돼요.”유건이 한 글자 꺼내기도 전에, 시연이 단칼에 잘랐다.그러고는 혹시 유건이 기분 나빠할까 봐, 금세 말투를 부드럽게 풀었다.살짝 달래는 듯한 어투였다.“위에 안 좋아요. 우유 샌드위치나, 면 같은 거 어때요?”“저도 그게 좋은 것 같아요.”지한도 거들며 한마디 했다.“형님, 지금 치료 중이니까 주치의 말을 들어야죠.”“쳇.”유건은 둘을 번갈아 보며 말했다.“너희 둘이 짠 거지? 내 의견이 중요하긴 한 거야?”‘그러니까 결국은 동의했다는 거네.’시연은 입술을 다물고, 지한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걸로 해요.”“네, 알겠습니다.”시연은 진아 집 근처 골목에서 차에서 내렸다.유건과 지한은 회사로, 시연은 오늘 일정이 없어서 조금 이른 시간에 조이를 데리러 가기로 했다.점심 무렵, 시연은 조이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오면서 병원에 들러 유건의 검사 결과를 수령했다.집에 도착하자, 시연은 조이와 함께 점심을 먹고, 아이를 재운 뒤에야 여유가 생겼다.그제야 조심스럽게 유건의 검진 결과지를 펼쳤다.한 장 한 장 살펴보더니 작게 숨을 내쉬었다.‘문제는 있지만... 아직 돌이킬 수 없는 단계는 아니야.’예상보다 덜 심각했지만, 방심할 수는 없었다.‘지금부터 관리 잘하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아마 이 시간엔 고유건도 점심 먹고 잠깐 쉬고 있겠지?’시연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여보세요.]목소리 톤을 보아하니, 바쁘지는 않은 듯했다.“고 대표님.”시연이 말을 이었다.“결과 나왔어요. 전체적으로 큰 문제는 아니지만... 위가 가장 문제네요.”“표재성 위염, 위궤양, 그리고 약간의 위저부 정맥류까지 있어요.”‘이건 출혈로 이어질 수 있어서 특히 위험한데...’시연은 잠시 뜸을 들이고 물었다.“토혈한 적 있어요?”[없어.]유건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이 사람... 진짜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네.’[죽는 병이야?]“무슨 말이에요?”시연은 순간 얼굴을 찌푸렸다.‘진짜, 왜 이런 말을 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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