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연은 순간 소름이 끼쳤다.‘뭐지, 이 기분.’유건의 이마엔 핏대가 불쑥 올라와 있었다.그와 동시에, 두 사람의 시선이 같은 방향을 향했다.계단 아래로, 도리슬이 내려오고 있었다.그 자체로는 별일 아닐 수 있었지만, 문제는 여자의 ‘차림새’였다.막 샤워를 마친 듯, 머리카락은 축축이 젖어 있었고, 몸에는 헐렁한 남자 티셔츠 하나만 걸쳐져 있었다.딱 봐도 유건의 티셔츠.리슬은 작은 체구였기에 그 옷은 허벅지 위까지만 겨우 내려왔고, 길고 하얀 다리는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한 걸음, 또 한 걸음.리슬은 능청스럽게 미소 지으며 다가왔다.그러고는 시연을 훑어보더니 말했다.“유건 씨, 이분 친구예요?”심지어 눈웃음까지 짓는 리슬.“아, 아까 위에서 누가 말하는 소리가 나더라니, 이분이었군요?”유건의 대답을 기다릴 틈도 없이, 리슬은 먼저 손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 도리슬이에요.”“아... 안녕하세요.”시연은 얼떨결에 자리에서 일어나 리슬과 악수했다.“지시연입니다.”리슬은 시연을 고개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며, 입술을 쭉 내밀었다.“헐, 시연 씨, 진짜 예쁘시다! 나보다 훨씬 예쁜 거 같은데요? 그렇죠, 유건씨?”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유건을 바라보며 새침하게 물었다.“시연 씨랑 나, 누가 더 예뻐요?”“도리슬 씨.”유건은 그제야 참았던 분노를 터뜨렸다.벌떡 일어나 리슬의 손목을 거칠게 잡고는 말했다.“입 닥치라고.”유건은 시연을 한 번 바라봤지만, 지금은 시연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그저 리슬을 거침없이 끌고 계단을 올라가기 시작했다.그 과정에서 위장 쪽을 본능적으로 문질렀다.“아야!”리슬은 유건에게 이끌리며 짜증을 냈다.“살살 좀 해요, 아프잖아요!”“누가 허락했다고 내 옷을 입은 거야?”“아니, 어제 내가 입은 옷은 유건 씨가 더럽혀놨잖아요! 입을 게 이거밖에 없었다고요!”‘하, 이게 지금 무슨 말이야? 듣는 사람 오해하게 생겼잖아.’“닥치라고 했지.”둘은 이내 2층으로 사라졌고, 시연은 그 자리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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