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Bab 801 - Bab 810

836 Bab

제801화

3년 후.G시.“고 대표님, 조심하세요. 자, 여기... 누우세요...”유건은 키가 워낙 컸기에, 정은희는 남자의 팔을 부축하며 간신히 휴게실 소파까지 데려갔다. 오늘 밤엔 영화 ‘화도’의 성공을 기념하는 회식 자리가 열렸다.이 작품은 유건이 최대 투자자로 참여한 영화로, 개봉 후 폭발적인 반응을 얻으며 8천억 원에 육박하는 흥행 수익을 올렸다.자연히 유건이 가장 큰 수혜자였다.기분이 좋아서인지, 유건은 평소보다 술을 좀 더 마셨다.결국 또 위장이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소파에 몸을 기댄 유건은 눈썹을 찌푸린 채 숨을 거칠게 내쉬며, 오른손으로 아픈 배를 감싸고 있었다.은희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나무랐다.“위장 안 좋은 거 몰라서 이러세요? 사람들이 술 따라주는 대로 다 받아 마시다니... G시에서 고 대표님이 누구 눈치를 봐야 한다고 이러세요?”“제발 본인 몸 좀 아끼면서 사세요.” 은희는 지금 GP그룹 산하 연예기획사 ‘미디어온’ 소속 배우로, ‘화도’의 여주인공이기도 했다.최근 2년간 GP그룹에 큰 수익을 안겨준 톱스타였기에, 이런 말도 할 수 있었다.유건의 얼굴엔 땀이 송골송골 맺혀 있었고, 꽤 괴로워 보였다.은희는 조심스럽게 티슈를 뽑아 남자의 이마를 닦아주며 말했다.“많이 아파요? 약 금방 올 거예요. 그 전에 물이라도 좀 마실래요?”“응...”유건은 눈을 감은 채 힘없이 대답했다.은희는 재빨리 일어나 따뜻한 물을 따랐고, 한 모금 먼저 맛보았다.그러고는 온도를 확인한 뒤, 컵을 유건 입 가까이에 가져다 댔다.“자, 물 좀 마셔요.”유건은 느릿느릿 고개를 기울이며 물을 조금씩 넘겼다.쿵, 쿵.문을 두드리는 소리.“고 대표님, 들어가도 될까요?”“약이 왔나 봐요.”은희는 유건을 한번 보고는 문 쪽으로 고개를 돌려 말했다.“들어오세요!”문이 열리며 주하은이 약봉지를 들고 급히 안으로 들어왔다.하은은 ‘유건의 위장 상태가 안 좋아서 약이 필요하다’는 주지한의 연락을 받고 급히 온 참이었다. 그런데,
Baca selengkapnya

제802화

“배고픈데... 엄마도 없고... 으아아아앙!”아이의 눈이 꽉 감기더니, 곧이어 울음이 터졌다.“어?”은희는 당황한 얼굴로 하은을 노려봤다.“애한테 무슨 짓을 한 거예요? 울잖아요. 달랠 거예요, 직접?”“나... 난 아무 말도 안 했는데요...”하은은 억울하다는 듯 손을 들었다.“고 대표님.”“고 대표님...”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유건에게 향했다.유건은 아무 말 없이 관자놀이를 눌렀다. 아이 울음소리에 머리까지 욱신거리는 듯했다.‘이 와중에 두 사람은 으르렁대고 있고... 진짜 머리 아프네.’남자는 손을 가볍게 내저으며 말했다.“애가 엄마를 잃어버렸다잖아. 여기 매니저나 보안팀에 연락해 봐. 안 되면 경찰에 신고하고.”“알겠어요.”은희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숙인 채 조심스럽게 손을 뻗었다.“우리 공주님, 언니가 엄마 찾아줄게. 같이 가자, 응?”...작은 여자아이는 은희의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쳇.”하은은 웃음을 참지 못하고 피식 비웃었다.“싫어하네요. 역시 옛말 틀린 거 하나 없다니까요? 아이 눈이 제일 맑아서, 사람 보는 눈은 기가 막히다잖아요.”“허...”은희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얼굴이 화끈하게 달아올랐다.‘이 상황에서 싸우면 나만 손해야. 고유건 앞이잖아.’유건이 보고 있는 탓에, 은희는 억지로 감정을 누르고 입을 다물었다.하은은 그런 은희를 무시하듯, 아이를 향해 다정하게 손뼉을 쳤다.“예쁜 아가, 언니가 안아줄까? 응?”...하지만 여자아이는 이번에도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하은의 미소가 순간 굳었다.“흥.”이번엔 은희가 비웃음을 흘렸다.“나만 싫은 건 아니었나 보네요. 하긴, 그쪽도 엄청나게 좋은 사람은 아니니까요.”은희와 하은은 서로 한 마디씩 주고받으며 날을 세웠다.유건은 관자놀이를 짚으며 얼굴을 찌푸렸다. 머리가 더 아파져 왔다.‘제발 좀 그만 싸워라...’조용히 발걸음을 옮기려 했다. 바로 그 순간.홱.발목에 무언가 걸렸다.유건이
Baca selengkapnya

제803화

전화를 끊고 나서도, 유건은 한동안 멍하니 서 있었다.‘설마, 진짜 그 사람?’“음... 아저씨! 아저씨!!”더 생각할 틈도 없이, 작은 손이 다시 남자의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작은 여자아이가 힘겹게 유건에게 기어오르려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얼굴은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고, 눈가엔 금세라도 눈물이 맺힐 듯했다.유건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울겠다...’작은 입술이 삐죽 나온 아이는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보였다.“하.”유건은 짧은 한숨을 내쉬며 눈살을 찌푸렸다.그러고는 마지못한 듯 몸을 숙여 두 팔로 아이를 안아 올렸다.포근한 감촉이 팔 안으로 들어왔다.작고 말랑한 아이 몸에서는 은은한 분유 향이 퍼졌다.“아저씨!”품에 안기자, 아이는 만족한 듯 유건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었다.그러고는 둥근 손가락으로 옆 테이블을 가리켰다.“먹어요!”말은 서툴렀지만, 의도는 분명했다.유건은 시선을 테이블로 돌렸다.브라우니, 마카롱, 쿠키 등이 한가득 놓여 있었다.‘저 중에 뭘 말하는 거지?’그는 아이를 안은 채 소파에 앉아 조용히 물었다.“뭐 먹고 싶어?”“저거요.”손가락이 정확히 브라우니를 가리켰다.“그래.”유건은 브라우니를 집어 포크로 한 조각 잘라 아이 입 앞에 가져갔다.“먹어.”“네!”아이의 입이 활짝 벌어졌다.한입에 쏙 넣고는, 볼살을 통통하게 움직이며 귀엽게 씹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던 은희와 하은은 동시에 멍해졌다.‘처음엔 그렇게 귀찮아하더니...’‘지금은... 뭐야, 이 분위기?’물론 유건 특유의 냉랭한 태도는 여전했다.하지만 지금은 뭔가 달랐다.말은 없지만, 아이에게만큼은 눈빛이 달랐다.‘혹시... 마음이 풀린 거야?’은희와 하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며, 속으로 간절히 외쳤다.‘나도... 저 아기였으면...’그때였다.문밖에서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아직 문은 열리지 않았지만, 익숙한 목소리가 복도 너머로 들려왔다.“조이! 조이!!”유건은 미간을 살짝 들어 올렸고, 입꼬
Baca selengkapnya

제804화

“네!”엄마와 딸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서로를 꼭 끌어안았다.휴게실 안, 나머지 세 사람은 그 장면을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비록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세 사람은 단번에 여자를 알아봤다.지시연.3년 전, 말 한마디 없이 사라졌던 그 여자가...지금 이 순간, 아무렇지 않게 이곳 G시에, 다시 돌아와 있었다.‘진짜... 지시연이 돌아온 거야?’시연은 거의 변하지 않은 모습이었다.달라진 게 있다면, 길고 찰랑이던 머리칼이 짧게 잘려져 있다는 점.허리까지 내려오던 머릿결은 이제 귀를 겨우 덮을 정도의 단정한 쇼트커트.예전보다 훨씬 단정하고 차분해 보였다.그리고 그 차분함 속엔‘건드릴 수 없는 거리감’이 서려 있었다.무심하고, 차갑고, 어딘가 멀어진 느낌.하지만 그 외에는 모든 것이 이전과 비슷했다.출산 후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만큼 여전히 날씬했고, 피부는 밝았다.‘저 사람이 진짜 아이를 품었던 사람이라고?’하지만 그보다 더 큰 충격은 그녀가 ‘여기’ 있다는 사실이었다. ‘지시연이... 정말로 돌아온 거야.’‘어떻게... 왜 지금?’은희와 하은은 동시에 유건을 향해 슬쩍 시선을 돌렸다.유건은 가만히 서 있었다.표정 하나 바뀌지 않은 얼굴.살짝 낮춘 눈꺼풀 아래, 속마음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무슨 생각하는 거야... 대체?’“엄마 안 울 거니까 조이도 울지 마.” 시연은 조이를 다정하게 안고, 작게 웃으며 눈물을 닦아주었다.그러다 조이의 입가에 묻은 케이크 부스러기와 크림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이건 뭐야? 뭐 먹은 거야?”“케이크요!”조이는 방긋 웃으며 통통한 팔을 들고 유건을 가리켰다.“아저씨가 줬어요.”잠시 숨을 고르더니, 덧붙였다.“엄마, 아저씨 착한 사람이에요.”“맛있는 것도 주고, 엄마도 찾아줬어요!”“그래?”시연은 살짝 웃으며, 고개를 들어 유건을 바라보았다.그 순간, 시연의 눈빛이 잠시 흔들렸다. 하지만 예상한 듯 큰 놀람은 없었다.‘역시...’유건도 미세하게 한쪽 눈썹을
Baca selengkapnya

제805화

문 앞, 시연은 조이를 안고 서 있었다.조이는 엄마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작고 애틋한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조이 배고파요...”“조이... 배고파요...”시연은 조이의 볼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조금만 참자. 집에 가면 엄마가 만두 삶아줄게, 괜찮지?”“네! 좋아요!”조이는 금세 활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우리 조이, 진짜 착하다.”그 순간, 뒤에서 느릿한 걸음 소리가 다가왔다.시연은 등을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하지만 먼저 반응한 건 조이였다. “아저씨!”시연은 짧게 숨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뒤를 봤다.유건이 서 있었다.유건 역시 예상 못 했다는 듯, 조이를 바라보았다.‘왜 저렇게 잘 따르지...’아이는 낯을 가릴 나이인데, 유독 자신에게는 금방 마음을 열었다.시연과 유건의 시선이 잠시 마주쳤다.짧고 어색한 정적.“고 대표님.”“응.”유건은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대답했다.둘은 나란히 서 있었다.초여름 밤의 바람이 살짝 불어오고, 그림자가 길게 늘어졌다.유건은 손을 들어 조이의 머리를 살며시 쓰다듬었다.그 시선 끝에는 조이보다, 조이의 엄마가 있었다.‘언제 돌아온 거야? 왜 돌아온 거야?’물어보고 싶었지만, 입에서 나온 건 전혀 딴 말이었다.“지금 가려고?”“네.”시연은 부드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시간이 늦었어요. 조이도 곧 자야 해서요.”바로 그때, 계단 아래서 유건의 차가 조용히 다가왔다.운전석엔 유건의 기사.유건은 잠시 망설이다가, 예의 바르게 말했다.“타. 데려다줄게.”“괜찮아요.”시연은 고개를 살짝 저으며 웃었다.“차 불렀어요. 금방 올 거니까 고 대표님은 먼저 가세요.”그 말에 유건은 더 묻지 않았다.“그래, 그럼 나 먼저 갈게.”“네.”유건은 걸어갔고, 곧 차에 올라탔다.문이 닫히고, 차량은 조용히 출발했다. 차 안, 유건은 백미러를 통해 한 번 더 뒤를 봤다.엄마 품에 안긴 작은 아이.그 아이를 가만히 토닥이며 웃는 시연.그제야, 모든 게 현
Baca selengkapnya

제806화

시연은 아이까지 데리고 있었다.그간 얼마나 힘들었을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진아는 그저 생각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시연아... 진짜 대단해. 너 정말 멋져.”“울지 마.”시연은 진아의 머리를 살짝 쓰다듬었다.“이젠 다 지나간 일이야. 그리고, 나 힘들지 않았어.”공부하고, 일하고, 조이 키우고... 지난 3년 동안 시연의 하루하루는 꽉 차 있었다.“아, 맞다.”진아는 눈가를 훔치고, 코를 훌쩍였다.“양 교수님이랑 만난 건 어떻게 됐어? 잘 됐어?”“응.”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살짝 눈살을 찌푸렸다.“교수님은 괜찮으셨어.”당시 시연은 사직 절차도 제대로 밟지 않은 채 연락을 끊었기에, 지도 교수였던 양석현 입장에선 곤란했을 상황이었다. 하지만 양석현은 유능한 사람을 아끼는 타입이었다.게다가 인생 선배로서 시연의 선택을 충분히 이해했다.‘돌아온 학생이 이 정도의 커리어를 들고 왔는데, 교수님이 반가워하지 않으실 리가 없지.’문제는 지금부터였다.시연의 신분에 약간의 문제가 있었기 때문.왜냐하면, 시연은 당시에 본인 명의로 G시에서 출국한 게 아니었다. 그래서 출입국 기록에 ‘블랙리스트’로 남아 있었다. 그 탓에 시연의 상속 재산도 모두 동결된 상태였다.그래서 시연은 지금 진아의 집에 얹혀 지내는 중이었다.지동성이 남긴 집이 여럿 있긴 했지만, 시연은 아직 법적으로 그 어떤 집에도 거주할 수 없었다.‘상속을 제대로 받으려면, G시에 정착하고, 합법적으로 의사 자격을 얻어야 해... 그럼, 결국 신분 정보 정리가 필요해.’“괜찮아.”진아는 단호했다.“우리가 준비할 거 다 준비해서 내면 되지. 유학 갔다 온 게 죄도 아니고, 불법 저지른 것도 아닌데, 뭐.”“응.”시연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맞아, 이제는 정면으로 마주할 수밖에 없어.’시연은 잠시 입술을 꾹 다물더니, 망설이며 또 다른 이야기를 꺼냈다.“나... 고유건을 봤어.”“응... 뭐?”진아는 순식간에 눈이 커지고,
Baca selengkapnya

제807화

하지만 시연은 다시 생각이 미쳤다.‘그럼 하은이는?’3년 전부터, 시연은 은근히 느꼈다.하은이 유건에게 마음이 있는 걸.‘설마 했는데, 3년이 지난 지금도 둘이 연락을 이어가고 있다니.’‘분위기만 보면,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진 것 같았어.’“하...”시연은 어이없다는 듯, 작게 웃었다.‘장소미랑 잘될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니었고...’‘대신 주변에 피는 꽃들은 끊이질 않네.’이제 와서 생각해 보면, 차라리 이런 게 나은 건지도 모르겠다. 3년이면, 마음을 내려놓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시연도, 유건도.‘그래... 이젠 서로 미련 없잖아.’‘그럼, 고유건도 더는 날 곤란하게 하진 않겠지.’그렇게 생각하니 시연은 마음 한편이 살짝 가벼워졌다.‘이젠 더는 망설일 필요도, 괜히 신경 쓸 필요도 없어.’...다음 날 아침.시연은 아직 꿈속에 있었다.“엄마! 엄마!”조그만 손이 어깨를 흔들고,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려왔다.시연이 천천히 눈을 뜨니, 조이가 침대 옆에 앉아 반짝이는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조이야.”시연은 눈꺼풀을 비비고 몸을 일으켜 조이를 안아 올렸다.“일어났구나?”“네!”조이는 입을 쫙 벌리더니, ‘후’하고 숨을 불었다.“조이 이 닦았어요! 엄마, 냄새 맡아봐요! 향기 나죠?”“그래! 엄마가 맡아볼까?”시연은 익살스럽게 코를 가까이 대고, 숨을 깊이 들이켰다.“우와! 진짜 향기롭네?”시연은 조이를 안고 침실을 나섰다.“엄마, 만두요!”조이가 입을 내밀며 말했다.때마침 부엌 쪽에서 나온 진아가 그 말을 듣고 시연을 향해 윙크했다.“거 봐, 내가 뭐랬어?”진아는 팔을 걷어붙이며 말했다.“내가 삶을게. 아침에는 그냥 만둣국 해서 먹자. 저번에 우리 엄마가 만든 거 냉동실에 그대로 있는데, 얼른 안 먹으면 상할지도 몰라.” “내가 할게.”시연은 조심스레 나섰다.조이랑 같이 신세 지고 있는 것도 미안한데, 밥까지 계속 얻어먹자니 마음이 불편했다.“됐거든?”진아는 시연을 흘겨보며 말
Baca selengkapnya

제808화

“와, 이 선물 꽤 비쌀 텐데.”시연은 웃음을 숨기지 않고 장난스레 말했다.“성빈이 너한테 돈 아끼는 스타일은 아니네?”“내가 하지 말랬잖아.”진아는 이맛살을 찌푸렸다.“근데 성빈이가 벌써 사놨다면서, 자긴 이런 ‘여자가 타는 차’ 안 탄다고, 나더러 갖기 싫으면 버리래.”“뭐 어쩌겠어? 그냥 타야지.”“하아...”시연은 한숨을 쉬었다.“성빈이는 아직 혼자야?”“모르지. 지금은 아마 혼자일걸?”진아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지난 3년, 시연이 바빴던 만큼 진아도 정신없었다.박사 준비에, 연구 과제에, 틈날 때마다 집안일까지 도맡았다.진성빈도 마찬가지였다.집에서 본격적으로 사업 일부를 넘겨받은 이후로 책임이 몇 배는 늘었고, 눈에 띄게 성장했다.‘솔직히... 성빈이, 잘하고 있지. 그리고 진아도... 지금까지 자기 길 잘 걸어왔고.’생각해 보면, 지난 3년 동안 진아랑 성빈이 제대로 마주 앉은 날도 손에 꼽았다.한번 만나봐야 밥 한 끼 정도, 그게 다였다.시연은 말없이 진아를 바라봤다.‘둘 다 괜찮은 사람인데... 뭐 하고 있는 걸까?’‘좋아하는 거 티를 내면서도, 그냥 친구로만 지낸다는 게... 답답하네.’...강울대병원 앞에 도착하자, 시연은 차에서 내렸다.진아에게는 함께 가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다음에 나도 같이 갈래. 나도 은범이 못 본 지 오래됐어.”“응, 그래.”손을 흔들고 헤어진 시연은 지하철을 타고 항구로 향했다.배를 갈아타고 도착한 곳은 제남도.2년 전, 은범은 강울대병원에서 제남도의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졌다.섬에 있는 작은 꽃가게에서 시연은 캐모마일 한 다발과 치자꽃 몇 송이를 골랐다.병실은 고요했다.은범은 눈을 감은 채 누워 있었고, 왼쪽 팔에 링거가 꽂혀 있었다.필요한 치료는 이미 시작된 상태였다.시연은 천천히 다가가 식탁 옆에 놓인 꽃병을 들어 이전 꽃을 꺼냈다.며칠 전, 처음 이곳에 왔을 때 들고 온 꽃이었다.지금은 시들어가고 있었고, 오늘 산 꽃과 같은 종류였다.‘잘 됐
Baca selengkapnya

제809화

“사모님...”시연은 고개를 숙였고, 도저히 강수희를 마주할 자격이 없다고 느꼈다.“죄송해요. 너무 오래 걸렸죠...”“...”강수희는 눈물범벅인 얼굴로 고개를 힘껏 저었다.그러면서도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으려 애썼다.“돌아와 줘서... 그거면 됐어. 정말이야.”강수희는 흐느낌을 억누르며 깊게 숨을 들이켰다.“너 힘들었던 거, 다 알아.”“그땐 너도 어쩔 수 없었잖아. 은범이가 아니었으면, 넌 그렇게 떠나지 않았을 테니까...”‘맞아... 그때 나는 고유건을 마주할 자신이 없었어.’‘은범이가 쓰러진 그날 이후, 모든 게 무너졌으니까.’“우린 다 이해해. 정말이야.”강수희는 시연의 손등을 토닥이며 조용히 웃었다.그러다 시연을 찬찬히 훑어보더니 말했다.“머리만 조금 짧아졌네? 그 외엔 그대로야. 예전이랑 똑같아.”농담을 던질 여유까지 있었다.“은범이도 마찬가지야. 우리 아들, 머리만 길어졌지, 뭐.”시연은 순간 멍해졌다가,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사모님, 정말 대단하세요. 이 상황에서도 그렇게 말씀하실 수 있다니...”“하아...”강수희는 가볍게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은범이 곁에 내가 있어야 하니까. 내가 무너지면 안 되지.”“의사 말로는, 은범이는 그냥 자는 거래. 다 알고 있다고...”“네, 맞아요.”시연도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하지만 입술은 단단히 다문 채, 뭔가 망설이는 기색이었다.‘말할까, 말까... 물어봐도 되는 걸까...’그 눈빛을 알아차린 강수희가 먼저 말을 꺼냈다.“수사 얘기하고 싶은 거지?”두 사람은 소파에 나란히 앉았고, 강수희는 한참 뜸을 들이다 조용히 말했다.“별다른 진전은 없어. 새로운 증거도 안 나오고...”“시간만 흘러서, 결국 미제 사건으로 넘어갔어.”시연은 입술을 앙다물며 눈살을 찌푸렸다.그 말, 이미 알고 있었지만...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그렇게 쉽게 끝낼 일이 아닌데...’“방법이 없어.”강수희는 시연의 마음을 이해한 듯, 담담히 말했다.“G
Baca selengkapnya

제810화

그날 밤, 유건은 시내의 BLUE에 있었다.부지하를 포함한 몇 명이 같이 자리하고 있었다.“확인했어.”지하는 가장 마지막으로 도착해, 유건 옆에 앉으며 말했다.“시연 씨, 입국한 지 2주 정도 됐어. 지난 3년 동안은 해외에서 계속 공부했더라고.”‘공부를 했다고...? 애까지 데리고 나간 그 상황에?’유건은 손에 든 와인잔을 빙글빙글 돌리다가 고개를 젖혀 한 모금 마셨다.‘혼자도 아니고 아이까지 있는데... 그 힘든 시간을 어떻게 견딘 거지?’“눈은?”유건이 물었다.“그때 망막 손상이라고 했잖아. 어떻게 회복된 거야?”“그건 나도 몰라.”지하는 고개를 저으며, 앞에 놓인 잔에 술을 따랐다.“시연 씨 서류엔 병력 기록 같은 건 전혀 없더라고.”지하는 목을 한번 축이고 덧붙였다.“출입국관리소에서 지금 시연 씨 신분 자료를 검토 중이래.”“그게 통과돼야 유산도 쓸 수 있고, 의사 자격도 다시 인정받을 수 있지.”“응.”유건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더 이상 말을 잇지 않았다.“‘응’은 또 뭐야?”지하는 눈썹을 찌푸리며 유건을 노려봤다.“넌 아무것도 안 할 거야?”“뭘?”유건은 와인잔을 천천히 흔들다가 씁쓸하게 웃었다.“이미 3년이나 지났어. 우리, 끝난 지 오래잖아.”“그럼 뭐 하러 나 더러 다 캐보라고 한 건데?”“궁금하니까.”유건은 와인잔을 내려놓고, 상의를 벗어 의자에 걸었다.그러고는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리며 지하를 힐끔 봤다.“한 판 할래?”‘진심이야, 장난이야?’지하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좋지, 오랜만에 붙어보자.”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나 옆에 있는 당구대로 천천히 걸어갔다....한편, 의사 자격을 아직 회복하지 못한 시연은 당분간 생계를 위해 임시직을 구했다.대학교 때와 마찬가지로, 시내 라운지 BLUE에서 침, 마사지 테라피스트로 일하게 된 것이다.입국한 지 2주, BLUE에서 일한 지는 어느덧 일주일이 지났다.하지만 오늘 시연이 출근한 이유는 평소처럼 자신의 근무 때문이 아니
Baca selengkapnya
Sebelumnya
1
...
798081828384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