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Chapter 831 - Chapter 840

1188 Chapters

제831화

시연은 썩 내키지는 않았지만 일단 수긍했다.‘이 사람 앞으로 또 무심결에 넘길까 봐... 내가 더 챙겨야겠네.’시연은 마수경과 함께 들고 온 짐을 부엌에 옮겼다.유건이 코끝을 찡그리며 물었다.“이게 뭐야?”큰 봉투에서 알 수 없는 냄새가 솔솔 풍겨 나왔다.“한약이에요.”시연이 손을 툭툭 털며 나와서 설명했다.“말하려던 참이었어요. 제 생각엔, 한약 복용이랑 식이조절, 침 치료를 병행하는 게 좋을 것 같은데요. 괜찮으시겠어요?”유건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리며 말했다.“의사가 나한테 묻는 거야?”그러고는 한 박자 쉬고 덧붙였다.“근데, 이 약 꼭 먹어야 해?”‘3년 전 그 맛... 지옥 끝에서 돌아왔지.’기억만 해도 쓴맛이 입 안을 맴돌았다.“네.”시연은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마를 살짝 찌푸렸다.“그때보다 더 안 좋아요, 지금.”‘3년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떻게 몸을 이렇게 망가뜨렸지.’시연은 차마 묻지 못하고 그저 바라봤다.유건은 한숨을 쉬듯 입을 열었다.“알았어.”그제야 시연은 구체적인 치료 일정을 설명했다.“약은 하루 두 번, 아침저녁으로 드시면 되고요. 침 치료는 효과를 좀 더 봐야 정확히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은... 아침이 편하세요? 아니면 저녁이 편하세요?”유건은 묵묵히 듣고 있다가 질문을 던졌다.“약은 누가 달여?”그 말에 시연도 잠시 생각해 뒀던 걸 꺼냈다.“한약은 미리 불려야 해서요. 이따 수경 언니한테 말씀드리고, 방법을 알려드리면...”“알려준다고?”유건의 표정이 싸늘해졌다.“수경 아줌마는 밥 짓는 분이야. 그분한테 약을 달이게 한다고?”‘그렇지. 3년 전엔 이렇게 안 했잖아.’시연은 순간 멈칫했고, 유건의 말뜻이 무엇인지 단번에 이해했다.“제가 달일 수도 있어요. 다만... 제가 거리가 좀 되니까, 가져오려면 시간이 애매할 수 있어서요.”“가져오다니, 왜?”또 다른 질문이 던져졌다.‘어...?’시연은 얼떨떨했다.‘지금 이 남자, 혹시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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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2화

“그럼 그냥 같이 살아.”유건이 거실을 둘러보며 덧붙였다.“방 많아. 충분히 가능해.”‘지금... 그게 방이 있고 없고의 문제야?’시연은 얼이 빠진 채 할 말을 잃었다.‘내가 들어와 사는 것도 말이 안 되는데...’ ‘조이까지 데리고 들어오라고? 이게 무슨 꼴이야.’“그건 좀 곤란해요.”시연은 난처한 얼굴로 미간을 찌푸렸다.“조이가 아직 어려서요. 밤에 울고 보채면... 대표님께 방해될 거예요.”“쯧.”유건이 짜증 섞인 반응과 함께 말을 잘랐다.“그럼 너한테 더 나은 방법이라도 있어?”시연은 입을 열지 못했다.‘솔직히 아직 대안도 못 정했는데...’“허.”유건이 낮게 웃었다.“없으면, 내 말대로 해. 내일 들어와.”단호한 말투에 여지 따윈 없었다.유건은 자리에서 일어나 2층으로 향했다.계단을 오르던 그는 주방 쪽으로 무심히 말을 흘렸다.“아줌마, 따뜻한 물 좀 2층으로 가져다줘요.”“네, 대표님.”시연은 소파에 앉은 채 이마를 짚었다.‘진짜... 3년 전보다 더 까다로워졌네. 무조건 자기 뜻대로.’...결국 방법이 없었다. 신분 확인이 무사히 통과되려면, 시연은 유건의 말대로 따라야 했다.진아의 집으로 돌아오자, 시연은 조용히 짐을 싸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본 진아가 버럭버럭했다.“고 대표 진짜 미쳤나 봐? 널 데리고 살겠다고? ‘대표님, 대표님’ 하면서 눈앞에서 일하게? 너더러 그 집 가사도우미 하라는 거 아냐?”시연은 이제 어느 정도 체념한 얼굴이었다.“솔직히 따지면... 가사도우미 맞지.”“그 인간 도대체 무슨 생각이야?”진아가 씩씩거렸다.시연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아마... 3 년 전 일, 아직도 마음에 남아있을 거야.”‘그땐... 내가 확실히 잘못했지. 말도 없이 사라졌으니까.’“그게 네 잘못이야?”진아는 더 화가 난 얼굴로 소리쳤다.“고 대표는 책임이 하나도 없었냐고!”“진아야.”시연의 얼굴빛이 살짝 굳어졌다.“그 일, 이제 그만 얘기하자.”“시연아...”진아가 안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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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3화

거실에 들어서자 마수경과 조이가 기다리고 있었다.“지 선생님, 방 안내해 드릴게요.”“네, 감사합니다.”방은 1층, 마수경 방 옆에 붙어 있었다. 원래부터 가사도우미용으로 준비된 공간이었다.‘휴... 다행이다.’시연은 순간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방은 크진 않았지만, 시연과 조이가 지내기에 충분했고, 가구는 단출했지만 침대가 넓은 편이라 괜찮았다.마수경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시연에게 주의 사항을 일러줬다.“대표님 성격이 좀 차가워요. 겉으로는 말도 잘하고 온화해 보이는데, 실제로는 꽤 까다로운 편이에요.”“지 선생님, 너무 긴장하지 마시고요. 대표님 기준만 잘 맞추면, 생각보다 별일 없어요.”이어지는 설명은 꽤 길었다.“지 선생님은 저처럼 집안일 하는 사람이 아니라 의사시니까, 더 조심할 건 없어요. 그냥 몇 가지만 기억하시면 돼요.”“네, 감사해요, 언니.”“그럼 정리하시고요, 전 이만 들어갈게요.”“네, 수고하셨어요.”마수경이 나가자, 시연은 조이를 침대 위에 눕히고 이불을 덮어줬다.짐은 이미 벽 쪽에 놓여 있었고, 시연은 조용히 캐리어를 열어 하나하나 옷장과 서랍에 정리해 넣었다.정리가 거의 끝나고, 시연은 방을 나섰다.그리고 주방으로 가 내일 달일 한약을 꺼냈다.시간을 가늠한 뒤, 침 치료 가방을 들고 2층으로 올라갔다.‘같이 들어왔으니까... 씻긴 했겠지.’유건은 시연과 함께 집에 도착했기에, 이제 막 씻고 나왔을 터였다.안방 문 앞에 선 시연은 조심스럽게 노크했다.“대표님.”“들어와.”유건의 목소리는 샤워 직후라 그런지 평소보다 부드럽게 들렸다.그는 소파에 앉아 서류 더미를 넘기고 있었다.시연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지금 바쁘세요? 이따 다시 올까요?”“아니.”유건은 손에 들고 있던 서류를 옆으로 밀며 말했다.“일이라는 게 끝나는 게 어딨어? 지금 하지 뭐.”유건은 시연이 왜 왔는지 알고 있었다.“누우면 되지? 방향은?”“머리를 이쪽으로요.”“응.”유건은 말없이 자리에 눕고, 시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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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4화

시연은 황급히 달려가 조이를 안아 들었다.한참을 토닥이고 달래고서야 겨우 울음을 그치게 했다.세수도 시켜주고, 분유도 타서 조이 손에 쥐여줬다.“우리 조이 착하지? 엄마 잠깐 볼일 좀 보고 올게. 여기서 혼자 우유 마실 수 있지?”“네.”조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젖병을 꼭 안고 얌전히 앉았다.유건이 아래층으로 내려왔을 때, 식탁 맨 앞자리... 평소 자신이 앉는 자리에 조이가 떡하니 앉아 있었다.그 시각, 시연은 약 찌꺼기를 정리하러 밖에 나간 상태였다.“흠.”유건은 어색하게 헛기침했다.아이를 상대해 본 적이 거의 없었고, 조이 역시 지난번 딱 한 번 본 게 전부였다.‘그때... 분명 날 좋아했던 것 같은데?’‘기억할까? 아니면 벌써 잊었으려나...’왠지 모르게 긴장이 됐다.기척을 느낀 조이가 고개를 홱 돌렸다.눈이 마주친 순간, 젖병이 손에서 미끄러져 바닥에 떨어졌다.툭.순간 조용.1초... 2초...그러더니 조이의 입술이 삐죽 올라가며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아아아앙...!!”유건은 아주 당황스러웠다. ‘아니,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했는데?! 여기 가만히 서 있었을 뿐이야! 맹세코!’“왜, 무슨 일이야?”조이의 울음소리에 마수경이 주방에서 급히 뛰쳐나왔다. 아침 준비 중이던 마수경은 조이를 번쩍 안아 들었다.“어머머, 우리 조이 왜 울었어?”조이는 볼이 복슬복슬하고 새하얀 게, 보는 사람마다 귀엽다며 반할 외모였다.마수경도 한눈에 마음을 빼앗겼다.“아아앙...”조이는 엉엉 울며 유건 쪽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마수경은 자연스럽게 오해했고, 유건을 힐끔 보며 민망하게 웃었다.“대표님, 아이가 뭘 알겠어요. 그냥 한 번 봐주세요.”바닥에서 젖병을 줍고 있던 유건은 속으로 너무나 억울했다.‘뭐...? 나 진짜 아무것도 안 했다고!’‘쳇... 분명히 지난번엔 나한테 붙어 있더니... 이번엔 왜 이래?’‘여자란 존재는... 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예측 불가였던 거야? 태어날 때부터인가?’“조이야, 이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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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5화

약을 마신 유건은 찡그린 얼굴로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2층으로 올라갔다.‘진짜 이 맛은 여전하네... 사람 입에 넣을 게 아니야, 이건.’옷을 갈아입고 다시 내려온 유건.거실에선 마수경이 조이와 함께 앉아 TV를 보고 있었다.화면엔 두 마리 아기 돼지가 신나게 진흙탕 속을 뛰어다니고 있었다.유건이 내려오는 걸 본 마수경은 재빨리 일어나며 조심스럽게 웃었다.“대표님, 지 선생님은 옷 갈아입으러 들어갔어요. 곧 조이 어린이집 데려다 줄 거래요. 그래서 조금만 TV 보게 해줬어요. 딱... 조금만요.”말끝의 힘 준 ‘조금만요’가 왠지 더 눈치를 보게 했다.마수경은 한껏 조심스러운 표정이었고, 조이는 마수경 뒤에 몸을 숨긴 채, 큰 눈으로 유건을 올려다봤다.‘내가 그렇게 무섭게 생겼나?’유건은 괜히 턱이 뻐근했다.‘하나같이 나를 무슨 괴물 보듯이 하네.’그렇다고 그는 일일이 해명하는 성격도 아니었다.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섰고, 차에 올라탄 순간에도 인상은 펴지지 않았다.운전대 앞에서 유건은 괜히 한숨을 쉬며 창밖을 바라봤다.‘왜 저러지, 조이...?’‘지난번엔 나한테 그렇게 잘 붙어 있었으면서...’자꾸 마음이 쓰였다. 처음 봤을 땐 자기 다리 붙잡고 안 떨어질 기세였던 애가, 왜 오늘은 눈만 마주쳐도 울려고 하는 건지.그는 바로 핸드폰을 꺼내 무심코 검색창을 열었다.손가락이 멈춘 키보드 위에 적힌 글자.[세 살 여자아이가 좋아하는 행동][세 살 아이 마음 얻는 방법]‘내가 지금 뭐 하는 거지?’하지만 손은 멈추지 않았다....그날은 수요일이 아니었다. 그런데도 병원에서 근무 중이던 시연은 오대민의 진료 예약을 받게 됐다.문을 열고 들어가던 시연이 치료 카트를 밀며 장난스럽게 물었다.“오늘 웬일이세요? 이렇게 기습 방문하시는 거 보니까, 혹시 제 치료가 마음에 안 드셔서 항의하러 오신 거 아니죠?”“하하!”오대민은 웃음을 터뜨리며 시연을 손가락으로 콕 찔렀다.“정답. 치료가 너무 좋아서 따지러 왔지. 지난번에 준 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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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6화

유건은 조이가 엄마인 시연처럼 그렇게 달래기 어려운 아이가 아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그는 조이 눈높이에 맞추려고 허리를 굽혀 조심스럽게 쭈그려 앉았다.유건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오늘 아침엔 아저씨가 잘못했어. 조이 우유병 떨어뜨려서 더럽게 만들었지? 아저씨가 미안하다고 사과할게. 조이, 아저씨 용서해 줄 수 있을까?”조이는 유건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여전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왜 이사 오게 된 건지, 왜 이 아저씨랑 같이 살게 된 건지... 하나도 모르겠어.’“아저씨, 좋은 사람이에요?”‘어라.’유건은 입꼬리를 씰룩였다.‘지난번엔 좋은 사람이라더니, 이번엔 확신이 없나?’‘여자의 마음은 바닷속 바늘이라더니, 꼬맹이도 예외는 아니구나.’다행히도 유건은 미리 대비해 둔 게 있었다. 단순히 사과 한마디로 조이의 마음을 사로잡을 거란 기대는 애초에 하지 않았다.그는 주머니를 뒤적이다 작은 상자를 꺼내 조이 앞으로 내밀었다.“조이 선물이야. 마음에 들까?”파란 벨벳으로 감싼 작은 보석함 안에는 반짝이는 핀 하나가 들어 있었다.작은 왕관 모양의 디자인, 진짜 다이아몬드가 박혀 있어 반짝반짝 빛났다.“와!”조이의 얼굴에 금세 환한 미소가 퍼졌다.‘역시. 반짝이는 걸 싫어하는 여자아이는 없어.’유건은 살짝 눈썹을 올렸다.‘매장 직원 말이 맞았어. 모든 여자아이에겐 공주 로망이 있다니까.’‘왕관을 싫어할 공주가 어딨어.’조이는 통통한 손을 뻗으며 말했다.“아저씨, 조이 가져도 돼요?”“그럼.”유건은 고개를 끄덕였다.“조이 주려고 산 거니까.”그는 조심스럽게 핀을 꺼내 조이 머리에 꽂아주고, 머리카락을 살짝 쓰다듬었다.“정말 예쁘다.”“보고 싶어요!”조이는 얼른 일어나 보려고 허둥댔다.하지만 급하게 움직이자 동작이 더 꼬였다.그 순간 조이는 빠르게 판단했고, 통통한 팔을 쑥 내밀었다.“아저씨, 안아줘요!”“좋아.”유건은 기다렸다는 듯 활짝 웃으며 조이를 번쩍 안아 올렸다.‘봐, 역시 조이는 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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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7화

“안 돼요! 안 돼요!”조이는 양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고개를 세차게 흔들었다.작은 손으로 핀을 꼭 누르며 사라질까 봐 불안한 눈빛으로 시연을 올려다봤다.“조이야.”시연은 인내심을 꾹꾹 누르며 부드럽게 타이르기 시작했다.“엄마가 말했지? 남이 준 거, 아무거나 받으면 안 된다고 했잖아. 기억 안 나?”‘아직 너무 어려. 값어치로 교육하긴 이르지. 하지만 지금부터 습관은 잡아야 해...’“하지만...”조이는 금방 울 것 같은 얼굴로 입술을 삐죽였다.“아저씨가 줬는걸요. 조이가 막 가져간 거 아니에요.”‘저렇게 아끼는 거 보니... 정말 마음에 들긴 했나 보네.’“지조이.”이성적인 설명이 통하지 않자, 시연은 얼굴을 굳히고 단호하게 말했다.조이의 어깨가 움찔했다.‘엄마... 진짜 화났다...’“지조이.”시연은 손바닥을 펼쳐 보이며, 낮고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핀 빼서 아저씨한테 돌려드려. 알았지?”조이는 입을 삐죽이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혔다. 볼이 부풀어 오르고, 작은 몸이 금세 위축됐다.“엄마, 셋 셀게.”시연은 눈썹을 찌푸리며 숫자를 세기 시작했다.“하나...”“엄마...”결국 조이는 입을 열더니 울음을 터뜨렸다.“으아아앙...”조이는 억지로 손을 들어 머리에 얹힌 왕관 핀을 향해 떨리는 손을 뻗었다.“그만!”그 순간, 옆에 있던 유건이 참지 못하고 나섰다. 날카롭게 목소리를 내며 시연 쪽을 향해 말했다.“핀 하나 가지고 그러는 거야? 애가 저렇게 무서워서 우는데, 그렇게까지 해야 해? 조이 울게 만드는 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이야?”그는 곧바로 조이 쪽으로 시선을 돌려 따뜻하게 말했다.“조이, 안 빼도 돼. 그냥 계속 하고 있어. 그건 아저씨가 준 선물이니까. 아저씨가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 거야.”조이는 눈물로 그렁그렁한 눈을 들더니, 말없이 유건을 쳐다봤다. 곧 눈을 한 번 깜빡이자, 눈물방울이 톡 하고 뺨을 타고 떨어졌다.작은 몸이 돌연 움직이더니, 조이는 유건 쪽으로 달려가 그의 다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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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8화

시연이 따로 말하지 않아도 유건은 자연스럽게 침대에 누웠다.시연은 침 뜸 가방을 열고 조용히 준비를 시작했다.“어때요? 느낌 있어요?”“음...”유건은 눈을 반쯤 감은 채 천천히 대답했다.“속이... 좀 따뜻해지는 것 같아.”“그럼 잘 침이 효과 있다는 증거예요.”시연은 조용히 웃으며 말했다.“오늘은 삼십 분만 하고 뺄게요.”“알았어.”침을 다 놓고 난 후, 시연은 유건 옆에 조용히 앉아 그를 지켜보았다. 한동안 고민하던 끝에,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오늘... 조이한테 준 선물, 너무 과했어요.”‘또 그 얘기네.’유건은 얼굴을 옆으로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래?”“그래요.”시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대표님에겐 별거 아닐지 몰라도... 우리 모녀한텐 감당하기 어려운 선물이었어요.”시연은 아까 잠깐 틈을 내어 핸드폰으로 브랜드를 검색했었다.고급 브랜드의 유아용 머리핀.작은 크기의 조각난 다이아몬드라도, 다섯 자리 가격은 기본이었다.“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유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다시 돌려주겠다고 말하려는 거면 그냥 버려. 당신이 돌려줘봤자, 난 쓰레기통에 버릴 거니까.”‘이 남자... 이런 거 하나는, 예전이랑 똑같네.’하지만 시연이 정말로 마음에 걸리는 건, 단순한 핀 하나가 아니었다.유건이 조이에게 너무 잘해주고 있다는 사실.‘너무 따뜻하게 대하는 게... 무섭다.’‘익숙해지는 게 무섭고, 기대하는 게 더 무섭다.’“대표님.”시연은 잠시 머뭇거리다 조심스레 말했다.“조이는 아직 어린아이예요. 굳이 그렇게까지 마음 써서 달래주지 않아도 돼요. 제 말... 무슨 뜻인지, 아시죠?”유건은 가만히 그녀를 바라보았다.‘알지. 모를 리가 없지.’그녀의 말은 분명했다.조이에게 너무 잘해주지 말 것.아이와 너무 가까워지지 말 것.‘지금 내가 조이랑 가까워지는 게 싫은 거야. 그래서 선 넘지 말라는 거지.’갑작스럽게 유건의 혀끝에 쓰디쓴 맛이 퍼졌다.조금 전 마신 한약보다 더 독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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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39화

아침 일찍, 시연은 두 번째 탕약을 막 다려낸 뒤, 물을 한 번 더 붓고 세 번째 약을 달이고 있었다.그때,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띵동.마수경은 바쁘게 부엌을 오가며 말했다.“지 선생님! 잠깐만 도와줄 수 있어요?”“네.”시연은 앞치마를 정리하며 현관 쪽으로 향했다.문을 열자마자, 달콤하고 진한 향기가 훅 들어왔다.“어? 시연 씨였군요.”도리슬이었다.리슬은 시연을 기억하고 있었는지,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더 이상 묻지도 않고, 익숙한 얼굴로 안쪽을 향해 물었다.“유건 씨 아직 안 깼어요?”“모르겠는데요...”시연은 담담하게 고개를 저었다.“그럼 제가 올라가 볼게요!”리슬은 자연스럽게 웃으며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섰다.그 모습은 마치 본인 집인 양 익숙했다.‘참 편하네.’시연은 묘하게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했다.리슬은 망설임 하나 없이 2층으로 올라가, 유건의 방문을 열고 들어갔다.방 안은 커튼이 쳐져 있어 어두컴컴했다.유건은 아직 잠들어 있었다.“오? 아직도 자요?”리슬은 쾌활하게 웃으며 두 발짝 앞으로 다가가, 이불을 잡았다.“일어나요! 나가야죠!”순간, 방 안에 불이 켜졌다.잠에서 깨자마자 유건은 눈살을 팍 찌푸렸다.리슬을 노려보며, 이불을 다시 댕겨 덮었다.“또 리슬 씨야? 들어올 땐 문 좀 두드려. 그리고 누가 남자 이불을 막 걷으래?”‘하마터면... 진짜 다 보일 뻔했잖아.’‘다행히도 어제는 잠옷 입고 잤지... 안 그랬으면 아주 생쇼였겠네.’하지만 리슬의 시선은 이미 꽤 많은 걸 훑고 지나간 후였다.유건의 상반신은 단단하고, 매끈했다.핏줄 따라 이어지는 근육 라인은 눈에 선명했고, 숨만 쉬어도 탄력이 느껴졌다.‘와... 몸 진짜 미쳤다...’‘이 정도면 화보 찍어야 하는 거 아냐?’리슬은 본능적으로 침을 꿀꺽 삼켰고, 볼이 살짝 붉게 물든 후 목소리도 한층 부드러워졌다.“오늘 지하 오빠랑 배 타기로 했잖아요. 빨리 안 일어나면 늦을 거예요.”“뭐?”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며 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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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40화

“얼음 좀 넣어줘요.”“아, 네.”시연은 리슬에게서 컵을 받아서 들며 조용히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얼음물... 고유건이랑 똑같네. 이런 사소한 것도 닮을 수 있구나.’그녀는 잔에 얼음을 듬뿍 채워 다시 리슬에게 건넸다.그때, 식당 입구 쪽 계단에서 유건이 내려오고 있었다.리슬에게 얼음물을 건네는 시연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유건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아침부터 저 둘이 또 무슨...’“일어났네요!”리슬은 반가운 얼굴로 유건을 끌어 앉혔다.잠시 후, 마수경도 쓰레기를 버리고 돌아왔다.“대표님, 아침 차려드릴까요?”“응.”유건은 짧게 대답했다.“네.”마수경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하... 인원도 안 맞춰 놨는데 왜 갑자기 손님이 늘어...’결국 시연이 조용히 자신의 몫을 리슬에게 양보했다.리슬은 눈치도 없이 아예 자리를 잡고 앉았다.‘이 아가씨는 뭐 하나 도와주지도 않으면서, 손만 늘어...’마수경의 얼굴엔 불만이 가득했다.그걸 눈치챈 시연은 조용히 말했다.“전 괜찮아요. 이따가 샌드위치 하나 먹으면 돼요. 이분은 대표님 손님이니까요.”“제가 지금 만들어줄게요.”마수경은 씩씩거리며 냉장고를 열었다.“감사해요.”하지만, 속이 뒤틀린 마수경은 일부러 리슬의 식기 세트를 빼놓았다.“어?”리슬은 잠시 당황한 듯 자리를 살폈다.그러고는 시연을 향해 손짓했다.“식기 좀 줘요. 손으로 먹으라는 거예요?”‘이건 뭐, 대놓고 나를 가사도우미로 보네.’마수경은 시연의 샌드위치를 준비하느라 손이 비지 않았다.시연은 웃으며 대답했다.“네, 잠깐만요.”시연은 조용히 찬장에서 식기를 꺼내어 리슬 앞에 놓았다.“맛있게 드세요.”“고마워요.”“별말씀을요.”잠시 후, 마지막 탕약이 완성됐다.시연은 조심스럽게 약을 그릇에 따르고 유건 앞에 가져다주었다.“대표님, 약이에요. 캔디는 옆에 뒀으니까 꼭 드시고요.”그녀는 시계를 흘긋 보았다.‘조이 깼겠네. 올라가서 봐야겠다.’시연은 다시 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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