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찮으십니까? 어디 다치신 데 없으세요? 일단 병원으로 모시겠습니다.”운전기사가 급히 차에서 내려 응급 전화를 걸었다. “아니... 아니요.”그녀는 뒤로 물러나면서 그들이 떠나지 못하게 다리를 차 바퀴 쪽으로 가져다 댔다. 그러고는 차 안을 향해 소리쳤다.“세은아, 고모야.”차 안에서 한창 통화 중이던 그녀는 급정거하는 바람에 핸드폰이 매트에 떨어졌다.허리를 굽히고 핸드폰을 찾고 있는데 진옥경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중에 얘기해요. 일이 좀 생겼어요.”도아린은 전화를 끊고 차에서 내렸다. 아쉬운 소리를 할 때는 진세은이고 쓸모가 없다고 생각할 때는 도아린이라니. 참 뻔뻔스러운 인간이다. 도아린을 보자마자 진옥경은 구세주라도 보듯 그녀를 향해 손을 뻗었다. “세은아, 날 용서해 줘. 다른 사람의 꿍꿍이에 속아서 너한테 편견을 가졌던 거야. 널 제대로 알지 못한 탓이지. 고모가 잘못했다.”“일단 일어나세요.”도아린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 “네가 날 용서하지 않으면 이 자리에서 일어나지 않을 거야.”진옥경은 대성통곡하며 애원했다. 한편, 도아린의 차가 출입구를 막고 있어 뒤따라오던 차들이 경적을 울리기 시작했다.차를 옮기고 싶었지만 진옥경의 다리가 바퀴 아래에 있어 운전기사는 어쩔 수 없이 사람들에게 상황에 대해 설명할 수밖에 없었다. 뒤차에서 내린 주진모가 구경하러 앞으로 다가갔다.“아린 씨는 일상이 참 바쁘네요. 오전에는 연적을 처리하느라고 바쁘더니 지금은 또 고모라는 사람이 찾아와서 이 소란을 피우고 있으니... 집안일을 깔끔히 처리한 뒤에 회사에 나오는 건 어때요?”주진모는 말을 하면서 뒤편에 줄지어 서 있는 차량을 가리켰다. 진옥경은 그가 도아린과 어떤 갈등이 있는지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다. 도아린을 재촉하여 자신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할 사람이라면 그녀한테는 그저 좋은 사람이었다. “세은아, 용서해 줘. 네가 이번 한 번만 도와준다면 바로 일어날게.”담담한 도아린의 눈빛에 진옥경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설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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