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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601 - Chapter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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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1화

봉구안은 갓 아이를 낳은 뒤라 몸도 마음도 아직 편치 않았다. 소욱이 심각한 표정으로 물었다.“이토록 중요한 일을 어찌하여 미리 알리지 않았느냐?”봉구안은 가만히 그를 바라보다가 담담하게 답했다.“폐하께서 혹시나 마음이 급해지셔서 서여국에 대군을 보내 진안을 찾으실까 두려웠습니다.”소욱이 코웃음을 쳤다.“지금에서야 서여국에는 진안이 없다는 걸 확인했으니, 위험이 사라졌다고 생각하고 말하는 것이냐? 봉구안, 너라는 여인은 정말로…”그는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못했다. 사실 진심으로 책망하는 것도 아니었다. 갓 산후조리를 해야 할 때였으니 그녀를 다그칠 수는 없었다.“그렇다면 지금은 왜 말하는 것이냐?”“방금 전에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폐하께서 하루라도 빨리 도성으로 돌아가시길 바라기 때문입니다.”“……”소욱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정말이지 변명조차 할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며 중얼거렸다.“정말 무정하구나.”봉구안은 빙빙 돌려 말할 생각이 없었다.“폐하께서 천하 통일을 서두르는 이유를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거미줄'이 세상에 드러난 이상 불안한 마음이 드시는 건 인지상정이지요.”“더구나 우리가 쥐고 있는 거미줄은 담대연이 가진 것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합니다. 남제는 이미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어요. 부디 하루라도 빨리 도성으로 돌아가 군무를 정비하시고, 아이들도 함께 데려가십시오.”소욱이 굳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특히 소준연은 태자로서 나라와 운명을 함께해야 했다. 소준열과 다른 아이들은 설령 남제가 무너진다 해도 훗날 다시 일어설 씨앗이 되어야 했다. 모두가 알고 있었다. 이번이 모든 것을 건 최후의 전투라는 것을 말이다.봉구안이 조용히 덧붙였다.“저는… 동산국에 진안이 있는지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하러 가겠습니다.”소욱이 막 입을 열어 만류하려 하자, 봉구안이 느닷없이 물었다.“폐하, 아이 이름은 생각해두셨습니까?”소욱의 얼굴이 굳어졌다. 전쟁 이야기보다도 더 난감한 문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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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2화

서왕이 왕좌 위의 남강왕에게 성큼 다가섰다.남강왕은 이미 자신의 운명을 예감했는지 벌떡 일어나 절규했다. “소황과 담대연이 짐을 속였도다…!”쉭!한 줄기 검광이 번개처럼 번쩍였다. 순간, 남강왕의 머리가 바닥에 굴러떨어졌다.전각 안의 남강 대신들과 호위들은 모두 얼어붙었다. 놀람과 두려움이 교차하며 서왕을 바라보았다.서왕은 묵묵히 피 묻은 검을 거두어 칼집에 넣었다. 천천히 둘러보니, 이미 남제군이 전각을 장악한 뒤였다. 사방에서 그를 향한 눈빛에는 두려움과 분노, 원망이 뒤섞여 있었다.그는 간결하게 명했다. “항복하는 자는 살려 두어라.”그 말이 끝나자, 차가운 시선이 남강왕의 잘린 머리에 내려앉았다.그 한 사람 때문에 결이가 목숨을 잃을 뻔했고, 어린 나이에 중상을 입어 앞으로 몇 해는 약을 달고 살아야 했다. 또한 완부옥 역시 역적으로 몰려 사방을 떠돌며, 몇 차례나 죽을 고비를 넘겨야 했다.한 칼에 베어준 것만으로도 이미 관대한 셈이었다.불과 한 달도 되지 않아, 서왕은 남방군을 이끌고 남강 본토를 완전히 제압했다. 일부 병력을 보내 소황의 대군을 추적하게 했다. 그 오만 병력이 북쪽으로 향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어오자, 서왕은 서두르지 않았다.자신에게 내린 황제의 명은 남강을 함락하고 현지에 주둔하는 것이었다. 동산국 문제는 장기양에게 맡겨진 일이었다.서왕은 결이를 데리고 잠시 완부옥의 저택에 몸을 맡겼다. 집 안에는 위험한 물건들이 많았으나, 결이는 조금도 두려워하지 않았다.혹여 소황이 다시 들이닥칠까 염려한 서왕은 적정을 살피기 위해 날마다 병사들을 나누어 기계로 만든 기계새를 타고 사방을 순찰하게 했다.그날 밤.서왕은 남강의 방어 배치를 신하들과 의논한 뒤, 결이를 유모에게 맡기고 호위들을 곁에 붙였다. 그리고 방으로 돌아와 문을 열자, 곧바로 누군가의 손이 목을 움켜쥐었다.뒤따라 들어온 유화가 즉시 칼을 뽑으려 했으나, 서왕이 손을 들어 제지했다. “물러나거라!”“전하…”유화가 말끝을 잇자, 시선이 닿은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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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3화

갈십칠이 순간적으로 온 힘을 폭발시키며 완부옥을 몇 걸음 뒤로 밀어냈다. 그는 서왕 앞에 우뚝 서서 마치 암탉이 병아리를 지키듯 온몸을 벌려 막아섰다.“괜찮으십니까! 걱정 마십시오. 제가 있는 한 사저가 전하께 해를 끼치게 두지 않겠습니다! 전하께서는 군만 물리시면 됩니다…”완부옥이 몸을 추슬러 일으키며 분노에 찬 목소리를 터뜨렸다. “이 못된 자식아, 갈십칠! 지금 누구 편을 드는 거냐!”그녀를 밀어낸 것도 모자라 하필이면 서왕을 지키려 한다니! 완부옥뿐만 아니라 서왕조차 갈십칠의 돌연한 행동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사실 갈십칠은 그저 순간적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했을 뿐이었다. 사저가 충동적으로 일을 그르칠까 걱정된 나머지 무의식중에 서왕을 감싼 것일 뿐이었다.곧 그는 방향을 돌려 서슬 퍼렇게 서왕을 겨누며 으름장을 놓았다. “움직이지 마라! 내 칼에는 눈이 없다!”서왕은 그 짧은 비수 앞에서 반항하지 않고 담담히 그들을 바라보았다. 입가에 희미한 미소를 띠우며 말했다.“너희는 진정 남제군을 물러가게 하려는 것이냐, 아니면 남제군을 빌려 소황을 치려는 것이냐?”정작 둘은 아직 의견조차 통일하지 못한 모양이었다.갈십칠이 사저에게 물었다. “사저, 처음엔 군을 물리치기로 한 것 아니었습니까?”완부옥이 짜증 섞인 목소리로 내뱉었다.“상황이 달라졌지 않느냐! 소황이 오만 대군을 이끌고 나간 덕에 남강 경내가 텅 비게 되었다.”“네가 서왕을 붙잡는다 해도 잠시 물러날 뿐, 오래 지킬 수는 없어!”갈십칠은 듣고 보니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는 서왕을 힐끗 보더니 사저에게 물었다. “그럼 이제 놓아도 되는 건가요? 팔이 너무 아파 죽겠는데 말이에요.”그의 지친 기색은 거짓이 아니었다. 사저를 따라 밤낮으로 도망치며 남제군의 추격까지 피하느라 몸이 이미 한계에 다다른 상태였다.완부옥이 눈을 흘기며 쏘아붙였다. “그냥 계속 들고 있거라!”그러고는 서왕에게 다가가 날카롭게 요구했다. “병부를 내놓으십시오!”서왕이 여유롭게 되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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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4화

동산국. 담대연이 병사들의 보고를 들었다. “남제군이 이미 남강을 점령했습니다. 폐하께서는… 결국 전장에서 돌아가셨습니다!”그 말을 들은 다른 장수들이 통곡했다. “반드시 원수를 갚아야 합니다!”“참모님, 부디 저를 보내주십시오. 제가 군을 이끌고 귀국하여 남제군을 모조리 쳐부수겠습니다!”그들은 모두 남강 출신이었다. 눈앞에서 남제군이 조국을 삼키는 걸 두고만 볼 수 없었다. 차라리 동산국을 버릴지언정, 고향을 되찾고 싶었다.담대연은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눈빛에는 깊은 슬픔이 서려 있었다. “내가 잘못했구나. 남제군의 전력을 얕보았다.”그때 한 장수가 물었다. “참모님, 앞으로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저희는 참모님의 말씀을 따르겠습니다!”그는 믿고 있었다. 담대연이라면 반드시 그들을 이끌고 남강을 되찾고, 잃은 땅을 되돌릴 수 있다고. 하지만 담대연의 대답은 단호했다. “병력을 움직이지 않는 것이 상책이다.”장수들이 서로 얼굴을 마주보며 놀라움과 분노를 드러냈다. “안 됩니다, 참모님! 남제군이 우리 땅을 차지했는데, 어찌 반격을 하지 않으십니까?”담대연은 더 이상 타협하지 않고 명했다. “우리에게 남아있는 병력은 이것뿐이다. 지금 할 수 있는 건 동산국을 지키며 국사의 대군이 도착하기를 기다리는 일이다. 작은 땅을 잃고 얻은 것이 지금의 넓은 영토다. 이는 남강의 손해가 아니다. 오직 대군의 병력으로만 남제군과 맞설 수 있다. 지금은 결코 작은 것에 연연해 큰 것을 잃어서는 안 된다.”장수들은 그의 말에 한편으로는 설득당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폐하가 돌아가신 일에 분노하고, 불안과 억울함에 흔들렸다.담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장수들을 향해 두 손을 모아 예를 표했다. “들어보시오.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다면, 장차 사서에 이름을 남길 왕후장상이 될 것이다! 대전을 앞두고 군심을 안정시키고, 전투에만 전념하기 바란다. 남제군이 남강을 침탈한 것은 우리의 마음을 흔들려는 술책이다. 우리는 결코 그들의 계책에 휘둘려서는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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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5화

봉장미는 언니의 건강을 무엇보다 걱정했다. 봉 부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동안 더 요양하라고 권했지만, 봉구안이 마음먹은 일은 누구도 막을 수 없었다.그녀는 두 아들을 서여국에 남겨두었다. 만약 남제가 정말로 패한다 해도, 담대연의 손길이 당장은 서여국까지 미치지 못할 터였다. 그렇게 되면 아이들이 살아나갈 길은 있을 것이다.함께 따라온 호위병들 또한 모두 남겨 두어 두 황자를 지키도록 했다. 그녀는 오직 오백 한 사람만 데리고 길을 나섰다.언니가 아무 말 하지 않았어도, 봉장미는 이미 짙게 깔린 불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작별할 때 그녀가 물었다.“언니, 남제가 동산국을 치려는 건가요?”봉구안은 명확히 대답하지 않고 다만 말했다.“무슨 일이 있어도 서여국을 지켜야 한다. 이곳은 단지 이모의 부탁일 뿐 아니라, 이 험한 세상에서 여자들에게 허락된 드문 땅이니 말이야.”봉장미는 고개를 끄덕였다.“압니다. 언니의 뜻… 다 헤아리고 있어요. 제가 반드시 준연이와 아이들을 지키고, 제 목숨을 내던지더라도 이 땅을 굳게 지키겠습니다. 꼭 언니가 돌아올 때까지 말입니다.”“몸조심하거라.”봉구안은 말을 달려 채찍을 휘둘렀다.……봉구안은 동산국으로 가서 '거미줄'의 진원을 찾고, 더불어 적정을 살필 작정이었다. 그 일을 위해 동방세를 데리고 갔다. 동방세는 이전에 기계새를 만들려고 온갖 수를 다 쓰고는, 그저 한적한 곳에 몸을 숨기려 했었다. 그러나 또다시 중책을 맡게 되어, 이번에는 '개'처럼 진원의 냄새를 맡아내야 하는 처지가 되었다.다행히도 진원은 동산국 서부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대해 속에서 바늘 찾는 형국은 아니었다.유월 중순, 봉구안과 동방세는 동산국 변경에서 합류했다. 지금 국경은 이미 제군이 지키고 있었는데, 병사를 거느린 이는 다름 아닌 봉구안의 제자 장기양이었다.오랜만에 사부를 뵌 장기양은 그녀가 황제의 명을 받아 원수로 임명된 줄 알았다. 그래서 전술을 의논하려 했으나, 사부와 동방세는 그대로 땅굴 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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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6화

동방세의 눈빛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먼 곳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서양제의 무덤은 끝내 찾지 못했구려.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은 '거미줄' 진법의 핵심일 텐데...”봉구안의 표정이 차갑게 굳었다.“우선 진법의 핵심부터 찾아야겠소.”……한편, 동산국 안에서는 장수들이 담대연에게 급히 보고했다.“참모님, 저희 군량이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될까요?”담대연이 도리어 되물었다.“이 정도 인원으로 어찌 부족하다는 것이냐?”장수는 곤란한 표정으로 대답했다.“저희 병사 수는 많지 않사오나, 이 동산국에 들어온 지 벌써 몇 달이 지났습니다. 게다가 성을 불태울 때 곡식 한 톨 남기지 않고 모두 재로 만들어버렸지요.”그는 이내 제안했다.“참모님, 국사께서 오만 대군을 이끌고 오신다 하지 않으셨습니까? 사람을 보내어 곡식을 더 가져오라 전하시면 어떻겠습니까?”담대연은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좋다. 붓과 먹을 가져와라.”그 무렵, 천옥에서는 황제가 감금된 채 날마다 원담을 향해 고함쳤다.“원담! 네놈은 반역자다!”원담은 날마다 찾아와 직접 음식을 내주곤 했다. 황제도 알고 있었다. 원담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을 말이다.황제는 애써 해명했다.“원담, 짐은 오직 동산국을 위해서였다! 그때는 원씨 가문을 처단해야만 사방의 군심이 안정되었다. 그대도 장수였으니 짐의 뜻을 이해해야 하지 않겠느냐!”하지만 원담은 묵묵히 음식을 내밀 뿐, 눈빛은 차갑고 생기가 없었다.“저는 이해할 수 없습니다.”그는 많은 것을 이해할 수 없었다. 대국을 위한 희생 따위는 듣고 싶지 않았다. 그저 알고 싶었다. 왜 죽어야 할 사람이 하필 그의 부모여야 했는지를. 이미 죽였으면서도 왜 시신 수습조차 허락하지 않고, 들짐승들이 시체를 유린하도록 내버려 두었는지를 말이다.그는 또한 왜 담대연은 굳이 동산국을 멸하려 하는지, 왜 온 천하를 하나로 만들려 하는지에 대해 알지 못했다.잠시 후, 원담은 옥사를 떠났다.성벽 위에서 담대연을 죽일 기회가 있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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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7화

황성 밖, 작은 읍내. 호위 한 명이 급히 달려와 담대연에게 보고했다.“세현진을 붙잡았다는 소식입니다.”담대연은 담담한 표정으로 들을 뿐, 전혀 동요하지 않았다.곧이어 호위가 덧붙였다.“원담의 뜻은, 황실의 다른 자손들까지 모조리 붙잡아 목을 베라는 것입니다. 뿌리째 뽑겠다는 심산이지요.”담대연은 옅게 웃었다.“그렇게 하라고 하거라.”“참모님, 그럼 황제와 태자는 당장 죽이지 않으시겠습니까?”“흠. 원담의 뜻을 따르거라. 어차피 그 둘은 그 자의 원수가 아니더냐.”그의 목소리에는 남을 배려하는 듯한 부드러움이 담겨 있었다.“남제군은 어떤 움직임을 보이고 있느냐?”“아직까지는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뿐입니다. 다만 비열하게도 우리의 보급로를 끊어서, 장기적으로는 우리를 고립시키려는 모양입니다.”담대연은 전혀 흔들리지 않았다.“상관없다. 우리가 동산국 땅을 차지한 이상, 이 땅에서 곡식이 나지 않을까 걱정할 필요는 없지.”……한편, 남강.완부옥은 억지로 서왕을 제어하고 있으나, 스스로도 그것이 최선책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다.그녀는 잘 알고 있었다. 서왕이 겉으로는 온화하고 순종하는 듯하나, 속은 누구보다 고집이 세다는 것을 말이다.도대체 어디에 병부를 숨겼는지, 끝내 알아낼 길이 없었다.그런데 정작 서왕은, 인질이라며 잡혀 있으면서도 도망갈 생각은커녕 날마다 먹고, 자고, 아이를 돌보며 지내고 있었다.그날 아침 식사 자리에서, 서왕은 여유롭게 국을 떠 먹으며 완부옥을 보고 웃었다.“이렇게라도 한 가족이 함께 모여 사니, 참으로 좋지 않느냐. 부옥아, 그렇게 노려보느라 피곤하지 않느냐? 이 생선 눈알이나 먹어서 기운 좀 보충해라.”그는 정말로 그녀의 그릇에 생선 눈알을 두 개 던져 넣었다.그 순간, 완부옥은 손이 저절로 올라가 그의 뺨을 후려치고 싶었다.탁!상을 치며 목소리를 높였다.“아이가 굶주리고 있지 않습니까! 어서 아이부터 먹이십시오!”서왕은 순순히 고개를 끄덕이며 곧바로 숟가락으로 국을 떠서 아들에게 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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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8화

완부옥의 눈빛은 유난히 차가웠다.“저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습니다.”자국을 침범한 외적이라면 당장이라도 베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었다.완부옥은 몸을 돌려 서왕이 있는 쪽과 등을 맞대고 옆으로 누웠다. 서왕은 개의치 않고 혼자서 말을 이었다.“황제의 결정을 믿어보거라.”“천하가 하나로 합쳐지는 것이 그리 나쁠 것이 있겠느냐. '거미줄'이든 약쟁이 독이든, 결국 백성들을 불안하게 하고 권세가들의 도구가 될 뿐이다.”완부옥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저는 남강에서 태어나 자라며 한 번도 남강이 침범당할 수 있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습니다.”서왕이 되물었다.“남강을 지키겠다며 독장벽을 세운 것이, 백성들을 보호함과 동시에 속박이 된 것은 아니더냐?”완부옥은 분노로 눈을 치뜨며 소리쳤다.“다른 나라들이 호시탐탐 노리지 않았다면 저희가 어찌 독장을 세웠겠습니까! 결국 남제를 막기 위한 것이었을 뿐입니다!”말이 거칠어지며 결국 벌떡 일어나 서왕을 노려보았다.“그럴듯한 말로 저를 설득하려 들지 마십시오. 저는 남제가 남강을 지배하는 것을 절대 인정할 수 없습니다! 황제가 어리석어 담대연과 소황을 믿는다 해도, 그것은 남강 내부의 일일 뿐입니다.”“남제가 끼어들 바가 아니지요! 제가 돌아온 이상, 남강의 독장은 반드시 다시 세워질 것입니다. 전하와 전하의 군사들은 어서 물러가는 것이 좋을 것입니다!”서왕은 천장을 바라보며 평온하게 대꾸했다.“부옥아, 너는 본디 남을 해치려 하지 못한다. 네 마음은 약하고, 착하고, 피와 살육을 보지 못하는 아이가 아니었느냐. 그렇다면 더더욱 황제를 믿어야 한다. 머지않아 모든 것이 끝날 것이다.”완부옥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 아무리 들어도 동물들이 지껄이는 대화에 불과하였다. 남제 군이 남강을 침략해 들어와 놓고, 오히려 스스로를 정의라 칭하다니. 그 말은 도무지 받아들일 수 없었다.……동산국, 서방. 소욱이 대군을 이끌고 장기양과 합류했다. 남제의 주력 대부분이 이미 이곳에 모였다.주변의 제후국들은 관망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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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9화

기다리던 정찰 보고가 올 때까지, 소황은 전군에게 길목에 진을 치고 독화살을 점검하라 명했다. 약쟁이들이 만든 맹독이 발라진 화살촉들이었다. 모두 임박한 전투를 대비한 조치였다.이번은 장거리 원정이라 목조 기계새를 가져올 수 없었다. 만약 그 기계새가 있었다면 벌써 적진을 넘어 동산국 깊숙이 침투했을 터. 어찌 담대연의 지휘를 받는 처지가 되었겠는가.때는 이미 7월, 찌는 듯한 무더위였다. 병사들은 연일 계속된 강행군에 지쳐 있었고, 지금 절실히 필요한 것은 잠시의 휴식과 시원한 물이었다.소황은 병사들에게 말에 물을 먹이고, 인근 강에서 식수를 길어오라 지시했다. 잠시 후 시원한 강물이 도착하자, 병사들은 양동이를 둘러싸고 차례대로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하지만 찌는 더위는 쉽사리 가시지 않았다. 몇몇 병사들이 몰래 갑옷을 벗어 몸을 식히려 했다.이를 본 소황이 우렷소리를 질렀다.“대전을 앞두고 이렇게 해이하다니! 지금 저 양나라 군이 습격해 온다면 어떻게 막을 셈이냐!”그는 한 순간도 경계를 늦추지 않았다. 물을 충분히 마신 병사들에게 즉시 대열을 정비하라 했다. 진을 치는 것조차 군율을 지켜야 불의의 적습을 맞설 수 있기 때문이었다.한 시진이 흐른 뒤.정찰을 나갔던 척후가 급히 달려와 보고했다.“국사님! 확인했습니다. 양군은 과연 일만의 병력으로, 동쪽 관문과 성문 밖 삼 리 지점에 집결해 있습니다. 병력을 둘로 나누어 한쪽은 동성문을 향해 포진했고, 다른 한쪽은 후방에 견고한 성채를 쌓아 진을 굳혔습니다.”소황의 얼굴이 침중하게 굳어졌다. 겨우 일만이라면 상대하지 못할 숫자는 아니었다.다만 담대연이 어째서 자신의 오만 대군을 이 양군과 맞붙게 했는지, 그 속셈이 의심스러웠다. 그는 신중하게 생각하며 선뜻 출병하지 않았다. 이 오만 병력은 그의 모든 '가산'이요, 아직 남제군과 싸워보기도 전에 양군에게 잃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물! 물 좀 줘!”갑자기 소무가 큰 소리로 외쳐 그의 생각을 끊어버렸다.소황은 번개같이 고개를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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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10화

“담대연 말고 또 누가 이 '거미줄'의 밀도를 알겠느냐?”소황은 굳게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분명 담대연이 자신을 배신했을 것이라고 생각한 것이었다.“저 죽일 놈의 담대연!”하지만 날 너무 우습게 봤군!양나라 군세가 거세다 해도, 평지에서 벌이는 싸움이라 모든 형세가 한눈에 들어왔다. 소황은 궁병들에게 명령을 내렸다.“독화살을 쏘거라.”얼마 지나지 않아 첫 번째 약쟁이가 나타났다. 이어서 두 번째, 세 번째… 양군은 순식간에 혼란에 빠졌다. 소황은 즉시 결단을 내렸다. 남강의 병사들 중 살아남은 자들만 데리고 포위망을 뚫고 퇴각하는 것이었다.이미 독에 중독된 자들을 데리고 가봤자 오래 버티지 못할 것이 뻔했다. 결국 그는 짐짝 같은 그들을 버렸다.그 순간, 국사가 자신들을 버리고 갔다는 걸 깨달은 중독된 병사들이 몰려드는 약쟁이들을 보며 절망에 찬 울음을 터뜨렸다.“안 돼! 살려주시오!”“돌아와! 돌아와 달란 말이야!”“아아아아아!”……반 시진이 지난 후, 소황은 살아남은 부하들을 이끌고 고지대로 몸을 피했다. 울창한 밀림이라 숨기에 좋은 곳이었다.소무는 원래 철창에 갇혀 있었지만, 더는 운반이 어려워 사슬에 묶인 채 함께 달려왔다. 헐떡이며 겨우 따라붙은 소무가 물었다.“숙부님! 잠시 쉬다 가는 게 어떻겠습니까?”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체 누구를 두고 '숙부'라 부르는지 알 길이 없었기 때문이다.소무가 소황 앞으로 다가갔다. “숙부!”“……?”소황은 걸음을 멈추고 굳어버렸다. 저 놈이 지금 나를 뭐라고 불렀나?곰곰 생각해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소무는 선황의 아들이니, 혈통으로 따지면 분명 조카 뻘이었다.하지만 너무 오랜 세월 소씨 집안의 인정을 받지 못했던 탓일까. 소황은 이 호칭이 극도로 어색했다. 몹시나 거북스러웠다!그는 노기를 띠며 꾸짖었다. “헛소리 말고, 썩 꺼져라!”소무는 한숨을 내쉬었다.“속상하신 거 압니다. 담대연에게 당하신 거죠? 제가 진작부터 말씀드렸잖습니까. 그는 믿을 놈이 못 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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