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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1621 - 챕터 1630

1706 챕터

제1621화

봉구안은 소욱과 혼인한 뒤에도 수련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다만 얼마 전 막내아들을 낳은 탓에 몸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을 뿐이었다.그럼에도 불구하고 남강의 장수 몇 명을 상대하기에는 충분했다.격돌이 이어지는 중, 그녀는 상대 장수들이 일부러 자신을 유인하려 한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의 목적은 그녀를 끌어내어 소황이 기습할 기회를 노리는 것이었다.봉구안은 미끼를 물지 않았다. 끝내 싸움의 범위를 성벽 가까이에서 벗어나지 않게 제어했다. 지금 상태로 소황과 정면승부를 벌이면 승산이 크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소황의 내공은 본래부터 그녀보다 한 수 위였다.한편 소황은 눈을 부릅뜨고 봉구안을 노려보며 언제든 뛰어들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그는 오직 한 가지만을 바랐다. 그녀가 좀 더 가까이 오기를, 단 한 걸음이라도 가까이 오기를 말이다. 적절한 거리만 잡을 수 있다면 단 한 수로 그녀를 사로잡을 수 있었다.하지만 시기를 놓친다면 오히려 그녀를 놀라게 해 달아날 빌미만 주게 될 터였다.소황의 시선이 봉구안에게서 떨어지지 않았다. 다른 장수들 또한 마찬가지였다.그때 후방에서 갑작스레 병사들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적군이… 아아악!”이 한마디가 모든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소황 또한 고개를 홱 돌렸다.그는 말 위에서 분명히 보았다. 누군가가 소무를 구출해 달아나고 있었다!그자는 몸놀림이 날쌔고 기이했다. 더 놀라운 것은 잠시 달리더니 소무를 안은 채 허공으로 뛰어올라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것이다.소황은 번개처럼 깨달았다.“쫓아라! 어서 쫓아라! '거미줄' 밀도가 열렸다!”밀도! 그 길밖에 설명이 있을 리 없었다!방금 전 그자는 분명히 밀도를 통해 아무런 기척 없이 후방으로 침투한 것이다. 그래야만 그렇게 기이한 방식으로 소무를 구출할 수 있었을 터. 동방세가 임무를 마쳤음을 깨달은 봉구안은 더 이상 싸울 필요가 없다고 여겼다. 그녀는 성벽에 매달린 밧줄을 타고 순식간에 성 위로 올라섰다.남강 장수들은 그녀를 붙잡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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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2화

봉구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물었다. “무슨 일이냐, 자세히 말해보아라.”곧이어 소무가 그동안 겪은 일을 죄다 늘어놓았다. 그중에서도 적군 만여 명 가운데 천을 꺾어낸 자신의 활약을 가장 자랑스럽게 늘어놓았다. 그다음에야 비로소 소황이 담대연을 속이고, 기습적으로 남제를 치려 했던 계책을 이어서 말했다.봉구안은 다 듣고 나서야 마음속에 대강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었다. 알고 보니 소황과 담대연은 서로 전적으로 믿는 사이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담대연 쪽은 원군을 기대할 수 없고, 사실상 쓸 수 있는 병력도 없다는 뜻이었다.소무는 소황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덕분에 기분이 한결 가벼웠다. 지난 일 년 동안 겪은 고생을 풀어내는 내내, 마치 만 겹의 산을 넘어온 듯 홀가분했다.동방세가 하품을 한껏 터뜨리더니 말했다. “쓸데없는 말 말고 요긴한 것만 말해라. 예컨대 소황이 남제를 치려는 구체적인 배치나 작전 같은 것 말이다.”소무는 멍하니 눈만 껌벅였다. “어? 그렇게 복잡한 건 없는데요? 그 사람들, 약쟁이가 있으니 그저 힘으로 밀면 된다고 여기는 것 같았어요.”“……”도대체 뭐라 할 수 있단 말인가.그때 소무가 갑자기 “아!”하고 소리를 지르자, 졸음을 억누르던 동방세조차 덩달아 놀라 두 눈을 번뜩였다. “무슨 일이냐!”동방세가 주위를 경계하였으나, 소무는 성벽 쪽을 가리키며 외쳤다. “그럼, 저기 있는 사람들도 가짜란 말이에요?”봉구안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 그녀는 소무를 동방세에게 맡기고 먼저 자리를 떠나 동쪽 군영과 연락을 취하러 갔다.소무는 여전히 끈질기게 물었다. “동방 형님, 아직 대답 안 해주셨잖아요. 성벽 위에 있던 사람들, 그건 뭐예요? 아까 그것들을 보고 소황이 함부로 나서지 못한 거잖아요. 어떻게 그렇게 진짜 같은 허수아비를 만든 건가요?”동방세는 참을성 있게 설명했다. “허수아비가 아니라, 진짜 사람이다. 시체 말이다.”“어… 뭐라고요? 시… 시체요?”소무는 한동안 알아듣지 못하고 얼이 빠져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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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3화

서왕의 진실한 눈빛에 완부옥은 마음이 조금 흔들렸다. 그녀가 물었다.“정말로 남강의 백성들이 남제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서왕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해보지도 않고 어찌 알겠느냐?”“부옥아, 넌 어떻게 생각하느냐. 과연 백성들이 전혀 더 강대한 나라의 보호를 원치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느냐?”“결국은 그들이 남강을 필요로 하는 것이냐, 아니면 남강이 그들을 필요로 하는 것이냐? 현명한 새는 더 좋은 숲을 택하는 법인데, 하물며 사람인데 다른 선택을 하겠느냐. 선택할 수만 있다면, 누구든 더 나은 삶을 원하지 않겠느냐.”“우리의 결이도 그렇지 않느냐. 네가 나를 떠나는 것은 그렇다 치더라도, 넌 아이마저 버리고 갔다. 남들이 보기에 그대는 무정한 여인 같았으나, 나는 알았지. 너도 마찬가지로 결이가 남강에 있는 것보다 남제에 있는 편이 훨씬 낫다고 생각한 것이 아니더냐.”“너 자신도 아이를 위해 남제를 택해 주었으면서, 하물며 백성들이 남제를 택하는 것은 어찌 허락치 않느냐. 그것이야말로 너무도 사사로운 집착이 아니겠느냐?”그의 음성은 내내 평온하고 부드러웠으나, 그 말은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특히 뒤쪽 말들이 더욱 그랬다.완부옥은 듣고 나니 마음이 심히 복잡해졌다. 서왕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그녀 역시 처음엔 결이가 서왕 곁에, 남제에 남아 있는 편이 자신과 함께 남강에 오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했으니까 말이다…서왕은 그녀가 반박하지 않는 것을 보고 자리에서 일어나 다가왔다. 그리고 그녀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의 눈빛은 지극히도 진솔했다.“부옥아, 백성들이 더 나은 삶을 얻을 수 있다면, 내가 천고의 죄인이 된다 한들, 너와 결이가 나를 떠난다 한들, 기꺼이 감당하마. 하지만 나는 믿는다. 너 또한 나와 같을 것이라고…”“네가 남강을 지키는 까닭은 왕실의 권세를 위해서가 아니지 않느냐. 바로 저 백성들을 위함이 아니더냐. 그렇다면 더 나은 결말을 위해, 자신을 조금은 굽히는 것이 어찌 그리 큰 일이라 하겠느냐?”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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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4화

서왕은 완부옥을 깊이 바라보았다. “부옥아, 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막지 않을 것이다.”“그러니 서둘러 결정하지 않아도 된다. 훗날 네가 그 선택을 후회하진 않을까 걱정이 되어 그런다.”완부옥의 얼굴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았다. “제가 자신을 너무 높게 평가했습니다.”“저는 제가 남강의 운명을 좌우할 수 있다고 여겼습니다. 제가 반대하면, 남제의 철기군을 막아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 것이지요.”“저는, 고왕을 의지하면 독장과 독무림을 다시 일으켜 남강을 원래대로 되돌릴 수 있으리라 믿었습니다.”“과연 전하의 말이 옳았습니다. 저는 저 스스로만 생각했지. 제 뜻이 곧 남강 백성 모두의 뜻이라 착각했습니다.”“제가 결이를 남강으로 데려가지 않으려 했던 것도, 남강의 부족함을 제가 그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었습니다.”서왕은 한마디도 끼어들지 못한 채, 그저 굳은 듯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곧 완부옥은 앞으로 나아가 탁자 위에 두 손을 짚었다. 높은 자리에 선 듯, 앉아 있는 서왕을 내려다보았다. 그 눈빛은 예전의 요염이나 다정함은 사라지고, 오직 결연한 의지로 가득 차 있었다.“하지만! 비록 이렇게 부족하고 연약한 남강일지라도, 저 같은 어리석은 자들이 지금 목숨을 걸고라도 지키고, 개혁하려 합니다. 저희의 무능 때문에 나라를 아무렇지 않게 남에게 내주는 것, 그것이야말로 매국이지 않겠습니까!”“싸워보지도 않고 무릎 꿇는 것은 치욕이나 다름없습니다!”“비록 결과를 바꾸지 못하더라도, 적어도…”서왕이 씁쓸하게 미소 지었다. “적어도 한 번은 싸워보고 싶다는 것이냐?”완부옥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전하, 전하께서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당시 남제 역시 사방에서 적을 맞아 멸망 직전까지 갔었지요. 그러나 남제인들은 끝내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남강에서 저라도 마땅히 희망을 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비록 그 희망이 미약할지라도, 저는 결코 가볍게 고개를 숙이고 싶지 않습니다.”“전하께서 늘 말씀하셨지요. 자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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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5화

동산국, 남제 군은 한 달도 채 안 되는 시간에 연전연승하며 황성까지 곧바로 다가왔다. 병력이 성 전체를 압도했으나, 담대연은 조금의 두려움도 보이지 않았다.방 안에 있던 다른 장수들은 모두 전전긍긍하였다. 남제 군의 기세는 파죽지세였고, 자신들의 병력으로는 도저히 막아낼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다. 게다가 남제군에게는 '화룡'이며 기계 새 같은 괴이한 병기도 보유하고 있었다.“참모님, 저희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참모님, 속히 대책을 내려 주시옵소서! 남제군이 곧 공격해 옵니다!”“그렇습니다, 참모님! 지원군도 도착하지 않았는데, 몇 천의 병력으로 수만 명의 남제군을 어찌 감당하겠습니까!”그러나 담대연은 태연자약하였다. 찻잔을 들어 한 모금 삼킨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행군이란 곧 군량이 앞서는 법. 그토록 거세게 몰려온다면, 군량 보급이 반드시 따라오지 못한다. 우리가 '거미줄'의 밀도를 지켜낸다면, 언제든 그들의 군량을 사라지게 만들 수 있다. 그러니 마음을 흔들지 말거라. 최악의 경우라면… 아이들을 남제군에 맡기면 된다.”그 아이들이 무슨 의미인지는, 장수들이 모두 알고 있었다. 군사는 오래전부터 아이들의 식량에 약쟁이로 만드는 독을 풀어놓았다. 다만 기존 약쟁이 독과 다른 점은 발작이 늦게 온다는 점이었다.그 생각에 이른 장수들은 조금씩 진정하였다.담대연은 찻잔을 내려놓고, 싸늘한 눈빛으로 말을 이었다.“지금 남제군의 목줄은 군량이다. 그 목줄을 쥐는 것이 너희들의 첫째 임무다. 남제군의 군량 운송로가 어딘지 아느냐?”한 장수가 일어나 답했다. “참모님! 신이 이미 수하를 보내어 살폈습니다! 남제의 군량은 선성에서 출발하며, 선성 수군이 호송하고 있습니다!”담대연은 잠시 침묵하다 이내 말했다. “선성이라… 남제의 군비 요충지구나. 선성 군이라면 보통의 수법으로는 상대할 수 없지.”장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하였다.“참모님, 그 군량을… 빼앗아야 하겠습니까, 아니면 놔두어야 하겠습니까?”담대연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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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동방세는 확신에 찼다. 그 거대한 청동문 위의 홈, 그곳은 다름 아닌 적연검이 들어맞는 자리였다.문득 봉구안의 말이 떠올랐다. 적연검은 두 자루가 한 쌍을 이룬다고 했다. 명검과 암검이 따로 존재한다고. 그것이 바로 이 청동 거대문의 열쇠일 터였다.동방세가 고개를 돌려 소무를 바라보았다. “너 그 검은 지금 어디에 있느냐?”소무가 눈살을 찌푸리며 답했다. “아까도 말씀드렸지 않습니까? 제 검은 빼앗겼습니다. 그건 사부님께서 제게 주신 검이었는데, 그자들이 억지로 천자의 검이라 우기며 빼앗아 갔습니다…”“쓸데없는 말 말고, 지금 그 검이 누구 손에 있느냐!”평소라면 죽을 위기에도 밥부터 챙기는 태평한 동방세였지만, 이 순간만큼은 전혀 침착하지 못했다. 그의 눈빛이 흥분으로 번득이고 있었다.소무가 얼떨결에 답했다. “그, 그게… 담대연 손에 있습니다.”순간, 동방세의 얼굴이 굳어졌다. 일이 골치 아프게 돌아간 것이다.소무가 어리둥절하다는 듯 물었다. “아니, 검을 잃은 건 저인데, 왜 형님이 더 초조해 보이시는 겁니까?”동방세는 자신의 추측을 확인하기 위해, 그리고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거대한 짐승 형상의 입을 가리켰다. “저기 저 홈을 보거라. 네 검 모양과 닮지 않았느냐?”소무가 눈을 가늘게 뜨며 바라보다가 갑자기 소리쳤다. “어디요? 저는 잘… 아, 보입니다! 맞네요! 정말 똑같아요!”하지만 그의 대답을 듣고서도 동방세의 표정은 밝아지지 않았다.소무가 의아하다는 듯 말을 이어갔다. “아니, 제 검이 어째서…”“우선 여기서 나가자.”동방세가 말을 잘랐다. 소무는 눈치를 챘는지 더 묻지 않고 그를 따라 밖으로 뛰어나왔다. 다만 몇 걸음 가다 다시 뒤돌아보니, 청동문 위의 거대한 용 짐승이 눈앞에 아른거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참으로 무시무시하군요.”……밀실 밖으로 나온 동방세는 땅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소무가 아무리 물어도 그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렇게 시간이 흘러, 봉구안이 동쪽 군영에 서신을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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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7화

봉구안이 말을 마치며 손에 쥔 적연검을 동방세에게 내밀었다.“만일을 대비해서, 내가 혹시 실패한다면 이 검을 가지고 떠나시오. 절대로 담대연의 손에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되오”그러나 동방세는 검을 받지 않았다. 그는 무거운 목소리로 제안했다.“차라리 내가 가는 것이 더 낫겠소. 담대연과 겨룬다면 내게 더 승산이 있지 않겠소?”무공만 따진다면 동방세가 봉구안보다 위였다.하지만 봉구안은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담대연이 결코 무력이 뛰어난 자는 아니요. 우리 둘 중 누가 가더라도 큰 차이는 없을 것이오.”“다만 진안을 열어야 하는 데 있어서는 자네가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나지 않소? 더군다나 담대연을 찾아 곧장 정면으로 맞붙을 생각은 아니요.”“그것은 곧 스스로 그물에 걸려드는 것과 같으니…”그렇게 말하니 동방세도 더는 사양하지 않았다.……동산국 황성 밖. 남제국의 군세는 이미 대군으로 성을 포위하고 있었으나 좀처럼 공격을 개시하지 않았다.장막 안에서 제 장수들이 소욱에게 아뢰었다.“폐하, 더 지켜보아야 합니까?”소욱은 준엄한 목소리로 말했다.“담대연이 황성 안에 있지 않다는 것은, 그의 뜻이 성을 지키는 데 있지 않음을 뜻한다. 십중팔구는 성 안팎에 매복군이 있을 것이다.”“둘째로 소황이 이끄는 주력이 어디로 갔는지 행방이 묘연하다. 아마도 '거미줄'을 빌려 황성 어딘가에 숨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셋째, 군량이 아직 이르지 않았다. 혹여 변고가 생긴 것은 아닌지 두렵구나. 군량이 우리 손에 들리지 않는 한, 황성을 함락한다 해도 그것은 눈앞의 승리일 뿐 장기적인 승리는 아니다.”장기양도 고개를 끄덕였다.“폐하, 군량이 여태 도착하지 않은 것은 저 또한 의아하게 여기고 있습니다. 소신이 직접 가서 알아보는 게 어떠할지요?”그가 염려를 내비친 지 오래지 않아, 척후가 달려와 보고했다.“폐하! 군량이 사라졌습니다!”소욱의 눈매가 차갑게 가라앉았다.장기양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따졌다.“선성군이 어찌 이리 방심할 수 있단 말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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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8화

소욱은 봉구안을 눈앞에서 보고 나서야 비로소 믿을 수 있었다. 그는 곧장 그녀를 품에 안아 올리고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어찌 이곳까지 왔느냐? 진안을 찾은 것이냐?”봉구안은 그의 품에서 물러나 진지하게 바라보았다.“아마도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요. 지금 한 가지 난관이 있습니다. 소무의 검이 담대연에게 있거든요. 진안 밖에 있는 청동문을 열려면, 반드시 그 검이 필요합니다.”소욱은 즉시 뜻을 알아차렸다.“그럼 검을 빼앗으러 온 것이냐?”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예.”그러고는 살짝 덧붙였다.“겸사겸사… 폐하도 뵈러 왔습니다.”소욱이 쓴웃음을 지었다.“결국 나는 겸사겸사 보러 온 것이로구나.”봉구안은 장막 안에 놓인 모래판 지형도를 바라보더니 다가가 자세히 살폈다.“지금은 황성은 공략할 생각이 없으신 겁니까?”“지금은 성을 칠 때가 아니다. 남강에서 곧 지원군이 도착한다 하여, 내가 장기양을 보내 곡식을 맞이하게 했다. 오래 끌 전쟁을 대비하고 있는 중이다.”봉구안이 담담히 말했다.“지원군 이야기가 나와서 말씀드리자면, 이번에 제가 온 것은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소욱이 물었다.“무슨 일이냐?”그는 물을 따라 그녀에게 건네주었다.봉구안은 무심한 듯 시선을 두며 말했다.“폐하,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담대연은 지원군을 만나 보지 못할 것입니다.”소욱의 검눈썹이 모아졌다.“어찌 그리 생각하는 것이냐?”“소황이 담대연을 배반했습니다. 남강 주력군을 이끌고 서쪽으로 진군하여, 저희 남제의 동방 방비가 허술한 틈을 노려 곧장 동방을 치려는 것입니다.”이 소식은 아직 소욱에게 닿지 않은 것이었다. 그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그러나 동방이 함락될 것을 걱정하지는 않았다. 마침 그는 군대를 이끌고 동산국을 정벌하러 친정에 나서면서도, 동방에는 충분한 방어군과 약쟁이의 해독제를 남겨둔 터였다.오히려 소황의 배반은 그에게 유리한 소식이었다. 그는 크게 마음을 놓으며 말했다.“구안아, 너는 참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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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9화

전선의 장수들이 군량을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을 듣자, 연상은 곧장 나서겠다고 답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혹여 자신이 일을 제대로 해내지 못해 시간을 지체하게 될까 하는 것이었다.두 번째 군량 수송은 대군을 상인 행렬로 위장하여 길에 올랐다. 연상이 직접 선두에 섰다. 그녀는 지난 세월 여러 곳을 떠돌며 장사를 해왔기에 길 사정에도 익숙했다.처음에는 글씨와 그림을 사고파는 정도였으나, 부내의 고아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차츰 더 많은 장사에 손을 대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강림의 도움은 빼놓을 수 없었다.강씨 가문은 남제 제일의 거부였다. 원 노인이 세상을 떠난 뒤로는, 집안의 모든 것을 강림이 떠맡아야 했다. 한때는 칼을 차고 천하를 떠돌겠다는 꿈을 품었던 소년이었으나, 결국은 가문의 짐을 홀로 짊어지게 된 것이다.동산국. 봉구안은 밤을 틈타 원부에 도착했다. 그녀는 곧장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글이 적힌 쪽지를 돌에 감아 창으로 던져 넣었다.방 안. 잠 못 이루고 뒤척이던 원담은 그 쪽지를 집어 들었다. 펼쳐본 그의 미간이 단단히 잠겼다. 이내 그는 쪽지를 태워 없애, 다른 이의 눈에 띄지 않도록 처리했다.한 시진 뒤, 자시. 원담은 쪽지에 적힌 지시대로 원 노인의 뜰을 찾아가 지하 밀실로 들어갔다. 그는 본래 그곳의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밀실 안에는 이미 봉구안이 와 있었다. 원담은 그녀를 보자, 복잡하고도 슬픈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조부님께선 잘 계신가요?”원가가 멸문지화를 당했을 때, 조부가 소무를 데리고 남제로 가 몸을 맡기지 않았다면, 그 또한 형장에서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비록 자신이 원가의 혈육이 아님을 알게 되었을지라도, 원담에게 원가는 곧 혈육과도 같은 존재였다.봉구안은 단호히 답했다. “너와 소무를 위해서라도, 원 노인께서는 반드시 살아가실 것이다.”원담의 눈가가 붉어졌다. “소무를 위해서라면 괜찮습니다. 저를 위하다니… 저는 그럴 만한 가치가 없습니다.”봉구안은 그가 겪어온 길을 알고 있었다. “값어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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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30화

담대연은 원담이 스스로 찾아온 것에 놀랐다. 게다가 퇴병책을 의논하겠다니 더욱 의외였다.원담은 그의 책상 맞은편에 앉으며 차갑고 원한에 찬 시선을 보냈다.“천하를 통일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어째서 반격을 미루고 남제군이 동산국의 성들을 연달아 빼앗아가도록 내버려두십니까?”담대연은 직접 차를 따라 주며 온화한 미소를 지었다.“원담, 네 눈에는 동산국이 몇 차례 성을 잃는 모습만 보이겠지. 하지만 내가 보는 것은 남제군이 한 걸음씩 내가 파놓은 함정 속으로 빠져드는 광경이다.”“사냥의 참맛이란 바로 이런 것 아니겠느냐?”“어떤 이는 화살 한 발로 순식간에 짐승을 꿰뚫는 것을 좋아하지만, 나는 사냥감이 함정 속에서 발버둥치다 마침내 절망에 빠져, 영혼은 공포에 떨고 육신은 고통에 몸부림치며 차라리 죽음을 갈구하는 그 순간을 즐긴다.”원담의 표정에는 변화가 없었다.“그런 건 모르겠습니다. 제가 확실히 아는 건, 지금 남제군의 기세가 하늘을 찌를 듯하여 당신으로서는 막아낼 도리가 없다는 사실뿐입니다.”담대연은 여전히 미소를 머금으며 물었다.“그렇다면 너에게는 어떤 묘책이 있느냐?”원담이 입을 열었다.“지금 참모님의 곤경거리는 원군이 없다는 데 있지요. 사실 백성들을 활용하면 됩니다. 남녀노소 가릴 것 없이 모조리 남제군과 맞서 싸우게 하십시오.”담대연의 눈가에 웃음기가 스쳤다.“그 백성들은 나를 뼛속까지 원망하는데, 어찌 내 명령을 따르겠느냐?”원담의 눈빛이 차갑게 식었다.“방법은 간단합니다. 제가 참모님을 죽이면 그만이지요. 제가 동산국 대장군의 명분으로 호령한다면, 민심과 군심을 다시 하나로 모을 수 있을 것입니다.”담대연은 태연히 웃었다.“이미 말하지 않았느냐. 일이 모두 끝난 후라면 기꺼이 네 손에 목숨을 맡기겠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럴 수 없다.”그의 눈빛은 진지해서 거짓으로 보이지 않았다.원담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렇겠지요. 지금 제가 참모님을 죽일 수 없다는 건 저도 잘 압니다. 허나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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