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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폭군의 장군 황후: Chapter 1591 - Chapter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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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1화

봉구안은 곧 출산을 앞두고 있었다. 길어야 며칠 안에 출산할 모양이었다.봉장미는 언니가 무사히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편전전에 머물게 하고, 태의들을 번갈아 불러 살폈다.두 황자들은 편전에 따로 두고, 봉 부인이 직접 돌보았다. 혹여 산모에게 부정이 닿을까 걱정이 되었던 것이다.오늘 봉구안은 오랜만에 아이들이 있는 편전에 가 보려고 했다.문을 막 나서던 찰나, 그녀의 발걸음이 뚝 멈췄다. 시선이 앞에 선 사람에게 꽂혔다.이리 불쑥 나타난 자가 소욱이 아니면, 또 누가 될 수 있으랴.봉구안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소욱은 얼굴에 반가움이 번지더니 성큼 다가왔다.“폐하, 어찌…”말을 잇기도 전에 그는 그녀를 와락 끌어안았다.“네가 걱정되어서 잠을 이룰 수 없더구나.”허스키한 목소리에 눌러 담은 그리움이 묻어났다.그는 봉구안의 이마에 가만히 입을 맞춘 뒤, 조심스레 놓아 앉혔다.“날을 세어 보니 이제 곧 해산날이더구나. 지난번 황자들을 낳을 때, 나는 곁에 있지 못했지 않느냐. 이번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함께하고자 왔다.”그는 줄곧 말을 이었고, 봉구안은 끼어들 틈이 없었다.오랜만에 마주한 그를 보니, 세월이 훌쩍 흐른 듯했다.다시 자란 수염, 한층 야위어 보이는 얼굴까지. 하지만 서른을 넘기고 불혹을 향해 가는 사내의 얼굴에는 침착함과 결단력이 더해져 있었다.이제 그들은 더 이상 남의 뜻에 쉽게 흔들릴 나이가 아니었다.설령 가장 가까운 사이라 하더라도….어찌 되었든, 천 리를 달려와 봉구안의 곁을 지키겠다는 마음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소욱은 편전 안을 둘러보았다.“황자들은 어디 있느냐?”“다른 편전에서 머물고 있습니다. 사람을 보내 데려오겠습니다.”“서두를 것 없다.”그는 봉구안의 불러온 배를 바라보며 눈빛을 깊게 가라앉혔다.“무사히 순산할 것이다.”봉구안이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폐하, 혹 무슨 걱정거리라도 있으신 것입니까?”“네가 떠난 뒤로 불길한 꿈을 자주 꾸었다. 너와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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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2화

소욱은 움직일 생각도 없이 의자에 자리를 잡았다.“송려와 나는 같은 사내이지 않느냐. 송려의 속마음은 내가 두 사람보다 더 잘 알 것이다. 한두 마디쯤 조언을 해줄 수도 있다.”“……”봉구안은 무심히 그를 바라봤다.저 비웃는 듯한 표정만 안 지었다면 믿어주었을 텐데.그녀는 아무렇지 않은 듯 말을 툭 내뱉었다.“준연이와 준열이가 폐하를 보고 싶다고 맨날 울었답니다. 우선 황자들을 보고 오심이…”“편전이 어디라고 했지?”소욱은 번개처럼 자리에서 일어났다.소욱이 사라지자, 봉장미는 그제서야 긴장을 풀었다.“제가 세심하지 못했습니다. 국사 일만 신경 쓰느라 서방님도, 시댁도 제대로 살피지 못했어요… 오늘에서야 알았죠. 아버님께서 돌아가셨다는 걸요...”“뭐라고?”봉구안은 눈을 크게 떴다.이 일은 봉구안도 처음 듣는 소식이었다.마지막에 본 송 대인은 기골이 장대하진 않아도 얼굴빛이 곱고 기운도 좋았다. 이렇게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날 줄이야.봉장미의 눈가가 금세 붉어졌다.“언니, 저 서방님을 잃고 싶지 않아요. 절대 헤어지고 싶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정말 마음을 굳힌 것 같았어요. 어머님과 여동생이 걱정된다며 남제로 돌아가 모시겠다고 하였습니다. 송가 대업도 본인이 직접 맡겠다고 하더라고요. 저희 두 사람은 대체 왜 이렇게 돼버린 걸까요? 이전에 분명 서방님께서는 서여국에 남아있을 거라고 하셨어요. 가업도 아가씨께서 물려받을 예정이었죠… 줄곧 저는 그렇게 믿고 있었어요.”스물다섯이라는 어린나이에 황제라는 무거운 짐을 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황제라는 자리는 그녀를 어른스럽게 만들었지만, 사랑 앞에선 여전히 서툴렀다.예전에는 송려가 모든 걸 맞춰주고 그녀만 바라봤기에, 둘 사이의 문제를 의식조차 못 했다.그가 떠나려는 지금에서야 깨달았다. 이미 관계는 위태로운 줄 위에 서 있었음을 말이다.그러나 그녀는 마음의 준비도 전혀 되어 있지 않았다. 그가 정말 자신을 떠날 수 있다고는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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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3화

그 시각, 봉구안은 송려와 마주 앉아 있었다. 그녀는 먼저 동생 봉장미를 대신해 그를 가둔 일에 대해 사과했고, 이어 그의 부친이 세상을 떠난 데 깊은 애도를 표했다.송려는 슬픔을 감추지 않았다.“나는… 이제 정말 지쳤소. 장미에게는 차마 하지 못할 말이 있소. 아마 평생 이해하지 못하겠지. 서여국에서는 여자는 자유롭게 살 수 있지만, 남자는 가는 곳마다 제약을 받지 않소? 그것이 첫 번째 이유요. 또한 부친께서는 의관직을 동생에게 물려주고 싶어 하셨지만, 갑작스레 병으로 떠나셨소. 동생은 고작 다섯 살밖에 되지 않았소. 어떻게 그 자리를 이어받을 수 있겠소? 내가 돌아가서 지킬 수밖에 없소. 그것이 두 번째 이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힘겹게 이어갔다.“장미의 병은 이미 나았소. 그 아이는 이제 날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것을, 굳이 말하지 않아도 난 알 수 있소. 예전의 의지와 신뢰는 사라지고, 남은 것은 원망과 고집뿐이요.”봉구안은 묵묵히 들었다. 변명도, 동생을 감싸는 말도 하지 않았다.“지금 상황만 놓고 보면, 어머니와 어린 동생에게 자네가 더 필요할 수도 있소. 단, 한가지 물어보고 싶은 것이 있소.”그녀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송려를 바라보며 물었다. “혹, 다른 여자가 생겼소?”송려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모욕이라도 당한 듯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설마… 장미가 물어보라고 시켰소? 어떻게 나를 이렇게까지 의심한단 말이오!”봉구안은 단호하게 말을 잘랐다.“있는지 없는지만 대답해보시오.”“없소!”그 목소리는 굳건했지만, 봉구안은 다시 물었다.“하지만 예전처럼 목숨을 걸만큼 사랑하지는 않는 게 아니오?”잠시 침묵이 흘렀다. 송려는 고개를 떨구며 인정했다.“부부란… 평생을 처음과 같이 살 수는 없는 법이오. 자네도 나와 같은 처지가 아니었소?”봉구안은 반박하지 않았다. 그의 역질문에도 휘말리지 않았다.“같은 상황이라 해도, 예전의 자네였다면 오늘처럼 쉽게 이혼을 꺼내지는 않았을 것이오. 기다리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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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4화

봉장미는 마침내 놓아주기로 마음을 굳혔다. 그녀는 송려를 불러 직접 서명하고 인장을 찍은 이혼서를 건네주었다. 송려는 그 서류를 받아들었지만, 어깨를 짓눌렀던 무거운 짐이 조금도 가벼워지지 않았다. 그는 오랫동안 곁에서 지켜온 여인을 바라보았다.처음 그녀와 함께하게 된 건 그 순수하고 선한 마음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마도 그녀가 변했거나, 아니면 서여국이라는 이곳이 자신을 바꿔놓았을지도 모른다. 이기적인 마음으로는 장미가 예전 모습 그대로이길 바랐다. 차라리 평생 그녀를 돌보며 사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으니까.하지만 본질적으로 장미는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었는데, 그는 여전히 제자리에 머물러 있었다. 그런 시간이 길어지면 언젠가는 틀어질 수밖에 없었다.송려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 “부디 몸조심하시오.”봉장미의 시선은 고요한 물결처럼 잔잔했다. “가서 하고 싶은 일을 하세요. 다시는 돌아오지 말고요.”'다시는'이라는 두 글자가 송려의 가슴에 날카롭게 박혔다. 그가 한 걸음 다가섰다. “혹… 한번만 안아줄 수 있겠소?”봉장미는 한 발 뒤로 물러섰다. “안 돼요.”그녀의 대답은 단호하고 결연했다. 결국 그녀의 마음속에는 원망과 한이 남아 있었다. 그녀에게 송려는 이 관계를 먼저 버린 사람, 먼저 떠난 사람으로 보였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손을 놓은 것뿐이었다. 원망 없이 미소 지으며 그를 떠나보내는 것은 불가능했다.“가세요.”그녀는 뒤돌아서 더 이상 보지 않았다. 송려는 그 자리에 굳은 채로 서서 얼굴이 굳어졌다. 잠시 후, 두 손을 모아 예를 올린 뒤 몸을 돌렸다.봉장미가 다시 고개를 돌렸을 때 그는 이미 사라진 뒤였다. 그가 서 있던 자리를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잠깐 쓸쓸함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감정은 안도였다. 결과가 좋든 나쁘든 더 이상 매일 근심에 잠길 필요가 없었다. 지금 이대로도 괜찮았다. 이제는 국사에만 전념할 것이라 다짐하는 그녀였다.……송려는 떠나기 전 봉구안에게 작별 인사를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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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5화

봉구안은 매우 진지한 표정으로 소욱을 바라보았다.“이유는 잘 모르겠어요. 다만… 걱정이 돼요. 어쩌면, 우리를 걱정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소욱은 그녀의 미묘한 감정 변화를 예민하게 포착했다. 곧 그녀가 송려와 봉장미의 결말을 보고, 자신과 소욱의 운명을 떠올린 것임을 직감했다.소욱은 장난치며 매달리던 어린 아들을 살짝 밀어내고는, 봉구안 옆에 앉아 그녀의 어깨를 감쌌다.“내가 너를 떠날 일은 없다.”그와 봉구안은 결코 그런 비극적인 결말에 다다르지 않을 것이다.봉구안은 심신이 지쳐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부부의 정은 깊었지만, 방금 전에 소욱에게 밀려난 어린 아들은 부친을 향해 볼을 부풀린 채 앙큼하게 노려보고 있었다.……남제 황제가 이곳에 온 사실을 봉장미는 밖으로 알리지 않았다. 송려가 떠난 이상, 남제 황제도 곧 돌아갈 거라 여긴 것이었다. 그런데 이 사람이 며칠째 눌러앉아 있는 것이 아닌가.그녀는 여러 번 넌지시 돌아가라는 뜻을 비쳤지만, 남제 황제는 고의적으로 그녀의 말을 못 들은 척하였다. 결국 봉장미는 언니를 찾아와 물었다.“언니, 폐하는 대체 언제 떠나실 계획인가요?”“아마도 내가 아이를 낳고 나서일 것이야.”“그럼 며칠 안 남았네요.”봉장미는 스스로를 위로했다.봉구안이 웃으며 말했다.“보기 싫으면, 궁 밖으로 거처를 옮겨 주면 되지 않을까?”봉장미는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언니는 폐하가 뻔뻔하다고 생각지 않으세요? 서여국을 치겠다는 사람이 날마다 제 앞에서 어슬렁거리니, 차라리…”죽여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봉구안은 봉장미의 마음속 응어리를 짐작했다.“그 마음을 바꿔 서여국을 치지 않게 할 수 있다면, 나쁘지 않은 방법일 수도 있지.”봉장미가 한숨을 내쉬었다.“그야 방법이긴 하지만, 설령 이번 세대엔 우리를 치지 않는다 해도, 다음 세대, 그다음 세대 남제 황제는 어떨까요? 남이 봐주기를 바라느니, 차라리 스스로 강해져야죠.”봉구안은 잔잔히 미소를 지었다.“정말로 네가 많이 자랐구나.”“언니, 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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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6화

“응애!”갓난아기의 우렁찬 울음소리가 내전 전체에 울려 퍼졌다. 봉구안이 무사히 아들을 낳은 것이다.소욱이 급하게 내전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침상 위의 봉구안 곁에는 아기가 포대기에 곱게 싸여 놓여 있었다. 그녀가 고개를 돌리자, 그 작은 생명이 바로 눈에 들어왔다. 아직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한 채 고양이 새끼처럼 작은 아이가 계속해서 울고 있었다.소욱이 다가와서 물었다. “몸은 괜찮으냐?”봉구안이 고개를 끄덕였다. “예, 무사히 낳았습니다.”그녀가 옆의 아기를 가리켰다. “한번 안아보십시오.”소욱은 이렇게 작은 아기를 처음 안아보는 것이라, 조심스럽기 그지없었다. 미리 전해 들은 궁인들의 보고에 따르면, 그는 또다시 아들을 얻은 것이었다. 세 번째 아들이었다.그는 주름투성이에 늙은이처럼 보이는 작은 얼굴을 바라보며, 마치 꿈을 꾸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혔다.이때 봉장미가 들어왔다. 그녀가 말했다. “먼저 언니를 좀 쉬게 해주세요.”땀에 흠뻑 젖은 언니의 모습을 보니, 아이를 낳는 일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절로 느껴졌다.소욱이 서둘러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구안아, 그럼 너는 쉬거라. 아기는 내가 밖으로 데리고 나가마. 시끄럽게 해서는 안 되지.”봉구안은 기운이 없어 고개만 살짝 끄덕였다.외전.소욱은 새로 얻은 아들을 품에 안고, 여러 생각에 잠겼다.봉장미가 은근히 말을 꺼냈다. “또 아들을 얻으셨으니, 폐하께서는 언제 서여국을 치실 생각이십니까? 어 일찍 치실 건가요?”소욱은 말문이 막혔다. 정작 그는 딸을 원했다고 말할 수나 있을까. 이미 두 아들만으로도 그와 봉구안을 충분히 고생시켰는데 말이다.편전아이들은 어미가 아이를 낳는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다시 아버지를 뵈니, 품에 낯선 아기를 안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그 아기가 '너희들의 동생'이라고 하였다.'훗! 어디서 데려온 동생이란 말인가.'……봉구안이 눈을 떴을 때, 소욱은 침상 곁에 앉아 심각하게 생각에 잠겨 있었다.“아기는 어디에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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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7화

봉 부인은 비록 그 말이 봉장미의 마음을 다치게 할 것을 알면서도, 결국 참지 못했다.“네 이모도 한때는 그렇게 화려하게 보였지만, 결국 무엇을 얻었더냐? 나는 네가 그처럼 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너를 사랑하는 부군이 있지 않느냐.”“네가 아이를 낳지 못해도 그는 한 번도 너를 탓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 가족도 있지 않느냐… 나는 언젠가 남제로 돌아갈 것이다. 그때 너 혼자 서여국에 덩그러니 남게 된다면, 내가 어찌 마음을 놓을 수 있겠느냐?”봉장미의 눈가가 살짝 붉어졌다.“어머니께서는 이모의 일생이 비참했다고 생각하시나요?”“하지만 저는 이모님이 참으로 훌륭했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모님처럼 서여국을 지키고, 황실의 혈맥을 이어가고 싶어요. 그 분이 제 곁을 지키지 못한다면, 다른 이를 찾으면 돼요. 아니면… 아예 사내가 없어도 되고요!”봉 부인이 노기를 띠며 꾸짖었다.“네가 과연 남제와 맞서 싸울 수 있을 것 같으냐!”서여국에 온 이후, 어머니가 이렇게 강하게 말한 것은 처음이었다. 봉장미는 놀랐다. 그리고 더욱 놀라운 것은… 어머니가 마치 남제와 서여국이 장차 전쟁을 치를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한 말투였다는 것이다.봉장미는 곧 시선을 시녀 채월에게로 돌렸다. 남제에서부터 줄곧 그녀 곁을 지켜온, 마음 놓고 믿을 수 있는 심복이었다. 하지만 이 순간, 채월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봉 부인이 먼저 입을 열었다.“채월이가 내게 알려준 아니다. 내가 직접 들은 것이다. 네가 폐하와 이야기할 때, 내가…”봉장미가 씁쓸하게 웃었다.“그렇다면 어머니도 잘 아시겠네요. 전쟁을 일으키려는 쪽은 남제라는 것을요. 그런데 왜 어머니는 사위는 탓하지 않고, 저를 향해 호통을 치세요?”딸의 원망이 깃든 눈빛과 마주하자, 봉 부인의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장미야, 너는 도대체 언제부터 이렇게 변한 것이냐? 왜 그토록 서여국에 집착하고, 굳이 황위에 오르려 하느냐?”“나는 다른 것은 바라지 않는다. 황실 혈통이니, 서여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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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8화

자시, 채월이 약속대로 찾아왔다.봉 부인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물었다.“우리 장미가… 나한테 숨기는 일이 있는 게냐?”낮에 채월이 만나서 할 말이 있단 말을 남긴 뒤로, 봉 부인은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었다.채월의 안색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녀는 먼저 봉 부인을 인적 드문 곳으로 데리고 갔다.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확인한 뒤, 낮게 속삭였다.“천옥… 폐하께서는 마음이 언짢으실 때마다 천옥에 가시곤 하셨습니다.”봉 부인이 다급하게 물었다.“천옥에 가서 대체 무슨 짓을 한다는 게냐?”채월은 기억을 떠올리자 눈동자가 커지고, 본능적으로 속이 울렁거려 헛구역질을 했다.봉 부인이 황급히 다가가 그녀의 등을 두드렸다.“채월아, 왜 그러느냐?”채월이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눈가에는 이미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그 모습을 본 봉 부인은 걱정과 더불어, 천옥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당장 알고 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해졌다.채월이 한참 숨을 고른 뒤, 쉰 목소리로 말했다.“천옥에는 죄인들이 많이 갇혀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그들을 직접 고문하는 걸 좋아하시는데, 특히 남자들을… 폐하께서 친히 그들을 거세하시곤 했습니다.”봉 부인의 몸이 순간 굳어졌다. 손발이 차갑게 식고, 머리끝까지 소름이 돋았다.그녀의 장미는 어릴 적부터 어질고 순한 아이였다. 그렇게 선한 아이가 어쩌다 이토록 잔혹하게 변한 것일까.“흐윽…”봉 부인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린 채 어깨를 떨며 낮게 흐느꼈다.장미가 이렇게 변한 것을, 어미인 자신이 모를 리가 없었다. 낮에 장미가 했던 말처럼… 그 아이는 과거의 일을 결코 잊지도, 놓지도 못했다.모두 자신이 잘못한 탓이었다. 장미가 화를 입었을 때, 자신은 그 아이를 지켜주지 못했다. 이후 장미가 송려와 혼인했을 때도 '송려가 곁에서 고쳐주고 지켜줄 것'이라 스스로 위안하며 더 이상 신경 쓰지 않았다.돌이켜보니, 참으로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그토록 큰 상처를 입은 아이를, 다 회복하지도 못한 채 다른 사내에게 맡기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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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9화

잠시 후, 궁인들이 봉 부인을 찾아냈다.정확히 말하면, 우물에 몸을 던지려다 실패한 봉 부인을 발견한 것이었다.다행히도 때마침 달려가 사람을 건져 올릴 수 있었다.온몸이 흠뻑 젖은 그녀는 이를 떨며 중얼거렸다.“내가… 쓸모없어서 그래… 다 내 탓이야…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할 수 없어…”……황제 침실짝!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봉장미가 채월의 뺨을 날카롭게 후려쳤다.그 눈빛엔 서릿발 같은 기운이 서려 있었다.“누가 이 일을 밖에 떠벌리라고 했느냐! 네가 사람을 죽일 뻔했구나!”채월은 털썩 소리가 날 듯, 그대로 땅에 무릎을 꿇더니 두 손으로 스스로 뺨을 내리쳤다.“제가 잘못했습니다! 모두 제 입이 가벼운 탓입니다… 천 번 만 번 죽어 마땅합니다!”봉장미는 그간 자신을 따르던 정을 생각해 그녀를 부축해 세웠다.“채월아, 나는 너를 친자매처럼 여겨왔다. 어머니나 언니조차 모르는 많은 일을, 너만큼 아는 이는 없었지. 그런데 이렇게 내 믿음을 저버리니, 내가 어찌 화가 나지 않겠느냐?”채월은 눈이 벌겋게 충혈된 채 더 깊이 고개를 숙였다.“죽을 죄를 지었습니다…”봉장미는 한숨을 내쉬며 수건을 들어 채월의 눈물을 닦았다.“그만해라. 얼굴까지 상하게 쳤으니 가서 약을 발라라.”“예, 폐하…”봉장미는 지친 몸을 의자에 기대며 숨을 골랐다.지금은 어머니를 찾아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어떤 표정으로 마주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그녀는 알고 있었다. 어머니가 우물에 몸을 던진 건 채월의 말 때문만이 아니라, 낮에 자신이 던진 그 말이 너무나 가혹했기 때문임을 말이다.하지만 한 번 쏟아낸 말은 거둬들일 수 없다.게다가 그 말은 모두 자신의 진심이었다.어머니가 반드시 알아야 할 진심, 그래야 앞으로 자신을 남제로 돌려보내 송 부인으로 만들려는 일을 그만둘 테니까.답답하고 어수선한 마음에 숨이 막혔다.원래도 국사와 송려의 떠남으로 괴로웠는데, 그 위에 이런 일까지 터졌다.어머니도 참… 이런 일로 목숨을 끊으려 하다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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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00화

봉구안의 산후조리를 생각해 소욱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봉구안 역시 더는 묻지 않았다.하지만 마음속으로는, 분명 무슨 일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전 같았으면 기어이 파고들어 끝까지 진상을 밝혀냈겠지만, 이제는 짐을 내려놓고, 괜한 걱정을 줄이려 애쓰고 있었다.그녀가 조심스럽게 물었다.“언제 남제로 돌아가실 생각이십니까?”갓 태어난 지 며칠 안 된 아들을 품에 안고 있던 소욱의 표정이 순간 굳었다.“왜 그렇게 나를 서둘러 내쫓으려는 것이냐? 적어도 네 산후조리가 끝날 때까지는 함께 있겠다고 하지 않았느냐. 게다가 우리 아들이 이제 막 태어났는데, 내가 곁에 있어 주어야 하지 않겠느냐?구안아, 너는 모른다. 아이들이 세상에 태어날 때, 내가 그들을 처음부터 안아줄 수 없었던 게 내 마음에 얼마나 한이 되었는지.”봉구안은 가차 없이 받아쳤다.“그것도 폐하께서 경솔하게 행동하셨다가, 북연에 잡혀가셨기 때문이 아닙니까.”소욱은 말문이 막혔다.“…지난 일은 다시 꺼내지 말자.”그는 무심코 아들의 귀를 가렸다.봉구안의 눈빛이 진지해졌다.“폐하께서 여기 계시면 저는 걱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첫째, 서여국 사람들이 폐하를 해칠 수 있고, 둘째, 남제에는 폐하께서 이끌어야 할 대국이 있습니다.”소욱은 불쑥 말을 던졌다.“그렇다면 너도 나와 함께 남제로 돌아가자.”말을 마치고 그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았다.봉구안 역시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아이는 유모에게 맡기고, 정사 이야기를 좀 나눠야겠군요.”소욱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솔직히 그는 지금처럼 온 가족이 함께하는 평온함을 즐기고 싶었지, 끝없는 전쟁 이야기를 꺼낼 마음은 없었다.아기를 유모에게 맡긴 뒤, 소욱은 침상 옆에 앉았다.“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냐. 만약 네 산후조리가 끝난 후에도 서여국에 머물겠다면, 나는 결코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그는 엄숙하게 미리 선을 그었다.봉장미와 송려의 최후를 직접 목격한 뒤, 그는 봉구안을 이곳에 두는 것이 더욱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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