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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의 장군 황후의 모든 챕터: 챕터 1581 - 챕터 1590

1706 챕터

제1581화

봉구안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송려가 서여국을 떠났다고?그녀는 곧장 봉장미에게 물었다. “장미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봉장미가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언니, 그리 심각하게 받아들일 일은 아니에요. 그저 부모님이 그리워서 남제로 돌아가 뵙겠다고 하더군요. 연초에 서신을 보내왔는데, 아버님 병환이 깊어 당분간 자리를 비우기 어렵다고 했어요.”봉구안이 한마디 더 물었다. “너희 사이에 불화가 생긴 건 아니지?”그녀는 느낄 수 있었다. 봉장미가 송려 이야기를 꺼낼 때 예전처럼 설레는 듯한 표정은 사라지고, 대신 근심과 막연함만이 남아 있었다.봉장미는 곧바로 답하지 않고, 곁에 있던 유아를 바라보았다. 유아는 눈치가 빨라 곧 말했다. “저는 아직 읽을 서책이 남아 있어서요!”“어마마마, 이모님! 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그 말만 남기고 그 작은 아이는 총총히 물러났다.그제야 봉장미가 언니에게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언니도 알다시피, 제가 유아를 거둔 뒤로는 오라버니가 우리 곁을 어슬렁거리는 걸 원치 않았어요. 특히 유아에게 영향을 주는 건 더더욱 싫었죠. 오라버니가 서여국에 눌러앉겠다고 할 때에도, 저는 그냥 눈감아 주었어요.”“그런데 오라버니께서 부군을 통해 틈만 나면 유아의 소식을 알아보려 하고, 심지어 직접 만나려 하더군요. 부군은 마음이 여린 사람이라, 그 점은 잘 알고 있답니다. 제가 부군과 오라버니의 개인적인 왕래를 막지는 않았지만, 오라버니가 혹여 선을 넘을까 싶어 암위들에게 살피게 했어요.”“그 일로 부군이 자신을 구속한다고 느낀 모양이에요. 그래서 마음을 식히겠다며 남제로 간 거죠. 그래서 저도 그냥 두었어요...”“그런데 어째 지금까지 돌아오지 않았네요…”봉구안은 사정을 들은 뒤, 치우치지 않게 말했다. “부부 사이의 일에 내가 끼어드는 건 좋지 않아. 송려가 너에게 얼마나 잘했는지는, 너도 잘 알 터. 무슨 결정을 내리든, 훗날 후회만 하지 않는다면 돼.”봉장미가 그녀의 말을 끊었다. “결정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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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2화

봉구안은 봉장미의 추측을 부정하지 않았다. 소욱이 천하통일의 뜻을 품고 있다면, 필시 동산국을 겨냥할 것이었다.봉장미가 고개를 저으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사마귀가 매미를 잡으려 하는데, 그 뒤에 참새가 노리고 있는 형국이군요. 하지만 제가 알기로는 담대연 또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에요. 그 자가 감히 황성을 정면으로 공격했다면, 분명히 퇴로도 미리 마련해 두었을 거예요.”“그럴 법도 하지.”봉구안이 낮게 중얼거렸다.그녀와 소욱이 동산국에 갇혀 있을 때, 담대연이 장공주를 통해 천 리 밖에서 '거미줄' 도면을 보내온 일이 있었다. 만약 담대연이 뒷수를 쥐고 있다면, 이른바 완전한 '거미줄' 도면은 진짜와 가짜가 뒤섞여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봉구안은 남제를 걱정하기 시작했다. 이번 전쟁의 승부는 상대가 담대연이라는 이유만으로도 쉽사리 예측하기 어려워졌다.“어마마마!”소준연은 동생들과 놀다 지쳐서 그녀 곁으로 달려왔다. 봉구안의 근심은 아이들의 해맑은 목소리에 금세 사라졌다.그녀는 아이들의 앳된 얼굴을 바라보며 마음이 따스해졌다. 심지어 아이들을 데리고 속세를 떠나 은거하고 싶은 마음마저 들었다. 이 순수한 아이들이 세상의 더러움에 물들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사람이 되게 하고 싶지 않았다.아마 소욱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는 아이들이 자라기 전에 천하를 통일하여, 그 모든 죄업을 자신이 짊어지려 하는 것이리라.막내아들이 따뜻한 차를 한 모금 마신 뒤 봉구안의 옷자락을 꼭 쥐고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어마마마, 아바마마가 보고 싶어요.”소준연은 동생의 손을 살짝 밀쳐내고 봉구안의 무릎에 머리를 기대었다. 그런 뒤 그녀의 배 속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어마마마, 저는 알아요. 어마마마 뱃속이 작아지면 우리가 집에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을요.”봉구안이 은은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어찌 그리 잘 아느냐?”소준연은 고개를 들어 어른스러운 표정으로 대답했다. “할마마마께서 방금 말씀해 주셨습니다. 동생은 놀기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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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3화

호위가 갑자기 놀라 소리쳤다.“폐하, 이러시면 아니 됩니다!”황제가 날카로운 눈빛으로 꾸짖었다.“어서 물러가거라!”호위가 대전 밖으로 나서려던 찰나, 황제의 눈빛이 차갑게 식으며 그를 불러 세웠다.“만약 원담이 출병을 거부한다면… 그 자리에서 목을 베어라!”동산국에 반심을 품은 자를 두어서는 아니 된다.그것이 곧 원담에게 내리는 마지막 기회였다.충성을 증명하면 살 것이요, 그렇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었다.……감옥.원담은 말서를 끝까지 읽고 피식 웃었다.“원가 사람들이 그렇게 많이 죽었는데, 고작 이런 하찮은 말 몇 줄로 나를 바꾸겠다? 허허… 가소롭구나.”감옥 문 밖에 서 있던 호위의 얼굴이 굳어졌다.“원 장군, 은혜를 몰라도 너무 모르시는구려. 폐하께서도 그때는 어쩔 수 없으셨소. 원망할 자가 있다면 담대연을 원망하시오. 대주국의 잔당을 규합해 천하를 어지럽힌 자가 바로 그 자이니 말이오!”“폐하께서 장군을 죽이지 않으시고 오히려 중용하려 하시니, 그 은혜만으로도 족히 감사해야 하지 않겠소!”원담은 싸늘한 눈빛으로 그를 올려다보았다.“그래? 그런데 네 손엔 왜 칼이 쥐어져 있느냐?”“혹여 때가 되면 내 목을 치려는 것이 아니더냐?”호위는 칼자루를 쥔 손에 힘을 주었다.“원 장군, 이번이 마지막 기회요. 어차피 그대는 원가의 핏줄이 아니지 않소. 그들에게 휩쓸려 헛되이 죽을 까닭은 없지 않소.”그 입에서 ‘원가’라는 말이 나오자, 원담의 눈 속에 증오의 불길이 번졌다.“동산국도 모두 무덤 속에 들어가야 마땅하다!”“불경하다!”호위가 칼을 뽑아 들었다.그때, 뒤쪽에서 여인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저에게… 그 분과 몇 마디 나누게 해주십시오!”호위가 돌아보니 뜻밖의 인물이었다.“진 낭자?”그는 곁눈질로 원담을 살폈다.두 사람이 혼인이 성사될 뻔한 사이였으니, 혹여 진 낭자가 나서면 설득의 여지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리하여 호위는 자리를 비켰다.진 낭자는 온몸에 흰빛 상복을 입었고, 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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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4화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병사가 달려왔다.“원담! 원담입니다! 그자가 감옥에서 빠져나왔습니다!”담대연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원담이라…”그들이 사제의 연을 맺은 지 벌써 오랜 세월, 다시 만날 날이 오리라고는 생각지 못했다.원담은 정예 병사 한 부대를 이끌고 남강군의 포위망을 뚫어냈다. 곧바로 성문을 열어젖혀, 성 밖에서 대기하던 동산국 원군을 성 안으로 끌어들였다.성문 밖에서 군세를 지휘하던 장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하자마자 굳어 섰다가 눈가가 붉어졌다.“원 장군!”원담은 투구를 쓰고 말 위에 당당히 앉아 있었다.“속전속결하라!”그들은 성문에서 곧장 황궁을 향해 반격에 나서려 했다. 그러나 십여 리도 채 가지 못해 적군이 길목을 차단하고 있었다. 그 수는 천여 명이었다.원담은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그 병력을 이끄는 자는 다름 아닌 담대연이었다.원담의 눈빛이 복잡하게 흔들렸다. 원망과 의혹이 뒤섞여, 마침내 분노의 외침으로 터져 나왔다.“담대연! 너는 동산국을 배신하고도 모자라, 이제는 남강을 끌어들여 동산국을 치려 하는가! 그런데도 굳이 대주의 깃발을 빌려 우리 원가를 해치려 드는 것이냐! 어찌하여!”그들은 수년간 사제의 정의를 나누었다. 원담은 진심으로 이 스승을 우러러 보았다. 설마 그 모든 것이 처음부터 계산된 접근이었단 말인가?담대연은 흰 소복만 입은 채, 갑옷도 병기도 지니지 않았다. 살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모습이었다. 그는 말 위에서 느긋하게 고삐를 잡으며 원담에게 말을 건넸다.“나는 너와 검을 마주하고 싶지 않다. 내려서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자꾸나.”원담의 동공이 수축했다.“우리 사이에 무슨 나눌 말이 있다는 것이냐!”담대연은 그의 부모를 죽음으로 내몬 원수였다. 원담은 그저 이자를 베어 죽이고 싶을 뿐이었다.담대연이 옅은 미소를 지었다.“그토록 나를 미워하느냐.”원담의 시선이 칼날처럼 차갑게 가라앉았다. 어찌 웃을 수 있단 말인가!바람을 가르는 소리와 함께 원담의 검이 칼집에서 뽑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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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5화

원담은 깊게 가라앉은 슬픔을 억누르며 관을 부여잡고 일어섰다. 그 눈빛은 서릿발처럼 차갑게 담대연을 겨누었다.“네놈을 반드시 죽이겠다! 담대연, 기어이 네 목을 취하고 말겠다!”담대연은 마치 크게 실망한 듯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좋다. 끝내 미혹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여전히 동산국을 위해 목숨을 내던진다 하니… 나 또한 더는 너를 봐줄 수 없겠구나.”그의 명령이 떨어지자, 곧 수십 명의 궁수가 그림자처럼 나타났다.……동산국 황궁.황제는 마치 가시방석 위에 앉은 듯 안절부절못하며 호위에게 다그쳤다.“원담 쪽은 어찌 되었느냐?”“폐하, 근심 마옵소서. 원담이라면 반드시 담대연 무리를 붙잡아 둘 것입니다. 지금 급선무는 폐하를 황궁 밖으로 모시는 일입니다.”황제는 고개를 끄덕였다.“옳다. 어서 나서자!”그는 황제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무사해야 하는 몸이었다.두 시진 뒤.담대연은 마지막까지 발악하며 저항하는 원담을 차갑게 내려다보았다.아직 싸우고 있는 동산국 병사는 절반 남짓. 나머지는 이미 무수한 화살에 맞아 쓰러져 있었다.그 화살에는 독이 묻어 있지 않았다. 담대연이 전에도 말했듯, 독화살은 수량이 한정되어 있어 이런 소규모 전투에 함부로 쓰지 않았다.담대연 쪽도 사상자가 생겼으나, 그는 조금도 조급해하지 않았다. 마치 높은 산 위에서 호랑이 싸움을 내려다보듯, 모든 생명을 똑같이 무가치하게 여기는 눈빛이었다.그때 한 병사가 달려와 보고했다.“참모님! 궁중에 변고가 생겼습니다. 황제가 도망쳤습니다!”담대연의 눈매가 어두워졌다.“어디로?”“아직 알 수 없사오나, 하늘에서 살피던 자들이 궁 안에서 수상한 움직임을 보았다 합니다. 황제는 수많은 대역을 세워 눈을 속였사온데, 저희 병력이 부족하여 나누어 쫓았으나 하나같이 진짜가 아니었습니다.”담대연의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이 판국에, 그가 달아난들 어디로 가겠느냐. …허나, 잘되었다.”“도망쳤다는 소식을 온 성에 퍼뜨려라. 황제가 성을 버리고 달아났다 하라. 그러면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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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6화

원담은 비분을 억누르며 검을 내려놓았다.“담대연, 명심해라, 네 목숨은 내 것이다!”복수는 어렵지 않다. 그 원한의 굴레를 풀기는 어려운 법이었다.……어느덧 3월이 되었다.서여국.봉구안은 안심하고 출산을 기다리고 있었다.봉 부인은 아예 궁에서 살며 딸을 몸소 돌보았다.세 자녀 중에서 그녀가 지금 가장 걱정하는 것은 역시 봉장미였다.사석에서 그녀는 봉구안에게 말했다.“장미는 일생의운명이 순탄치 않다.”“송려가 한평생 그 아이를 지킬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송려도 갈 줄은 몰랐구나.”“구안아, 너는 장미의 언니이자, 송려와 친분이 있으니 반드시 화해를 도와야 한다.”봉구안은 담담하게 말했다.“소가 물을 마시지 않고 머리를 억지로 눌러도 소용없다는 것을 어머니께서는 잘 아실 것입니다.”“그들의 일은 여전히 그들 스스로 해결해야 합니다.”봉모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이건 별개인데...”그녀가 막 입을 열자 봉장미가 돌아왔다.“언니, 동산국은 이제 완전히 끝났어요!”“안으로는 남강이 황성을 공략하여 황제가 탈출하도록 강요하고, 밖으로는 남제가 성을 포위하는 것은 진퇴양난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한때의 병마대장군조차도 지금은 담대연의 곁에 있는 사람이 되었고요....”봉구안이 물었다.“원담을 가리키는 것이냐?”봉장미가 고개를 끄덕이다.“맞아요, 바로 그 사람이 담대연의 사람이 되었다 합니다.”봉구안 이전의 걱정은 그래도 현실이 되었다.담대연이 동산국을 철저히 공략하려면 필연적으로 원담에게 손을 댈 수밖에 없었다.그렇게 되면 원담을 제거하거나 자신의 용도로 귀속시키게 될 것이라 예상한 그녀였다.담대연의 공심책으로 원담은 그의 적수가 아니였다.그러나 원담의 입장에서 가족은 자신이 한평생 충성했던 황제에게 죽임을 당했으니, 생각이 나지 않을 수밖에 없었다.담대연은 마침 그 틈을 타서 들어온 것이었다.“언니, 우리 이 서녀국 지하에도'거미줄'이 있나요?”봉장미는 동산국의 곤경을 보고 교훈으로 삼았다.봉구안은 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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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7화

완부옥의 얼굴에 분노가 가득 번져올랐다.“설령 남강에 이 몸 둘 곳이 없다 하더라도, 저는 남강 사람입니다! 남강을 배반하고 남제에 귀순하라니, 심지어 남강을 치는 데 힘을 보태라니, 어불성설이로군요! 아들을 미끼로 유혹한다 하셨습니까? 제가 그런 것에 흔들릴 줄 아십니까? 자식은 또 둘 수 있으되, 남강은 오직 하나뿐입니다!”서왕의 얼굴이 창백해지며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의 품에 안긴 결이가 놀라 울음을 터뜨렸다.“어머니…”완부옥의 눈빛이 차디차게 가라앉았다. 그리고 냉정하게 꾸짖었다.“그만 울거라!”그녀는 일말의 망설임도 허락하지 않은 채 단호히 몸을 돌렸다. 서왕의 숨소리가 거칠어졌다. 그러더니 낮은 목소리로 명을 내렸다.완부옥이 막 방을 나서려는 순간, 위에서 그물이 떨어져 내렸다. 그녀가 반격할 틈도 없이 이미 여러 고수들이 달려들어 양손에 쇠고랑을 채웠다.완부옥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 믿을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돌리자, 서왕의 고요하고 깊은 호수 같은 눈동자가 그녀를 담고 있었다.“설마 저를 함정에 빠뜨린 것입니까?”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깊은 바다 밑으로 가라앉는 듯 숨이 막혔다.서왕은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다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미안하다. 황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하나 안심하거라. 오래 고생시키지는 않겠다.”“아아아!”완부옥은 고통에 찬 절규를 터뜨렸다. 그녀는 서왕을 향해 분노에 가득 찬 목소리로 외쳤다.“감히! 감히 남강을 멸하려 하다니, 절대 용서치 않겠습니다! 반드시 당신의 손에 피를 묻히게 하겠습니다!”서왕은 결이를 유모에게 건네주었다.“세자를 잘 보살피거라.”“예, 전하.”그는 곧장 완부옥에게 다가가서는 한순간 눈에 연민과 망설임이 스쳤다. 그리고 간절히 설득했다.“남강의 앞길은 둘뿐이다. 하나는 담대연과 소황에게 멸망당해 남제를 치는 칼날이 되는 것, 다른 하나는 남제가 되어 태평성대를 누리는 것이다…”“쳇!”완부옥이 그의 말을 가로막았다.“소욱,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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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8화

완부옥은 새장 같은 철창 안에 갇혀, 정예군의 호위를 받으며 남강을 떠나 북쪽으로 향하고 있었다.그 새장은 현철로 만들어져 사람의 힘으로는 부수기 어려웠다.그녀의 손발은 쇠사슬에 묶여 있었고, 그 쇠사슬의 다른 쪽 끝은 새장의 네 모서리에 고정돼 있었으니, 그녀는 철창과 하나가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도망칠 길은 없었다.지금의 완부옥은 철창 한쪽에 기대어, 한 손을 구부린 무릎 위에 올린 채 눈을 감고 사색하고 있었다.이대로는 빠져나갈 수 없었다.이 새장은 너무나 견고해 그녀를 완전히 가두고 있었다.누군가 풀어주지 않는다면, 방법이 없었다.남강은 사방이 위태롭다. 그녀는 이렇게 죽음을 기다릴 수만은 없었다.그 순간, 완부옥이 번쩍 눈을 떴다.그 눈동자 속에 싸늘한 빛이 번졌다.……남강.남강왕은 잇따라 전장 소식을 전해 듣고는 웃음을 감추지 못했다.“좋구나! 담대연이 곧 동산국을 함락하겠군!”예전 같으면, 누가 감히 상상이나 했겠는가.겨우 1만 병력으로 대하를 가로질러, 곧장 동산국을 치러 가다니.약쟁이의 독, 기계로 된 나무새… 그리고 그 ‘거미줄’까지.모두 보물과도 같은 것들이었다.천시, 지리, 인화, 남강이 전부를 거머쥔 셈이었다.그가 기세등등해 있을 때, 한 노신이 알현을 청했다.“전하, 신의 말씀을 부디 들으소서. 지금의 형세는 남강에 불리합니다.”남강왕의 얼굴이 순식간에 어두워졌다.노신은 계속 말했다.“겉으로 보기엔 우리 남강이 대하를 이기고 동산국을 차지한 것 같지만, 실상은 내우외환이 함께 닥쳤습니다.”“안으로는 담대연 일파가 대주의 명의를 내세우고 있으니, 우리와 같은 족속이 아닙니다. 남강의 병력을 이용해 대주를 부흥하려는 수작일 수 있습니다.”“밖으로는 남제가 날카롭게 노려보고, 양국의 국경에 군을 주둔시키며, 동산국을 포위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남강이 어찌 이렇게 큰 동산국을 삼킬 수 있겠습니까?”“전하, 부디 삼가셔야 합니다.”“담대연이 쥔 병력을 거두어 남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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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89화

“좋구나! 참으로 좋구나!”남강왕이 크게 기뻐하며 소리쳤다. 동산국이 마침내 항복한 것이었다!소황이 이어 아뢰었다. “동산국 밖에 주둔한 남제군에 대해서는 폐하께서 염려하지 마시옵소서. 담대연이 '거미줄'을 장악하고 있는 한, 결코 남제군에 패하지 않을 것입니다. 다만 지금 남제의 국세가 강성하니 그 기세를 피해야 합니다. 그리하여 담대연이 곧 병력을 이끌고 남강으로 돌아올 것입니다.”남강왕의 얼굴에 아쉬움의 빛이 스쳤다. “그 기세를 피한다 하여 온전히 물러날 수 있겠는가? 남제군은 반드시 끝까지 추격하여 어부지리를 노릴 것이다. 우리가 힘들게 빼앗은 동산국을 저들이 차지하고 말겠지.”소황의 눈빛에 음침한 기색이 번뜩였다. 그가 조심스레 물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는 지금 어떻게 하셔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남강왕이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했다. “병력을 더 보내 동산국으로 가게 하라. 담대연과 합류하여 어렵게 손에 넣은 영토를 지키고, 그곳을 발판 삼아 남제를 역공하자. 국사는 어찌 생각하느냐?”소황의 입가에 미묘한 미소가 스쳤다. 그리고는 공손히 절하며 말했다. “이처럼 뛰어난 계책은 오직 폐하께서만 생각해내실 수 있습니다! 신 또한 찬성합니다.”남강왕은 어쩐지 스스로 흐뭇해졌다. 그러나 문제는 또 있었다. 추가로 보낼 병력의 규모와 그 지휘관이었다.소황이 스스로 나섰다. “폐하, 신이 가겠습니다.”남강왕의 얼굴빛이 변했다. “아니… 그대는 국사지 않느냐...”“근래 신이 남강에서 악명이 자자하여, 신이 간언으로 나라를 그르친다고들 합니다. 신 한 사람 욕을 먹는 것은 상관없으나, 폐하까지 함께 '혼군'이라 손가락질당하고 계시니 송구할 따름입니다. 이번에 신이 병력을 이끌고 공을 세운다면, 폐하의 인재를 알아보시는 혜안을 천하에 드러낼 수 있고, 더불어 폐하의 누명도 벗길 수 있습니다.”이 충성스러운 말에 남강왕은 완전히 마음을 빼앗겼다.곧 소황이 말을 이었다. “게다가 이번 기회에 대하국을 다시 함락시키고, 아직 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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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90화

봉장미는 제자리에 굳어 서서, 원래라면 남제에 있어야 할 소욱을 바라보았다.순간, 송려가 곁으로 돌아온 기쁨이 산산이 부서졌다.그녀는 놀라움에 사로잡혀 허둥지둥했다.송려가 설명했다.“폐하께서 저에게 명하시어, 제가 모시고 입궁하였습니다.”봉장미의 미간이 팍 찌푸려졌다.“폐하께서는 언니를 만나러 오신 겁니까, 아니면 서여국을 직접 정탐하러 오신 겁니까?”소욱은 그녀의 적대적인 기운을 눈치채고, 눈썹 사이로 깊은 그늘을 드리웠다.“만약 후자라면, 과인이 혼자 입궁하지 않았을 것이다.”“황후는 어디 있느냐. 지금 바로 만나야겠다.”봉장미는 문득 비웃듯 웃음을 터뜨렸다.그 웃음 속에는 조롱이 섞여 있었다.“설마 남제가 동산국을 오래도록 공격하고도 못 함락시키니, 폐하께서 급히 가르침을 구하러 오신 건 아니겠지요? 언니께서는 아이를 가진 몸이라, 이런 고생은…”소욱이 그녀의 말을 잘랐다.“서여국만 아니었다면, 황후는 남제 황궁에서 편히 몸을 보전하며 출산을 기다렸을 것이다. 과인도 그들과 모자를 떼어놓지 않았을 것이다.”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불만과 원망을 감추지 않았다.송려가 나서서 달래려 했다.“우선 폐하께서 마마를…”그가 막 입을 열자, 봉장미는 발끈했다.“당신은 항상 이렇다니까! 나를 위해 생각하는 법이 없어요. 왜 이렇게 제멋대로 하는 거예요?”그녀는 남제 황제에게 함부로 화를 낼 수도, 속을 풀어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쌓인 화가 모두 송려에게로 향한 것이었다.남제와 서여국은 이미 예전 같지 않았다.그녀는 경계하기에도 벅찬데, 송려가 남제 황제를 직접 궁 안으로 들이다니.이번에는 소욱 한 사람뿐이지만, 다음엔 남제 군대를 서여국 안으로 끌어들이는 건 아닌가?송려는 그녀의 불시에 쏟아지는 나무람이 익숙한 듯, 담담했다.심지어 한 걸음 물러나 예를 갖추었다.“노여움을 거두시지요.”소욱이 차갑게 말했다.“송려와는 무관하다. 나의 청이었다.”봉장미는 날카롭게 말했다.“언니께서는 지금 아주 좋으십니다! 폐하께서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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