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구안은 봉장미에게 결정을 재촉하지 않았다.그녀는 조용히 동생의 손을 잡고, 부드럽게 말했다.“궁에 머무는 며칠 동안 천천히 생각해 봐.”“네가 어떤 선택을 하든, 나는 전력을 다해 널 도울 거야.”봉장미는 어딘가 마음이 다른 데 있는 듯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러다 이내 봉구안을 다시 올려다보았고, 눈빛에는 불안감이 서려 있었다.그녀는 집요하게 물었다.“도대체 얼마나 끔찍한 일이었길래요? 만약 언니였다면... 언니는 견딜 수 있었을까요?”봉구안의 목소리는 마치 목이 마른 듯, 갈라지며 떨렸다.봉장미가 과거 겪었던 고통을 떠올리자 그녀의 가슴은 누군가에게 세게 움켜쥐어진 듯 숨이 막히고, 아릿한 통증이 느껴졌다.“상상할 수 없어. 그건 네가 직접 겪은 고통이니까.”“내가 만약 그 자리에 있었더라도, 견딜 수 있었을 거라 쉽게 말할 수 없어.”“하지만 한 가지는 말할 수 있어. 예전의 너는 감당하지 못했을지 몰라도… 지금의 너라면 어쩌면 그걸 이겨낼 수 있는 힘이 생겼을지도 몰라.”그녀는 어젯밤 봉장미가 봉안진에게 술병을 던졌던 순간을 떠올렸다.예전 같았으면, 봉장미는 그런 과격한 행동을 상상조차 하지 못했을 것이다.바로 그 일을 통해, 봉구안은 깨달았다.봉장미 역시 단련되고 있으며, 이제 더 이상 새장 속에 가두어둘 수 없다는 것이었다.새장은 보호가 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구속과 억압이 되기도 한다.봉구안은 손을 뻗어 봉장미의 어깨에 얹고, 조용하지만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장미야, 모르는 사이에 넌 이미 많이 성장했어. 그래서 언니가 지금 네게 이 이야기를 하려는 거야.”“하지만 혹시라도 네가 그 기억을 마주하고 싶지 않더라도, 그건 나약함이 아니야. 우린 모두 때로는 자신을 지키는 법도 배워야 하니까.”봉장미는 고개를 끄덕이며, 억지로 미소를 지어 보였다.그녀의 눈가엔 눈물이 맺혀 있었다.“언니, 이해했어요.”“잘 생각해볼게요...”“이 몇 년 동안… 언니와 모두가 저를 지켜주셨다는 걸 알고 있어요.”봉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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