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사라진 10년과 흔들리는 인연: Chapter 591 - Chapter 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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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1화

그 여자의 얼굴을 확인한 순간, 성유리는 저도 모르게 뒷걸음쳤다.그리곤 반사적으로 하늘이를 자신의 뒤로 숨겼는데 그녀의 행동에 여자가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그렇게 긴장하실 필요 없잖아요? 전... 유리 씨가 절 잊은 줄 알았는데.”‘잊는다고?’성유리는 그날 끔찍했던 그 기억을 쉽게 잊을 수 없었고 심지어는 칼을 자신의 얼굴에 갖다 대던 유효정의 얼굴도, 느낌마저 생생했다.그때 성유리의 얼굴엔 꽤 큰 흉터까지 남았었지만 시간이 흐름과 동시에 점점 옅어지더니 이젠 잘 보이지 않았다.하지만 지금, 유효정의 얼굴이 다시 눈앞에 보이자 성유리는 그 당시 느껴지던 고통과 두려움이 다시 떠올라 힘들었다.성유리는 하늘이의 손을 저도 모르게 꽉 쥐었고 유효정은 아무렇지 않아 하며 계속 말을 걸었다.“따님이 너무 귀엽더라고요.”유효정은 말하며 은근슬쩍 성유리 뒤에 숨어있는 하늘이를 쳐다봤고 자신의 딸에 대한 얘기가 나오자 성유리는 미간을 더욱 찌푸렸다.성유리는 항상 어정쩡하게 굽혀져 있던 어깨까지 쫙 편 채 유효정을 경계하는 눈빛으로 쳐다봤다. 마치 새끼를 지키려는 암탉처럼 말이다.그 모습을 본 유효정은 깔깔거리며 크게 웃더니 조롱하듯 물었다.“아니, 지금 그게 무슨 표정이세요? 설마 제가 성유리 씨 딸까지 건드릴까 봐 그러세요? 걱정하지 마요. 여긴 탁 트인 밖이고 보는 눈도 많으니까 그런 짓은 안 할 거예요. 그리고... 전 두 번 다신 지옥 같은 그곳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대체 뭐 하시려는 거죠?”성유리는 그제야 입을 열었다.유효정은 원래 하늘이를 주려고 꺼내 들었던 사탕 껍질을 까 자기 입에 넣더니 대답했다.“뭐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냥... 3년 동안 어떻게 지내셨는지 궁금해서 그래요.”“보니까... 잘 살고 계시는 것 같은데.”“정우 씨랑 다시 만나신다고요? 진짜 뒤끝 없는 분이셨네요. 그 사람 때문에 성유리 씨가 죽을 뻔했는데 말이죠.”성유리는 대답이 없었고 유효정은 천천히 시선을 하늘이에게 돌리며 말을 이어갔다.“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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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2화

“제가 왜 이런 말을 하는지 궁금하시죠?”유효정은 또다시 옅게 웃으며 말을 이어갔다.“사실 전 성유리 씨를 싫어했어요. 싫어하는 게 아니라... 질투라고 봐도 되죠.”“왜냐하면 성유리 씨는 제가 갖지 못한, 가질 수 없는 물건들을 다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에요.”“다른 건 다 둘째 치고 성유리 씨는 그 얼굴로 쉽게 가지고 싶은 물건을 다 차지하시잖아요. 정말 사람 미치게 하죠. 질투심에 눈이 멀게 하시고.”성유리는 유효정의 말을 조용히 듣고만 있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유효정 씨도 전에 가지고 있던 물건들이 많잖아요.”이 말에 유효정은 잠시 멍해지더니 금세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맞아요. 성유리 씨 말이 맞아요. 근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지금 저한테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은데.”“그렇지만 다행히 아버지가 생전에 저한테 물려주신 인맥이 좀 남아있거든요. 그리고 해외 투자자들도 몇 있고요.”유효정은 고개를 돌려 천천히 성유리를 쳐다보며 계속 말했다.“그래서 이제는... 제가 아까 드린 충고가 무슨 뜻인지 아시겠어요?”성유리는 그 말에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연정우 씨가 혹시 최근에 해외로 출장 간다고 말하지 않으셨나요?”“더 이상 성유리 씨를 속이지 않을게요. 정우 씨 저랑 함께 가요.”유효정은 여전히 미소 띤 얼굴로 말했다.“지금 정우 씨 회사 상황이 최악이란 거 저도 알아요. 그래서 전 아버지가 남겨두신 해외 자산들을 정우 씨에게 주기로 했고요. 대가는... 제가 뭘 요구했는지 짐작이 되시죠?”그녀의 말에 성유리는 표정 관리를 하지 못했지만 이내 감정을 추스르더니 바로 대답했다.“그럴 리 없어요.”“뭐가요?”“정우는 이미 전에도 한 번 잘못된 선택을 한 적이 있어요. 그래서 이젠 더는...”성유리는 아니라고 확신하며 말을 이어갔지만 유효정은 재빨리 핸드폰을 꺼내 사진 한 장을 그녀에게 보여줬다.사진 속에 담긴 사람은 다름 아닌 유효정과 연정우였다.하얀색 침대보가 있는 것으로 봐서는 호텔 방 안이 틀림없었고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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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3화

성유린느 고개를 들어 유효정을 똑바로 쳐다보며 따지듯 물었다.“저 싫어하신다면서요. 근데... 왜 저한테 이런 걸 알려주시는 건데요?”“왜냐하면 전 연정우 그 사람을 유리 씨보다 더 싫어했거든요. 그때 정우 씨가 일부로 판을 짜서 저를 해친 거 알아요. 게다가 정우 씨가 신고하지만 않았어도 제 아버지한텐 그런 일이 생기기 않았을 거고요. 제가 연정우 씨를 싫어하지 않을 이유라도 있나요?”“그래서... 자산 뭐 그런 말 하신 것도 정우를 속인 거네요? 맞아요?”“네.”유효정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고개를 돌려 성유리를 미소 띤 얼굴로 보며 물었다.“어때요? 정우 씨한테 알려드릴 건가요?”성유리는 입술을 오므리고 있다 대답했다.“근데 전 이 모든 걸 다 유효정 씨 혼자 했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뭐라고요?”“유효정 씨가 그랬잖아요. 그때 유씨 가문을 고발한 건 정우라고. 그러니까 유씨 가문이 어떤 상황에 놓여있었는지 정우가 모를 리가 없었을 거예요.”“해외에 자산이 더 있다는 것도... 꼭 알고 있을 거고요.”“게다가 막 출소한 유효정 씨가 자산이 있다는 걸 증명하려면 전문적인 사람을 찾아가야 할 텐데 말이죠.”“정우도 이 업계에서 몇 년 동안 몸을 담그고 있었어요.  그런 정우를 속이려면 쉽지 않을 거고요. 누가 유효정 씨를 도와주고 있다면 모를까.”성유리의 목소리는 냉랭하다 못해 얼음장같이 차가웠다. 유효정은 그런 성유리를 주시하다 더욱 환한 미소를 짓더니 물었다.“그래서요? 유리 씨 생각엔... 누가 절 도와주는 것 같은데요?”“박한빈 씨요.”성유리의 말엔 확신으로 가득 차 있었고 유효정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그녀의 침묵이 곧 대답이라는 생각이 든 성유리는 바로 뒤돌아 떠나려 했다.그러나 그때, 유효정의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왔다.“그 자산들이 다 가짜라고 해도 정우 씨가 그걸 위해 저랑 같이 잔 건 사실이에요.”“그때 정우 씨가 틀린 선택을 했다고 하셨죠? 이제 증명됐죠? 다시 한번 그런 일이 반복된다고 해도 정우 씨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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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4화

연정우가 놀이공원의 티켓을 핸드폰으로 보내왔을 때, 성유리는 막 하늘이를 재우고 있었다.[아까 물어봤는데 거기 직원들이 꽤 많대. 혼자 하늘이 데리고 갔다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그 사람들을 찾아가.”연정우는 성유리가 이 시간에 아이를 재우고 있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 전화 대신 메시지를 보냈다.그는 차분하고 다정한 말투로 성유리에게 메시지를 보냈고 그뿐만 아니라 주의 사항도 몇 가지 더 보내줬다.성유리는 연정우가 보낸 메시지를 읽고 바로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연정우는 기다렸다는 듯 금방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 하늘이는 자?”그의 목소리는 여느 때와 다름없었다.요 며칠 동안 들어왔던 목소리와 하나도 다르지 않았지만 성유리는 왜인지 모르게 잠시 머뭇거리게 되었다.잠깐 침묵한 뒤, 성유리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응. 잠들었어.”“내가 아까 보낸 거 다 봤지? 직원들이 준비는 해두겠지만 그래도 수건 두 장 정도는 챙겨 가. 그리고 하늘이가 좋아하던 수영 튜브도 잊지 말고...”“연정우.”그가 말을 이어가려던 순간, 성유리가 갑자기 그의 말을 뚝 끊었다.가벼운 세 글자일 뿐이지만 연정우는 그대로 멈춰버리더니 뭔가를 눈치챘는지 조심스레 물었다.“왜?”“며칠 뒤에 출장 간다고 했잖아. 누구랑 가는 거야?”성유리가 물었다.“혼자 가.”“정말? 그 투자자는... 네가 아는 사람이야?”“알긴 알지. 왜? 갑자기 그게 왜 궁금한 건데?”연정우는 웃으며 물었지만 성유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수화기 너머 들려오는 나지막한 성유리의 숨소리에 연정우는 얼굴에 띠고 있던 미소를 거뒀다. 하지만 성유리는 그때까지도 침묵하고 있었다.“무슨 일 있어?”정적을 참다못한 연정우가 먼저 물었다.“누가 뭐라고 한 거야?”“응.”성유리는 아까와 달리 재빨리 대답했지만 연정우는 그 말을 듣고 그대로 얼어붙었다.“왜 내게 물어보지도 않아? 누가 그랬는지.”성유리는 침묵하는 연정우가 우습다는 듯 웃음을 터뜨리며 물었다.“굳이 물어볼 필요가 있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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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5화

성유리는 머릿속이 복잡해져 두 주먹을 꽉 쥐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연정우가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그는 마치 엄청나게 우스운 농담이라도 들은 듯, 웃음을 멈추지 않았고 그 웃음에는 묘한 결단력이 섞여 있는 것도 같았다.그리고 이내 진정한 연정우가 말했다.“뭘 솔직하게 말하라는 거야? 내가 솔직히 말하면 우리 관계가 더 나아질 것 같아? 내가 지금 다 털어놓으면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아?”“성유리, 자꾸 나를 이렇게 속이지 마.”그 순간, 성유리가 그토록 부정하고 싶었던 답이 확실해지자 꽉 쥐었던 두 손에도 힘이 풀렸다.애써 입술을 움직여 무언가 더 말하려던 찰나, 연정우가 먼저 말을 이어갔다.“그래. 맞아. 난 널 속였어.”“그 투자자라는 사람, 사실은 유효정 씨야. 그 사람 아버지가 해외에 남긴 자산이 있어서 이번에 그걸 함께 가져오려는 거야.”“그리고 그것도 맞아. 나 또다시 유효정 씨와 얽혀버렸어. 하지만 너도 알다시피 난 그 사람을 좋아한 적 없어. 난 유효정 씨를 이용하고 있을 뿐이야. 이 모든 게 너와 하늘이에게 더 나은 미래를 주기 위해서지.”“그게 전부야?”성유리가 물었다.“뭐라고?”“나 하나만 더 묻고 싶어.”성유리가 말을 이었다.“네 회사가 지금 이 상황까지 온 게 정말 나 때문이고 박한빈 씨 때문인 거야? 아니면 그 과정에서 네 원인도 있어?”“그거 박한빈 씨가 말한 거야?”연정우가 갑자기 이런 질문을 묻자 성유리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러자 그는 피식 웃더니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 침묵은 이미 성유리에게 답을 전해주고 있었다.“난 네가 어떤 상황에서도 날 선택한 줄 알았어.”망설이던 성유리가 낮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그런데 알고 보니까 너는 내내 나를 속이고 있었던 거네.”“내가 뭘 속였는데? 내가 너한테 잘못해 줬어? 그리고 네가 아니었다면 박한빈 씨가 나를 그렇게까지 몰아붙였겠어?”“그래. 내가 조금 극단적인 수단을 쓴 건 맞아. 하지만 이 업계에서 그렇게 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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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6화

“엄마, 요즘 아저씨는 왜 나 안 보러 와?”하늘이가 갑자기 연정우에 대해 묻자 성유리는 잠시 멍해졌지만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요즘 많이 바빠서 시간이 없나 봐.”하늘이는 성유리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이고는 다시 그네를 타기 시작했다.아이는 그네를 홀로 잘 타고 위험하게 행동하지 않기에 성유리는 옆에서 조용히 하늘이를 바라보고만 있었다.그러다가 하늘이는 갑자기 그네에서 내려와 성유리에게 달려오더니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성유리는 무슨 일인가 싶어 하늘이를 번쩍 안아 올리며 물었다.“왜 그래?”하늘이는 대답하지 않았는데 그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앞만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었다.성유리가 아이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려보니 저 멀리 서 있는 사람의 실루엣이 보였다.이제 경운시도 초가을에 접어들었다. 그 사람은 단정하고 깔끔한 정장을 입고 있었는데 키가 큰 훤칠한 체격에 또렷한 이목구비를 지닌 얼굴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았다.오늘은 평일이라 아이들과 함께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아이의 조부모였으니 그들은 대놓고 박한빈을 쳐다봤다.성유리는 박한빈이라는 것을 확신하자마자 저도 모르게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예상대로 금세 한 아주머니가 박한빈을 바라보다가 성유리에게 다가와 물었다.“하늘이 엄마, 저분이랑 아는 사이에요? 정말 잘생겼네요. 저분 여자 친구 있어요?”성유리는 깊게 숨을 들이쉬며 대답했다.“아니요. 저 사람이 제 전남편이에요.”성유리의 대답이 떨어지자마자 아주머니는 당황한 듯 하려던 말을 뚝 멈췄고 그녀는 가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아마 싱글일 거예요. 그런데 왜요? 소개라도 해주시려고요? 저 사람 주변엔 늘 여자가 넘쳐나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성유리의 말에 아주머니는 뭔가를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그런 남자들이 보통 문제 많지. 여기저기 여자들 꼬이고 말이야.”성유리는 아주머니의 말을 그저 웃어넘기고는 하늘이를 안아 들고 박한빈 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요즘 하늘이는 부쩍 크고 있어 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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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7화

이 식당은 성유리가 전에 연정우와 몇 번 와본 적이 있는 곳이다.이제 직원들도 그녀를 알아보는지 웃으며 다가오다가 성유리 뒤에 서 있는 박한빈을 보자 표정이 살짝 굳어졌다.하지만 성유리는 직원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지 당당하게 말했다.“전에 먹었던 네 가지 메뉴 그대로요. 그리고 아이가 먹을 계란찜 하나만 추가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직원은 고개를 끄덕이며 박한빈을 힐끔 더 쳐다보고는 주방으로 향했다.“여기 와본 적 있어?”식당은 나름대로 깔끔하고 괜찮게 꾸며져 있었지만 약간의 세월이 느껴지는 곳이었다.테이블과 의자는 광택을 낸 나무였는데 오래된 흔적이 드러나 있어 반질반질한 기름 자국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박한빈은 식당 환경을 보고는 무의식적으로 미간을 찌푸렸지만 금세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표정을 고치고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성유리를 바라보며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성유리가 짧게 맞다는 대답을 하자 박한빈이 또다시 물었다.“연정우 씨랑?”박한빈의 목소리에는 어딘가 긴장감이 묻어 있었다.아까 직원이 자신을 쳐다봤던 그 눈빛에서 무언가를 감지한 듯했고 박한빈은 그 관계를 금방 파악한 듯했다.직원이 기억할 정도라면 한두 번 온 게 아닐 테니 말이다.“무슨 일이에요?”그러나 성유리는 박한빈을 보며 차갑게 물었다.그 태도는 마치 필요한 일 아니면 더는 함께 밥을 먹을 이유가 없다는 듯했다.박한빈은 성유리와 잠시 눈을 마주치다가 먼저 물었다.“요즘 연정우 씨랑 연락했었어?”성유리는 대답하지 않았지만 침묵을 긍정으로 받아들인 박한빈은 옅게 웃음을 지었다.“역시 난 그럴 줄 알았어.”“그래서요?”“그래서 연정우 씨 요즘 대놓고 유효정 싸랑 다니고 있는 거구나. 전에 말했잖아. 너를 이용했던 남자는 절대 믿을 수 없다고. 이제 알겠어? 연정우 씨가...”“그게 박한빈 씨랑 무슨 상관인데요?”성유리가 그의 말을 뚝 끊어버리자 박한빈은 그대로 멈춰버렸다.“상관있는 게 아니면 오늘 여기까지 오셔서 저를 비웃으려는 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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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8화

“이건... 내 사과를 받아주지 않겠다는 뜻인가?”가만히 있는 성유리를 보던 박한빈이 다시 물었다.성유리는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박한빈을 잠시 응시하더니 결국 찻잔을 들어 가볍게 그와 잔을 부딪혔다.박한빈의 행동은 그녀에게 다소 의아했다.성유리가 아닌 그의 성격상 이렇게 순순히 사과할 사람이 아닌데 지금 박한빈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뭔가 어색하다고 느꼈지만 성유리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고 아무 일 없다는 듯 고개를 숙여 차를 한 모금 마셨다.그 뒤로 박한빈도 더는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결국 두 사람은 식사를 아무 일도 없이 놀랍도록 평온하게 마무리했다.성유리는 심지어 언제 박한빈과 이렇게 조용히 밥을 먹어본 적이 있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았다.그래서 박한빈이 하늘이와 가끔 밥을 함께 먹으러 와도 되겠냐고 물었을 때, 성유리는 순간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성유리의 침묵은 박한빈에게는 동의로 받아들여진 듯했다. 이내 박한빈은 곧 가방에서 인형 하나를 꺼내 하늘이에게 건넸다.그것은 그들이 놀이공원에서 공연을 봤을 때 등장했던 캐릭터 중 하나였다.다른 상황이었다면 하늘이는 성유리를 쳐다보며 의견을 물었겠지만 이번에는 아무런 고민도 없이 단호하게 거절하며 말했다.“싫어요.”하늘이는 거절을 아주 확실히 하는 편이었다.게다가 박한빈이 선물을 건네기 위해 거리까지 좁혔는데 하늘이는 그 순간 성유리 뒤로 숨어버렸다.그래서 박한빈의 손은 허공에 멈춘 채 그대로 굳어버렸다.“그만두세요.”성유리가 하늘이를 안아 들고 말했다.“하늘이한테는 이미 장난감이 꽤 많아요. 필요 없어요.”그녀는 차분한 어조로 계속 말했다.“밥은 다 먹었으니 박 대표님은 알아서 하세요.”그 말을 끝으로 성유리는 하늘이를 안은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자리를 떠났다.성유리는 박한빈에게 시선 한번 돌리지 않은 채 앞으로 걸어 나갔고 박한빈의 손은 여전히 허공에 머물러 있었다.한참이 지나서야 박한빈은 허공에 굳어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성유리는 자신의 입장을 명확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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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99화

하늘이의 단호한 대답에 성유리는 웃음을 터뜨렸다.“그래. 그럼 우리 이제 집에 가자.”그렇게 두 사람은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돌아갔다.뒤에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란스러운 웃음소리와 흥분된 목소리는 마치 그들과는 전혀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졌다.그런데 다음 날, 박한빈이 또 아파트 내에 나타났다.이번에는 혼자가 아니라 몇 명의 보디가드도 함께였고 그들의 손에는 묵직한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어제와 달리 박한빈이 먼저 말을 꺼내기도 전에, 아이들이 먼저 우르르 몰려들었고 심지어는 옆 단지에서 소문을 듣고 온 아이들까지 있었다.박한빈은 찾아오는 아이들이 누구인지도 구분하지 않은 채 아이들이 오기만 하면 모두에게 선물을 나눠줬다.오늘은 그가 직접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됐기에 성유리의 반응을 살필 시간도 있었다.그러나 선물을 나눠주던 박한빈은 금세 깨달았다. 성유리와 하늘이는 이미 떠나버렸단 사실을.‘언제 떠난 거지?’그로부터 셋째 날, 넷째 날이 지나갔고 다섯째 날이 될 무렵 박한빈은 더 이상 아파트에 나타나지 않았다.하지만 며칠간의 무료 선물이 아이들과 부모들에게 충분히 인상적이었기에 그들은 여전히 단지 아래에 모여 있었다.아이들은 기대에 들떠 있었고 부모들은 아이들만큼이나 박한빈의 등장을 기다리고 있었다.성유리는 그동안 하늘이를 데리고 단지 아래가 아닌 근처 어린이 공원으로 나가곤 했다.그날도 성유리는 하늘이의 손을 잡고 어린이 공원으로 가는 길이었다.그런데 단지 사람들 중 일부가 그녀와 박한빈의 관계를 알아냈는지 성유리를 보자마자 인사를 건네며 물었다.“오늘 박 대표님은 언제 오세요?”성유리는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저도 몰라요.”“아니, 어떻게 몰라요? 남편 일인데 모를 리가 있나요?”“저희는 이미 이혼했잖아요.”그들의 반응은 예상대로였다.“참나, 그런 게 어디 있어요? 두 분은 전혀 이혼한 사람들 같지 않은데? 박 대표님 같은 좋은 사람을 왜 용서하지 않는 거예요?”“맞아요! 박 대표님 같은 분이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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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00화

성유리는 단체 채팅방 알림을 차단했지만 여전히 개인 메시지가 계속 들어왔다.발송자들은 다 단지에서 알게 된 아이 엄마들이 보내온 메시지였다.[박 대표님 오늘 언제 오시는지 아세요?][오늘 안 오신다면 미리 말씀해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아이들이 하루 종일 기다리고 있는데요.]성유리는 무표정으로 그 메시지들을 바라보았다.사실, 박한빈이 처음 이 일을 시작했을 때부터 그녀는 예감하고 있었다.사람의 마음을 조종하고 모두를 손바닥 위에 올려놓는 것.박한빈은 언제나 그런 일에 능숙했다.그녀가 이 단지에서 겨우 찾아낸 평온한 삶은 박한빈의 등장으로 인해 산산조각이 나고 있었다.박한빈에게 그 돈은 아무것도 아니겠지만 결국 그는 사람들의 생각을 통제하려 하고 있었다.그리고 그것은 성유리와 하늘이의 안정된 일상을 깨뜨리고 있었다.“엄마, 엄마!”하늘이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나서야 성유리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고 이내 고개를 돌려 아이를 바라보았다.“엄마 햄버거는 맛없어?”하늘이는 이상하다는 듯 그녀를 쳐다봤다.성유리는 자신의 손에 들린 음식을 한 번 내려다보고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아니야. 그냥 잠깐 생각할 게 있어서 그래. 너 많이 먹어.”“엄마 오늘 이상해.”하늘이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다 다시 고개를 숙여 음식을 먹기 시작했다.그리고 맞은편에 있던 성유리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었다.박한빈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마치 그녀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것처럼 그에게서 전화가 먼저 걸려 왔다.성유리는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울리는 전화를 받았다.“아파트 단지에 있어?”그의 첫 마디는 성유리의 행방을 묻는 말이었다.“미안해. 오늘은 일이 있어서 못 갈 것 같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인데요?”성유리는 박한빈의 두 번째 말에 바로 반박했다.“그런 말은 박한빈 씨가 약속했던 사람들에게 말하는 게 맞지 않나요?”“약속? 난 누구랑 약속한 적 없는데.”“그럼 왜 저한테 전화하세요?”“혹시 기다리고 있을까 봐...”“전 당신을 기다린 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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