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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 Chapters of 다시, 너를 붙잡다: Chapter 721 - Chapter 730

750 Chapters

제721화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박유진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아, 밥 다 됐어. 얼른 와서 먹자.”그 뒤를 이어 심태하의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톡 튀어나왔다. “엄마, 빨리 와요! 아빠가 만든 거 진짜 맛있단 말이에요.”강지한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가슴이 칼에 찍힌 것처럼 심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아들, 그의 여자가... 이제는 다른 남자와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젠 남의 아들이었고 남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생각할수록 미쳐버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때 심미연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밥 먹어야 돼. 할 말 있으면 내일 해.”뚝.전화가 끊겼다. 귀엔 싸늘하게 울리는 종료음만이 남았다. 그 짧은 순간, 강지한의 머릿속엔 세 사람이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화기애애하고 따뜻하고 지독하게 행복해 보였다. 억눌렀던 감정이 마침내 폭발하듯 치솟았다. ‘내 아들이고 내 여자야.’‘박유진, 감히 넘보지 마. 반드시 내 품으로 다시 들려놓을 거야.’ 강지한은 그 말을 속으로 씹듯 되뇌며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을 덮친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른 그는 지체 없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지한은 낮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던졌다. “바렐 그룹 분점은 어떻게 된 거야? 박유진이 왜 또 경성에 있는 건데?”그가 박유진을 지방에 묶어두기 위해 치밀하게 조치를 취해둔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렇게 갑자기 올라올 일은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성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점은 현재 영업 중단 들어갔고 내부 정리 중입니다.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고... 박 대표님은 아마 하루 이틀 정도 잠깐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성무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대표님, 박 대표님 동선에 왜 이렇게 민감하신 거지?’‘돌아온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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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심미연은 복잡한 생각을 접고 아들을 품에 안아 무릎 위에 앉혔다. 아이의 눈을 마주 본 그녀는 조심스럽게 물었다. “태하야, 만약에... 태영이가 아직 살아 있다면 그건 너무 말도 안 되는 얘기일까?”심태하는 동그란 눈을 반짝이며 엄마를 올려다봤다. “정말요?”엄마가 하는 말이라면 뭐든 믿는 아이. 그 말이 현실적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믿고 싶었다. ‘동생은 지금 어디 있을까. 지금 당장이라도 만나고 싶은데...’“조금만 기다리면 곧 알 수 있을 거야.” 심미연은 아들의 두 눈을 바라보며 조심스레 말을 이었다. 설마 하는 마음과 함께 어쩔 수 없이 기대가 조금씩 스며들고 있었다. 하지만 다음 순간, 문득 스친 생각 하나가 그 기대를 순식간에 불안으로 바꿔놓았다. ‘상미가 정말 내 딸이라면... 강지한이 과연 그 아이를 내줄까?’‘혹시라도 그 사람이 끝까지 버틴다면... 그땐 어떻게 해야 하지?’ ‘정말 소송이라도 해야 하는 걸까...’그녀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강지한이 그렇게 쉽게 물러설 사람이 아니라는 걸. 그리고 그런 싸움에서 자신이 이길 수 있을 거라는 확신은 솔직히 없었다. “네? 엄마, 무슨 뜻이에요? 왜 조금 있으면 알 수 있어요?” 심태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엄마를 바라봤다. 아직은 세상이 단순한 아이. 엄마가 무슨 걱정을 하고 있는지, 마음속에서 어떤 파도가 치고 있는지까지는 알지 못했다. 그저 평소와는 조금 다른 엄마의 말투가 이상하게 느껴졌을 뿐이다. “그건...” 심미연이 막 입을 열려던 순간, 조용히 다가온 박유진이 체온계를 내밀었다. “미연아, 일단 체온부터 재자.”그는 부드러운 손길로 그녀의 손에 체온계를 쥐여주었다. 심미연은 자신에게 열이 없다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눈빛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결국 말없이 체온계를 받아들었다. 곁에 선 박유진은 여전히 조심스러운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몇 년을 함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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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3화

심미연은 살짝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야 당연하지. 근데... 오빠는 혹시 마음 바뀐 거 아니야?”혹시 박유진이 망설이고 있는 거라면 이유는 분명했다. 그의 할아버지, 박정재. 그 반대 앞에서 흔들리고 있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스치며 가슴 한켠이 서늘하게 식었다. 하지만 박유진은 말없이 그녀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안았다. 조심스럽게 이마를 맞댄 채 한참을 그대로 머물렀다. 부드럽고 깊은 눈빛이 마주 닿는 그 순간,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이 조용히 흘렀다. “난 처음부터 너였어. 지금도 앞으로도 절대 변하지 않아.”그의 목소리는 단단하면서도 따뜻했다. 사실 박유진은 지금 이 순간에도 걱정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심미연의 마음이 변한 건 아닐까, 그런 불안이 마음속 어딘가에서 조용히 피어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정작 심미연은 자신이 후회하고 있는 건 아닌지부터 걱정하고 있었다. 그녀의 마음이 진심이라면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지금 당장이라도 구청으로 가고 싶었다. 시간을 미루다 또 어떤 변수가 생기기라도 한다면... 그게 더 두려웠다. 그때 조용히 있던 심태하가 갑자기 몸을 들썩이며 외쳤다. “엄마랑 아빠만 붙어 있지 말고 나도! 나도 붙을래요!”작은 손으로 엄마의 옷자락을 꼭 잡고 아이는 들뜬 목소리로 덧붙였다. “나도 해줘요! 붙붙!”심미연은 그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렸고 박유진도 당황하면서도 따뜻한 미소를 지었다. 지금이 혼인신고 얘기를 꺼낼 타이밍이었지만 아이의 순수한 외침에 그는 말을 삼켰다. 대신 조용히 아이를 품에 안고 무릎 위에 앉히며 말했다. “그래. 우리 태하도 아빠랑 붙붙 해볼까?”그건 단지 얼굴을 맞대는 짧은 장난일 뿐이었다. 그 순간을 먼저 함께하고 나중에 말을 꺼내도 늦지 않으리라 생각했다. 심태하는 해맑게 웃으며 아빠의 뺨에 얼굴을 살포시 갖다 댔다. 작고 따뜻한 온기가 스며들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심미연은 가슴 깊은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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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4화

그는 심미연이 원하지 않는 일은 절대 강요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럼 나 먼저 갈게.” 신발을 갈아 신고 급히 현관문을 나서는 심미연. 닫힌 문을 가만히 바라보던 박유진은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함에 마음이 뒤숭숭해졌다.심미연은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도착했다. 이지연은 기다렸다는 듯 두꺼운 서류 뭉치를 그녀에게 내밀었다. “보스, 이건 진운혁 씨가 최근 몇 년간 맡았던 주요 사건 자료예요.” 심미연은 아무 말 없이 자료를 받아들고 자리에 앉았다. 눈빛이 날카롭게 바뀌며 그녀는 빠르게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눈동자가 바쁘게 움직였고 오래 걸리지 않아 전부 읽어냈다.그녀가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즈음, 이지연은 조심스럽게 그녀의 얼굴을 살폈다. 보스의 눈가가 붉게 물들어 있었다. “보스... 괜찮으세요?” 심미연은 손등으로 눈물을 훔치며 억지로 웃어 보였다. “괜찮아요.” 하지만 그 말 속엔 수많은 감정이 뒤섞여 있었다. 스승님은 자살로 꾸며진 가짜 죽음으로 그녀를 속였다. 그리고 무려 10년. 그녀는 그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홀로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단 한 번도 의심하지 못했다. 왜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스승님이 살아 있었던 거야... 그 모든 진실을 나만 모르고 있었던 거네.’“보스, 진운혁 씨에게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걸까요?” 이지연은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쩌면 그녀는 심미연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던 걸지도 모른다. “그랬을 수도 있죠.” 심미연은 웃었지만 그 웃음은 쓸쓸하고 쓰라렸다. 하지만 사정이 있었더라도 10년이라는 시간 동안 단 한 번이라도 그녀에게 진실을 말할 기회는 있었어야 했다. 그녀는 어리석게도 그가 죽은 줄만 알고 끝없이 진실을 좇으며 그의 억울함을 풀어주려 애썼다. “보스, 그럼... 그때 사건은 계속 조사할 건가요?” 이지연은 다시 조심스레 물었다. 심미연이 이 사건을 파고든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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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5화

이지연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흥분으로 빛났다. 마치 세상에서 가장 거대한 비밀을 알아챈 사람처럼 목소리를 떨며 심미연을 향해 외쳤다. “보스, 저 이제 알겠어요! 이건 하늘의 뜻을 대신해서 세상을 바로잡으려는...”하지만 그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심미연이 단호하게 끊어냈기 때문이다. “그런 말은 내 앞에서만 하세요. 밖에서 들리면 진짜 큰일 나요.”평소와 달리 가라앉은 그녀의 목소리엔 단 한 톨의 유쾌함도 없었고 표정은 숨 쉴 틈 없이 진지했다. 그제야 이지연은 분위기의 심각함을 눈치챘다. 그녀는 입을 꾹 다문 채 두 손으로 지퍼를 올리는 시늉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표정은 과장됐지만 그 속에 담긴 의지만큼은 진심이었다. “걱정 마세요. 보스. 저는 다른 건 몰라도 입단속 하나는 끝내줘요. 칼이 목에 와도 입 안 뗍니다.”심미연은 그런 이지연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였지만 그녀의 눈빛엔 신뢰가 스쳤다. “계속 육현성 씨 움직임 지켜봐요. 겉으론 멀쩡해 보여도 속은 알 수 없는 사람이에요. 작은 이상 징후라도 보이면 바로 보고해요.” 이미 그녀는 육현성의 인맥과 배경을 철저히 조사해 본 상태였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단 하나, 지금 그가 가진 세력으로는 온지유를 그렇게 자연스럽게 빼내는 건 불가능하다는 것. ‘그렇다면... 온지유를 빼낸 건 대체 누구지?’“네! 바로 수행하겠습니다.” 이지연은 어깨를 쫙 펴고 경례하듯 반듯하게 섰다. 그 당찬 모습에 오히려 살짝 귀엽기까지 했다. 심미연은 입술을 다문 채 한동안 생각하다가 조용히 물었다. “진운혁 씨랑 이진영 씨, 지금 어디서 식사 중이에요?” “홍원각입니다.”“알겠어요. 내가 직접 가볼게요.” 말을 마친 심미연은 곧장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나섰다. 그녀가 떠난 뒤 이지연은 컴퓨터 앞에 앉아 빠르게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목표는 단 하나, 육현성의 현재 위치 추적. 한편, 심미연은 어느새 홍원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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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6화

일부러 강조한 말투였다. 다른 기대는 하지 말라는 단호한 선을 긋는 경고였다. 그 말에 심미연은 조용히 웃었다. 입가에 맺힌 미소엔 담담함과 함께 단단한 확신이 스며 있었다.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분 안에 홍원각에 도착하겠습니다. 이진영 씨와 변호사님, 두 분 모두 뵐 수 있길 기대하겠습니다.” 전화를 끊은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어둠이 내려앉은 하늘 아래, 도심의 불빛이 반짝이고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차가워 보였다. ‘20분 후, 정말로 스승님을 마주하게 될까?’ ‘만약 마주한다면... 첫마디는 뭐라고 해야 하지? 오랜만이에요...? 그건 좀...’ 하지만 곧 병원에서조차 자신을 모른 척했던 진운혁의 차가운 얼굴이 떠올랐다. ‘이번에도... 또 모른 척하겠지.’ 그렇게 생각하던 순간, 창밖으로 스쳐 지나간 익숙한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진운혁이었다. 심미연은 숨을 들이마시며 정신을 가다듬고 차 문을 열고 그대로 뛰어내렸다. 그는 이미 다른 차에 올라탔고 시동이 걸리자 곧바로 멀어져갔다. 심미연은 재빨리 차로 돌아와 그의 차를 뒤쫓았다. 꽤 먼 거리까지 따라갔지만 어느 순간 차는 시야에서 완전히 사라졌다. ‘이상하네. 대체 어디로 간 거지?’ 잠시 생각에 잠긴 그때, 뒤쪽에서 달려오던 대형 화물차 한 대가 갑자기 속도를 높였다. 심미연은 반사적으로 핸들을 움켜쥐고 엑셀을 밟았다. 하지만 뒷차는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손바닥이 식은땀으로 미끄러질 정도였다. 더는 착각할 여지도 없었다. 누군가 분명히 자신을 죽이려 하고 있었다. ‘누구지? 왜?’ ‘나올 때 경호원을 데리고 나왔어야 했는데... 이러다 진짜 사고라도 나면...’ 그때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심미연은 곧장 전화를 받았다. “심미연, 지금 내 말 잘 들어. 속도 더 올려. 뒤는 보지 말고 앞만 보고 달려.”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남자의 낯익고 단단한 목소리. “강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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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7화

심미연은 무의식적으로 뒤를 돌아봤다. 그리고 눈앞에 펼쳐진 건 불길에 휩싸인 자동차였다.순간, 차가 폭발했다. ‘설마... 저 안에 있는 사람이 강지한은 아니겠지?’가슴이 철렁 내려앉는 순간, 핸드폰 벨소리가 울렸다. 심미연은 급히 전화를 받았다. “미연아! 너 괜찮아?” 수화기 너머로 들려온 박유진의 다급한 목소리에 긴장으로 굳어 있던 그녀의 마음이 조금 풀렸다. “응. 나 괜찮아. 뒤에 경호원들도 있어.”하지만 말을 내뱉자마자 머릿속에 강지한의 말이 떠올랐다. “속도 더 올려. 앞만 보고 달려.”‘강지한은 어떻게 알았던 걸까. 내가 고속도로에서 대형 트럭한테 쫓기고 있었단 걸.’‘혹시...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건 아니야? 아니면 강지한이 모든 일의 배후...?’‘설마 날 죽이고 태하를 데려가려는 건가?’‘아니야. 강지한이 그런 짓까지 할 사람은 아니야.’심미연은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말도 안 되는 상상을 떨쳐내려 했지만 오히려 그의 목소리는 점점 더 또렷하게 맴돌았다. “미연아, 지금 어디야? 내가 데리러 갈게.” 박유진의 따뜻한 음성이 그녀를 현실로 다시 끌어당겼다.“괜찮아. 나 지금 집 가는 중이야. 안 와도 돼. 피곤하면 먼저 자.”박유진도 지금 진성 지사 문제로 정신이 없을 텐데 더는 걱정 끼치고 싶지 않았다. “그럼 조심해서 와. 난 서재에서 일 좀 더 하고 있을게. 집에 오면 얘기하자.”“응. 이따 봐.” 전화를 끊은 뒤 박유진은 한참을 핸드폰만 멍하니 바라보았다.지금 심미연이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곁을 지켜야 할 사람은 자신이 아닌가. 하지만 진성 지사 문제 역시 손을 놓을 수 없었다. 그때 다시 울린 벨소리. 그는 빠르게 전화를 받았다. “도련님, 심미연 씨는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그런데... 그 카이엔 운전자가... 강지한 대표님이었습니다.”머뭇거리는 말투엔 조심스러움이 가득했다. 괜히 말 실수로 박유진의 기분을 상하게 할까 전하는 사람도 눈치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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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8화

강지한이 살아 있다는 사실에 안도한 박시훈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뉴스 봤어. 네 카이엔이 폭발했다길래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네가 무사하니까 이제야 좀 안심이 된다.” “그 대형 트럭, 당장 확인해. 전부 조사하고 운전자는 반드시 찾아.” “알겠어. 지금 바로 확인해볼게.” 순식간에 분위기가 무거워지자 박시훈의 표정도 금세 굳어졌다. “조금만 기다려. 바로 연락할게.” “응. 최대한 빨리.” 강지한은 단호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그와 동시에 눈앞이 급격히 어두워졌다. 마치 깊은 어둠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한 느낌이었다. 한편, 심미연은 집에 돌아오자마자 곧장 2층 서재로 향했다. 노크를 하려던 순간, 가방 안에서 핸드폰이 진동을 울렸다. 잠시 망설인 끝에 그녀는 전화를 먼저 받았다. “보스, 큰일 났어요. 누가 보스를 죽이려고 해요.” 이지연의 다급한 목소리가 그대로 귀에 박혔다. 심미연의 머릿속엔 낮에 있었던 사고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그 대형 트럭. 정말 자신을 노리고 달려든 게 맞았던 거다. 만약 그 카이엔이 없었다면 지금쯤 자신은 이 세상에 없었을지도 모른다. “지연 씨, 천천히 말해봐요.” 심미연은 깊게 숨을 들이쉬며 최대한 침착하게 반응했다. ‘도대체 누가 날 죽이려는 거지?’ ‘온지유?’ 하지만 그럴 리 없었다. 온지유는 지금 그녀 손에 있고 외부와 완전히 단절된 상태다. “저도 방금 들었어요. 육현성 씨가 누군가랑 통화한 녹음이 있었는데 거기서 보스를 반드시 죽여야 한다는 얘기가 나왔어요.”이지연은 숨도 고르지 못한 채 말을 쏟아냈다. “그 사람이 누구인지는 알아봤어요?” 육현성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건 알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 온지유까지 그녀 손에 있는 상황이니 원한을 품었을 가능성도 충분했다. 하지만 이지연이 말한 그 목소리는 육현성이 아니었다. 그게 더 혼란스러웠다. ‘그렇다면... 대체 누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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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9화

‘강 할아버지’라는 이름이 핸드폰 화면에 뜨는 순간, 박유진의 눈빛이 잠시 어두워졌다. 강지한의 할아버지. 직접 전화를 걸어왔다는 건 분명 강지한에게 무슨 일이 생겼다는 뜻이었다. 그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강지한이 심미연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했다는 사실을. 그래서 그녀가 당연히 그를 찾아갈 거라 예상하고 있었다. “미연아, 갑자기 급한 회의가 생각났어. 먼저 전화 받아. 난 서재에서 회의 좀 하고 있을게.” 박유진의 목소리는 여전히 다정했고 그녀를 바라보는 눈빛 또한 신중했다. 마치 그녀의 마음을 흔들지 않기 위해 최대한 조심스레 말하려 애쓰는 듯했다. 심미연은 정신을 가다듬고 고개를 들었다. “응. 다녀와. 나도 통화 좀 할게.” 박유진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녀의 이마에 부드럽게 입을 맞췄다. “통화 끝나면 따뜻한 물로 샤워하고 푹 쉬어. 알았지?” “응. 오빠도 회의 끝나고 푹 쉬어.” 심미연은 고개를 끄덕이며 미소를 지었다. 박유진은 언제나 그녀에게 따뜻하고 세심한 사람이었다. 그런 그를 몇 번이나 외면하고 져버렸다. 그래서 더 미안했다. “그럼 난 먼저 갈게.” 그는 그녀의 체온을 놓치기 아쉬운 듯 한동안 손끝을 망설였지만 결국 손을 놓고 조용히 자리를 떴다. 예전에 박유진의 어머니는 그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미연이와 결혼하고 싶다면 그 아이를 절대 놓치지 마라.’ 하지만 만약... 심미연이 자신을 원하지 않는다면? 그녀가 원하지 않는 선택을 강요하는 건 박유진이 가장 피하고 싶은 일이었다. 무엇보다 그녀가 불편해하거나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그에겐 견딜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서재 문이 조용히 닫히자 심미연은 곧장 안방으로 향했다. 소파에 앉자마자 아까 걸려온 전화를 다시 눌러 받았다. “미연아, 나야. 혹시 내가 깨운 건 아니지?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해서 미안하구나.” 강준형의 목소리는 평소보다 훨씬 지쳐 있었고 그 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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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0화

심미연은 순간 숨이 턱 막히는 듯했다. 그 말이 사실이라면 강지한은 자신을 구하려다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그 순간, 이지연이 했던 말이 스쳐 지나갔다. ‘누군가 보스를 죽이려고 해요.’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오늘 밤 그 대형 교통사고는 단순한 사고가 아니었다. 누군가가 의도적으로 대형 트럭을 이용해 그녀를 노렸고 때마침 강지한의 차량이 그 사이에 끼어들면서 그가 대신 사고를 당한 것이었다. 게다가 차량이 폭발했다면 강지한이 그 안에 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생사조차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미연아?” 말이 없던 심미연을 걱정한 강준형이 다급하게 그녀를 불렀다. 전화를 끊은 줄 알고 불안해졌는지 목소리엔 떨림이 섞여 있었다. “지금 바로 갈게요. 걱정 마세요. 할아버지. 제가 꼭 강지한 살려낼게요.” 심미연은 단호하게 말한 뒤 전화를 끊었다. 핸드폰을 꼭 쥔 채 깊게 숨을 들이마신 그녀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옷장 안으로 들어가 외출복으로 갈아입고 핸드백과 폰을 챙겨 계단을 내려섰다. 그녀는 몰랐다. 서재 문 앞에 조용히 서 있던 박유진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걸. 박유진의 눈빛은 텅 빈 허공을 떠돌 듯 쓸쓸했다. 그녀가 향하는 곳이 누구인지, 그는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가야만 했다. 강지한이 목숨을 걸고 그녀를 지켰다면 그녀는 그를 외면할 수 없었다. 아마 오늘 구청이 문을 열었더라도 심미연은 박유진과 그곳에 가지 못했을 것이다. 박유진은 마음이 아프지 않은 척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였다. ‘괜찮아. 당연한 거야. 나라도 갔을 거야.’ 아무리 그렇게 말해도 그건 위로가 아니었다. 그저 자신을 속이는 자기합리화에 불과했다. 잠시 후, 그는 조용히 서재로 돌아가 문을 닫았다.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켰지만 화면 속 글자는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머릿속엔 오직 한 사람, 심미연. 지금 그 순간에도 그녀만이 그의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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