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전화기 너머로 박유진의 다정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미연아, 밥 다 됐어. 얼른 와서 먹자.”그 뒤를 이어 심태하의 맑고 귀여운 목소리가 톡 튀어나왔다. “엄마, 빨리 와요! 아빠가 만든 거 진짜 맛있단 말이에요.”강지한은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가슴이 칼에 찍힌 것처럼 심장이 뒤틀리는 고통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그의 아들, 그의 여자가... 이제는 다른 남자와 한 집에서 살고 있었다. 이젠 남의 아들이었고 남의 여자가 되어 있었다. 생각할수록 미쳐버릴 만큼 화가 치밀었다. 그때 심미연의 담담한 목소리가 이어졌다. “밥 먹어야 돼. 할 말 있으면 내일 해.”뚝.전화가 끊겼다. 귀엔 싸늘하게 울리는 종료음만이 남았다. 그 짧은 순간, 강지한의 머릿속엔 세 사람이 나란히 식탁에 둘러앉아 서로 마주 보며 웃는 장면이 선명하게 떠올랐다. 화기애애하고 따뜻하고 지독하게 행복해 보였다. 억눌렀던 감정이 마침내 폭발하듯 치솟았다. ‘내 아들이고 내 여자야.’‘박유진, 감히 넘보지 마. 반드시 내 품으로 다시 들려놓을 거야.’ 강지한은 그 말을 속으로 씹듯 되뇌며 거칠게 숨을 들이켰다. 온몸을 덮친 분노를 가까스로 억누른 그는 지체 없이 성무진에게 전화를 걸었다. “대표님.”전화 너머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에 강지한은 낮고 단호한 어조로 말을 던졌다. “바렐 그룹 분점은 어떻게 된 거야? 박유진이 왜 또 경성에 있는 건데?”그가 박유진을 지방에 묶어두기 위해 치밀하게 조치를 취해둔 건 불과 얼마 전이었다. 계획대로라면 이렇게 갑자기 올라올 일은 없었다. 잠시 뜸을 들인 성무진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지점은 현재 영업 중단 들어갔고 내부 정리 중입니다. 아직 완전히 마무리된 건 아니고... 박 대표님은 아마 하루 이틀 정도 잠깐 들어온 걸로 보입니다.” 성무진은 속으로 중얼거렸다. ‘요즘 대표님, 박 대표님 동선에 왜 이렇게 민감하신 거지?’‘돌아온 지 몇 시간도 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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