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심미연은 강지한의 말을 들을 생각이 없었다.심미연은 휴대폰을 가방에 넣고 몸을 숙여 강상미의 볼에 얼굴을 살짝 대며 부드럽게 말했다.“아빠 금방 올 거야. 난 먼저 갈게. 얼른 나아서 건강해지자, 알았지?”강상미는 귀여운 얼굴을 잔뜩 찌푸리며 입을 삐죽 내밀었다.“엄마, 혹시 나 안 좋아해요?”아니면 왜 남아서 같이 있어 주지 않는 걸까.“아니야.”심미연은 고개를 저으며 가볍게 웃었다.“내일 오후에 오빠 데리고 올게. 너랑 같이 놀게 해줄게.”그 말을 들은 강상미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네, 좋아요!”심미연은 그렇게 해맑게 웃는 아이를 보며 마음 한구석이 괜히 쓰라렸다.원래부터 심장이 좋지 않은 아이인데, 오늘은 머리까지 다쳤으니 이 작은 몸으로 어떻게 버텨낼 수 있을까.“엄마 일하러 가야 하는 거잖아요. 얼른 가요! 난 얌전히 아빠 기다릴게요!”강상미는 심미연을 살짝 밀고 밝게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엄마, 잘 가요!”마음은 아프지만 심미연에게 일이 있다는 걸 알기에 억지로 붙잡을 수 없었다.‘말 잘 들어야 해. 그래야 엄마가 나를 사랑해 줄 테니까. 안 그러면 엄마가 나를 싫어하게 될지도 모르잖아.’심미연은 잠시 아이를 응시하다가 이내 돌아섰다. 손바닥을 펴자 그 안에 아이의 가느다란 머리카락 한 올이 붙어 있었다.그녀는 아랫입술을 꾹 깨물었다.지금 당장 DNA 검사를 하러 가야 했다. 하루라도 빨리, 최대한 빠르게.그녀가 병실을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강지한이 음식이 담긴 가방을 들고 병실 문을 열었다.병실 안을 둘러본 그는 미간을 찌푸렸다.‘심미연, 진짜 그냥 가버린 거야?’“아빠! 왜 이제 왔어요? 엄마는 벌써 갔단 말이에요!”강상미는 못마땅하다는 듯 강지한을 노려봤다.‘아빠가 잘 붙잡아 뒀어도 나는 매일 엄마랑 같이 있을 수 있었을 텐데!’“배고프지? 일단 밥 먹자.”강지한은 억눌린 감정을 숨기고 간이 테이블을 펼쳐 음식들을 하나씩 올려놓았다.“와, 냄새 진짜 좋다!”강상미는 손뼉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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