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노을은 녹은 금을 뿌리듯 누각 창틀을 스쳐 들어와, 차가운 바닥 위에 긴 빛의 자락을 끌었다.김단은 문가에 멍하니 서서, 둥근 등받이 의자에 기대 앉은 창백한 얼굴만 바라보았다.그녀는 거의 잊을 뻔했다. 마지막으로 이 얼굴을 또렷이 떠올린 때가 언제였던가. 십수 해를 그녀의 삶에 머물던 이 사람은, 어느새 소리 없이 막을 내리고 퇴장해 버린 듯했다. 기억의 모퉁이에 흐릿한 잔영만 남긴 채.이 순간, 조각 창살을 넘어온 아침노을은 피 한 방울 돌지 않는 그의 얼굴을 부드럽고도 잔혹하게 덮었다. 지나치게 선명한 윤곽은 뜻밖에도 매화당에 한때 만발하던 매화를 떠올리게 했다.꽃은 필 때 여전히 시간을 놀라게 하지만, 한때 그녀의 심장을 떨게 하던 그 감정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처럼 더는 붙잡을 수 없었다.하지만, 그는 아직 살아 있었다.다행이었다.거의 동시에, 소한의 흐려진 눈동자가 번쩍 오므라들며 그녀를 꽉 붙들었다.이어 격렬한 분노가 그의 얼굴에 번졌다.보이지 않는 힘에 꿰뚫린 듯, 맥 없던 손이 놀라운 힘을 터뜨렸다. 그는 팔걸이를 부여잡고, 몸을 가두던 의자에서 버둥이며 일어섰다.몸은 바람 속의 등불처럼 심하게 흔들렸고, 다리는 떨렸으며, 한 걸음 한 걸음 비틀거림이 아슬아슬했으나, 그는 지독할 만큼 고집스레 그녀를 향해 옮겨왔다.쇠약의 끝, 처참한 꼴이었다.그러나 그녀 앞에 다다르자, 그가 맨 먼저 한 일은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움켜쥐는 것이었다.그 힘은 놀랄 만큼 거셌고, 거슬릴 수 없는 결연함이 실려 그녀를 자기 뒤로 거칠게 끌어당겼다.언제 스민 것인지 핏발 선 두 눈은 죽어 가는 외로운 이리처럼 섬뜩한 살기를 뿜어 우문호를 박아 두었다. 쉰 목소리였으나 한 글자 한 글자 얼음송곳 같았다.“둘째 황자 전하… 설마 그 지경까지… 여인을 미끼로… 나를 협박하시겠소?”우문호의 눈끝에 스치는 비웃음이 독사처럼 번쩍 지나갔다.그는 소한의 문책을 아랑곳하지 않고 김단 쪽으로 몸을 돌렸다. 입가에 의미심장한 웃음을 걸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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