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하의 그 가슴을 찢는 비명이 예종원군 관저 전체를 순식간에 뒤집어 놓았다.멀리서부터 발걸음 소리와 놀라 허둥대는 목소리, 병장기와 갑옷이 부딪히는 소리가 점점 가까워지며 이 행각으로 몰려들고 있었다.행각 안에서 김단은 그 자리에 멍하니 서 있었다.바닥에 쓰러져 형체를 알아볼 수 없게 된 시녀의 시신을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천천히 시선을 내려 자신의 두 손을 바라보았다.손가락 끝에는 아직도 남의 내력을 억지로 빨아들일 때 느껴졌던 그 기묘한 열기와 차오르던 감각이 어렴풋이 남아 있는 듯했다.그러나 그보다 더 짙게 스며든 것은 뼛속까지 스미는 냉기와, 스스로도 견디기 힘든 역겨움이었다.자신이, 제어를 잃은 사이에, 사람 하나를 산 채로 말려 죽였다는 사실이 뚜렷이 떠올랐다.“무슨 일이냐?!”소하의 낮고도 다급한 목소리가 문가에서 터져 나왔다.그 역시 소란을 듣자마자, 고지운이 누워 있는 침상 곁에서 허겁지겁 이곳으로 달려온 참이었다.그러나 문턱을 넘어 행각 안을 들어선 순간, 바닥에 널브러진 시녀의 끔찍한 시신과 창백하게 넋이 나간 김단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자, 강인하던 그의 심지마저 순간 얼어붙었다.숨이 턱 막히며, 싸늘한 기운이 폐 깊숙이까지 들이치듯 빨려 들어갔다.“대, 대군자가!”추하는 구세주라도 만난 듯 소하의 등 뒤로 거의 굴러가다시피 몸을 숨겼다.떨리는 손가락으로 김단을 가리키며, 말이 앞뒤도 맞지 않을 만큼 울부짖었다.“약왕곡의 주인입니다! 그, 그 여자가 무슨 요술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저 시녀를… 저 시녀를 통째로 말려 버렸습니다! 노, 노비 눈으로 똑똑히 본 일이옵니다!”그 말을 들은 순간 소하의 눈빛이 번뜩이며 매서워졌다.그의 등 뒤로는 이미 호위들이 뜰 안으로 뛰어들어오고 있었다.소하는 곧장 손을 뻗어 방문을 꽝 하고 닫아걸고는, 그제야 돌아서서 뒤에 선 호위들을 마주보았다.“대군자님!”호위들이 소하를 보자 일제히 예를 올렸다.“방금 누가 사람을 죽였다고 비명을 지르는 소리를 들었사온데,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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