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하는 사정을 짐작하고 조용히 다가가, 추하 손에 들려 있던 잔을 대신 받아 들었다.그리고 몸을 돌려 김단 앞으로 내밀며, 여전히 낮게 눌러 담은 목소리로 말했다.“물을 조금 마시게. 우선 정신을 붙들어.”김단은 기계처럼 미지근한 물잔을 받아 들었다.입술만 살짝 적시듯 몇 모금 삼키자, 뜨뜻한 물이 메마른 목을 타고 내려가며, 뒤엉킨 마음도 아주 조금은 가라앉는 듯했다.그녀는 길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썼다.다시 소하를 바라볼 때쯤, 눈동자에는 겨우 이성이 조금 돌아온 기색이 엿보였다.“……처음부터, 저를 죽이려 했어요.”갈라진 목소리였지만, 이번에는 또렷했다.살고 남은 사람 특유의 싸늘함이 배어 있었다.그 말을 듣는 순간, 옆에 서 있던 추하는 온몸이 또 한 번 크게 떨렸다.곧이어 소하의 차갑지만 단단한 목소리가 이어졌다.일부러 추하에게도 들려주려는 듯, 또 이미 정해진 사실을 확인하듯 담담했다.“그래. 자네도 다쳤지.”그제야 추하는 번개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그래, 약왕곡의 주인 몸에 묻어 있던 피는, 바닥에 널브러진 그 마른 시신의 것이 아니라 김단 자신의 상처에서 흘러나온 것 아니겠는가.그 단순한 사실이 머릿속에서 제자리를 찾자, 어지럽게 맴돌던 생각이 조금은 가라앉았다.하지만 이 순간, 김단에게는 추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돌아볼 여유조차 없었다.그녀의 얼굴에는 깊은 후회와 자책만이 가득했다.자기 손을 내려다보는 눈빛은, 마치 씻을 수 없는 죄가 잔뜩 묻어 있기라도 한 듯 떨리고 있었다.“제가 방심했어요.제 몸 안에 도는 이 충독을, 아직도 얕잡아본 거죠.조금만 더 조심하고, 그 사나운 독기가 치솟는 걸 제대로 눌렀다면……아마 이렇게 사람을 죽이는 일은, 만들지 않을 수도 있었을 텐데요……”추하는 김단의 얼굴에 서린 숨김없는 죄책과 고통을 바라보았다. 예정빈을 살리겠다고 목숨까지 걸었던 은혜가 같이 떠오르자, 가슴속을 가득 메우고 있던 순전한 공포에 묘한 흔들림이 스며들기 시작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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