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이 약왕곡에 가 본 적이 없다면, 거기에 이런 것이 있다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소문으로만 들었다는데 사형만 저렇게 딱 잘라 말하니, 아이고 사형.”김단이 몹시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사형이 본래 익살스럽고 허명에는 뜻이 없으며 세상일을 놀이 삼아 나와 장난치길 좋아하신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평소 약왕곡 안에서라면 저를 좀 놀리시는 것도 괜찮지요. 하지만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한양은 계란을 켜켜이 쌓아 올린 듯 위태롭고, 수많은 백성들은 끓는 기름 솥 한가운데 놓인 것처럼 목숨이 한 가닥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럴 때가 사형이 재주를 숨기고 농담을 할 때입니까.”그녀의 말은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과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와, 누구도 한마디 끼어들 틈이 없었다.한 마디 한 마디가 커다란 돌덩이처럼 그 중년 의원의 머릿속에 쿵쿵 박혀, 그의 얼굴빛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너, 너…”그 중년 의원은 한참이나 입을 뗐다 다물었다 하며 그런 말만 되뇌일 뿐, 끝내 제대로 된 한마디도 잇지 못했다.김단의 얼굴에는 마치 안도하는 듯한 빛이 떠올랐다.“천만다행입니다, 사형. 사형이 자비로운 마음을 품고 우리들이 헛수고만 하다가 공연히 목숨을 잃는 꼴을 차마 보지 못해, 이렇게 신분이 드러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저를 일깨워 주셨군요. 사매 된 제가 부주의해서 자칫 큰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그 중년 의원은 이미 완전히 정신이 흩어져 버렸다.이마에서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옷깃을 흠뻑 적셨다.그는 두 손을 있는 힘껏 내저으며 갈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거의 울먹이며 외쳤다.“아니오, 아닙니다. 약왕곡의 주인님, 하늘을 걸고 맹세합니다. 저는 약왕곡의 전임 주인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우리 집안은 조부 때부터 삼 대에 걸쳐 줄곧 한양에서 의원 노릇을 해 왔을 뿐입니다. 단 한 번도 약왕곡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습니다. 나, 나는…”“사형!”김단의 목소리가 번개 터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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