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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のすべてのチャプター: チャプター 1861 - チャプター 1870

1932 チャプター

제1861화

김단은 곧장 대답하지 않고 임학의 손목에 남은 멍 자국을 바라보다가 낮게 물었다.“……많이 아팠지요?”임학은 잠시 멍하니 있다가 이내 고개를 저으며 우는 얼굴보다 더 일그러진 웃음을 지었다.“안 아프다. 오라버니는 하나도 안 아프다.”그의 가슴 한켠은 뜨겁게 데워지고 있었다.김단은 그런 임학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가슴속에 남아 있던 차가운 조각이 마침내 조금씩 갈라지는 것을 느꼈다.“이제 자세요.”그녀의 목소리는 깃털 한 줄기처럼 부드러웠다.“제가 여기서 지켜보고 있을게요.”임학은 침상 곁을 지키고 앉아 있는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았다.말끝마다 묻어나는 오랜만의 걱정을 느끼는 사이, 내내 팽팽하던 마음이 마침내 완전히 풀렸다.극심한 피로와 안도감이 한꺼번에 밀려왔다.그는 순순히 눈을 감았다.입가에는 희미하지만 만족스러운 웃음이 어려 있었고, 곧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이번에는 굳게 모였던 미간도 서서히 펴졌고 숨결 또한 고르고 잔잔해졌다.김단은 그가 마침내 편히 잠든 모습을 바라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이제 됐어.다 지나간 일이다.이튿날 새벽, 김단의 작은 집 안은 다시금 분주해졌다.한양의 이름난 명의들과 내의원에서 품계를 받은 어의들, 그리고 각 대형 약방의 좌당 의원들까지 모두 이곳으로 불려왔다.마당에는 사람들이 빽빽이 들어차 조용히 수군거리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공기 속에는 묵직한 긴장과 불안이 감돌고 있었다.김단은 마당 앞쪽에 임시로 세운 목제 단상 위에 서 있었다.약왕곡의 주인다운 수수한 복색을 차려입은 채 얼굴에는 엄숙함이 어려 있었고, 눈빛은 맑고 단단했다.그녀는 쓸데없는 인사치레 따위는 하지 않았다.곧장 본론으로 들어가 또렷한 목소리로 마당 끝까지 울리도록 말했다.“여러 선배 어른들, 오늘 이렇게 무례를 무릅쓰고 한자리에 모셔 온 것은 사안이 시급하여서입니다. 한양, 나아가 천하의 안위와도 맞닿아 있는 일입니다.”그녀는 아래에 모인 사람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의문이 서린 얼굴, 굳게 굳은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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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2화

그 말이 나오자 여기저기서 곧장 맞장구가 튀어나왔고, 적지 않은 이들이 슬그머니 물러나고 싶은 마음을 품었다.“맞아, 궁중의 어의들도 손을 쓰지 못한다는데 우리가 무슨 수가 있겠어?”“차라리… 차라리 조정에 아뢰어서 조정에서 능한 이들을 보내게 하는 편이…”“그래, 그래, 이 일은 장난이 아니야. 우리 손에 맡길 수 있는 일이 아니지…”그들은 그저 평범한 의원들이었다. 그저 조용히 진료를 보며 살림을 이어 가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런, 들어 본 적도 없고 눈앞의 위험이 뻔히 보이는 괴이한 병증 앞에서 본능적으로 피하고자 하는 마음이 앞서는 것은 당연했다.단상 아래에서 술렁이며 몰래 출구 쪽으로 몸을 빼는 이들까지 보이자 김단의 마음은 다급해졌다. 그러나 얼굴만큼은 끝까지 침착함을 잃지 않았다.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을 그녀도 이해했다. 하지만 이대로 돌아가게 둘 수는 없었다.“여러분, 잠시만 진정해 주십시오!”그녀는 목소리를 높였다. 내공이 실린 음성이 맑은 샘물이 바위를 치듯 울려 퍼지자 순식간에 소란이 잦아들었다.“여러분의 걱정을 저도 잘 압니다. 알 수 없는 것 앞에서 두려움을 느끼는 것,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말을 잇는 동안 그녀의 시선이 주춤거리는 얼굴들을 하나하나 훑었다. 간절함이 묻어난 목소리가 이어졌다.“하지만 한 번만 생각해 보십시오. 바로 이때 우리 의원들마저 스스로의 안위만을 택해 물러선다면, 이 충독이 한양에 퍼져 나갔을 때 우리 부모와 처자, 이웃과 동네 사람들이 병들면 누가 그들을 살려 내겠습니까. 그저 살육만 아는 꼭두각시가 되어 가는 것을, 이 번화한 한양이 피바다로 잠기는 것을 두 눈 뜨고 보고만 있으시겠습니까?”그녀의 목소리는 크지 않았지만 떨어지는 말마다 힘이 있었다.막 자리를 뜨려던 몇몇 의원이 걸음을 멈추었다. 얼굴 위로 망설임이 스쳐 갔다.김단이 말한 일이 결코 불가능한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쯤은 모두가 알고 있었다.만약 그런 날이 정말로 닥쳐 온다면 그때 그들은 어디로 가야 한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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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3화

그 말이 나오자, 방금까지 설명에 넋을 놓고 듣던 여러 의원들도 문득 정신을 차렸다.그러고 보니, 예전에 김단이 살려 낸 이들은 어느 누구도 혼미약으로 재운 적이 없지 않은가.곧장 한둘씩 김단을 향한 눈빛에서 아까까지의 신뢰와 안도감이 서서히 걷히기 시작했다.김단은 눈매를 살짝 굳히고 말을 던진 의원을 바라보았다.그리고 낮게 목소리를 가다듬어 말했다.“그때는 일이 갑자기 터져 제가 미처 준비를 하지 못해 다른 수를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점은 안심하셔도 됩니다. 약왕곡의 혼미약은 충독에 걸린 자야 두말할 것 없고, 사나운 맹수 둘이 몰려와도 아주 조금만 쓰면 그대로 쓰러뜨릴 수 있습니다.”“그게 어찌 같다고 할 수 있겠소.”아까의 중년 의원이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충독에 걸린 자들은 힘이 상상을 초월하고, 육친도 알아보지 못한 채 날뛰지 않소. 열몇 마리 맹수와 맞먹을 만큼 흉악할 텐데 그까짓 약으로 되겠습니까.”“맞네, 내가 그날 낙래여인숙에서 봤네. 정말 장난이 아니었어. 무림 고수 몇이 달라붙어도 한 명을 제대로 막지 못하더군.”순식간에 사람들 사이에서 다시 물러날 궁리가 피어올랐다.바로 그때, 최지습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그가 낮으나 단단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여러 분, 그리 허둥대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금 이 일이 아직 그 지경까지 간 것도 아닙니다. 설령 언젠가 여러분이 정말 발광한 자와 마주치게 되더라도, 제가 고수들을 보내 여러분과 함께하게 하겠습니다. 그때는 혼미약에 사람의 힘을 보태면 반드시 제압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중년 의원이 코웃음을 치며 말을 잘랐다.“허, 웃기는 소리 말지요. 그날도 강호의 고수들이 여럿 나섰지만 충독에 미쳐 날뛰는 자 하나를 끝내 막지 못했소. 지금 와서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은 고수들을 구해 오겠다는 겁니까.”이미 몇몇은 이 중년 의원이 처음부터 시비를 걸 생각으로 온 자라는 것을 눈치채고 있었다.곧 누군가가 나서서 물었다.“당신은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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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4화

김단은 등골 밑부터 싸늘한 한기가 훅 치고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놀람과 분노가 마치 용암처럼 가슴속에서 거칠게 끓어올랐다.옆으로 늘어뜨렸던 손이 어느새 꽉 쥐어졌다. 손톱이 부드러운 손바닥을 깊이 파고들었다. 그 날카로운 통증 덕분에 겨우 정신 한 줄기를 붙잡을 수 있었다.고개를 들어 아래를 내려다보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알고 싶어 하고 경외하던 기색을 띠던 얼굴들이 흔들리는 촛불 아래에서 하나같이 낯설고 일그러져 보였다. 눈빛에는 김단을 하나의 물건으로만 여기는 듯한 날것의 탐욕이 가득했다.바로 그 아슬아슬한 순간이었다.분노로 가득 차 있던 김단의 머릿속을 한 줄기 번개 같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얼굴에 서려 있던 놀람과 노기가 순식간에 가라앉고 그 자리를 무언가를 깨달은 듯한 표정이 대신 채웠다.김단은 그 중년 의원을 똑바로 바라보더니 갑자기 목소리를 높여 불렀다.“사형?”울림이 큰 그 한마디가 사람들 귓가를 울리며 퍼져 나갔다.김단은 재빨리 단상에서 내려와 의원 쪽으로 걸어갔다.“누가 이렇게까지 약왕곡 사정을 잘 아나 했더니 역시 사형이었군요. 그런데 어찌 우리 약왕곡이 대대로 목숨 걸고 지켜 온 가장 큰 비밀을 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대로 입 밖에 내버리셨습니까.”우지직 하는 소리가 나는 듯했다.사람들이 완전히 술렁이며 뒤집어졌다.모두가 얼이 나간 눈으로 김단과 그 의원 사이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그 시선 속에는 도저히 믿기지 않는다는 당혹이 가득했다.그 의원의 얼굴에 어렴풋이 떠 있던 득의양양한 기색이 순식간에 굳어 버리더니 온통 멍하고 어리둥절한 빛으로 바뀌었다. 꼬리를 밟힌 고양이처럼 펄쩍 뛰어오르며 자기 코를 가리켰다. 목소리도 완전히 뒤집어졌다.“약왕곡의 주인, 대체 무슨 연극을 하는 겁니까. 나는 그저 평범한 의원일 뿐인데 어떻게 당신 사형이란 말입니까.”“아이고, 사형. 지금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이런 장난을 치세요.”김단은 애초에 해명할 틈을 줄 생각도 하지 않았다. 재빨리 앞으로 다가가더니 의원의 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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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5화

“사형이 약왕곡에 가 본 적이 없다면, 거기에 이런 것이 있다는 걸 어떻게 그렇게 확신하겠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소문으로만 들었다는데 사형만 저렇게 딱 잘라 말하니, 아이고 사형.”김단이 몹시 난감하다는 듯 한숨을 내쉬었다.“사형이 본래 익살스럽고 허명에는 뜻이 없으며 세상일을 놀이 삼아 나와 장난치길 좋아하신다는 것, 저도 잘 압니다. 평소 약왕곡 안에서라면 저를 좀 놀리시는 것도 괜찮지요. 하지만 지금이 어떤 때입니까. 한양은 계란을 켜켜이 쌓아 올린 듯 위태롭고, 수많은 백성들은 끓는 기름 솥 한가운데 놓인 것처럼 목숨이 한 가닥에 매달려 있습니다. 이럴 때가 사형이 재주를 숨기고 농담을 할 때입니까.”그녀의 말은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과 소나기처럼 쏟아져 나와, 누구도 한마디 끼어들 틈이 없었다.한 마디 한 마디가 커다란 돌덩이처럼 그 중년 의원의 머릿속에 쿵쿵 박혀, 그의 얼굴빛은 종잇장처럼 새하얗게 질렸다.“너, 너…”그 중년 의원은 한참이나 입을 뗐다 다물었다 하며 그런 말만 되뇌일 뿐, 끝내 제대로 된 한마디도 잇지 못했다.김단의 얼굴에는 마치 안도하는 듯한 빛이 떠올랐다.“천만다행입니다, 사형. 사형이 자비로운 마음을 품고 우리들이 헛수고만 하다가 공연히 목숨을 잃는 꼴을 차마 보지 못해, 이렇게 신분이 드러나는 것도 마다하지 않고 저를 일깨워 주셨군요. 사매 된 제가 부주의해서 자칫 큰일을 그르칠 뻔했습니다.”그 중년 의원은 이미 완전히 정신이 흩어져 버렸다.이마에서는 콩알만 한 땀방울이 뚝뚝 떨어져 옷깃을 흠뻑 적셨다.그는 두 손을 있는 힘껏 내저으며 갈라지고 날카로운 목소리로 거의 울먹이며 외쳤다.“아니오, 아닙니다. 약왕곡의 주인님, 하늘을 걸고 맹세합니다. 저는 약왕곡의 전임 주인을 전혀 알지 못합니다. 우리 집안은 조부 때부터 삼 대에 걸쳐 줄곧 한양에서 의원 노릇을 해 왔을 뿐입니다. 단 한 번도 약왕곡에 발을 들여본 적이 없습니다. 나, 나는…”“사형!”김단의 목소리가 번개 터지듯 날카롭게 울려 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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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6화

쾅―!평양원군 최지습과 영칠이 직접 나서서 사실이라 짚어 준 말은, 마치 마지막 판결을 내리는 방망이처럼 그 중년 의원의 창백하게 떨리던 변명을 산산이 부숴 버렸다.그리고 순식간에 이 자리에 있던 모든 이들의 인식을 통째로 뒤집어 놓았다.잠시 동안 공기가 멈춘 듯 고요해지더니, 곧이어 더 큰 술렁임이 터져 나왔다.“알고 보니 당신도 약왕곡의 고명한 제자셨군요.”“예전부터 약왕곡의 주인께 적통 제자가 한 사람 있어 진짜 비법을 깊이 전수받았다고 들었지요. 그게 바로 당신이었을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사람들 사이에서 나이가 지긋한 의원 몇이 수염을 쓸어내리며 감탄을 터뜨렸다.“그러게 말입니다. 약왕곡의 주인도 본래 진산군 댁의 귀한 아씨였는데, 의술을 익힌 지 몇 해 되지도 않아 곧장 약왕곡을 맡아 다스리게 되었으니, 그 재능이 참으로 놀라운 일이지요. 그래도 어릴 적부터 곁에서 모시며 정수를 전수받은 문하 제자의 뿌리만큼은 못 따라갈 터입니다.”“맞습니다. 이 백독불침의 비술만 봐도 그렇지요. 아무래도 동자공처럼 어릴 적부터 날마다 단련해야만 완성되는 법 아니겠습니까. 이런 비술 앞에서는, 타고난 천재성이라 해도 끝까지 버티며 갈고닦은 공력 앞에서는 조금은 뒤로 물러설 수밖에 없지요.”사방에서 터져 나오는 말들은 수없이 가는 바늘이 한꺼번에 꽂히는 듯, 그 의원의 낯가죽을 자주빛으로 부어오르게 했다.온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다.“나는 아니오! 아이고, 아니라고 내가 얼마나 여러 번을 말했소, 나는 아니오!”그는 거의 비명을 지르듯 소리쳤다. 이마에는 푸른 핏줄이 불끈불끈 솟아올랐다.“나는 애초에 약왕곡에 발을 들여 본 적도 없소! 무슨 백독불침이니, 무슨 혈인이니, 그 모든 건… 다 길에서 주워들은 말일뿐이요. 진짜라고 할 수가 없소!”“약왕곡의 주인과 대군자가께서 친히 하신 말씀인데 어찌 틀릴 리가 있겠소. 대체 무엇 때문에 아직도 그렇게 잡아떼시려 하오.”누군가 곧장 목소리를 높여 따져 물었다. 말끝에는 이미 불만이 섞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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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7화

옥 대접의 지나치게 순백한 빛과 칼끝에서 스며 나오는 뼛속 시린 한기는 이 순간만큼은 숨이 멎을 만큼 잔혹하게 느껴졌다.“안 돼! 이러지 마시오! 나 아니오! 놓으시오!”왕 의원이 끝이 찢어질 듯한 비명을 터뜨렸다.눈동자는 바늘처럼 가늘게 오그라들어, 점점이 다가오는 한옥 칼날만을 바라보았다.마치 눈앞에서 저승사자의 갈고리를 보고 있는 사람 같았다.극한의 공포가 보이지 않는 거대한 손이 되어 그의 심장을 꽉 틀어쥐었다.금방이라도 으깨져 버릴 것처럼 숨통이 조여 왔다.그러나 영칠이 더 빨랐다.귀신처럼 몸을 들이밀어, 쇠집게 같은 큰손으로 왕 의원이 허공에 마구 휘두르던 팔을 덥석 움켜쥐고서는 그대로 틀어막았다.차가운 칼빛이 번쩍 스쳐 갔다.“스윽.”날이 살을 가르는 소리가 미약하지만 또렷하게 울렸다.시뻘겋고 뜨거운 핏줄기가 순간 실선처럼 튀어 올랐다.곧 가느다란 물줄기로 바뀌어 끊임없이 흘러나오더니, 티 하나 없는 새하얀 양지옥 대접 안으로 뚝뚝 떨어졌다.붉은빛과 흰빛의 대비는 눈이 시릴 만큼 선명했다.작은 옥 대접은 이내 점점 짙어지는 붉은색으로 가득 차 올랐다.왕 의원은 온몸의 기운이 피와 함께 빠져나가는 것만 같았다.몸 구석구석까지 얼음이 밴 듯 서늘해졌고, 오른손으로 왼쪽 손목의 흉측한 상처를 필사적으로 움켜쥐었지만 손가락 사이로는 여전히 핏방울이 스며 나왔다.그의 얼굴은 이미 종이처럼 새하얗게 질려 한 줄기 핏기도 남지 않았고, 입술은 파르르 떨렸으며, 초점을 잃은 눈동자는 마치 혼이 빠져나간 사람처럼 허공만 헤맸다.얼마 지나지 않아, 불운한 왕 의원은 한양 서쪽의 외진 작은 집 한 채에 이미 갇혀 있었다.애초에 거의 들려서 안으로 실려 들어온 것이나 다름없었다.영칠이 내리꽂은 그 한 칼은 겉으로 보기에는 정확하기만 했으나 실상은 뼈가 드러날 정도로 깊이 파고든, 조금도 봐주지 않은 칼질이었다.살을 찢는 고통과 지나친 공포가 한데 뒤엉켜 군중의 시야에서 벗어난 지 그리 오래지 않아 왕 의원의 두 눈은 하얗게 뒤집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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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8화

김단은 왕수인을 바라보았다.목소리는 한없이 고요했지만, 그 안에는 모든 것을 꿰뚫어 보는 듯한 차가운 기운이 서려 있었다.“왕수인. 원래 한양 서쪽에서 의관을 열고 의선당이라 이름 붙였지. 안타깝게도 의술은 변변치 못했고, 덕행도 모자랐어. 3년 전에는 임신 7개월 된 여인에게 호랑이 같은 독한 약을 잘못 써서 한 몸에서 두 목숨을 잃게 만들었지. 그 일로 옥에 끌려 들어가 있다가, 얼마 전에서야 겨우 풀려난 신세고.”그녀가 몸을 조금 앞으로 기울이자 촛불이 얼굴 위로 명암이 엇갈린 그림자를 드리웠다.입가에 비웃음이 스쳤다.“수인, 의선이라니. 그 어느 하나, 너와는 어울리지 않네.”왕수인은 갑자기 온몸이 떨렸다.옷이 모두 벗겨진 채 얼어붙은 벌판 위에 내던져진 것처럼 살갗이 싸늘하게 식어 갔다.이토록 짧은 시간 안에 자신의 속까지 모조리 들춰 볼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커져 가는 공포 속에서, 그는 오히려 허세 섞인 용기를 짜내듯 목을 찢어지게 높였다.“조… 김단! 이건, 이건 납치야! 사사로운 형벌 남용이야! 왕법이 어디 있는지 내가 관아에 가서 고할 거다! 어서 날 풀어 줘!”“날 고발한다고?”김단이 가볍게 웃었다.고요한 방 안으로 번져 나간 웃음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운 조롱을 머금고 있었다.“무엇을 두고 고발할 건데? 약왕곡의 고명한 제자라는 너를 ‘청해’다가 한양 백성을 살리기 위해 기꺼이 피를 내도록 한 일을? 아니면 약왕곡 문인인 것처럼 거짓으로 꾸미고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왕곡의 전해 내려오는 비밀을 엿보고, 흘려 버린 죄를 두고 고발할 거야?”그녀가 문득 한 걸음 다가섰다.촛불이 그녀의 눈빛 속에서 불꽃처럼 튀어 올랐다.목소리는 단숨에 낮게 가라앉았다.“말해. 대체 누구의 사주를 받은 거지? 왜 사람들 앞에서 굳이 혈인 이야기를 꺼냈어? 내 피가 남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어디에서 들은 거야? 네 편에 선 자는, 또 누구지?”왕수인의 눈빛이 미친 듯이 흔들렸다. 식은땀이 줄줄 흘러내렸지만 그는 여전히 억지로 목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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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69화

김단의 말이 협박처럼 귓가를 울리자 왕수인의 온몸이 거세게 떨기 시작했다. 이마에는 송골송골 식은땀이 배어 나왔고, 이미 수많은 미치광이들에게 둘러싸여 온몸이 찢겨 나가는 자신의 모습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듯했다.“아니… 아니… 나, 죽기 싫어…”그는 완전히 무너진 채 중얼거렸다. 두려움이 마음속 마지막 방어선을 이 순간 산산이 깨뜨려 버렸다.“김 낭자, 약왕곡의 주인님, 날 살려 주시오. 인자하고 어진 분이시니 나를 좀 살려 주셔야 합니다.”그 꼴을 보고도 김단은 곧장 대답하지 않았다.잠시 정적이 흐른 뒤 최지습이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낮게 가라앉아 있었고, 한기 어린 듯 이지러지게 차가웠다.“배후에서 사주한 자가 누구인지, 네가 알고 있는 것을 모조리 말해라. 그러면 내가 네 목숨 하나만은 건져 네 몸을 이 한양 밖으로 내보내고, 이후로 이름을 숨기고 살 수 있도록 해 줄 수도 있다. 그렇지 않다면…”그는 끝말을 잇지 않았으나, 남겨 둔 침묵 속에 담긴 위협은 어떤 혹형보다도 더 깊이 사람을 절망하게 만들었다.회유와 협박이 두 개의 집게처럼 왕수인의 목줄을 힘껏 죄어 왔다.그는 코와 눈물을 한껏 흘리며 마침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비명을 질렀다.“말할게! 말하겠어! 은… 은자를 준 사람이 있었어! 나더러 때를 봐서 모두가 약왕곡의 주인께 피를 내라고 부추기라고 했어!”“누구지?”김단이 날 선 목소리로 쫓아 물었다.“제… 제세당의 이부귀, 이 가게 관리자였어!”왕수인은 마치 마지막 동아줄을 붙잡은 사람처럼 숨 가쁘게 토해 내듯 내뱉었다.“어… 어젯밤이야. 그자가 나를 찾아와 은자 백 냥을 쥐여 주면서, 약왕곡의 주인께서 의원들을 불러 모으실 때를 봐서 모두가 피를 나누어 달라고 나서도록 입을 떼라 했어. 일이 잘만 되면 은자 이백 냥을 더 얹어 주겠다고도 했고…”“제세당 이부귀라…”김단의 미간이 깊게 찌푸려졌다. 그녀는 머릿속에서 재빠르게 그 사람에 관한 기억을 더듬었다.제세당은 한양에서 여러 해를 버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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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70화

그날 밤은 애초부터 쉽게 잠들 수 없는 밤이 될 운명이었다.최지습은 그 길로 궁으로 들어가 민정승과 얽힌 일을 계속 캐고 있었고, 김단은 서재에 홀로 앉아 스스로를 진정시키려 애쓰며 이 시기 동안 벌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되짚어 보고 있었다.그러나 아무리 더듬어 보아도 모든 일이 거대한 그물처럼 자신을 빽빽하게 뒤덮고 있는 듯해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알 수 없을 즈음, 영칠의 실루엣이 밤빛에 스며든 먹선처럼 소리 없이 서재 안에 나타났다.“약왕곡의 주인, 제세당의 이부귀를 찾아냈습니다.”김단이 그를 향해 눈을 돌리며 다급히 물었다.“그가 뭐라고 하였습니까.”영칠이 고개를 들고 날카로운 눈빛으로 보고했다.“제가 찾았을 때 그는 이미 자기 집 뒷마당 장작창고에서 숨이 끊어져 있었습니다. 검시관의 초벌 판단으로는 최소 사흘 전 사망한 것으로 보이며, 목뼈가 단번에 비틀려 꺾여 있었습니다. 수법으로 미루어 보아 상당한 고수의 짓입니다.”“죽었다고요? 그것도 사흘 전에요?”김단이 벌떡 일어서며 얼굴에 놀라움을 가득 드러냈다.“하지만 왕수인은 이부귀가 어제 자신을 찾아왔다고 했습니다. 시각이 전혀 맞지 않지 않습니까.”영칠이 눈을 낮추어 대답했다.“달리 말하면 닷새 전에 왕수인을 찾아갔다는 그 이부귀가 애초에 진짜가 아니었다는 뜻입니다.”그 말은 번개 한 줄기처럼 김단의 머릿속 어딘가에 박혀 있던 기억을 순식간에 갈라 놓았다.예전에 길상진에서 최지습과 함께 있을 때, 심묵이 역용술을 써서 약을 파는 노인으로 변장한 일이 있었다. 그 노인 역시 며칠 앞서 강물에 빠져 익사한 채 발견됐었다.그렇다면 이번에도 누군가 역용술로 이부귀 가게 관리자의 얼굴을 뒤집어쓴 것이다.먼저 윤귀, 그다음은 야효.그리고 이제 또 한 명의 얼굴 없는 자가 모습을 드러낸 셈이었다.“세상에 도대체 축골변형법을 쓰는 자가 얼마나 되겠습니까.”그녀는 미간을 깊이 찌푸렸다.가슴속은 만근의 짐을 짊어진 듯 무겁게 내려앉았다.옆에 서 있던 영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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