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대군, 사랑에 살다: 무수리의 반격: Chapter 631 - Chapter 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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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1화

임씨 부인이 언급한 큰 마님은 당연히 김단의 조모를 말하는 것이었다.자신과 조모가 닮았다는 말을 듣은 순간 김단의 눈가가 뜨거워졌다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이자 임씨 부인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우리 집 큰 마님께서 딸아이를 데리고 나갔소. 혹시 그분을 마주친다면 빨리 집으로 돌아오라고 전해주시오. 곧 해가 질 것 같아서 하는 말이오. 우리 딸아이가 겨우 두 살밖에 안됐는데 늦게까지 밖에 있으면 위험해서...”김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복잡한 감정을 억눌렀다. “알겠습니다.”그때 임씨 부인은 갑자기 김단에게로 다가오더니 그녀의 손을 잡았다.“알고 있소? 우리 딸아이는 정말 예쁘게 생겼소. 눈은 나를 닮지 않았지만 피부는 나보다도 더 희고 곱소. 작은 얼굴에 통통한 볼살이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딸아이 이름은 단이라고 하오. 우리 집 보물이기도 하지.”그녀는 큰 소리로 외치고 싶었다.자신은 결코 그들이 말하는 보물이 아니라고, 그들은 자신을 그리워한 적도 없고 생각한 적도 없다고.그러나 아무것도 모르는 듯한 순진한 그녀의 눈빛을 마주하자 그 모든 말이 목에 걸려 단 한 마디도 나오지 않았다.그저 눈물이 두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그때 임씨 부인은 김단의 손을 내려다보며 깜짝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어머! 낭자, 손이 왜 이런 것이오?”김단의 손에는 지난 세월의 고통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동상은 사라진지 오래지만 3년간 남은 상처가 배어있었다.임씨 부인은 얼굴을 찡그리며 말했다.“여자아이 손이 어쩌다 이렇게 된 것이오? 낭자의 어머님께서 이걸 보신다면 가슴이 미어질 것이오.”아니었다.그녀는 전혀 가슴 아파하지 않았다.오히려 임원이 아니어서 다행이라고 안도했을 뿐이었다.크고 굵은 눈물이 김단의 손등에 톡 하고 떨어지자 임씨 부인은 그저 멍하니 김단을 바라보았다.눈빛 속에는 혼란과 당혹감이 가득했다.임씨 부인은 그 눈물의 의미를 전혀 알 수 없었다.하지만 울고 있는 김단을 바라보던 임씨 부인의 가슴도 아려오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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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2화

김단은 일부러 몸을 돌려 등을 보였다.더 이상 임씨 부인의 눈빛을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자신에게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는 모습이 가증스러웠다.보물?참으로 우스운 일이었다.그 긴 3년 동안 단 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그리워하고 생각해 주지 않았으면서 어떻게 보물이라는 단어를 내뱉을 수 있는 걸까?만약 그때 한 명이라도 자신의 손을 잡아주었더라면 연을 끊는 참사는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말이다.김단은 억눌렀던 감정이 터질 것 같은 기분에 잠시 휘청거렸다.그녀가 간신히 몸을 추스르고 있을 때 마침 의원이 다가왔다.그는 방금 전 임씨 부인과 마주쳤던 일이 떠오르자 미간을 찌푸렸다.“큰 아가씨.”김단은 그제야 깊게 숨을 들이마시며 고개를 돌렸다.의원은 조심스럽게 다가와 작은 약병을 건네며 말했다.“이 약은 제가 약왕곡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총 다섯 알이었는데 하나는 제가 복용했고 다른 하나는 큰 마님께 드렸어요. 그리고 나머지 한 알은 큰 아가씨께서 한양 서쪽에서 돌아왔을 때 사용했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두 알밖에 남아 있지 않습니다. 이 약이 소 장군님의 목숨을 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그 약은 생사를 오가는 순간에 사람을 살릴 수 있는 귀중한 약이었다.의원과 큰 마님 역시 생을 마감하기 직전에 이 약을 먹었고 그 덕분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그리고 김단도 죽음의 문턱에서 이 약으로 인해 다시 살아나게 되었다.죽음의 문턱에서 자신을 구해준 것이 이 약이라면 아마도 소한에게도 쓸모가 있을 것이다.김단은 두 손으로 약병을 소중히 받아들고는 고개를 숙여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그러자 어의는 두 권의 의서를 건네며 말했다.“큰 아가씨께서 지금 내의원에서 의술을 배우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두 권은 약왕곡의 의서입니다. 평범한 의술보다 정교하여 학업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김단은 의서를 품에 안으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정말 고맙습니다. 의원님!”의원은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지만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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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3화

소씨 부인은 김단의 이름을 불러놓고도 그저 멍하니 바라보기만 할 뿐이었다.입술을 달싹였지만 그 이름 외에 더이상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김단도 그 시선을 애써 외면하며 고개를 끄덕였다.“제가 먼저 들어가서 약을 먹이도록 하겠습니다.”말을 마친 김단은 조용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방 안에는 군의관 한 명만이 환자를 지키고 있었다.김단이 들어오자 군의관은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곧 예의를 갖춰 인사를 건넸다.“김단 아가씨는 신의의 제자라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그런 분을 직접 뵙게 되다니 영광입니다.”소하의 다리가 기적적으로 회복된 이야기는 이미 의술계에서 전설처럼 퍼져 있었다.신의를 직접 만나볼 기회는 없었기에 다들 그의 제자인 김단을 보는 것만으로도 큰 행운이라 여겼다.김단은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고 조용히 약병을 꺼냈다.그녀가 약을 들고 나타나자 군의관은 호기심과 기대가 가득 찬 눈빛으로 바라보았다.김단은 천천히 다가가더니 약을 한 알 꺼냈다.얼마나 많은 피를 쏟았는지 소한의 얼굴은 혈색 하나 없이 창백했다.김단은 깊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떨리는 손으로 조심스레 그의 입술을 벌리고 약을 넣어주었다.그러나 소한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김단은 침묵 속에서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군의관은 한참을 지켜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신의의 약이라고 해도 선단은 아닙니다. 그러니 약효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겁니다.”군의관은 창밖으로 어둑해진 하늘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시간이 늦었으니 김 아가씨께서도 돌아가서 쉬십시오. 여기는 저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김단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군의관을 바라보았다.“그럼 잘 부탁드립니다.”그녀가 고개를 숙여 인사를 건네자 군의관도 가볍게 예를 갖추었다.그러나 인사를 하려 고개를 숙이자마자 군의관의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더니 앞으로 휘청거렸다.놀란 김단은 재빨리 손을 뻗어 그가 넘어지지 않게 부축해 주었다.“군의관님, 괜찮습니까? 어디가 불편하신가요?”김단은 빠르게 그의 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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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4화

밤은 점점 깊어졌다.평양 관저에서 병사들은 최지습과 가볍게 술잔을 나누고 있었다.“단이는 아직입니까?”조용히 술잔을 기울이고 있던 다섯째 도령이 물었다.오늘 소한이 사고를 당했다는 소식은 들어서 다들 알고 있었다.그리고 김단이 수 어의를 따라 연병장으로 갔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하지만 수 어의가 돌아온 후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김단의 모습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여덟째 도령도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어릴 적부터 함께 자란 정이 있는데 걱정되는 게 당연하지 않소. 거기 남아 있는다고 해도 이상할 건 없소.”사람들은 살짝 고개를 끄덕였지만 열한 번째 도령은 입꼬리를 비틀며 불만스럽게 말했다.“단이는 마음이 약하잖소. 소한의 목숨이 위태로운 걸 보고 불쌍히 여겨 동정심이라도 생겨버리면 어쩌려고 그러시오. 그러다가 소한에게 이용당할지도 모르잖소.”가능성이 없는 일은 아니었다.이 말을 들은 모든 사람들은 불안한 표정으로 생각에 잠겼다.참다못한 둘째 도령이 최지습을 바라보며 말했다.“형님께서 한번 가 보시는 게 좋지 않겠습니까?”하지만 최지습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물었다.“내가 왜 가야 하는 거지?”그의 떨떠름한 반응에 병사들은 서로를 바라보다가 결국 고개를 저으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한편 연병장에서는 김단이 의자에 기대어 앉아 의원이 준 의서를 펼쳐보며 간간이 소한을 지켜보고 있었다.침대 위 소한의 얼굴은 여전히 창백했고 숨소리는 희미했지만 그래도 안정적이었다.김단은 간혹 맥을 짚어보기도 했다.의원이 준 약이 효과가 있었는지 소한의 맥박도 이전보다 안정되어 있었다.오늘 밤만 무사히 넘긴다면 목숨은 건졌다고 볼 수 있다.그녀는 하품을 하며 창밖의 밤하늘을 바라보았다.달빛이 높이 걸린 것을 보니 이미 자시를 넘긴 듯했다.피로에 지친 김단은 몸을 일으켜 기지개를 켰다.그때, 갑자기 귓가에 미약한 소리가 스쳐 지나갔다.“물…”김단은 깜짝 놀라 고개를 홱 돌렸다.침대 위 남자의 두 눈이 미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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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5화

생각할 겨를도 없이 어느새 소한의 손이 김단의 치맛자락을 꽉 잡고 있었다.손끝에 담긴 힘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절박하고 간절했다.“가지 마…”김단이 떠나려 하자 몽랑한 의식 속에서 소한은 가슴이 저려오는 듯한 통증에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었다.그 고통이 부상 때문인지 아니면 마음의 상처 때문인지조차 구분되지 않았다.그래서 그는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힘을 짜내어 그녀의 치맛자락을 꼭 붙잡았다.“단이야, 가지 마…”가지 말아 줘.여기 있어줘.목소리에는 애절함이 깃들어 있었다.비록 이게 꿈이라 할지라도 제발 곁에 있어주길 바랐다.김단은 미간을 살짝 찌푸리며 그의 눈을 바라보았다.그의 눈가에서 맑은 눈물이 뺨을 타고 흘러내리자 김단은 마음이 약해졌다.사람은 아플 때 가장 나약해진다지만 지금 소한의 모습은 그 어느 순간보다도 절박해 보였다.결국 김단은 그 자리에 서서 소한의 불안하고 간절한 눈빛을 바라보았다.소한은 흐릿한 시야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담으려고 노력했다.다행히 소한은 그저 김단을 바라보기만 할 뿐 더 이상 무리하게 굴지 않았다.김단은 그가 열 때문에 정신이 혼미해진 거라 생각하며 그의 이마에 얹어둔 수건을 뒤집고는 팔을 만져보았다.확실히 열이 조금씩 내려가고 있다는 걸 느끼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하지만 너무나도 쇠약해진 소한은 다시 눈을 감고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그의 손은 여전히 김단의 치맛자락을 꼭 쥐고 있었다.시간이 흐르고 창밖에는 서서히 동이 트기 시작했다.군의관은 어젯밤 약을 먹고 푹 잠들었던 탓에 늦게 깨어났다.밖이 밝아진 것을 본 그는 부랴부랴 연병장으로 달려왔다.여전히 침대 곁에 서 있는 김단의 모습을 본 군의관은 깜짝 놀라 다급히 외쳤다.“김 아가씨!”김단은 피곤한 얼굴로 군의관에게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어젯밤에 몇 번 깨어나셨습니다. 열은 두 번 정도 올랐는데 지금은 안정됐어요.”군의관은 놀란 표정으로 소한의 맥을 짚어보고 나서야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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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6화

김단은 발걸음을 멈추었다.마침 안으로 들어오던 소 씨 집안사람들과 눈이 마주쳤다.그들도 소한의 말을 들은 뒤였다.김단을 향한 소 씨 부인의 눈빛에는 미안함이 서려있다.어찌 김단을 대해야 할지 몰랐다.자신이 직접 김단을 내보냈기 때문이다.하나 김단은 소하의 다리를 고쳐주고,소한을 저승 문턱에서 끌어내렸지 않은가.그녀는 자은 법사의 비문이 이해가 되지 않았다.김단은 천살고성이 아니라 소 씨 집안의 은인이 아닌가.하나 소 씨 부인은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곧이어 소하가 먼저 움직였다.일부로 김단을 스쳐 지나가더니 이내 소한의 침상 곁으로 다가섰다.“한아, 괜찮느냐?”그는 자신의 몸으로 소한의 시선을 막았다.단이가 한이의 약을 구해오고, 곁에서 밤을 지새운 사실만으로도 충분한 성의를 보여주었지 않은가.더 이상 그녀를 곤란하게 할 수는 없었다.소 씨 대감도 마침내 제정신을 차렸다.그는 소 씨 부인을 부축하여 침상 앞으로 걸어갔다.끊임없이 소한을 불렀다.“한아, 한아, 괜찮으냐?”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김단은 큰 반응을 하지 않았다.그리고 밖으로 발걸음을 옮렸다.이때, 소한이 절규하며 그녀를 불렀다.“단아!”소한은 조급했다.그의 시선은 소하와 소 씨 부인의 틈 사이를 향했다.밖으로 나가는 김단의 뒷모습을 보며,중상을 입은 것도 잊은 채 침상에서 일어나려 했다.그 탓에 감싼 붕대가 붉게 물들었다. 뒤이어 강렬한 고통에 순간 기절을 할 뻔했다.그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침상에 누웠다.하나 그의 두 눈은 김단을 뚫어져라 보고 있다.“단아…단아..”허약한 목소리로 계속 그녀를 불렀다.김단은 눈살을 찌푸렸다.결국 그녀가 나가기 전에 소 씨 부인이 앞을 막아섰다.“김 낭자!”소 씨 부인은 그녀를 한 번 부르고는,무릎을 꿇었다.김단이 깜짝 놀라 그녀를 부축했다.“소 씨 부인께서 지금 무엇을 하시는 것이옵니까?”소 씨 부인은 일어나지 않았다.그녀의 얼굴에는 눈물이 흘렀다.“이리 부탁하겠소, 이곳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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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7화

이때, 커다란 그림자 하나가 방 밖에 나타났다.최지습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상황을 지켜보았다.곧이어 날카로운 눈빛은 소 씨 부인부터 방 안 사람들을 훑었다.그리고 그제야 김단을 향해 물었다.“가겠소?”아주 짧은 몇 마디였다.하나 김단은 최지습을 보는 순간 마음이 놓였다.소 씨 부인의 울음소리가 귓가에 맴돌았지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답했다.“예!”그리고는 그에게로 발걸음을 돌렸다.이때, 소 씨 부인이 갑자기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단아! 네, 네가 한이를 놔두고 갈 수는 없다! 이 아이에게는 네가 필요해.내가 이렇게 빌게, 남아서 곁을 지켜주겠니?”소하는 미간을 찌푸렸다.아무리 소 씨 부인을 잡고 있어도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그는 더 이상 단이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더하여 모친의 비루하고 초라한 모습을 보고 싶지 않았다.하나 김단에게 달려가려는 모친을 잡고 있는 것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그는 자신이 미웠다.수 어의를 불러 올 수만 있다면, 소 씨 부인도 처량한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것이다.생각에 잠겨 있던 찰나, 최지습의 목소리가 다시 한번 더 들려왔다.“소 장군께서 중상을 입으셨나이다,지금 필요한 이는 단이가 아니라 수 어의 이옵니다.”말이 끝나기 무섭게 밖에서 소리가 들려왔다.“소신 도착하였나이다!”곧이어 수 어의가 서둘러 안으로 들어왔다.그는 어젯밤 소한의 가슴을 열고 나서, 이른 아침에 그의 상황을 보러 가려 했다.하나 날이 채 밝기도 전에,호랑이군들에게 끌려 침상에서 일어나게 될 줄 은 누가 예상이나 했으랴. 의복을 언제 입었는지도 모른 채 허겁지겁 나왔다.뒤이어 호랑이군들이 비아냥거렸다.“어찌 제자한테 소한을 맡길 수 있겠소?”수 어의는 그제야 김단이 밤새 소한의 곁을 지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하나 소용없는 짓이다.아무 이상이 없었다면 몸이 버텨 준 것이고, 이상이 생겼다면 내의원들이 모두 모였어도 막지 못할 것이다.그는 최지습의 압도적인 권위에 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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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8화

관저로 돌아가는 마차 안.김단은 자신도 모르게 최지습을 흘깃흘깃 쳐다보았다.“혹여 소녀가 걱정을 끼쳤나이까?”최지습은 정병들이 자신을 재촉하던 장면을 떠올렸다.그리고 사실대로 대답해주었다.“열 번째 도령이 걱정을 하였소.”하나 최지습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중상을 입은 소한을 살피기 위해 곁에 남아있는 것이 아닌가.어찌 다들 데려오라 하는 것인가.더하여 수 어의도 관저로 돌아갔고, 머지않아 김단도 돌아올 것이라 생각했다.밤새도록 그의 곁을 지켰을 줄을 예상이나 했으랴.최지습은 기다리면서 걱정하는 마음이 커졌다.날이 밝는 것을 보자 서둘러 호랑이군들을 시켜 수 어의를 불렀다.그리고 자신은 김단을 찾으러 간 것이다.김단은 호랑이군을 떠올렸다.알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자신을 생각하는 그들의 행동에 마음이 따뜻해졌다.그녀는 다정한 말투로 그에게 말했다.“어제 떠나려고 했사옵니다. 하나 군의관께서 심장에 무리가 오셨습니다.만일 이대로 밤새 곁을 지키시면, 두 사람 모두 황천길을 넘겠다고 생각이 들었나이다. 그리하여 청을 올려, 군의관 대신 곁을 지켜야겠다 하였나이다.”최지습은 그제야 고개를 끄덕였다.“이 연병장은 병영 보다 좋지 않소,평소에는 군의관 한 명이 지키고 있을 것이오. 어제 일은 소한에게 필히 큰 충격을 주었을 것이오.”“예, 소 장군의 상황은 비참했나이다.”김단은 담담하게 말했지만 안색이 어두워졌다.붉은 갈기를 가진 말.자신이 어렸을 적에 툭 던진 한 마디였다.어느새, 같이 그림을 그리던 세 명의 아이들은 서로를 미워하는 존재가 되어버렸다.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히자 한숨을 내쉬었다.침묵하는 김단을 보고, 최지습도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마차는 천천히 앞을 향해 갔다.김단은 밤새 곁을 지키느라 온몸이 피곤했다.흔들리는 마차 안에서 저절로 눈이 감겼다.그녀는 얼마 가지 않아 긴 잠에 빠졌다.작은 숨소리가 들려오자, 최지습은 그제야 김단이 잠에 든 것을 알 수 있었다.그녀의 머리가 마차에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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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39화

아름다운 얼굴에 미간이 찌푸려지자, 최지습도 같이 미간을 찌푸렸다.그는 다른 손을 내밀어 햇빛을 막았다.곧이어 김단은 인상을 폈다.최지습도 그녀를 따라 미간을 폈다.그리고 자신이 김단을 보고 웃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자연스럽고, 따스한 미소다.그것은 마음에서 우러나온 미소였다.어떠한 어두운 감정에 사로잡혀 나온 웃음이 아니었다.하나 그는 그 악몽에 팔년 간 시달리고 있다.어찌 이리도 쉽게 미소를 지을 수 있단 말 인가.최지습은 돌아가는 길 내내, 한 손으로 김단의 머리를 들고, 또 다른 한 손으로는 햇빛을 막아 주었다.마차가 멈추었다.마부는 김단이 자고 있는 줄 몰라 큰 소리로 외쳤다.“대군자가! 도착하였나이다!”김단은 깜짝 놀라 잠에서 깼다.눈을 뜨자 최지습이 이상한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잠시 멈칫하더니,그제야 자신이 최지습의 손에 기대어 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서둘러 몸을 꽂꽂히 세우고는, 혹여 침이 묻었을 까봐 입가를 닦았다.그녀의 작은 행동 하나도 최지습의 눈을 피할 수는 없었다.마음속으로 몰래 웃어 보였다.하나 표정에는 드러나지 않았다.이어서 손을 거두고는 낮게 말했다.“걱정하지 마시오. 침은 흘리지 않았소.”김단의 얼굴은 순식간에 벌겋게 달아올랐다.하나 최지습은 그저 묵묵히 마차에서 내릴 뿐이다.김단은 미간을 찌푸렸다.자신을 한참동안 꾸짖고는 마차에서 내렸다.이때, 최지습이 말을 걸었다.“뜬 눈으로 밤을 지새웠으니, 피곤하겠소. 서둘러 돌아가 쉬시오.”김단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에게 예의를 차리고, 관저로 돌아갔다.돌아가는 걸음은 빠르기 그지없었다.어찌 최지습의 손을 기대어 잘 수 있는가, 이 얼마나 창피한 일 인가.김단이 돌아오는 것을 보고, 숙희가 서둘러 그녀를 맞이했다.“아씨, 돌아오셨나이까! 노비와 대군자가께서 얼마나 걱정하셨는지 아시옵니까?”하나 김단은 숙희의 말에서 ‘최지습’ 이 거론되었다는 점을 신경 쓰지 않았다.하룻 밤 내내 돌아오지 않았으니, 걱정을 하게 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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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40화

김단은 내시의 뒤를 따라 어서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말없이 앞서가는 내시를 보며,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임금이 어찌 자신을 궁에 들여보낸 것인가.문득 며칠 전에 최지습이 자신에게 해준 말을 떠올렸다.그가 말하기를, 임금은 소한과 자신을 맺어 주고 싶어 하신다 했다.소한이 중상을 입고, 그녀를 하염없이 부르는 모습에 임금이 혹여 혼인을 시키려는 것인가.가는 길 내내, 김단은 안절부절 했다.혹여 진정으로 혼인을 주선하시면, 어찌해야 하는가.죽음으로 뜻을 밝혀야 하는 것인가.어서재 앞에 도착하고 나서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다.어서재 안의 소환을 듣고, 김단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억지로 침착하려 애를 쓰기 바빴다.그제야 눈을 아래로 떨구고는, 천천히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백성 김단, 폐하를 뵙습니다.” 그녀는 절을 했다.대담한 태도로 하여금 전혀 심란해보이지 않았다.하나 말을 끝나기 무섭게 어서재 안이 조용해졌다.김단은 황제와 눈을 마주치기 두려웠다.그저 자신의 무릎만 바라볼 뿐이다.쥐 죽은 듯 조용한 곳에서 그녀의 숨소리만 들렸다.잠시 뒤, 황제의 위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짐이 자네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십중팔구, 소한 때문이 아닌가.김단은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그저 고개를 저어 보였다.“송구하옵니다, 미처 알지 못하옵니다.”그녀의 말에 임금이 대답했다.“어제, 소한이 말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웠다. 짐이 듣기로는 자네가 그의 곁을 밤새 지켰다 하더군.”김단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서둘러 입을 열었다.“군의관께서 심장에 무리가 가셨사옵니다, 소인은 그저 군의관 대신 머문 것뿐이옵니다.”절대로 소한 때문이 아니다.하나 임금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수 어의가 하는 말로는, 어제 소한의 맥이 허약하여 밤을 넘기지 못할 거라 하더군. 하나, 오늘 아침에는 맥이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무슨 수를 쓴 것이냐.”평온한 말투였지만 알 수 없는 엄숙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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