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은 내시의 뒤를 따라 어서재가 있는 방향으로 걸어갔다.말없이 앞서가는 내시를 보며, 마음이 복잡하기 그지없었다.임금이 어찌 자신을 궁에 들여보낸 것인가.문득 며칠 전에 최지습이 자신에게 해준 말을 떠올렸다.그가 말하기를, 임금은 소한과 자신을 맺어 주고 싶어 하신다 했다.소한이 중상을 입고, 그녀를 하염없이 부르는 모습에 임금이 혹여 혼인을 시키려는 것인가.가는 길 내내, 김단은 안절부절 했다.혹여 진정으로 혼인을 주선하시면, 어찌해야 하는가.죽음으로 뜻을 밝혀야 하는 것인가.어서재 앞에 도착하고 나서도 심란하기는 마찬가지다.어서재 안의 소환을 듣고, 김단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억지로 침착하려 애를 쓰기 바빴다.그제야 눈을 아래로 떨구고는, 천천히 서재 안으로 들어갔다.“백성 김단, 폐하를 뵙습니다.” 그녀는 절을 했다.대담한 태도로 하여금 전혀 심란해보이지 않았다.하나 말을 끝나기 무섭게 어서재 안이 조용해졌다.김단은 황제와 눈을 마주치기 두려웠다.그저 자신의 무릎만 바라볼 뿐이다.쥐 죽은 듯 조용한 곳에서 그녀의 숨소리만 들렸다.잠시 뒤, 황제의 위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짐이 자네를 부른 이유가 무엇인지 아느냐.”십중팔구, 소한 때문이 아닌가.김단은 말하고 싶었지만 용기가 없었다.그저 고개를 저어 보였다.“송구하옵니다, 미처 알지 못하옵니다.”그녀의 말에 임금이 대답했다.“어제, 소한이 말에서 떨어져 중상을 입어, 목숨이 위태로웠다. 짐이 듣기로는 자네가 그의 곁을 밤새 지켰다 하더군.”김단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서둘러 입을 열었다.“군의관께서 심장에 무리가 가셨사옵니다, 소인은 그저 군의관 대신 머문 것뿐이옵니다.”절대로 소한 때문이 아니다.하나 임금은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수 어의가 하는 말로는, 어제 소한의 맥이 허약하여 밤을 넘기지 못할 거라 하더군. 하나, 오늘 아침에는 맥이 안정적으로 돌아왔다. 무슨 수를 쓴 것이냐.”평온한 말투였지만 알 수 없는 엄숙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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