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1781 - Bab 1790

1816 Bab

제1781화

“정 안 되면 내가 나갈게. 내가 따로 살 테니까... 너희가 본가로 들어가.”강씨 가문 본가는 대대로 가문을 쥔 사람이 머무는 곳이었다. 그곳이 의미하는 건 단순히 ‘집’이 아니었다. 사는 곳이자 권력의 상징이었고, 강씨 가문의 체면 그 자체였다.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한선아를 바라봤다.“부인님, 그런 말씀까지 안 하셔도 돼요.”“하경아.”한선아가 윤하경의 손을 살짝 쥐어 보이며 낮게 말했다.“하민이는 아직 어려.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사는 게... 결국 아이한테 제일 좋잖니. 너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윤하경은 잠깐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한참이 지나서야 윤하경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윤하경은 계단 모퉁이에서 시야가 닿지 않는 곳에서 강현우가 아직 내려오지 못한 채 그 말을 듣고 있었다는 걸 미처 몰랐다.윤하경의 대답이 떨어지는 순간, 강현우의 눌려 있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올라갔다.미간 사이에 걸려 있던 묵직한 기운도 그제야 한결 가벼워졌다....한선아가 다녀간 효과는 확실했다.그날 오후, 강현우와 윤하경, 윤하민은 곧바로 강씨 가문 본가로 들어갔다.한선아는 기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집 안팎을 몽땅 정리하게 했다. 사람들까지 동원해 대청소를 시켜 놓은 티가 역력했다.그런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한선아는 윤하경을 자기 별채로 데려갔다.그러고는 작은 상자 하나를 윤하경에게 내밀었다.“이건 뭐예요?”윤하경이 상자를 바라보며 묻자 한선아가 옅게 웃었다.“집사 쪽 장부랑, 이런저런 출입 내역이야. 이제 네가 강씨 가문의 안주인이잖니. 이런 건 네가 들여다보는 게 맞아.”윤하경은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저는... 못 해요.”“못 할 게 뭐 있겠어.”한선아가 웃으며 덧붙였다.“실무는 아랫사람들이 다 해. 너는 그냥 큰 틀만 보면 돼. 힘든 일도 아니야.”본가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도 도우미며 기사, 경호 인력까지 관리해야 할 것들이 한둘이 아니었다.한선아는 잠깐 말끝을 흐렸다가, 낮은 목소리로 이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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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2화

윤하경은 그 자리에 잠깐 멍하니 서 있었다.눈앞의 풍경이, 한때는 꿈에서만 본 장면 같아서였다.사람은 원래 좋은 것에 본능적으로 끌린다.그로 인해 상처투성이가 되었던 기억이 있어도, 막상 손에 쥐게 되면 결국 소중히 품게 된다.지금이 딱 그랬다.강현우와의 지난날이 얼마나 삐걱거렸든 윤하경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가슴이 무엇인가로 꽉 차오르는 걸 느꼈다.“엄마, 뭐 해요? 멍때리지 말고 빨리 오세요!”윤하민이 해맑게 손을 흔들었다.“빨리 와요!”윤하경은 생각을 거두고 고개를 끄덕인 뒤, 윤하민에게로 걸어갔다.윤하민은 보물이라도 보여 주듯 윤하경의 손을 잡아끌었다.“엄마, 이거 봐요. 제가 아빠랑 같이 그네 만들었어요. 예쁘죠?”윤하민은 반짝반짝하는 눈으로 올려다보았다.그 눈동자가 귀중한 보석처럼 맑고 예뻐서 괜히 시선을 떼기 힘들 정도였다.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응, 예뻐.”그러자 윤하민은 더 신이 나서 윤하경의 손을 잡고 흔들었다.“그럼 엄마도 앉아요. 엄마가 저를 안고 앉으면, 아빠가 밀어줘요!”불과 몇 시간 떨어져 있었을 뿐인데, 윤하민은 강현우를 부르는 말투가 더 다정해져 있었다.윤하경은 무심코 강현우를 바라봤다.그런데 강현우도 고개를 숙인 채 윤하경을 보고 있었다.깊은 눈동자가 유난히 선명하게 빛나서, 오히려 숨이 턱 막힐 정도였다.윤하경의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둘 다 어린 나이는 아닌데도 심장이 괜히 빨라졌다.윤하경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 시선을 거두었다.그리고 윤하민에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윤하경은 윤하민을 안아 그네에 앉혔다.이제 경성에는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마당에는 바닥 난방이 깔려 있어도 탁 트인 곳의 나뭇가지 끝에는 눈이 소복하게 내려앉아 있었다.과하게 예쁠 만큼 겨울이 차분히 내려와 있었다.윤하경이 윤하민을 품에 안고 그네에 앉자, 강현우가 옆으로 다가가 천천히 밀어주었다.가끔 도우미들이 지나가다 그 장면을 보고는 시선을 번쩍 들었다.너무도 다정하고 아름다워서 한참을 몰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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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3화

“그럼... 제가 그걸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윤하경이 물었다.강현우의 목소리가 툭 떨어졌다. 어딘가 답답하고 무심했다.“네 마음대로 해.”말은 그렇게 했지만, 윤하경은 강현우의 눈빛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강현우는 자신이 한선아의 제안과 그 물건들을 받아 주길 바라고 있었다.“그런데...”윤하경이 말을 잇기도 전에 강현우가 시큰둥한 얼굴로 상처라도 받은 사람처럼 등을 돌렸다.“네가 받기 싫으면 됐어.”강현우가 그대로 나가려는 순간, 윤하경이 갑자기 강현우의 손목을 붙잡았다.“잠깐만요.”강현우가 걸음을 멈추고 윤하경을 내려다봤다.“왜?”윤하경은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검은 머리칼이 등 뒤로 흘러내렸고, 오랜 시간 함께했는데도 그 모습은 여전히 강현우의 시선을 붙잡았다.강현우는 참지 못하고 몸을 숙여 윤하경의 입가에 가볍게 입을 맞췄다.윤하경은 피하지 않고 오히려 조심스럽게 혀끝으로 받아 주었다.그 순간부터였다.강현우가 윤하경을 끌어안더니 그대로 들어 올려 침대로 옮겼다.폭신한 침대가 푹 꺼지며 윤하경의 몸이 파묻혔다.윤하경은 강현우의 의도를 단숨에 알아채고 다가오는 몸을 손바닥으로 살짝 막았다.“잠깐만요.”강현우가 위에서 내려다봤다. 눈빛에 ‘왜?’라는 물음이 고스란히 담겼다.윤하경은 얼굴이 붉어져서 시선을 잠깐 피했다.“그게... 조금 절제하는 게 좋지 않을까요.”윤하경은 말끝을 흐렸다가 더는 숨기지 못하고 작게 덧붙였다.“어제도 이미... 그랬잖아요. 오늘은 좀 쉬면 안 돼요?”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그리고 손끝으로 윤하경의 작고 선명한 턱선을 천천히 문질렀다.“안 돼.”단호한 말인데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는 묘하게 뜨거웠다.“우리가 몇 년을 버렸는데.”강현우의 눈동자에 낯선 빛이 스쳤다. 마치 윤하경을 통째로 집어삼키려는 것처럼 집요했다.“이제 그건 이자까지 쳐서 다 받아야겠어.”그 말에 윤하경은 머리가 지끈했다.강현우는 원래 이런 쪽으로 욕심이 많은 사람이었다.윤하경은 참다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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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4화

고요한 방 안에 체념 섞인 한숨이 흘렀다.“도대체 내가 뭘 해야... 네가 정말로 나한테 경계를 거둘까.”강현우의 눈에는 겉보기엔 모든 게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아도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윤하경이 끝내 강현우와 다시 법적으로 부부가 되는 일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 자체가 윤하경이 강현우를 완전히 믿지 못한다는 뜻처럼 느껴졌다.강현우도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서두른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예전에 강현우가 막무가내로 굴던 모습이 윤하경에게 상처를 남겼고 그게 마음속에 그림자처럼 남아 있었다.강현우는 다시 한번 작게 한숨을 내쉬고는 윤하경의 허리를 끌어안은 채 그제야 깊은 잠에 빠졌다....눈 깜짝할 사이, 연말이 가까워졌다.문세호는 틈만 나면 윤하경과 윤하민을 보러 왔고 윤하경도 오랜만에 마음이 한결 누그러진 나날을 보냈다.그날, 소지연이 윤하경에게 전화를 했다.소지연은 이제 떠나겠다고 말했다.윤하경은 그제야 소지연이 꽤 오랫동안 연락이 없었다는 걸 깨달았다.윤하경이 소지연의 집에 도착했을 땐 오후였다.소지연은 거실에 앉아 윤하경을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에 보니 배가 더 불러 있었다.윤하경이 눈썹을 들어 올렸다.“쌍둥이 가진 것처럼 보이는데?”그 말에 소지연이 웃었다.“요즘 입맛이 좋아서 그런가 봐.”소지연은 도우미보고 윤하경에게 차부터 내오라고 시켰다.윤하경은 찻잔을 든 채, 김이 아른거리는 너머로 소지연을 바라봤다.“진짜 가려고? 그럼... 유호천은?”“의식은 찾았어.”소지연이 담담하게 말했다.“나머지는... 나도 이제 관여 안 할래.”여기까지 오기까지 소지연도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다들 어른이고 결국 선택은 각자 몫이었다. 윤하경도 소지연을 굳이 붙잡지는 않았다.다만 한마디만 덧붙였다.“꼭 지금 가야 해? 애 낳고 나서 가면 안 돼?”그러자 소지연이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말리지 마. 거기로 돌아가면... 내 마음도 좀 편해질 것 같아.”윤하경은 더는 말하지 않았다.소지연은 떠나도 도우미를 데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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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5화

“확실해?”장미자가 어금니를 꾹 물고 낮게 말했다.“아이 낳고 나면 양육권, 우리 쪽에서 마음만 먹으면 못 가져올 것 같아?”그 말에 소지연의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 소지연은 반사적으로 배를 감싸 쥐었다. 보기에도 상태가 썩 좋아 보이지 않았다.장미자의 말은 협박이었다.엄마가 될 사람이라면 저런 말을 듣고 멀쩡할 수가 없었다.윤하경은 속이 확 치밀어 올랐다. 윤하경은 소지연의 손을 살짝 덮어 주며 진정시키듯 쓰다듬었다.소지연이 겁을 먹은 게 보였다.장미자가 하는 말이 현실에서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도 윤하경은 알고 있었다.유씨 가문은 크고, 소지연은 혼자였으니 생각해 보면 소지연이 불리해 보이는 게 사실이었다.하지만 윤하경은 비웃듯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조롱이 깔렸다.“아주머니, 세상이 유씨 가문 세상인 줄 아세요? 지금처럼 지연한테 잘 대해주면 나중에라도 가끔 아이 얼굴은 보실 수 있어요.”윤하경은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목소리는 더 낮아졌고 말끝은 날카로워졌다.“그런데 끝까지 협박하고 겁주겠다고 나오시면 계산이 틀어질 겁니다. 저한테 아주머니가 평생 지연이랑 아이를 못 찾게 만들 방법이... 없을 것 같아요?”장미자의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윤하경이 예전에 혼자 해외에서 몇 년을 버티는 동안, 강현우가 아무리 찾아도 끝내 윤하경을 못 찾았었다. 장미자는 그 사실이 떠올랐는지 입술이 굳었고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한참을 입만 달싹이다가 장미자는 겨우 한마디를 뱉었다.“윤하경, 이건 너랑 상관없는 일이야.”“그래요?”윤하경이 미소를 지었다.“그럼 상관있게 만들어 볼까요. 아주머니가 원하시면, 얼마든지 해드릴 수 있어요.”윤하경의 한마디에 장미자는 완전히 기가 죽었다. 윤하경이라면 정말로 해낼 수 있다는 걸 장미자도 알았다.그 순간, 방안에는 긴 침묵이 흘렀다.장미자는 이를 악물고 눈에 차오른 불쾌함을 억지로 삼켰다. 그러고는 표정을 바꿔, 웃는 얼굴로 소지연에게 다가갔다.“지연아, 아까 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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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6화

소지연의 외할머니가 사는 곳은 시골이었다. 마당이 있는 집인데 소지연이 사람을 시켜 한 번 새로 손을 봐 둔 터라 아주 크진 않았다.대신 정말 아늑했다.원래 건물 자체가 백 년 넘게 대를 이어 온 집이었고 이번에 보수하고 다시 꾸민 뒤로는 한층 더 살기 편한 집이 됐다. 2층까지 위아래로 바닥 난방도 전부 깔려 있었다.윤하민은 강현우의 손을 잡고 마당에서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시골 생활이 심심해서였는지 새로 들어온 사람이 있다고 하자 마을 사람들도 여기저기서 담장 밖에 모여 구경했다. 특히 아이들은 원래 새 친구 사귀는 걸 좋아했다. 게다가 윤하민은 동글동글하고 귀여웠다. 새하얀 볼이 눈바람에 얼어 빨갛게 달아올라서는 꼭 설날 연하장에 그려진 아이 인형처럼 보일 정도로 현실감이 없을 만큼 예뻤다.윤하민보다 머리 하나쯤 큰 남자아이가 손을 번쩍 들고 예의 바르게 물었다.“나랑 같이 놀아도 돼?”윤하민은 대답 대신 강현우를 올려다봤다.강현우는 가볍게 웃으며 입을 열었다.“너한테 물어본 거잖아. 네가 스스로 결정해야지.”윤하민이 환하게 웃었다.“응! 같이 놀자.”한 명이 물꼬를 트자 멀찍이서 눈치만 보던 아이들이 와 하고 몰려들었다. 금세 소지연 집의 앞마당은 아이들로 꽉 찼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난장판이 됐다.얼마 지나지 않아 소지연의 집에서는 은방울 같은 웃음소리가 둥실둥실 새어 나왔다.윤하경과 소지연은 2층 통유리창 앞에 나란히 앉아 따뜻한 차를 한 잔씩 손에 쥔 채, 아래 풍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은 조금씩 더 부드러워졌다.그때 소지연이 불쑥 물었다.“너... 진짜로 강현우랑 혼인신고 안 할 거야?”윤하경은 잠깐 멈칫했다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더니 낮게 답했다.“아직... 확실히는 모르겠어.”윤하경의 시선은 자연스레 마당의 강현우에게로 떨어졌다. 긴 다리와 큰 체격은 눈밭에서도 존재감이 가득했다. 강현우는 롱코트를 걸치고 눈 위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조각상 같아서 시선을 끌지 않을 수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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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7화

강현우가 윤하민을 저렇게까지 감싸 주는 건, 윤하경도 어쩔 수가 없었다.윤하경은 어쩔 수 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했다.“알겠어요. 소수는 다수에 따르는 거죠. 둘 다 남겠다고 하면... 며칠 더 놀다 가요.”그러고는 윤하민을 향해 손가락을 들어 올리며 단단히 못 박았다.“대신 약속이야. 딱 이틀만 더 있는 거야. 이틀이 지나면 무조건 집에 가야 해. 알겠지?”윤하민은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였다.“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 이제 안 떼쓸게요!”말이 끝나자마자 윤하민은 또다시 강현우 앞으로 달려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아빠, 고마워요. 사랑해요!”강현우는 윤하민을 번쩍 안아 올려 머리를 쓰다듬었다.“그래. 아빠도 널 사랑해.”며칠 같이 지내는 사이, 윤하민은 아빠라는 호칭을 너무도 자연스럽게 꺼내기 시작했다. 강현우와의 사이도 눈에 띄게 가까워졌다.윤하경은 그저 한숨만 나왔다.윤하경은 2층 썬룸으로 올라가 소지연과 마주 앉았다. 소지연이 윤하경을 흘끗 보더니 웃었다.“그러니까 내가 말했잖아. 이틀만 더 놀자고... 너도 봐 봐. 하민이도 저렇게 안 가겠다고 떼를 쓰잖아.”소지연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그냥 여기 계속 살게 해. 하민이는 나한테 맡겨. 지연 이모가 하민이를 제대로 못 키우겠어?”윤하경이 소지연을 쏘아봤다.“너 안 시끄러워?”윤하민이 오고 나서 마당이 거의 조용했던 적이 없었다. 마을의 애들은 건강하고 활기차지만 경성에서 인형처럼 예쁜 여자애가 왔다는 소문이 나자마자 다들 몰려들었다. 하루 종일 뛰고 떠들고 난리였다. 윤하경은 소지연이 혹시라도 방해받을까 봐 그게 더 신경 쓰였다.그런데 소지연은 고개를 저으며 웃었다.“안 시끄러워. 오히려 좋아. 나... 이제야 좀 살아 있는 것 같아.”그 말에 체리를 집으려던 윤하경의 손이 잠깐 멈췄다. 소지연의 말이 무슨 뜻인지, 윤하경은 단번에 알아들었다.윤하경은 가볍게 한숨을 삼키고 소지연을 바라봤다.“너... 그래. 네가 좋으면 됐어. 그럼 나 진짜로 매일 하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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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8화

강현우는 영문을 몰라 윤하경이 차에서 내리는 뒷모습만 바라봤다.그러다 다음 순간, 옆 건물에 적힌 글자가 시야에 들어왔다.시청 사무실이었다.강현우의 눈동자가 순식간에 커졌다.강현우는 곧장 차에서 내려 윤하경에게 다가가더니 윤하경을 번쩍 안아 올렸다.“이거 무슨 뜻이야?”질문이긴 했지만 강현우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이미 윤하경이 뭘 하려는지 다 알아챈 표정이었다.윤하경은 강현우의 팔에 안긴 채 눈썹을 치켜올렸다.“무슨 뜻이긴요. 이렇게까지 왔는데도 모르겠어요?”윤하경은 고개로 건물 쪽을 가리키며 되물었다.“지난번에 혼인신고하고 싶다면서요. 다시 법적으로도 부부가 되고 싶다더니... 이제 와서 후회라도 하려고요?”윤하경이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강현우가 윤하경의 얼굴을 두 손으로 감싸 쥐고 그대로 입을 맞췄다.“읍...”강현우는 힘을 줬고 윤하경은 밀어내려 해도 빠져나오지 못했다.차 안에는 윤하민도 있었다. 그게 떠오르자 윤하경의 얼굴이 순식간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윤하경은 다급히 강현우의 가슴을 밀었지만 강현우의 힘은 더 단단했다.마침 사람이 많은 시간대였다. 커플이 스킨십하는 모습을 본다고 특별히 이상하게 생각할 분위기도 아니었지만 윤하경과 강현우는 눈에 띌 수밖에 없었다.너무 보기 좋아서 괜히 시선이 한 번 더 가는 쪽이었다.사람들은 힐끗 보고는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돌렸다.그때 차 안에서 윤하민이 참지 못하고 항의했다.“엄마, 아빠! 저 여기 있거든요!”그제야 강현우가 아쉬운 듯 입술을 떼어 냈다.강현우는 웃는 얼굴로 윤하민을 보며 말했다.“내려와. 오늘은 네가 아빠랑 엄마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지켜봐 줘야 하니까.”윤하경은 강현우의 옆구리를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하민이 앞에서 진짜... 너무한 거 아니에요?”강현우는 능청스럽게 웃었다.“아빠가 엄마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미리 보여 주는 게 어쩌면 하민한테도 더 좋지. 그래야 나중에 눈이 높아져서 남자한테 쉽게 넘어가지 않을 거 아니야.”윤하경은 어이없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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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89화

강현우는 윤하민의 코끝을 손가락으로 살짝 건드렸다.“조금 있다가 네가 먹고 싶은 사탕이든 뭐든 다 사 줄게.”그 말에 윤하민이 제일 먼저 환하게 웃었다. 윤하민은 휴대전화를 흔들며 신나게 환호했고, 차 안에는 금세 포근하고 따뜻한 기운으로 가득 찼다.강현우가 차를 출발시키자, 윤하경은 고개를 숙여 손에 쥔 혼인신고 서류를 바라봤다.이제야 모든 게 정리된 것 같은데도 마음 한구석이 이상하게 가라앉지 않았다.이미 결정된 일이건만 윤하경의 가슴에 남은 건 오히려 알 수 없는 불확실함이었다....집에 도착하자마자 한선아가 찾아왔다.“하경아.”윤하경과 강현우가 혼인신고를 했다는 걸 이미 들은 모양이었다. 오늘 한선아의 눈빛에는 전보다 훨씬 더 다정한 기색이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오히려 그게 어색했다.윤하경은 한선아와 어느 정도 거리를 둔 채 지내는 편이 더 편했다.하지만 한선아는 달랐다. 한선아는 윤하경의 손을 붙잡고 말했다.“몇몇 브랜드에서 옷이랑 장신구를 좀 들여오게 했어. 곧 설이잖니. 같이 골라 볼래?”윤하경은 강현우를 바라봤다.강현우가 윤하경 어깨를 감싸안으며 대신 말했다.“하경이가 좀 피곤해요. 오늘은 쉬게 두죠.”한선아는 실망한 기색을 잠깐 보였지만, 더는 윤하경에게 매달리지 않았다. 대신 시선을 윤하민에게 옮기더니 부드럽게 웃었다.“하민아, 그럼 너는 할머니랑 갈래? 엄마 옷도 같이 골라 주고, 네 옷도 너 마음에 드는 걸로 골라. 설에 새 옷을 입어야지.”윤하민은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습관처럼 윤하경의 눈치를 봤다.윤하경은 잠깐 망설이다가 끝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할머니랑 다녀와.”윤하경은 곧바로 방숙희를 불렀다.“아주머니도 같이 가 주세요. 하민이 잘 챙겨 주시고요.”그러자 방숙희가 바로 따라나섰다.한선아의 눈빛이 아주 잠깐 흐려졌다.윤하경이 여전히 자신을 경계하고 있다는 걸, 한선아도 모를 수 없었다.한선아는 마음이 살짝 서운했지만 예전에 자신이 했던 일들을 떠올리면, 윤하경이 자신을 믿지 못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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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90화

윤하경은 말문이 막혔다.강현우를 오래 봐 왔지만 이 사람은 이런 일 앞에서는 정말 끝을 모르는 짐승 같았다.윤하경은 제대로 얻어맞은 사람처럼 축 늘어졌다. 손가락 하나 까딱할 힘도 남지 않았을 때쯤, 강현우가 그제야 놓아주겠다는 듯 윤하경을 끌어안고 잠에 들었다.윤하경도 이동하느라 지친 데다 한바탕 휘말리기까지 했으니 버틸 재간이 없었다. 강현우의 품에서 금세 의식이 흐려졌고 얼마 지나지 않아 얕고 고른 숨소리가 흘러나왔다.하지만 강현우는 쉽게 잠들지 못했다.강현우는 윤하경의 허리를 감싼 채, 손끝으로 윤하경의 비단 같은 긴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 조심스레 머리칼에 밴 향을 맡았다.얼마나 지났을까.침실 문 밖에서 노크 소리가 났다.“엄마, 아빠... 뭐 해요? 엄마?”윤하민의 폭신한 목소리가 문틈을 타고 들어왔다. 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품 안의 윤하경을 내려다봤다.윤하경은 이미 깊이 잠든 상태였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이었다.강현우는 입꼬리를 느긋하게 올리고는 침대에서 일어났다. 욕실 가운을 대충 걸친 뒤 문을 열었다.문 앞에는 윤하민이 서 있었다. 윤하민은 강현우를 보자마자 침실 안쪽을 빼꼼히 들여다봤다.“아빠, 엄마는요?”“아까 엄마 주려고 엄청 예쁜 목걸이 골랐는데... 엄마한테 주고 싶어서요.”강현우가 낮게 웃으며 대답했다.“엄마는 피곤해서 자고 있어.”강현우는 허리를 숙여 윤하민을 번쩍 안아 들고는 장난감방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아빠가 같이 놀아 줄까?”윤하민은 강현우의 얼굴을 한 번 보고, 또 침실 안쪽을 한 번 더 바라봤다. 정말 엄마가 자고 있는지 확인하려는 눈치였다.결국 윤하민이 고개를 끄덕였다.“네!”윤하민의 작은 목소리가 정말 사랑스러웠다.옆에 있던 방숙희도 상황을 알아차린 듯 입가를 가리며 웃었다.그런데 웃음이 조금 크게 새어 나갔는지 윤하민이 고개를 홱 돌렸다.“아주머니, 뭐가 그렇게 웃겨요?”윤하민이 앙증맞게 따지는 바람에 더 웃길 법도 했지만 방숙희는 최대한 다정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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