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Chapter 1791 - Chapter 1800

1816 Chapters

제1791화

어느새 설날이 되었다.밤하늘에 불꽃이 솟구쳐 오를 때, 윤하경은 강현우, 윤하민과 함께 마당에 앉아 새해를 맞고 있었다. 까만 하늘이 불꽃으로 물들어 찬란한 색으로 번졌고, 집안 사람들도 모처럼 손을 놓고 마당에 둘러서서 함께 불꽃을 올려다봤다.강현우는 올해 유난히 기분이 좋았는지, 정원에 불꽃을 잔뜩 준비해 두고 몇 시간이나 내내 터뜨렸다.윤하민은 고개를 한껏 젖힌 채 손을 휘저으며 신나서 폴짝폴짝 뛰었다.“엄마, 너무 예뻐요!”외국에서는 연말 분위기가 그리 진하지 않았으니 윤하민에게는 이런 새해가 거의 처음이나 다름없었다. 사방이 붉고 화사하게 꾸며진 것도 신기한데 하늘에 여러가지 폭죽이 터지니 윤하민의 눈에는 그저 마법 같았다.윤하경은 웃으며 가방에서 세뱃돈 봉투 하나를 꺼냈다.“우리 하민아, 새해 복 많이 받아.”윤하민은 봉투를 받자마자 팔을 쭉 뻗어 윤하경에게 안아 달라고 조르더니, 윤하경 볼에 쪽 하고 크게 뽀뽀해 버렸다.그러고는 곧바로 손을 강현우 쪽으로 내밀었다.“아빠, 아빠 세뱃돈은요? 아빠가 저한테 세뱃돈 주는 건 처음이잖아요. 예전에 못 준 걸 다 몰아서 줘야 해요!”몇 글자는 발음이 흐릿했지만, 오만하게 빛나는 표정만큼은 또렷했다. 작은 얼굴에 괜히 행동대장 같은 기세가 붙어 있었다.강현우는 피식 웃으며 윤하민을 내려다봤다. 눈빛에는 한가득 애정이 묻어났다.“자, 여기 있어.”강현우가 봉투 하나를 꺼내 주자, 윤하민이 꾹꾹 눌러 만져 보더니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아빠 너무 적잖아요... 왜 엄마 거보다 얇아요?”억울하다는 얼굴이 너무 진지해서 윤하경은 웃음이 터질 뻔했다.강현우가 윤하민의 코끝을 살짝 톡 건드렸다. 윤하민은 윤하경을 닮아 이목구비가 또렷했고 어린데도 콧날이 괜히 오뚝했다.“이 조그만 놈이 돈 밝히기는...”강현우는 태연하게 덧붙였다.“돈만 주면 재미없지. 열어 봐. 아빠가 뭘 줬는지 궁금하지 않아?”윤하민은 반신반의하면서 봉투를 열었다.그런데 안에는 돈 대신 종이 한 장이 들어 있었
Read more

제1792화

강현우가 고개를 숙여 윤하민을 내려다봤다.“네 엄마는 내 아내야. 그러니 나랑 같이 자는 게 당연하지.”하지만 윤하민도 지지 않았다. 입을 쭉 내밀고는 또박또박 받아쳤다.“엄마는 제 엄마이기도 하거든요.”강현우가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그래도 넌 이제 컸잖아. 혼자 잘 수 있어.”윤하경은 두 사람이 유치하게 맞서는 꼴이 어이없어 머리가 지끈거렸다.윤하경은 강현우 품에서 내려오려고 버둥댔지만, 강현우가 힘이 워낙 세서 꼼짝도 못 했다.윤하경은 한숨을 쉬고 강현우 팔을 살짝 꼬집어 봤다.그런데 단단한 팔 근육 때문에 꼬집히지도 않았다. 오히려 강현우가 윤하경을 더 꽉 끌어안았다.윤하민은 그 작은 동작까지 다 보고 있었는지 표정이 더 억울해졌다.“그럼 아빠가 저보다 더 크잖아요. 아빠가 먼저 혼자 자는 걸 배워야죠.”“엄마 돌려줘요.”그 말에 윤하경도, 강현우도 순간 웃음이 터질 뻔했다.강현우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 동그랗게 부은 윤하민 얼굴을 보니 묘하게 기분이 좋아지기도 했다.반박하려던 찰나 윤하민이 아까 받았던 봉투를 꺼내 번쩍 내밀었다.“싫어요. 아빠가 그랬잖아요. 소원 세 개, 뭐든지 들어준다고요. 전 몰라요. 오늘 밤은 무조건 엄마랑 잘 거예요.”윤하민은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채, 뾰로통하게 덧붙였다.“엄마가 그랬어요. 새해 첫날은 매년 꼭 저랑 같이 보내야 한다고요!”그 말을 듣는 순간, 강현우가 잠깐 말이 없어졌다.윤하민이 왜 이렇게 악착같이 매달리는지 강현우는 문득 윤하경이 윤하민을 데리고 혼자 버텼던 시간을 떠올렸다.서로밖에 없었던 생활, 그 안에 자신은 없었다.강현우는 눈빛이 가볍게 흔들렸다. 윤하민을 보는 시선에 미안함이 배어 나왔다.그럼에도 강현우는 일부러 헛기침하고 물었다.“확실해?”“이 소원은... 네가 갖고 싶은 다른 것보다 가치 없을 수도 있어.”하지만 윤하민은 단호했다.“상관없어요. 저는 엄마가 제일 중요해요.”강현우는 가슴 한쪽에서 묘한 패배감이 올라왔다.자신이 놓친 건 시
Read more

제1793화

“이분이 새언니 맞죠?”윤하경은 그 말에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봤다.청초한 인상의 젊은 여자였다. 다만 눈빛이 썩 곱지 않았다. 윤하경을 위아래로 훑는 시선이 사람을 보는 게 아니라 물건을 감정하는 것처럼 불편하게 느껴졌다.한선아가 곁에서 조심스럽게 설명을 붙였다.“현우 사촌 쪽의... 먼 친척이야.”말끝을 흐리는 걸 보면, 한선아도 한마디로 정의하기 애매한 관계인 모양이었다.그 여자는 대담하게 웃으며 윤하경 앞으로 다가와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새언니, 안녕하세요. 저 허시청이라고 해요. 현우 오빠의 사촌 동생이에요.”‘성이 허씨라고? 강씨 가문에 허 씨가 있었나?’윤하경은 순간 머릿속으로 기억을 훑었지만 떠오르는 게 없었다.윤하경의 눈에 스친 의문을 읽었는지, 허시청이 곧바로 덧붙였다.“저희 엄마가 재혼하셨거든요. 그래서 현우 오빠랑 저는 피는 안 섞였어요. 그래도 어릴 때는... 사이 좋았어요.”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아, 그렇군요.”윤하경이 짧게 받아 주자 허시청이 더 환하게 웃었다.“새언니, 만나서 반가워요.”허시청은 사람 거리 재는 기색도 없이 윤하경의 옆에 턱 앉았다.“예전부터 새언니 예쁘다고 얘기 많이 들었는데... 현우 오빠는 눈 진짜 높네요.”말은 칭찬인데 시선은 계속 윤하경을 훑었다. 자세히 보면 부러움과 질투 같은 감정이 희미하게 섞여 있었다.윤하경은 대답 대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기운 없이 웃으며 형식적으로만 받았다.“과찬이에요.”여자의 직감 때문인지 윤하경은 이 사촌 동생이 영 달갑지 않았다. 그래서 허시청과 더 길게 얽히고 싶지 않았다.그런데 허시청은 윤하경의 거리를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 계속 달라붙었다.“새언니, 그 목걸이랑 팔찌는 어디 거예요? 너무 예쁘네요.”윤하경은 잠깐 멈칫하다가 고개를 저었다.“저도 잘 몰라요.”전부 강현우가 골라서 화장대에 채워 둔 것들이었다. 윤하경의 취향을 너무 정확히 알고 있어 억지로 고른 티도 나지 않았다.허시청은 그 대답에서 윤하경이
Read more

제1794화

윤하경 얼굴에 불쾌함이 스치자, 한선아는 예전과 달리 재빨리 앞으로 나서서 분위기를 수습했다.“시청아, 말실수했으면 얼른 새언니한테 사과해야지.”허시청은 더 억울한 표정이 됐다.“이모, 저... 저 진짜 일부러 그런 거 아니에요.”한선아도 이런 멍청하게 고집부리는 게 질렸는지, 얼굴이 점점 굳었다.“다시 말할게. 빨리 사과해.”허시청은 눈에 눈물이 맺힌 채 한선아를 한 번, 윤하경을 한 번 번갈아 봤다. 그러다 마지못해 고개를 숙이고 윤하경 앞으로 다가왔다.“새언니, 죄송해요. 저를 용서해 주시면 안 될까요?”말끝은 얌전했지만 자세히 들으면 괜히 피해자인 척하는 억울함이 잔뜩 묻어 있었다.윤하경은 그저 담담하게 허시청을 한번 훑었다.“잘못한 걸 알면 됐어요. 앞으로는 말조심하세요. 안 그러면 사람들이 시청 씨가 예의 없다고 생각할 거예요.”그 말에 허시청은 얼굴이 순식간에 새빨개졌다.오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다 강씨 가문과 인연이 닿아 있는 집안이었지만, 속으로는 서로 은근히 견제하고 비교하는 사이였다. 누군가는 이미 허시청을 웃음거리로 삼고 있었다. 윤하경의 말은 사실상 공개 망신이나 다름없었다.얼굴이 얇은 허시청은 그 시선들을 못 견디고 그대로 밖으로 뛰쳐나가 버렸다.그런데 뛰어나가던 길에 막 밖에서 들어오던 강현우와 정면으로 부딪쳤다.강현우도 미처 피하지 못해 허시청이 그대로 품에 안기듯 들이받혔다. 허시청이 반사적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강현우를 확인하는 순간,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오, 오빠... 죄송해요.”강현우는 즉시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거리를 두었고 미간을 단단히 찌푸렸다.“뭐야. 왜 그렇게 허둥지둥하는거야.허시청은 한선아와 윤하경이 있는 쪽으로 뒤를 힐끗 봤다.그러더니 입술을 꾹 깨물고 억울한 척 고개를 숙였다.“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새언니한테 말실수했는데, 새언니가 저를 좀 혼내셨어요.”‘오빠가 빨리 한마디만 해 줘.’딱 그런 속내가 보이는 말이었다.하지만 강현우는 차갑게 허시청을
Read more

제1795화

윤하경과 강현우는 윤하민을 데리고 문세호에게 새해 인사를 드리러 갔다.문세호는 윤하경과 윤하민에게 각각 두툼한 세뱃돈 봉투를 하나씩 내밀었다.윤하민은 봉투를 받자마자 신이 나서 손뼉을 치며 폴짝폴짝 뛰었다.윤하경도 손에 쥔 봉투가 제법 묵직해, 순간 놀란 얼굴로 문세호를 바라봤다.“저도... 받는 건가요?”윤하경은 이미 아이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어린 아가씨라고 부르기에도 애매한 나이였다.그래서 이걸 받아도 되나 싶어 괜히 민망해졌다.문세호가 작게 웃었다. 윤하경을 바라보는 눈빛은 한없이 다정했다.“내 눈에 너는 언제까지나 아이야. 게다가 네 인생에서 내가 빠져 있었던 시간이 얼마나 긴데, 이 정도가 어디 충분하겠니.”그러다 눈빛이 잠깐 흐려진 문세호는 낮게 한숨을 내쉬었다.“몇 년만 더 살 수 있다면 좋겠어. 그동안 너한테 못 해준걸... 전부 다 해주고 싶은데...”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가 조심스럽게 말했다.“그런 생각 하지 마세요. 잘 쉬고 치료받으시면 몸 좋아지실 거예요. 그리고 아버지는 아직 나이가 그렇게 많으신 것도 아니잖아요.”“하하.”문세호는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설날에 그런 말은 그만하자.”문세호는 손짓으로 식당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가자. 밥은 이미 준비가 다 됐어.”이정한이 웃으며 문세호의 팔을 받쳐 일으켜 세웠다. 그러더니 윤하경에게 말했다.“아가씨, 아침부터 회장님께서 주방에 몇 번이나 말씀하셨습니다. 아가씨랑 하민이가 좋아하는 음식으로 꼭 차리라고요.”이정한은 말하다 말고 옆에서 조용히 서 있는 강현우를 힐끗 봤다. 강현우는 이상하리만큼 존재감이 옅었다. 이정한은 급히 덧붙였다.“아, 물론... 강 대표님께서 좋아하시는 것도요.”윤하경은 그제야 강현우를 바라봤다. 어디를 가도 사람들의 시선을 독차지하던 강현우가, 지금은 묘하게 한 발 비켜나 있는 느낌이었다.윤하경은 웃음을 삼키며 강현우의 팔을 슬쩍 끼었다.그 순간, 강현우의 팔이 미세하게 굳는 게 느껴졌다.윤하경은 그게 더 웃겨
Read more

제1796화

윤하경은 허시청의 손에 들린 술병을 담담히 한번 훑어봤다.도수 높은 양주였다.여자 혼자 저걸 다 마시긴커녕, 남자라도 한 병 비우면 멀쩡하기 힘든 술이었다.윤하경은 입술 끝을 살짝 올리며 농담 섞인 듯 말했다.“시청 씨, 농담하지 마세요. 제가 왜 시청 씨한테 술을 마시게 해요. 밖에 소문이라도 나면, 제가 시청 씨를 괴롭힌 나쁜 사람이 되잖아요.”허시청은 잠깐 멈칫하더니 시선을 내리깔았다.눈 밑으로 아주 희미한 빛이 스쳤다.원래 허시청이 노린 게 그거였다.아침에 윤하경이 기세 있게 나오는 걸 보고, 윤하경이 술을 받아 줄 거라 생각했다.허시청이 정말로 마셔 버리면 밖에서는 윤하경이 어린애를 괴롭힌다는 말이 퍼질 테니까.그런데 윤하경이 아예 낚이지 않았다.허시청은 술병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맞아요. 제가 생각이 짧았네요. 죄송해요.”윤하경은 허시청을 가볍게 흘겨보며, 여전히 웃는 듯 마는 듯한 표정을 유지했다.“시청 씨는 자주 사고 치는 편이에요?”허시청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윤하경을 봤다.“새언니, 그게 무슨 뜻이죠?”“별 뜻은 없어요.”윤하경은 잔에 든 주스를 한 모금 천천히 마시고는 가볍게 웃었다.“자꾸 사과하길래요. 늘 사고 쳐서 습관처럼 사과하는 줄 알았어요.”윤하경은 허시청에게 옅은 적의가 있다는 걸 처음부터 느끼고 있었다.첫 대면부터 그랬다.이유는 몰라도 윤하경은 만만하게 쥐고 흔들 쉬운 사람이 아니었다.윤하경이 무심한 말 몇 마디로 허시청을 슬쩍 몰아세우자, 주변 시선이 한꺼번에 허시청에게 쏠렸다.그 뜨거운 눈길에 허시청은 자리가 빠져나갈 듯 불편해졌다.허시청은 아직 어렸다.속으로 계산은 해도 표정까지 완벽하게 숨길 정도의 내공은 없었다.윤하경의 말에 허시청은 얼굴이 한동안 새하얗게 질렸다.겨우 정신을 추슬러 허시청은 스스로 잔을 채우더니, 윤하경 쪽으로 멀찍이 잔을 들어 보이고 단숨에 들이켰다.“오늘 제가 새언니 기분 상하게 한 거 알아요. 새언니가
Read more

제1797화

직원은 허시청을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한번 훑어봤다.눈빛에는 짙은 경계가 묻어 있었다.허시청은 속이 철렁 내려앉았지만 곧바로 얼굴에 상냥한 미소를 걸었다.“아, 그게요. 저는 강현우 씨의 사촌 동생이에요.”“연회에서 새언니가 술을 좀 많이 드신 것 같아서... 오빠를 불러 가서 모시고 오라고 하셨어요.”직원은 여전히 미심쩍다는 표정이었다.이런 일은 전화 한 통이면 될 텐데, 굳이 사람을 보내 찾아오게 할 필요가 있나 싶었기 때문이다.게다가 이 집은 너무 넓었고 걸어가면 시간도 한참 걸렸다.직원의 시선을 읽은 허시청이 미간을 찌푸리며 짜증 섞인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뭘 그렇게 뜸 들여요?”“빨리 알려 주세요. 아니면 이름이 뭐예요? 나중에 새언니가 물으면 이 사람이 붙잡고 늘어져서 늦었다고 말해야 하잖아요.”직원은 그 책임을 떠안을 배짱이 없었다.결국 황급히 방향을 가리켰다.“저쪽으로 가셔서 왼쪽으로 꺾으면... 아란원입니다. 그쪽으로 가시면 돼요.”허시청은 그제야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진작에 알려줘야 했었죠.”“얼른 가 보세요.”직원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서둘러 자기 일터로 돌아갔다.허시청은 직원의 뒷모습을 보며 입술 끝을 비틀어 올렸다.그리고 방금 가리킨 방향으로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아란원 앞에 도착했을 때, 문가에는 사람이 없었다.연말이라 경호원도 직원도 느슨해진 모양이었다.허시청은 생각보다 너무 쉽게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허시청의 눈빛이 가늘게 흔들렸다.뜰 안으로 들어서자 주변을 둘러보며, 눈 아래로 질투가 번뜩였다.‘윤하경 같은 사람이 대체 뭐라고... 이런 신분에, 이런 삶을 누리는데?’허시청은 무심한 척하면서도, 손을 슬쩍 자기 가방 안으로 집어넣었다.방숙희가 윤하민을 재우고 난 뒤라, 별채는 적막했다.허시청은 한참을 두리번거리다가 마침내 창가에 비친 실루엣 하나를 발견했다.낯설지 않았다.허시청은 단번에 그게 강현우라는 걸 알아봤다.심장이 갑자기 빨리 뛰었고 저도 모르게 환하게 웃었
Read more

제1798화

허시청은 강현우가 이렇게까지 냉정할 줄은 몰랐기에 순간 표정이 굳었다.허시청은 고개를 들어 2층을 올려다봤다.거리가 제법 있었지만 창가에 선 강현우의 꼿꼿한 실루엣은 또렷했다.“오빠... 저 진짜 아파요.”허시청은 계속 울먹이며 매달렸다.“아무래도 뼈가 부러진 것 같아요...”그때 옆에서 딱 어울리지 않는 여자 목소리가 끼어들었다.“그래요? 시청 씨, 그럼 더 조심해야겠네요.”연회에서 막 돌아온 윤하경이 그 장면을 보고 피식 웃었다.그리고 뒤따라온 경호원들을 향해 손짓했다.“시청 씨를 병원으로 데려가 주세요.”허시청은 윤하경이 이렇게 빨리 돌아올 줄 몰랐는지, 조금 전까지 가련한 얼굴로 굳히던 표정이 한순간에 난감함으로 갈아탔다.허시청은 급히 몸을 일으켰다.“아, 아니요... 괜찮아요. 굳이...”윤하경은 가볍게 웃으며 두어 걸음 다가갔다.윤하경이 허시청보다 조금 더 컸고, 정면으로 마주 서는 순간 분위기가 확 눌렸다.“아까는 골절 같다고 하셨잖아요.”“그런데 벌써 괜찮아졌어요?”윤하경의 시선이 허시청의 발목으로 툭 떨어졌다.말투엔 장난기 섞인 조롱이 묻어 있었다.“아... 그게...”허시청은 잠깐 멈칫하더니 어색하게 웃었다.“아마... 아까 너무 아파서 제가 착각했나 봐요. 지금은 좀 나아졌어요.”“아, 그래요?”윤하경은 끝을 길게 늘여 말했다.그리고 고개를 끄덕이며 한마디를 덧붙였다.“그래도 우리 집 안에서 다치신 거잖아요. 저희가 책임져야죠. 경호원분들, 얼른 시청 씨를 병원으로 모셔요.”윤하경의 말이 끝나자, 뒤에 있던 경호원 두 명이 바로 앞으로 나섰다.허시청의 팔을 잡고 그대로 밖으로 끌고 나가려 했다.윤하경은 뒤에서 또렷하게 덧붙였다.“병원 가면 검사도 빠짐없이 다 하세요. 혹시라도 놓친 데가 있으면, 나중에 우리가 책임 안 졌다고 또 말 나오잖아요. 알겠죠?”경호원이 짧게 대답했다.“예.”허시청은 그대로 끌려 나갔다.윤하경은 그 뒷모습을 보며 작게 웃고는 고개를 저었다.허시청이 무슨
Read more

제1799화

윤하경은 그 말에 못 참고 눈을 한 번 굴렸다.‘감히 날 두고 질투한다고 놀리는 거야?’윤하경이 가볍게 웃었다.“강 대표님, 농담하지 마세요. 혹시 마음이 바뀌면... 저는 깔끔하게 자리 비켜 드릴게요. 질투 같은 건 없어요.”“흣...”말이 끝나자마자 허리에 날카로운 통증이 확 올라왔다.윤하경은 숨을 들이켰고 고개를 숙이자 강현우가 싸늘한 얼굴로 윤하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윤하경은 그제야 깨달았다.‘아, 내가 방금 말... 잘못 했구나.’윤하경이 어색하게 웃으며 손가락으로 강현우의 손을 살살 풀어냈다.“아파요. 좀만 살살해요.”“그래?”강현우는 오히려 장난기 어린 미소를 지었다.“근데 난... 좀 세게 해야 네가 기억에 남을 것 같은데?”윤하경이 진저리를 치며 강현우를 노려봤다.“장난치지 마세요. 하민이는 자요?”“자.”강현우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손에 힘을 조금 주었다. 윤하경의 몸이 그에게 더 바짝 붙었다.강현우는 지친 듯 윤하경의 가슴팍에 이마를 묻고 낮게 중얼거렸다.“앞으로 그런 번거로운 자리는... 네가 싫으면 굳이 안 나가도 돼.”윤하경은 강현우가 아까 연회 이야기를 하는 걸 알아챘다.손을 들어 강현우의 머리칼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머리카락이 단단해서 손바닥이 간질거렸다.“그건... 당신 때문이에요. 우리가 이제 막 다시 시작했는데 제가 얼굴도 안 비추면... 사람들이 뒤에서 뭐라고 하겠어요.”윤하경이 말이 끝나자 강현우가 코웃음을 쳤다.“누가 감히 그러겠어.”강현우는 원래 그런 사람이었다.결단 빠르고, 한 번 칼을 빼면 끝을 보는 타입이었다.특히 지난번 집안일을 겪은 뒤로는, 이 집안에서 감히 강현우를 건드릴 사람 자체가 없었다.하지만 윤하경은 알고 있었다.사람들은 강현우를 존경해서가 아니라, 무서워서 피하는 경우가 더 많았다.윤하경이 조금만 힘을 쓰면, 숨어 있던 잔잔한 문제들을 미리 눌러버릴 수 있었다.결국 사람 마음을 다스리는 건, 칼이 아니라 당근일 때도 있으니까.윤하경이 웃으며 말
Read more

제1800화

또다시 정신없이 흘러간 밤이었다.마지막에는 윤하경이 연달아 살려 달라고 애원하자, 그제야 강현우가 마지못해 윤하경을 놓아줬다.그런데 윤하경이 더 어이없었던 건, 다음 날 아침에 집에서 또 허시청을 마주치게 된 일이었다.전날 밤 강현우가 너무 심하게 굴어서 윤하경이 일어났을 땐 이미 강현우랑 윤하민이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있었다.윤하경이 내려가자 식탁 옆에 허시청이 서서, 강현우랑 윤하민에게 뭔가를 조용히 말하고 있었다.윤하경의 발소리가 들리자 식당 안 사람들이 동시에 고개를 돌려 윤하경을 봤다.허시청 얼굴엔 순간 당황한 기색이 스쳤고 이내 작게 인사했다.“새언니...”윤하경이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다.“갑자기 웬일이죠? 어젯밤 다쳤다면서요. 그렇게 빨리 나았어요?”윤하경의 시선이 허시청의 다리 쪽에 머물자, 말끝에는 은근한 비웃음이 섞였다.허시청은 얌전하게 웃으며 대답했다.“오늘은 어젯밤 병원 보내 주신 거 감사 인사드리러 왔어요.”그제야 윤하경은 허시청 손에 들린 작은 케이크 상자를 봤다.“제가 직접 만든 케이크인데... 새언니가 안 싫어하시면...”윤하경 표정은 담담했다.“저는 아침에 단 거 안 먹어요. 마음만 받을게요.”“아...”허시청은 얼굴이 금방 울 것처럼 젖었다.“죄송해요. 새언니, 저는 그냥 감사 인사를 드리러 왔어요. 새언니가 안 드시는 줄 몰랐어요.”그 말을 듣는 순간 윤하경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아침부터 누가 저렇게 달콤한 케이크를 먹겠냐 싶었는데, 허시청은 울먹이는 얼굴로 계속 강현우 쪽만 힐끔거리고 있었다.윤하경은 단번에 알아챘다.윤하경이 식탁 아래에서 강현우 다리를 톡 한 번 찼다.강현우는 윤하민 반찬을 열심히 챙겨 주다가 억울한 얼굴로 윤하경을 올려다봤다.“왜?”원래도 선이 굵고 무뚝뚝해 보이는 인상이라, 무표정하면 더 엄해 보이는데 지금처럼 순진하게 올려다보니 윤하경은 괜히 웃음이 나왔다.윤하경이 강현우를 흘겨보았다.‘현우 씨 사촌 동생이 좀 달래 달라잖아요.’그제야 강현우가 상황을
Read more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