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mua Bab 차가운 대표님과의 치명적인 밤들: Bab 1801 - Bab 1810

1816 Bab

제1801화

윤하경은 저도 모르게 고개를 작게 저었다.시간은 빠르게 흘러 설 연휴가 끝난 후 어느 하루, 문세호가 윤하경을 따로 불렀다.“유러인에 잠깐 다녀오려고 해. 너도 같이 가자.”문세호가 윤하경을 바라보며 말했다.“내 사업 기반이 거의 그쪽에 있잖아. 네가 가서 사람들도 좀 만나고 얼굴도 익혀 둬야 해. 앞으로 네가 사업을 시작할 때도 훨씬 편하니까.”윤하경은 문세호가 자신을 위해 준비해 주는 거라는 걸 알았다. 잠깐 생각한 뒤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 그럼 저 잠깐 들어가서 짐 챙길게요. 하민이랑 같이 돌아갈게요.”윤하경은 윤하민과 늘 붙어 지내는 게 익숙했다. 어디를 가든 데리고 있어야 마음이 놓였다.문세호도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가족 여행이라 생각하고 다녀오자.”하지만 그날 밤, 강씨 가문 본가.“안 돼!”강현우의 우렁찬 목소리에 마당을 쓸던 도우미들까지 손을 멈추고 2층을 올려다봤다.윤하경은 화장대 앞에 앉아 보습 크림을 바르다 말고 뒤에서 자신을 꽉 끌어안은 강현우를 올려다봤다.“왜요?”윤하경이 물었다.“아빠 말로는 길어야 한 달이면 된대요. 담당자들 얼굴만 익히고 오면 된다고 했어요.”“사업도 좀 파악해 두면, 나중에 밑에서 속이려 들어도 안 당하잖아요.”윤하경은 그냥 통보 정도로 말하려던 거였다. 그런데 강현우 반응이 너무 컸다.강현우는 윤하경을 더 단단히 끌어안았다.“네가 가면 나는 어떡하라고. 게다가 하민이까지 데려가잖아.”윤하경은 답답해서 이마를 짚었다가 장난처럼 강현우 이마에 자기 크림을 콕 찍어 발랐다. 강현우는 원래도 선이 굵은 얼굴인데 하얀 크림이 찍혀 있으니 괜히 멍해 보였다.윤하경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냥 잠깐 다녀오는 거예요. 어디 가서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그게 어디 있다고 그래.” 강현우가 윤하경을 내려다봤다.윤하경의 착각이 아니었다. 강현우의 눈빛에는 정말로 서운함이 비쳤다.“너 지난번에는 몇 년을 사라졌잖아.”강현우의 목소리가 억울하게 가라앉았다.“하늘이 나 불쌍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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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2화

“너도 같이 가는 거야?”“네.”강현우가 짧게 대답했다. 하지만 문세호 앞에서는 윤하경 앞에서처럼 능글맞게 굴지 않았다. 강현우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예의를 갖췄다.“하경이가 아버님과 유러인에 같이 가신다고 들었습니다. 저는 아직 하경이랑 신혼여행도 못 갔으니까요. 그래서 함께 가려고요. 불편하시진 않겠죠?”강현우는 문세호를 똑바로 바라봤다. 진심 어린 눈빛 속에 기대가 은근히 묻어 있어서 웬만한 사람이라면 함부로 모질게 말하기 어렵게 만들었다.“흠.”문세호가 코끝을 손등으로 슬쩍 문지르며 헛기침했다.“네 마음대로 해.”그 말만 남기고 문세호는 먼저 계류장 쪽으로 걸어갔다.이번 유럽행은 문세호의 전용기였다. 기내에는 딱 가족들만 있어서 한결 한가로웠다.윤하경은 좌석에 앉아 잡지를 넘겼고 강현우는 옆에서 윤하민과 레고를 맞추고 있었다. 문세호의 시선이 가끔 강현우 쪽으로 향했고 눈빛에는 어딘가 만족스러운 기색이 섞여 있었다.“강현우... 괜찮네.”문세호가 윤하경 쪽으로 고개를 기울이며 윤하경만 들을 정도로 낮게 한마디했다.“네?”윤하경은 잡지에 집중하느라 잠깐 멍해졌다가 뒤늦게 무슨 말인지 알아차렸다.문세호는 윤하경이 못 들은 줄 알았는지 고개를 저었다.“아니야. 아무것도.”윤하경은 문세호의 괜히 튕기는 듯한 태도가 웃겼다. 강현우를 칭찬하는 게 문세호에게는 무척 어려운 일인 것처럼 보였다.윤하경이 뭐라도 말을 잇기 전에 비행기가 갑자기 난기류를 만나 덜컹 흔들렸다.강현우는 반사적으로 윤하민을 품에 안고 윤하경 쪽으로 다가왔다. 문세호도 동시에 손을 뻗어 윤하경을 붙잡았다.“괜찮아?”“하경아, 괜찮아?”문세호와 강현우의 목소리가 동시에 겹쳤다.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데 순간, 속이 울컥 올라왔다.“윽...”윤하경은 입을 틀어막고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뛰어 들어갔다.강현우가 미간을 찌푸리며 윤하민을 문세호에게 넘기면서 말했다.“아버님, 잠깐만요. 제가 가볼게요.”“그래.”문세호가 짧게 고개를 끄덕이자 강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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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3화

“축하한다고요?”강현우와 문세호는 서로를 바라봤다. 두 사람의 눈빛에 동시에 떠오른 건 놀라움이었다.더 빨리 반응한 강현우는 미간을 확 찌푸리며 의사를 향해 말했다.“하경이가 지금 저렇게 힘들어하는데 축하라니요.”“잠깐만요.”그 순간, 윤하경의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윤하경은 강현우의 팔을 붙잡고, 천천히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봤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뗐다.“혹시... 의사 선생님 말씀이... 제가 임신했다는 뜻이에요?”의사는 그제야 환하게 웃었다.“맞습니다. 강 대표님, 문 회장님. 윤하경 씨께서는 임신하셨어요.”그 한마디가 기내에 천둥처럼 떨어졌다.누군가는 얼굴이 환해졌고, 누군가는 멍해졌다.문세호는 기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반면 강현우와 윤하경은 서로를 바라본 채 잠깐 말을 잃었다.먼저 정신을 차린 윤하경은 고개를 저었다.“아니에요... 그럴 리가...”입으로는 부정했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미 답이 떠올랐다.‘이번 달에 생리가... 분명...’윤하경은 기억을 더듬으려 했지만 머릿속이 너무 어지러워 제대로 이어지지 않았다. 얼굴빛이 순식간에 더 창백해졌다.반대로 강현우는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몸을 숙여 윤하경을 와락 끌어안았다.“임신했대... 우리 아이야.”윤하경은 머릿속이 엉망인 채, 강현우를 약하게 밀어냈다.“잠깐만요... 저 생각 좀 하게 해줘요.”윤하경은 자리에서 일어나 안쪽 기내로 걸어 들어갔다.그리고 그 옆에는 존재감이 없던 윤하민이 쪼르르 따라붙었다.윤하민은 윤하경 옆에 딱 붙어 서서, 해맑은 얼굴로 올려다봤다.“엄마, 엄마도 임신한 거예요? 지연 이모처럼? 그럼 저 또 남동생이나 여동생 생기는 거예요?”윤하민은 반짝이는 눈빛으로 물었다.그 눈빛을 보자 뒤죽박죽이던 마음이 조금 가라앉힌 윤하경은 허리를 숙여 윤하민을 안아 올리고 무릎 위에 앉혔다.“그럼... 하민이는 엄마한테 화낼 거야?”윤하경은 윤하민의 코끝을 살짝 건드리며 물었다.윤하민은 잠깐 생각하더니 고개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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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4화

윤하민의 말에 윤하경은 가슴이 뭉클했다.그런데도 뱃속 아이를 어떻게 할지, 윤하경의 마음은 여전히 흔들렸다. 한 번 출산을 겪어 봤으니 아이를 낳는다는 게 어떤 일인지 너무 잘 알았다.하지만 임신 소식을 안 뒤로 강현우와 문세호는 윤하경을 거의 소중한 보물처럼 대해줬다.윤하경이 한 걸음만 더 옮겨도 무슨 일 날까 봐 전전긍긍하는 분위기였다.비행기가 유러인에 착륙하자마자 문세호는 차를 불러 윤하경을 곧장 별장으로 데려갔다.“요 며칠은 푹 쉬어. 괜히 돌아다니지 말고. 임신 초기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더라.”문세호의 얼굴에는 걱정스러운 기색이 가득했다.윤하경은 관자놀이를 꾹 누르며 한숨을 쉬었다.“아빠, 전 괜찮다니까요.”문세호는 못마땅한 표정으로 강현우를 돌아봤다.“너는 윤하경을 방까지 데려가. 그리고 제대로 챙겨줘. 알겠지?”강현우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그러더니 윤하경이 뭐라 말할 틈도 없이 윤하경을 번쩍 안아 들었다.“뭐 하는 거예요!”윤하경은 준비도 못 한 채 몸이 붕 뜨자 깜짝 놀라 반사적으로 강현우의 목을 끌어안았다. 상황을 깨달은 뒤엔 어이없어서 얼굴이 찡그려졌다.“됐어요. 내려놔요. 저 혼자서도 걸을 수 있어요.”그러자 강현우가 낮게 웃으면서 대답했다.“내가 안아줄게. 지금 힘이 남아도는데 쓸 곳이 없잖아.”윤하경은 말문이 막혔다.“왜 말을 그렇게 이상하게 하는 거예요.”윤하경은 입술을 깨물고 못 참겠다는 듯 강현우 팔을 살짝 꼬집었다.“헛소리 좀 그만하세요.”강현우는 아프단 기색도 없이 더 웃었다.낮고 깊은 웃음소리가 윤하경의 귀에 스며들자, 윤하경은 더 얄밉다는 듯 강현우를 흘겨봤다.침실에 들어가자 강현우는 조심스럽게 윤하경을 푹신한 침대에 내려놓았다.“푹 쉬어. 나는...”“강현우.”윤하경은 그가 나가려는 순간, 손을 뻗어 강현우의 손목을 잡아당겼다.“잠깐만요.”그러자 강현우는 돌아서 윤하경의 앞으로 다시 다가왔다. 내려다보는 눈빛이 장난스럽게 빛났다. 그는 윤하경의 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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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5화

“전...”윤하경은 마음이 여전히 엉망이었다. 낳지 말자고 딱 잘라 말하고 싶으면서도, 손이 먼저 반듯한 배를 조심스레 어루만졌다.지금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런데도 윤하경은 윤하민처럼 사랑스러운 작은 아이가 지금 이 안에서 조용히 자라고 있다는 걸 알았다.윤하경은 사실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려 했다.그런데 막상 입 밖으로 꺼내려니, 뒤에 이어질 말이 목구멍에서 걸려 내려오질 않았다.원래 윤하경은 결단이 빠른 사람이었다. 일을 끌지 않고, 미련도 남기지 않았다.그런데 이 일만큼은 달랐다. 망설이고, 흔들리고, 끝없이 갈팡질팡했다.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윤하경은 작게 숨을 내쉬고 강현우를 올려다봤다.“좀... 생각해 볼게요... 내일 저랑 같이 가서 한번 확인해 보면 안 될까요?”강현우는 윤하경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쓸어내리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래. 그러자.”강현우는 목소리도 표정도 부드러웠다.윤하경은 그제야 마음이 조금 풀렸다. 강현우가 아이는 무조건 낳아야 한다고, 끝까지 밀어붙일 거라 생각했는데 뜻밖에도 강현우는 너무 담담했다. 그게 윤하경을 더 안심시켰다.그런데 임신 때문인지, 몸이 전처럼 따라주지를 않았다.분명 다음 날 병원에 가기로 해 놓고도 윤하경은 해가 중천에 뜰 때까지 푹 잠들어 버렸다.윤하경은 코끝을 살짝 건드리는 감촉에 겨우 눈을 떴다.윤하민이 침대 옆에서 손가락으로 윤하경 코를 톡톡 찌르고 있었다.윤하경은 반쯤 감긴 눈으로 윤하민을 바라보다가 다시 눈을 감았다.“하민아, 엄마 조금만 더 잘래. 넌 아빠랑 놀고 있어. 응?”윤하경은 눈도 제대로 못 뜬 채 말했다.그러자 윤하민이 입을 삐죽 내밀며 대답했다.“근데 아빠가 그랬어요. 오늘 엄마 뱃속에 있는 동생 보러 가는 날이라고요.”그 말이 떨어지자 윤하경은 번쩍 눈을 떴다.“맞다. 까먹을 뻔했네.”윤하경은 이불을 걷어내고 앉아 윤하민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엄마가 바로 일어날게.”그때 윤하민이 윤하경의 손을 붙잡고 반짝이는 눈빛으로 조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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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6화

병원.윤하경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의사는 초음파 탐촉자를 윤하경 배 위로 이리저리 움직이며 화면을 확인하고 있었다.잠시 뒤, 의사가 놀란 얼굴로 윤하경을 보며 말했다.“와... 산모님은 정말 운이 좋으세요.”윤하경은 멍하니 되물었다.“네? 뭐가요?”임신한 것뿐인데, 뭐가 그렇게 운이 좋다는 건지 윤하경은 감이 오지 않았다.의사는 웃으며 모니터를 가리켰다.“여기 보세요. 화면상으로 수정란이 두 개예요. 그리고 둘 다 심장박동이 확인됐고요.”윤하경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졌다.“둘 다... 심장박동이 확인됐다고요?”“네. 쌍둥이예요.”의사가 환하게 웃었다.“게다가 둘 다 발달 상태도 아주 좋아요. 정말 힘이 좋은 아기들이네요.”윤하경은 잠깐 얼어붙었다가 믿기지 않는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말도 안 돼...”하지만 의사는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사실이에요.”윤하경이 다시 화면을 보자, 작은 점 같은 형체가 두 개 또렷하게 보였다. 기계에서 규칙적인 심장 소리도 들려왔다.두근, 두근...윤하경이 말없이 굳어 있자 이번에는 강현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 강현우는 미간을 찌푸린 채 의사를 바라봤다.“그럼... 하경의 몸 상태로 쌍둥이는 부담이 클 수도 있지 않나요? 제 아내가 감당할 수 있겠어요?”강현우의 목소리에는 초조함이 묻어 있었다.의사는 강현우의 질문에 윤하경을 한 번 살피더니,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윤하경 씨는 전반적으로 몸 상태도 좋고, 조건도 괜찮아요. 쌍둥이 임신도 크게 문제는 없어 보입니다. 다만 강현우 씨가 걱정이 많으시다면... 두 분이 아이를 어떻게 할지도 충분히 상의해 보실 필요는 있겠죠.”강현우는 입술을 다물고 윤하경을 바라봤다.진료실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가장 먼저 그 침묵을 깬 건 윤하민이었다.“엄마, 진짜예요? 제가 동생이 두 명 생기는 거야? 아니면 남동생 하나, 여동생 하나예요?”윤하민은 눈을 반짝이며 윤하경을 올려다봤다.강현우는 아무 말 없이 윤하민을 안아 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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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7화

꿈속에서 윤하경은 끝없이 하얀 안개 속에 홀로 서 있었다.그때 어디선가 아이들이 장난치다 울음을 터뜨리는 소리가 들려왔다.이상하게도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윤하경은 가슴이 저릿하게 아팠다.마치 그 울음이 자신과 무관하지 않은 것 같았다.윤하경은 소리가 나는 쪽을 향해 한 걸음씩 걸었다.얼마나 걸었는지 모를 즈음, 흰 안개 사이로 두 아이가 마주 앉아 눈물을 훔치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둘 다 잔뜩 상심한 얼굴이었다.윤하경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가슴을 짓누르는 듯한 애틋함이 점점 더 커졌다.“얘들아... 왜 울고 있어?”윤하경은 무릎을 꿇고 두 아이를 조심스럽게 안아 올렸다.가까이에서 보니 아이들은 믿을 수 없을 만큼 예쁘고 또 똑 닮았었다. 똑같은 눈매, 똑같은 입술을 가진 두 아이였다.다만 한 아이는 머리를 두 갈래로 땋고 있었고 다른 아이는 그렇지 않았다.윤하경의 목소리를 듣자 아이들은 더 서럽게 울면서 윤하경의 팔을 꽉 끌어안았다.“엄마... 왜 우리 싫어해요? 왜 우리를 버리려고 해요?”그 한마디에 윤하경은 숨이 멎는 것 같았다.“아!”윤하경은 그대로 꿈에서 튕겨 나오듯 벌떡 깨어났다.창밖은 이미 어둑해져 있었고 창가에는 해가 완전히 지기 직전의 가느다란 붉은 빛만 길게 걸려 있었다.“하경아, 왜 그래?”다음 순간, 따뜻한 팔이 윤하경을 끌어안아 단단히 품에 가뒀다.“괜찮아? 어디 아파?”강현우의 낮고 다정한 목소리가 귀를 감싸자 미친 듯이 뛰던 윤하경의 심장이 조금씩 진정됐다.윤하경이 아무 말도 못 하자, 강현우는 더 조심스레 등을 쓸어내렸다.“왜... 놀랐어? 괜찮아. 내가 있잖아.”윤하경은 한참을 숨 고른 뒤에야 고개를 들어 강현우를 바라봤다.방 안에는 불도 켜지지 않은 채, 창밖에서 스며든 석양빛만이 강현우의 옆얼굴을 물들이고 있었다. 평소보다 훨씬 부드럽게 보였다.강현우는 윤하경의 시선을 느끼고 잠깐 입술을 달싹였다.무언가 말하려다 망설이는 기색이 스쳤다.“하경아... 나... 아이 일 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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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8화

윤하경은 고개를 끄덕였다.“당연하죠.”그런데도 강현우의 얼굴은 여전히 어둡게 가라앉아 있었다.강현우는 쉽게 동의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윤하경은 입술을 살짝 내밀었다.“왜요? 안 돼요? 제발요...”윤하경이 이렇게까지 애교를 부리는 건 드문 일이었다.강현우도 그 모습에 마음이 흔들리는 게 느껴졌는지, 눈썹이 아주 조금 풀렸다.하지만 쌍둥이라는 현실이 다시 떠오르자 강현우는 곧 표정을 다잡았다.“안 돼. 쌍둥이는 위험해.”“그럼... 현우 씨는 아이가 싫은 거예요?”“흥!”윤하경은 고개를 돌렸다.그러고는 일부러 더 서운한 얼굴로 배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아가들아, 아빠는 너희가 싫대. 우리... 같이 집을 나갈까?”그 말이 떨어지자마자 머리 위에서 낮고 긴 한숨이 들려왔다.윤하경은 속으로 웃었다.이건 강현우가 결국 항복하기 직전의 신호였다.윤하경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그리고 예상대로 잠시 후 강현우가 완전히 진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알았어. 대신 임신 기간은 절대 무리하면 안 돼. 뭐든 의사 말부터 듣고. 조금이라도 위험하면... 무조건 너부터 지켜. 알겠지?”윤하경은 기다렸다는 듯 고개를 번쩍 들더니 강현우의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알겠어요. 우리 남편 말이 다 맞아요. 다 들을게요.”강현우는 금세 표정이 바뀌는 윤하경을 보며 못마땅한 듯 흘겨봤다.“좋아. 그럼 오늘부터는 진짜로 전부 내 말 들어야 해.”윤하경은 얌전히 고개를 끄덕였다.“네.”어차피 강현우도 전부 윤하경을 위해 그러는 거였다.그날 이후로부터 윤하경은 집안의 국보급 보호 대상이 됐다.원래는 유러인에서 한 달만 머물 계획이었다.하지만 임신 사실을 막 알게 된 데다, 아직 초기라 안정이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현우와 문세호는 결국 결론을 내렸다.“아이 낳을 때까지 유러인에서 지내자.”그 소식을 듣고 가장 속상해한 사람은 다름 아닌 강현우 어머니 한선아였다.처음엔 애가 타서 안달하다가, 결국은 아예 짐을 싸 유러인으로 건너와 함께 머물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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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09화 번외편

첫눈이 내리던 겨울의 어느 날이었다.작은 마당 바깥으로 손님 한 명이 찾아왔다.소지연은 마당에 앉아 화로를 가운데 두고 차를 끓이고 있었다. 작은 세상 위로 얇은 눈이 포슬포슬 덮였고, 탁자 위에서 피어오른 김만 가늘게 하늘로 길게 번져 올라갔다.똑똑!그때, 대문 쪽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소지연은 잿빛 하늘을 한 번 올려다봤다.이 시간에 누가 올 리가 없었다. 눈까지 내리니 마을 사람들은 다들 집에 콕 박혀 난로와 온기에 기대고 있을 것이다.그런데도 소지연은 자리에서 일어나 대문을 열었다.문밖에 선 사람을 보는 순간, 소지연의 눈동자가 작게 흔들렸다.“호천아, 네가 왜 여기 있어?”유호천은 문밖에 서 있었다. 예전에는 그렇게 크고 건장해 보이던 체격이었지만 지금은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검은 코트를 여미고 서 있는 모습이 유난히 쓸쓸해 보였다.“난...”유호천은 입을 열었지만 한 글자 뱉고는 목이 뭔가에 걸린 듯 더는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너무 추워서인 것처럼, 유호천은 말을 바꿨다.“안에... 잠깐 들어가도 돼?”소지연은 선뜻 대답하지 못했다. 오래전부터 보지 못한 유호천을 조용히 훑어봤다.생각해 보니 거의 2년 가까이 유호천을 본 적이 없었다.소지연은 일부러 유씨 가문 소식은 들여다보지도 않았다. 거기에 아이를 키우랴, 일을 벌이랴, 지난 1년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바빴다. 그러다 보니 유호천을 의식하는 일도 더 줄어들었다.가끔 한밤중에 문득 떠오를 때가 있었지만 그것도 이제는 아주 오래전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휙!그때 차가운 겨울바람이 한 줄기 불어와 소지연의 생각을 끊어냈다.“지금은 좀...”소지연이 불편하다고 말하려던 순간이었다.“으아앙!”마당 안쪽에서 갑자기 울음소리가 터졌다.소지연은 말끝을 삼킨 채 바로 뒤로 돌아 뛰어 들어갔다. 장난감 방에서 놀고 있어야 할 작은 아이가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바닥에 엎드린 채 울고 있었다.“이안아!”소지연은 심장이 철렁 내려앉아 급히 소이안을 안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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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10화 번외편

유호천은 소지연이 자신을 철저히 밀어내는 태도를 보며, 가슴 한구석이 텅 비는 기분을 느꼈다. 끝이 없는 상실감이 뒤늦게 몰려왔다.소지연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저 몸을 돌려 분유 타는 자리로 가 소이안의 우유를 준비했다.하지만 아까 놀란 탓인지 소이안은 소지연의 품에서 내려오려 하지 않았다. 소지연은 한쪽 팔로 아이를 안은 채, 다른 손 하나로 분유통과 기계를 만지작거리며 어설프게 일을 해내려 애썼다.그런 모습이 못 견디게 마음에 걸린 유호천은 조용히 다가가 낮게 말했다.“내가 할게.”“필요 없어.”소지연의 목소리는 차가웠다. 마치 바깥 눈발처럼 손끝까지 싸늘했다.그런데 그 순간 소이안이 몸을 꿈틀하는 바람에, 소지연의 손에 들려 있던 분유가 탁자 위로 와르르 쏟아졌다. 소지연은 미간을 찌푸렸다.다음 순간, 유호천이 소지연을 살짝 옆으로 밀어내듯 잡아끌었다.“내가 한다니까.”소지연은 미간을 찌푸렸지만 유호천이 분유 스푼을 가져가 버리자 결국 더는 말하지 않았다.문제는 유호천이 이런 걸 해본 적이 없다는 거였다. 분유를 타는 손놀림이 어딘가 어설프고 굼떴다. 몇 번을 헤매다가, 소지연이 마지못해 던지듯 알려 주는 말에 겨우겨우 맞춰냈다.유호천은 마침내 소이안에게 젖병을 건넸다.소이안은 유호천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작은 손으로 젖병을 꼭 끌어안고는 환하게 웃었다. 정말 순진하고 달콤한 웃음이었다.그 한순간에 유호천의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렸다.소지연은 소이안을 놀이 구역에 앉혀 우유를 먹게 하고, 자신은 어질러진 분유 자리를 정리하기 시작했다.유호천은 소지연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이런 거 왜 혼자 해. 사람 안 써?”유호천은 말끝을 흐리며 덧붙였다.“내가 매달 네 계좌로 돈도 보냈고, 내가 준 것도...”“도우미 아주머니가 집에 일이 생겨서 잠깐 내려가셨어. 며칠 뒤에 다시 오실 거야.”소지연은 여전히 덤덤하게 말했다.“네가 보낸 돈은 손도 안 댔어. 그건 전부 아이 몫이야.”유호천은 얼굴을 굳혔다. 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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