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ll Chapters of 첫사랑을 잘못 보고 사랑한 죄: Chapter 301 - Chapter 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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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1화 장씨 가문 며느리 되기

“현준 오빠가 돌아온다고요?”민여진은 의아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다.“왜요? 아직 시간 좀 남지 않았어요?”조인화가 웃으며 대답했다.“얼마 전에 현준이한테서 전화 왔거든. 얘기하다 보니까 나도 모르게 네 얘기가 나왔었는데, 회사에 휴가 내고 바로 오겠다더라. 말로는 오랜만에 내가 보고 싶어서 온다고는 하는데, 내가 봤을 때는 너 보러 오는 것 같아.”“저 보러 온다고요?”수건을 비틀어 물을 짜던 민여진이 이해하지 못했다는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저를 왜요?”“이 녀석이, 정말 몰라서 물어?”조인화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우리 현준이, 어릴 때부터 너 좋아했었는데. 몰랐어?”물을 마시던 민여진은 그 말에 그만 사레가 들려버리고 말았다.조인화는 급히 그녀의 등을 두드려주었다. 겨우 기침을 멈추고 진정한 민여진은 여전히 얼떨떨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민여진은 조현준을 이때까지 계속 친한 오빠로만 여겨왔다. 이곳을 떠나기 직전까지 둘 사이에 애매한 기류 같은 건 전혀 없었다. 게다가 조현준은 고등학교 때부터 다른 지역에서 학교를 다니며 집에 돌아온 적도 거의 없었다.그런 조현준이 자신을 좋아해 왔을 줄은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민여진은 민망한 마음에 말했다.“이모, 장난 좀 치지 마요.”“얘가, 내가 너한테 이런 거짓말을 왜 하겠니? 현준이가 중학교 때 쓴 일기 보니까 온통 네 얘기밖에 없더라. 못 믿겠으면 지금이라도 그때 일기장 꺼내서 읽어줄까?”“아, 아니요... 됐어요...”당황한 민여진이 손사래 쳤다.“다 지난 일이잖아요.”“지난 일이면 어때? 우리 현준이는 아직 너 못 놔준 것 같은데. 너한테 관심 없었으면 그 귀한 휴가까지 먼저 내가면서 이렇게 급하게 돌아오지도 않았을 거야.”조인화는 민여진의 손을 꼭 붙잡으며 말했다.“아예 그냥 여기서 살래? 우리 집안 며느리 하면 딱 좋을 것 같은데.”민여진은 잠시 멍해 있다가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급히 손을 뺐다.조인화도 그녀의 반응을 눈치챘는지 다시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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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2화 낯선 사람의 방문

민여진은 자조적인 미소를 흘렸다.잠이 오지 않아 다시 몸을 일으켰다. 옷장을 더듬다가 손끝에 만져지는 외투를 꺼내 몸에 두르고는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거실문 앞에 다다랐을 즈음, 조인화가 마당 문을 열고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그녀는 밖으로 나와 있는 민여진을 발견하자마자 다급히 다가와 말했다.“왜 밖에 나와 있어, 안에서 기다리지. 지금 얼마나 추운 줄 알아?”조인화가 민여진에게 걸어오며 중얼거렸다.“날도 추운데 처음 보는 사람이 찾아왔더라고. 이런 날씨에 도대체 뭘 하겠다고 여기까지 온 건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 차림에, 외제 차까지 타고 왔더라고. 생긴 건 또 무지하게 잘생겼어. 동네 사람들 다 나와서 구경하고 있다니까.”“처음 보는 사람이요?”민여진은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래. 누굴 찾는 것 같은데 계속 안 가고 기다리고 있더라. 방금도 나 보자마자 이것저것 캐묻고.”“뭘 물어봤는데요?”민여진이 다급히 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어느새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잠시 당황한 듯 멈칫한 조인화가 대답해 주었다.“별거 안 물었어. 그냥 우리 마을은 어떻게 살고 있나, 경제적으로 어려운 집은 있나 정도로만 물어보더라. 이상하긴 했어. 여기가 외부인 접근이 쉬운 곳도 아니고, 이렇게 외딴 산간 마을에 외부인이 찾아오는 건 거의 6개월 만이잖아.”민여진이 주먹을 꽉 쥐었다. 심장이 터질 듯 두근거렸고 숨소리가 점점 가빠졌다. 그녀는 가빠진 숨을 억지로 고르며 자신을 진정시키려 애썼다.‘아니야, 아닐 거야... 이런 우연이 있을 수도 있나?’그들에게 민여진은 이미 죽은 사람이었다. 그런데 박진성이 무슨 수로 여기까지 찾아올까? 더군다나 이정화가 민여진의 행방을 누설할 리도 없었다.“왜 그래, 여진아?”조인화는 어딘가 이상해 보이는 민여진의 반응에 손을 뻗어 그녀의 얼굴을 어루만져주며 물었다.“갑자기 안색이 안 좋아 보이네. 어디 아파서 그래?”“아니요...”민여진은 억지로 입꼬리를 끌어올려 힘겹게 미소 지으며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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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3화 너한테 마음이 있어

“그게 정말이야? 너무 잘됐다!”조인화는 해맑게 웃으며 기뻐했다.“이제는 여진이 너도 굳이 마을을 떠나지 않아도 되겠네. 그냥 여기서 사는 게 어때? 마을에서 살면 돈도 벌고, 내가 옆에서 널 챙겨줄 수도 있잖아. 미영이가 떠난 후로 네가 다시 상처받는 걸 보고 싶지 않아. 나중에 내가 미영이 얼굴을 어떻게 보니.”조인화는 덤덤한 말투로 말했지만 민여진의 눈시울은 어느새 한껏 빨개져 있었다. 그녀는 조인화가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고 아껴주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민여진이 고개를 숙이고 가만히 있자 조인화는 그녀의 손을 꼭 붙잡았다.“여진아, 차라리 우리 집안 며느리로 들어오는 게 어때? 난 네가 정말 마음에 들어서 그래. 우리 현준이도 그럴 거고.”이제는 민여진도 딱 잘라 거절할 명분이 없었다. 잠시 망설이던 그녀가 입을 열었다.“우선 현준 오빠 생각부터 들어봐야겠죠.”조인화는 그 말을 듣자마자 입이 귀에 걸릴 정도로 환히 웃었다.“그래! 그놈이 어떻게 생각할지는 나중에 보면 되겠지. 현준이도 네가 마음에 든다고 하면, 나는 절대 너 못 놔줄 것 같아.”호랑이도 제 말 하면 온다더니 조현준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이미 마을 어귀에 다 왔다는 연락이었다.조인화는 민여진의 손을 꼭 잡고 마을 어귀까지 마중 나갔다. 멀리서 조현준이 보이자 조인화는 해맑게 웃으며 민여진에게 장난스레 말했다.“저 녀석 좀 봐. 명절 때도 양복 한 번 제대로 입고 온 적 없었으면서 오늘은 머리까지 말끔하게 세팅하고 왔네.”민여진도 그 말에 덩달아 웃어 보였지만 마음속은 씁쓸하기 그지없었다.박진성 덕분에 앞이 보이지 않게 되었으니 말이다.물론 조현준이 그렇게 단정하게 차려입은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만에 하나 정말 그렇다고 해도 지금 자신의 모습을 본 이상 마음을 접을 게 분명했다.“현준아, 여기야!”조인화는 아들에게 손을 흔들며 큰소리로 외쳤다.캐리어를 끌고 마을 안으로 걸어들어오던 조현준은 조인화를 발견하자마자 빠른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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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4화 그 남자는 누구야

“그래.”조인화는 민여진이 말한 식재료를 갖다 주었다.조현준도 자리에서 일어나 말했다.“나도 도와줄게.”민여진은 말없이 수긍했다. 그녀는 조용히 밀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어가며 손을 움직여 반죽에 집중했다. 고개를 숙이자 옆머리가 귀 옆을 타고 흘러내려 눈가를 가렸다.조현준은 그 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보다가 손을 내밀었다.민여진은 익숙하지 않은 기류에 반사적으로 한발 물러서며 경계심을 드러냈다. 그 반응에 잠시 멈칫한 조현준이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머리카락이 자꾸 얼굴에 닿는 것 같길래 묶어주려고.”“아, 그래요...”순간적으로 민망함이 밀려왔다. 박진성 탓에 사람을 쉽게 믿지 못하게 된 건 맞지만 조현준은 조금 달랐다. 어릴 때부터 도움을 받아온 이웃 오빠였으니 믿음이 갔다.“미안해요. 너무 갑자기 얼굴 근처에서 뭔가가 느껴져서, 놀란 거예요.”“괜찮아.”조현준이 부드럽게 웃었다.“앞이 안 보이니까 조심하는 건 당연하지. 오히려 잘된 일이야. 예전처럼 모든 사람들한테 다 친절하게 대해주는 것보다는 이게 낫지. 안 그랬으면 나는 아직도 네 걱정 하면서 살았을걸.”조현준의 한 마디, 한 마디에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그 진심에 민여진은 계속 얼빠진 표정을 짓다가 애써 화제를 돌려보려 했다.“오빠는 여자친구 없어요?”“응.”조현준이 밀가루에 물을 부어주며 웃었다.“왜? 의외야?”“네.”민여진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오빠 인기 많았잖아요. 키도 크고 잘생겨서, 벌써 결혼했을 줄 알았는데. 혹시 눈이 너무 높아서 그런 건 아니에요?”“아니.”조현준이 단호하게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한참이나 민여진을 바라보던 조현준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다시 미소를 지었다.“그냥 아직... 마음에 드는 사람을 못 만나서 그래. 가정을 꾸리는 일인데 아무나 만나는 건 상대한테도 예의가 아니잖아. 그러니까 나는 아직도 기다리는 중이야. 내가 마음속에 품고 있던 사람이 다시 내 앞에 나타나 주길 말이야.”‘다시?’민여진의 동공이 미세하게 흔들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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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5화 공짜 티켓

먼저는 방현수였고 그다음은 서원, 그리고 이제는 조현준이었다. 민여진을 좋아하지 않았던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였을까. 그래서 미련 하나 없이 그렇게 모든 걸 버리고 떠날 수 있었던 걸까.“대표님...”문 앞에 서 있던 남자가 어딘가 불안해 보이는 표정으로 링거 관에 가득 들어찬 피를 발견하고 다급히 말했다.“의사 선생님 불러오겠습니다.”“됐어.”박진성의 두 눈은 붉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는 한 손으로 자신의 팔에 꽂혀있던 링거 바늘을 뜯어냈다. 피가 팔을 타고 내려와 손끝으로 뚝뚝 떨어졌지만 지금 박진성의 정신은 다른 곳에 팔려 있었다.“티켓 사 놔, 지금 당장 안진으로 가야겠으니까. 빨리!”“대표님! 대표님 몸 상태로는 아직...”남자가 급히 박진성을 말려보려 했지만 그의 살기 어린 시선을 마주하는 순간,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러내렸지만 남자는 굴하지 않고 다시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여진 씨를 찾는 데는 성공했지만 정확히 안진에 정착할지에 대해서는 확신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 대표님이 갑자기 나타난다면, 여진 씨한테는 또 다른 상처가 될 겁니다.”“대표님, 또 여진 씨 놓치실 겁니까? 우선 몸부터 회복하시고, 여진 씨도 어느 정도 마음을 가라앉힌 뒤에 직접 데려오시는 게 좋지 않을까요?”박진성은 계속해서 치밀어오르는 분노를 어디에 해소해야 좋을지 몰라 답답했다. 남자의 말에 틀린 게 하나도 없어서 더욱 화가 났다. 직접 민여진을 만난다면 소유욕 넘치는 박진성의 성격상 할 수 있는 짓은 감금뿐이었다.민여진은 박진성의 것이었다.지금 박진성에게 가장 괴로운 사실은 민여진이 자신을 증오한다는 것이었다.이 사실은 언제나 반박할 수 없는 명확한 팩트였다.박진성을 너무 증오했던 탓에 이정화와 따로 거래까지 하며 이름을 숨기고 안진으로 도망쳤던 것이다.남자가 조심스레 덧붙였다.“저희 쪽에서 확인한 바로는 동진에서 그 지역을 재개발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여진 씨도 아마 그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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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6화 좋아하는 사람 있어?

조인화는 말을 마치고 다시 조현준에게 눈빛을 보냈다.대충 상황을 눈치챈 조현준이 망설이고 있던 민여진에게 웃으며 말했다.“여진아, 우리 엄마는 걱정하지 마. 엄마는 바느질도 하셔야 하고, 이런 공연 같은 거에는 원래 관심이 없으셔. 그냥 우리끼리 다녀오자. 너도 그동안 일하느라 고생했으니까 잠깐 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해야지.”조현준의 말을 잠자코 듣고 있던 민여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말도 어느 정도 일리가 있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공연이라는 것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지, 별로 안 좋아하는 사람은 그냥 지루하다고만 느끼는 것이었다. 조인화가 함께 간다고 해도 공연 내내 시간 낭비라고만 느낄 것 같았다.“그래요. 그럼 저랑 오빠 먼저 갔다 올게요.”“그래.”조인화는 기다렸다는 듯 얼른 문을 닫으며 말했다.“늦게 와도 돼!”문이 닫히자 조현준은 멋쩍게 헛기침을 한 번 하며 말했다.“우리 엄마가 원래 저래. 괜히 혼자 흥분해서 저러는 거야. 말도 막 하는 것 같아도 다른 뜻은 없어. 그냥 너 혼자 두면 외로워할까 봐 그러는 거니까 신경 안 써도 돼.”“나도 알아요.”민여진은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가볍게 웃었다. 왜인지 모르게 마음 한쪽이 따뜻해졌다.생각해보니 이 집에서 지내는 동안, 예전보다 웃음이 훨씬 많아진 것 같았다.심장 한쪽은 이미 누군가 때문에 산산조각이 나 버려 제대로 뛰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었지만 말이다.민여진은 조현준의 팔에 가볍게 팔짱을 꼈다. 두 사람은 빠르게 오페라가 열린다는 교회에 도착했다. 도착해보니 직원이 나와 둘을 정해진 자리까지 안내해주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공연이 시작되었다.배우들의 우렁찬 목소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조현준이 낮게 귓속말로 물었다.“이상한 것 같지 않아?”“뭐가요?”“우리 마을에 무슨 행사가 있다고 해도 거의 다 영화가 다였잖아. 사람들이 다 쉽게 볼 수 있는 게 영화니까. 그런데 이런 오페라는 처음이잖아.”민여진도 잠시 생각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듣고 보니 그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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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7화 너는 더 좋은 사람을 만나야 해

하지만 지금 반사적으로 느껴지는 고통과 증오는 결코 거짓된 게 아니었다.한동안 아무 말도 못 하는 민여진에 조현준은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이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 거야?”“아니요.”민여진은 반사적으로 대답했다. 순간적으로 나와버린 대답에 그녀는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마음속에서부터 느껴지는 거북함을 애써 억누르고 웃어 보였다.“좀 의외예요. 오빠가 나한테 이런 질문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 지금 내 상황도 그렇고, 사람 만날 기회도 거의 없었으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게 이상하죠.”“정말?”조현준의 눈빛이 반짝였다. 그는 조심스레 민여진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무대 위에서는 여전히 노래가 울려 퍼지고 있었지만 조현준은 목소리를 더욱 낮게 깔며 물었다.“그럼, 여진아. 나는 안 될까?”갑작스러운 고백에 얼어붙은 민여진이 멍한 표정으로 허공을 응시했다.조현준이 말을 이어나갔다.“조금 웃기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나는 고등학생 때부터 너 좋아했어. 네가 너무 멋있었고, 그때의 나한테 너는 햇살 같은 존재였거든. 그래서 나도 모르게 너한테 끌리더라. 하지만 너는 너무 어렸고, 어린 애를 좋아한다는 게 부끄러워서 어떻게든 잊어보려고 공부만 하고 살았거든. 그 덕분에 명문대도 입학했고, 집도 떠났으니까 널 좋아하던 그 감정도 없애보려고 했었어. 그렇게 마음을 다 접은 줄 알았는데, 아니더라. 네 이름을 다시 듣는 순간, 다시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어. 그때 알았지. 난 아직 널 잊은 게 아니구나.”“그동안 연애도 몇 번 해봤지. 그런데 잘 안 됐어. 사람들이 다 그러더라. 나한테서는 연애에 대한 간절함이 없어 보인다고.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는데, 널 만나니까 조금은 알 것 같아.”조현준은 조심스레 의자 팔걸이에 걸쳐져 있던 민여진의 손을 감쌌다. 조금의 힘도 들어가지 않은 그 스킨십은 민여진에게 충분히 도망칠 여지를 남겨두고 있었다.“이렇게 다시 만난 것도 운명이라면 운명인데. 여진아, 너만 괜찮다면 나랑 만나볼래?”머릿속이 백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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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8화 그 사람인가? 그 사람이 찾아온 걸까?

“네.”민여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조현준이 다시 돌아왔다.“여진아.”그의 말투는 조금 전과 달리 어딘가 진지하면서도 긴장되어 있었다.“급히 회사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무슨 일인데요?”조현준이 짧게 한숨을 내쉬며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내가 맡은 프로젝트에 갑자기 문제가 생겼나 봐. 내가 아니면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 지금 당장 가 봐야 해. 더 늦어지면 타고 갈만한 기차도 없어서.”“아... 네.”민여진은 정확한 사정을 알 수 없었지만 회사 일이 우선이라는 사실은 분명히 이해하고 있었다.“그럼 얼른 가 봐요. 내 걱정은 하지 말고. 조금 있으면 이모가 데리러 와 줄 거예요.”조현준은 숨을 들이쉬더니 여전히 따뜻한 눈빛으로 민여진을 바라보며 말했다.“여진아, 방금 내가 했던 말은 네가 진짜 거절하기 전까지 항상 유효해. 난 너랑 진지하게 만나보고 싶고, 널 지켜주고, 아껴주고 싶어. 단순히 우리 엄마나 영미 이모 때문이 아니라 내 마음이 그래. 그동안 잘 생각해 봤으면 좋겠어. 금방 돌아올 거야. 그때는... 네 대답이 듣고 싶어.”민여진은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저 가만히 앉아 있었다. 조현준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가볍게 입을 맞춰주고는 아쉬움 가득한 얼굴로 급히 자리를 떴다.그의 발걸음과 목소리에서는 다급함이 여실히 느껴졌다.민여진의 이마에는 조금 전, 조현준의 입술에서 전해진 온기가 아직도 남아 있었다. 그 느낌이 불쾌하지는 않았지만 이 상황이 어딘가 당황스러웠다.‘나 같은 사람도 누군가의 보호를 받고, 사랑을 받을 수 있는 존재일까?’‘정말 정상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걸까?’박진성이 떠오르자 무거운 마음에 심장이 다시 욱신거리는 것 같았다.그가 남기고 간 상처가 너무 깊고 커서 어떠한 감정도 쉽게 꺼낼 수 없었다. 하지만 만약 그 사람이 조현준이라면 민여진도 싫지 않았다. 어쩌면 하늘이 그녀를 박진성에게서 벗어나게 도와준 이유가 새 삶을 시작해보라는 계시일지도 몰랐다.가만히 생각에 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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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09화 저 여자 좋아해?

남자는 민여진을 발견하자마자 놀란 듯한 목소리로 물었다.“혹시... 전에 찾아뵀던 조씨 가문의 여진 씨 아니신가요?”민여진은 아무 대답도 하지 못한 채 그저 겁에 질린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진시우가 방금 부른 그 이름을 곰곰이 떠올려 보았다.‘임재윤? 그게 누구지?’상황을 파악한 진시우가 가볍게 웃으며 사과했다.“죄송합니다, 여진 씨. 설마 제 친구 때문에 놀라셨나요? 말을 못 하는 애라서 의사 표현이 제대로 안 됐을 겁니다. 그걸로 오해도 많이 받거든요. 하지만 나쁜 사람은 아니니까 너무 마음에 담아두진 마세요.”‘말을 못 한다고?’민여진이 잠시 멍한 표현을 지었다.‘이 남자가 정말 말을 못 한다고? 그렇다면... 정말 박진성이 아닌 거네?’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는 것 같자 민여진은 조금씩 평정심을 되찾았다.만약 그가 정말 박진성이었다면 벌써 자신을 어딘가로 끌고 가 결박하고 협박했을 것이다. 하지만 남자는 뺨을 맞았을 때도 아무 반격을 하지 않았고, 말 한마디 한 적이 없었다.“그런데 왜...”민여진은 손을 들어 자신의 이마를 가리키며 미간을 한껏 찌푸렸다.“갑자기 제 이마를 막 문질렀단 말이에요. 그것도 엄청 세게.”그녀는 남자가 자신에게 한 납득할 수 없는 행동에 대한 설명을 원했다.진시우는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임재윤을 바라보다가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자 임재윤은 민여진의 얼굴에 남아 있는 먼지를 가리키며 인상을 구겼다.“그랬구나.”진시우가 피식 웃었다.“여진 씨 얼굴에 뭐가 묻어 있어서 닦아주려고 했었나 봐요. 다른 뜻은 없었어요. 얘가 무술을 하던 애라 숫기가 없어서 손길이 조금 거칠었을 수도 있어요. 평소엔 백스테이지에만 있는 애거든요.”‘무술을 했다고?’잠시 멍하니 있던 민여진이 뒤늦게 이마를 문질렀다. 생각해보니 이마가 아팠던 이유는 그의 소매에 달려 있던 단추 때문이었던 것 같았다. 이제야 모든 상황이 이해되었다.임재윤이 아무 말도 없이 민여진의 이마를 닦았던 이유는 그가 말을 못 하는 실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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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10화 생각해볼게요

“아이고…”조인화의 표정이 어딘가 굳어있었다.“방금 통화할 때 목소리가 엄청 급하더라. 혹시 무슨 일 생긴 건 아니겠지?”“아닐 거예요.”민여진은 조심스럽게 말했다.“현준 오빠는 그냥 기차 막차 놓칠까 봐 급하게 간 거죠. 여긴 공항도 없는 지역이니까요. 별일 없을 거예요. 일 끝나는 대로 돌아온다고 했어요.”“그렇다면 다행이지.”조인화는 그제야 미소를 되찾았다. 그녀는 민여진의 손을 꼭 잡고 집으로 들어가며 슬쩍 물었다.“공연은 어땠어? 재밌었어?”“네, 좋았어요.”민여진은 고개를 푹 숙인 채 대답했다. 사실 오페라는 앞부분밖에 제대로 못 들었다.“그럼 너랑 현준이는?”“네?”뒤늦게 반응한 민여진이 다시 물었다.“저랑 현준 오빠가 왜요?”조인화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현준이가 가기 전에 나한테 전화하면서 너 좀 잘 챙겨달라고 몇 번이나 당부하더라. 너랑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은데, 못 데려가서 아쉬운 그 목소리가 너무 잘 들렸어. 내가 엄마인데, 그걸 모르겠어? 걔 아직도 너한테 마음 있어. 안 봐도 뻔하지, 뭐.”머릿속이 복잡해진 민여진이 고개를 푹 숙인 채 말했다.“저… 이모. 우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저도 생각해볼게요.”“그래!”조인화가 눈을 반짝이더니 활짝 웃으며 민여진의 손을 꼭 잡았다.“생각 얼마든지 해봐! 걱정 마, 무슨 일이 있어도 나는 네 이모고, 현준이도 네 오빠야. 그러니까 부담 가질 필요 없어!”민여진은 어색한 웃음을 지어 보였지만 마음은 여전히 복잡하고 답답했다.오늘 너무 많은 일이 한꺼번에 벌어졌다. 그녀는 아직도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일 수 없었다.특히 조금 전, 박진성과 비슷한 행동을 보이던 남자의 등장은 민여진에게 엄청난 충격을 안겨주었다.민여진은 깊은 생각에 잠겼다. 만약 박진성이 정말 자신을 찾아내면 어떻게 해야 할까?그녀가 물에 빠졌던 그 사건도 아직 완벽히 해결된 게 아니었다.샤워를 마치고 방으로 돌아온 후에야 민여진은 침대에 누워 마음을 가라앉히고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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