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윤은 길을 바라보며 휴대전화로 ‘알겠습니다’라는 음성을 재생했다.집에 도착하자, 눈이 점점 더 많이 내리고 있었다.민여진이 차 문을 열자 날카로운 바람이 칼날처럼 그녀의 손목을 스쳤다.세 사람은 나란히 집 안으로 들어간 뒤 조인화는 숯을 가져다 임재윤의 방에 화로를 먼저 설치했고, 민여진은 이불을 가져와 임재윤의 침대를 정리하며 이불 커버를 씌웠다.그녀는 눈에 젖은 외투를 벗어 던진 후 분주히 이리저리 움직였다.임재윤은 주변을 둘러보던 중 책상 위에 놓인 사진액자를 집어 들었다. 사진 속에는 네 사람이 있었는데, 두 명의 젊은 여자와 한 명의 소년, 한 명의 소녀가 있었다.카메라를 향해 브이 사인을 하며 환하게 웃는 소녀는 사진 속 모든 빛을 독차지한 듯 눈부셨다. 그 옆의 소년은 그녀를 바라보며, 말하지 못한 감정을 눈가에 묻어두고 있었다.임재윤은 손가락 끝으로 소녀가 있는 위치를 살며시 만지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임재윤 씨, 잠깐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이 이불 모서리 좀 잡아주세요.”민여진이 부르는 소리에 임재윤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듯 액자를 내려놓고 이불 모서리를 잡아주러 갔지만, 민여진은 그의 이상한 낌새를 눈치챘다.“무슨 일 있으세요?”“아니에요.”임재윤은 글을 입력하고, 잠시 망설이다가 덧붙였다.“민여진 씨의 열일곱, 여덟 살 때 사진을 봤어요. 그땐 잘 웃었네요.”“사진이요?”민여진은 기억이 나지 않아 되물었다.“무슨 사진이요?”임재윤이 설명했다.“가족사진 같은 거예요. 한 여자는 젊은 시절의 조인화 씨로 보이고, 소녀는 민여진 씨, 소년은 조현준 씨인 것 같아요. 그리고 다른 한 분은 민여진 씨의 어머니인 것 같던데요. 많이 닮았더군요.”조현준의 방에 그런 사진이 남아 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던 민여진은 멍하니 있다가 아랫입술을 깨물며 물었다.“어디 있어요?”임재윤이 사진을 건네주자, 민여진은 손가락으로 사진을 세게 문지르며 두 눈을 크게 떠봤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그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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