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여진은 마당 왼쪽에 있는 물탱크 쪽으로 가서 벽을 더듬으며 말했다.“여기 있을 거예요.”임재윤이 휴대전화 불빛을 비추자 바로 전기 배전함이 보였다.전기 배전함을 열어 살펴보던 임재윤은 단순한 누전이 아니라 조금 복잡한 상태임을 깨달았다. 다행히 공구 상자가 근처에 놓여 있었다.“휴대전화 좀 들어줄 수 있나요?”그는 불빛을 비춰줄 사람이 필요했다.“네.”민여진이 휴대전화를 받아 들자, 임재윤이 적당한 위치로 조정해 주었다.마당에는 바람이 거의 불지 않았지만, 추위는 여전히 그녀를 떨게 했다. 갑자기 임재윤은 자신의 외투를 벗어 민여진에게 걸쳐주었다.남자의 체온이 배어 있는 외투가 그녀의 몸을 감싸자, 순간 온기가 온몸으로 퍼져 나갔다.하지만 민여진은 임재윤도 옷을 얼마 입지 않은 것 같아 머뭇거리며 말했다.“임재윤 씨, 이럴 거 없어요.”임재윤은 고집스럽게 단추까지 채워준 뒤에야 작업을 계속했다.그의 옷에서 풍겨오는 향기에 민여진은 묘한 안정감이 들었다. 그러다 문득, 백화점에서 끝내지 못한 대화가 떠올랐다.‘그때 임재윤은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걸까? 아니면, 무언가를 하려고 했던 걸까?’앞이 보이지 않았던 민여진은 당시 임재윤이 일부러 다가온 건지, 아니면 그저 자신의 착각인 건지 알 수 없어 참지 못하고 물었다.“백화점에서 임재윤 씨가 다가오셨죠? 무슨 말을 하려 했던 거예요?”그 순간, 공구를 다루는 소리가 잠깐 멈추었다가 다시 이어졌다.조인화가 문을 열며 전기가 다시 들어왔다고 외치자, 임재윤은 작업을 마치고 민여진의 휴대전화를 돌려받아 글을 입력했다.“내일 오후, 교회 휴게실에서 만나요. 그때 말할게요.”침대에 누운 민여진은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도대체 무슨 말이었길래 내일이 되어야만 말할 수 있는 건지 너무 궁금했다.마치 큰 결심을 내리기라도 하듯, 그 말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뒤숭숭한 마음을 뒤로한 채 민여진은 자기도 모르게 잠들었고, 깨어났을 때는 이미 아침 8시였다.민여진이 새로 산 옷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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